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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9

198. 약혼관계 – 비 내린 날

[ 레나 키우기를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레나 아이나르 ]

[ 최종직업 : 아이나르 부족의 처자 ]

[ 결혼 상대 : 레오 덱스터 ]

[ 레오 덱스터 ]

[ 최종직업 : 사냥꾼 ]

[ 결혼 상대 : 레나 아이나르 ]

[ 약혼관계 엔딩 : 에이브릴 성의 평화 ]

– 에이브릴 성에서 태어난 레나 아이나르는 행복한 유년기를… (중략)… 간의 전쟁에서 돌아온 레나는 아이를 낳았다. 결혼해 두 명의 아이를 더 낳은 레나는 레오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

– 수도 바르나울에서 태어난 레오 덱스터는… (중략) …두 번 다시 검을 잡지 않았다. 종종 사냥해 생계를 유지하며, 레나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

기다리기를 잠시, 초라한 엔딩 텍스트들이 어두운 허공을 수놓았다.

이와 함께 떠오른 사진 한 장.

구체가 된 레오는 메마른 한숨을 뱉었다.

요리사조차 되지 못했구나…

사진 속에는 갓난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레나가 있었다.

레나와 레오를 반씩 닮은 소년 소녀가 이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사진에는 레오가 없었다. 올려다보며 희미하게 미소 짓는 레나의 표정을 미루어 볼 때, 이 사진은 레오의 시점에서 찍힌 것이 틀림없었다.

부스스한 머릿결.

세 아이를 돌보는 게 힘에 부쳐서인지, 아니면 막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시기여서 그런지, 레나는 지쳐 보였다. 검사의 당당함을 잃어버리고, 삶에 찌든 그녀는 한 명의 평범한 아주머니였다.

아줌마가 뭐 어때서.

세 자녀를 둔 어머니를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수는 없다. 못 배운 쌍놈조차도 어머니란 존재를 두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그 이름만으로도 어쩐지 눈물이 도는 분들이니까.

레오도 레나의 마지막 모습을 두고 무어라 평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녀의 남편으로서 가슴이 아려오는 것만은 막을 길이 없었다.

시나리오 초반의 반짝반짝 빛나던 아가씨는 어디로 갔는가. 아이나르 부족의 사랑스러운 딸이자, 기사가 되겠노라 애쓰던 청춘이 저렇게 사그라들었나.

사진은 마치 사냥하고 돌아온 레오가 문을 열었을 때 마주한 장면을 찍어둔 것만 같았다.

폭설을 뚫고 돌아온 남편을 담담히 반기는 아내의 모습. 저쪽에 남은 레오 덱스터는 저 모습을 보곤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행복해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반기는 아내와 아이들을 향해 “아빠 왔다!” 외쳤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갓 결혼한 레오 덱스터로서는 그런 아버지의 감정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알콩달콩했을 신혼이 사라지고 의무만이 남은 살림살이가 안타깝다. 나는 소드마스터씩이나 되어서 저러고 살았나, 병신같은 놈. 저곳에 남은 자신을 질책하였다.

레오는 점차 희미해졌다.

생각하는 맥락이 부침을 거듭하더니, 동그란 구체는 더 이상 레오가 아니었다. 민서는 무언가에 쫓기듯 이번 약혼관계 시나리오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번 회차는 성공이다.

목표한 퀘스트를 달성해 드디어! 소드마스터가 되었고, 레나도 무사하다. 다음 소꿉친구 회차를 위해 제롬 신성왕국까지 가 두었으며, 레아가 수도교회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됐어. 이젠 끝났어.’

소드마스터라니.

불가능하다 여겨왔던 경지다.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최강의 무력. 맞붙어보기 전에는 실력을 평가할 길이 없는 기사와 달리 소드마스터에겐 오러블레이드라는 증명 수단이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또, 소드마스터는 그 자체만으로 권력자가 된다. 어중간하게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어서 그 대단한 베나르 타티안 후작조차도 몸가짐을 단정히 할 것이었다.

하하하하!

결국 해냈구나. 우리가 해냈어……

그러나 서둘러 자화자찬하던 민서는 이내 조용해졌다. 옛날 같았으면 이번 엔딩을 두고 행복한 결말이라 칭했을 테지만, 그는 왠지 모를 찝찝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점차 위로 사라져가는 레나의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풀이 죽은 레나 아이나르에게서 채하의 모습을 보았다.

자유로이 물결치던 머리를 졸라매고, 어색한 세미 정장 차림으로 이별 아닌 이별을 통보했던 채하. 이번 회차의 레나가 그러했듯이 그녀도 현실을 받아들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채하는 못난 남자친구를 둔 탓에 결혼이 아닌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는 정도였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어쩐지 먹먹해진 민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살아남은 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가 않아서

레나를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더 나은 결말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비록 ‘진엔딩’을 향한 징검다리에 불과하지만, 그녀가 더욱 밝게 미소 짓는 엔딩을 만들어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했다.

다행히 그때, 마지막 텍스트가 떠올라 그의 자책을 끊어주었다.

[ 레나 키우기를 클리어하지 못하셨습니다. ]

[ 레오 당신은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되었으나, 레나는 당신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위로의 뜻으로 {검술 스승} 능력을 드립니다. ]

[ 다시 시작됩니다. ]

오르빌을 향하는 영상이 펼쳐졌다.

어둠이 걷히고, 오르빌 한복판을 가로지른 민서는 어느덧 레오 드 예리엘이 되어있었다.

[ 업적 : ‘18’번째 레오 – 플레이어가 레오에게 동화되는 속도가 미약하게 빨라집니다. ]

[ 18/22 ]

[ 진명을 알지 못합니다. ]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물웅덩이.

축축이 젖어 드는 엉덩이와 다급한 기갈이 거지남매 시나리오가 시작되었음을 알렸으나, 레오는 움직이지 못했다. 눈을 잔뜩 찡그리고는 쏟아지는 기억을 견뎌내었다.

레브가 내 동생을 죽였다.

그 이전 회차에서는 레나가 극장에 홀로 남겨졌었다. 그보다 더 이전의 거지남매 회차에서는 오리아스를 만났다. 동생은 분노한 공작이 되었고, 또 그 이전에는 베나르 타티안 후작에게 쫓겨 생이별했다.

끄으윽.

금화가 가득 들어찬 상자와 이를 해맑게 내놓은 동생…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가 서서히, 정말 서서히 온기를 잃어가는 동생까지 떠올랐을 때, 레오는 신음했다. 더러운 세상과 민서, 동생을 죽인 레브를 원망하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용서하자.

나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다. 내 동생도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민서가 없었더라면.

레오는 각오를 다졌다. 매번 하던 일이었으나, 이번에는 꽤 오랜 시간을 들이고서야 눈을 뜰 수 있었는데, 동생을 살해한 감촉이 지나치게 생생했던 탓도 있지만, 레나가 말을 걸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쯤 배고프다며 칭얼거렸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 레오가 고개를 돌렸다. 가슴에 그어진 상처보다도 동생의 침묵이 더 급했다.

다행히 동생은 곁에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철푸덕 주저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는데, 평소와는 달리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레오는 꿀꺽, 침을 삼켰다.

“레나야. 레나야? 일어나 봐.”

“으응? 오빠? 여기가 어디…?”

오빠의 급한 손놀림에 깨어난 레나는 헤- 침을 흘리며 올려다보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입술을 쭉 내밀었다.

“이잉… 나 재미있는 꿈 꾸고 있었는데…”

“…무슨 꿈?”

재미있는 꿈이라니 다행이다. 하지만 레오는 착잡한 목소리로 물었다.

[ 업적 : 사진 스무 장 – 레나가 종종 꿈으로 과거를 미약하게 기억해냅니다. ]

동생이 겪은 과거 중에 좋았던 기억이 거의 없다시피 한지라… 저딴 업적 따위,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

“몰라. 까먹었어.”

레나는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꿈을 기억해내려 애쓰는지 눈을 위로 데록 굴렸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뒤늦게 찾아온 기갈을 느끼고는

“오빠… 나 배고파. 목도 말라…”

칭얼거렸다.

원점으로 돌아왔구나. 추궁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레오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생각하며 동생의 손을 잡고 골목길에서 나왔다. 레나는 오빠의 허리춤에 달린 검을 보고도 뭐냐고 묻지 않았다.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장터.

레오는 {초기자금}을 얻은 이후 매번 찾아가던 닭고기 집을 지나쳤다. {추적술}이 일러주는 방향을 따라 걸음을 서둘렀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멈췄다.

오늘은 비가 내린 날이다.

구름 낀 하늘이 햇살을 가로막아 복작한 도심에는 물안개가 맺혀 있었다. 시계를 어지럽히는 안개 너머, 어느 건물의 차양(遮陽, 처마 끝에 덧붙이는 좁은 지붕) 아래에는 초조하게 손을 뻗은 여인이 있었다.

광택 없이 새까만 물결 머리.

아담한 체구이지만, 어깨를 꼿꼿이 편 그녀는 크세니아였다. 손바닥을 펼쳐 비가 그친 걸 확인했음에도 그녀는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 돌아가야 하나.

망설이며 돌아선 크세니아는 잠시 굳었다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어?? 오빠, 나 저 언니 본 적 있…”

“갑자기 비가 와서 못 오시는 줄 알았어요.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옆에 계신 분이 동생인가요?”

“네. 레나라고 합니다. 레나야, 이분은…”

통성명이 오갔다. 레오는 이전 회차, 그의 연인이었던 크세니아를 소개해 주었는데, 레나는 어쩐지 산만했다.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낯을 가리는 것인지 오빠의 뒤에 쏙 숨어서 크세니아를 관찰했다.

가벼운 옷차림.

크세니아의 옷은 흠뻑 젖어있었다. 비를 맞은 건 아니고, 아침 운동을 나왔다가 봉변을 당한 흔적이다. 그녀는 눈앞의 거지로부터 난데없는 물벼락과 고백을 받았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물벼락이야 부닥쳤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대뜸 고백이라니. 이 거지는 더 나아가 자신을 도와달라 말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 같소.”라는 게 그 이유였다.

크세니아는 그러겠노라 답했다.

동생을 데려오겠다며 따라오지 말아 달라는 걸 잠자코 기다려주었고, 이젠 우리가 앞으로 어찌해나갈 것인지 물을 차례였다. 크세니아는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는 걸 느끼며 입을 열었다. 어쩌면 달콤한 설렘이 아니라 아찔한 스릴인지도 모르겠다.

“자, 그러면 우리 어떻게 할까요? 제가 마음에 든다고 하셨는데, 솔직히 저는 아직 모르겠어요. 일단 동생이 머물 곳이 필요하다 하셨으니 도와드리겠지만…”

살짝 떠보았다.

그리고 재깍 돌아온 답변은 크세니아를 묵직하게 만족시켰다.

“전 콘라드 왕국으로 갈 생각이에요. 크세니아, 당신도 절 따라와 주시길 바라요.”

“…그런 게 처음 본 사람한테 할 수 있는 요구였나요?”

“네. 그곳에서 저와 결혼해주시겠어요?”

푸읍!

크세니아가 허리를 굽혔다. 끅끅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억누르다 끝내 꺄하하하하 박장대소했다.

꾀죄죄한 거지가 어찌 이리도 당당하담. 어떻게 감히 내게 이렇게 청혼할 수 있단 말인가.

크세니아는 드디어 자신을 잡아갈 남자를 만났음을 확신했다. 첫 만남부터 강렬했던 이 거지는 그녀의 운명의 상대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질문해 보았다.

“우린 아직 통성명밖에 하지 않았는걸요.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도 모르고, 레오, 당신은 제가 어떤 여자인지 아시나요? 설마 누구든 상관없으신 건 아니겠지요?”

타당한 질문이었으나, 레오는 답하지 않았다. 말을 생략한 그는 손을 뻗어 잡아주기를 청했다.

흔들림 없는 금빛 눈동자와 발갛게 상기된 얼굴. 거기엔 어떠한 조건도, 가식도 없었다. 오직 그녀라는 사람을 또렷이 바라볼 뿐이었다.

레오의 답변이 마음에 든 크세니아가 아찔해졌다. ‘이젠 돌이킬 수 없겠구나.’ 생각하며 거지의 손을 기꺼이 마주 잡았다. 비로소 마주한 운명의 상대는 화사한 웃음을 돌려주었다.

잘생겼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그런데 그 전에 좀 씻으셔야겠네요. 동생분도요.”

레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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