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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1.다른 시작(1)

침착하자.

그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적응력으로 대마법사에 도달했고, 인간의 몸으로 시간의 권능을 손에 넣었다. 예상 밖의 결과이기는 했지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과거로 회귀했고, 이진우가 되었다.’

이진우가 누구이던가!

이진우.

사상 최악의 재벌 3세.

일신그룹 이운선 회장의 손자로 일신그룹을 망하게 만들고, 여러 대형 참사를 일으킨 주범이었다.

흑마법에 미쳐 나라 하나를 통째로 사라지게 만들었고, 난민이 탄 배를 불태우는 기행을 펼치기도 했다. 그건 애교에 불과했다. 최후에 이르러 그의 손에 죽은 인류가 30억이 넘어갔다.

외모만 멀쩡한 사이코패스였는데, 이 자식이 벌인 짓을 수습하다가 결국 탈모가 와버렸다.

“정확히 31년을 거슬러왔군.”

마지막에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멸망을 막을 수 있는 찬란한 재능.

그리고 재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환경.

멸망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생각했었다.

불안정하고 거대한 마법에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며 마법이 실패하기 직전에, 그 소망에 가까운 생각이 마법을 성공시켰다. 다소 변형된 형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본래 그의 존재는 아예 사라진 것 같았다.

이진우의 핸드폰으로 본래 자신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았는데,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하나의 거대한 수식이었다. 마치 우주를 품은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속에 시간의 권능이 자리잡고 있었다.

멸망한 세계에서 그가 모은 모든 것들이 새겨져 있었다.

“······.”

어마어마한 잠재력과 함께 희망이 넘치는 시절로 회귀했다.

꾸욱!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 빌어먹을 트롤러 새끼들을 박살내버릴 찬스가, 지켜내지 못했던 자들을 구할 기회가 그의 손에 들려졌다.

‘마법사라면 여유 속에서 의지를 갈아라.’

그렇게 말해준 사람이 떠올랐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의지를 갈고 갈아서, 트롤 새끼들의 멱을 딸 것이다.

몸 안에 마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약한 몸이었다.

그러면 어떠한가.

예전보다 더 길고 가는 손가락이, 비틀리지 않은 두 다리가 있었다.

“악당의 몸이라고?”

그러면 또 어떠한가.

그는 시간의 권능과 인류의 보물을 품고 있었다.

그는 기꺼이 이진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물론, 앞으로의 행보는 완전히 다를 테지만 말이다.

멸망에게 엿을 먹여주는 것.

배신자를 배신하는 것.

트롤러에게 트롤링을 해주는 것.

개새끼들에게 갑질하는 것.

그것이 그의, 이진우의 목표였다.

“우선은······.”

마법.

자신의 것을 되찾아야 했다.

* * *

진우는 이제 15살이었다.

마법을 시작하기엔 이미 늦은 나이였지만 이진우 이 빌어먹을 놈에게는 나에게 없던 찬란한 재능을 갖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으면 대기 중에 떠다니는 마력입자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치 모래사장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마법사가 되기 위한 가장 필수 요건은 마력코어를 생성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그는 1급 대마법사였다. 9급에서 1급까지 오르는데, 정확히 30년이 걸렸다. 과거의 그는 몸의 대부분을 희생해서야 30년 만에 겨우 1급 대마법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몸이라면······!

“10년? 아니 더 빨리 과거의 내 무위로 돌아갈 수 있겠어.”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육체의 포텐셜이 높은 것치고는, 몸 상태가 아주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하긴, 이진우는 겉만 그럴싸했고, 속은 썩어 있었다. 오물이라도 들이켰는지,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움직이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이대라 놔두면 아마도 오래 살지 못하리라.

길게 잡아봤자 2년일까?

성인이 되기 전까지 시름시름 앓다가 죽을 운명이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흑마법에 손을 댔던 거였나?”

흑마법의 기원은 불분명했다.

그 어떤 마법보다도 위력적이면서도, 불안정한 마법이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힘들겠어.’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마력코어는 심장에 만든다. 여러 학설이 존재했는데, 심장과 영혼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유난히 마력 반응에 민감한 곳이 바로 심장이었다.

그는 이미 영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굳이 심장에 마력코어를 생성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그는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영혼과 하나가 되어 자리잡은 시간의 권능이 있었다.

‘그렇다면······.’

심장에 마력코어를 만들 필요 없이, 시간의 권능 위에 마력코어를 생성한다.

심장에 있는 마력코어처럼 마력을 빠르게 모으기는 힘들지만, 변형되지 않는 가장 순수한 마력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육체의 상황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무수하게 쌓아온 경험과 이 육체의 재능이 있다면 가능했다.

진우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대기 중에 퍼져있는 마력이 느껴졌다. 마구 진동하며 흔들리는 마력 입자들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순간, 모든 것들이 멈춘 것처럼 느려졌다.

휘이익!

마력이 그의 몸으로 빨려들어 왔다.

가슴 부근에 닿는 순간, 문양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아직 아주 작은 크기였지만, 성공적으로 마력코어를 생성할 수 있었다.

가슴에 새겨진 문양 위에 새로운 문양이 새겨졌다.

그것은 그의 변하지 않는 정체성이었다.

‘시간의 권능’

그리고 그 위에

‘대마법사’

별과 달, 그리고 태양.

대마법사를 뜻하는 문양이었다.

역전의 기회를 움켜잡은 대마법사가 다시 이곳에서 고개를 들었다.

진우는 마력코어를 돌리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주변이 느리게 보였다. 마치 느려진 시간 속에 혼자 남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후우······.”

길게 숨을 토해내자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온몸에 땀범벅이었다. 팔과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쿨럭!”

검게 굳은 핏덩어리가 올라왔다.

심장과 혈관에 꽉 막혀 그의 생명력을 갉아먹던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무겁던 몸이 한결 가벼워졌고, 상쾌함이 몰려왔다.

진우는 희열에 몸을 떨었다.

마력코어와 함께 가장 강력한 무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시간의 권능.

그것이 그의 의지를 따라 작동했다.

나약한 현재의 육체로는 주변에 영향을 줄 수 없었다. 자신의 인지를 조절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더 크고 강인한 그릇이 필요했다.

‘이번에는 육체를 단련해야겠어.’

이 권능에 잡아먹히지 않고 더욱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육체가 필요했다.

그는 대마법사였지만 육체 능력은 형편없었다.

일반인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태생적인 특성상 ‘무예’와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진우는 꽤 괜찮은 근골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머릿속에 욱여넣었던 각종 기술서, 무예서에 따르면 말이다.

그리고 더 커다란 마력이 필요했다.

진우는 방에서 나와 복도를 걸었다.

“오······.”

그가 있는 곳은 그의 저택이었다.

일신 그룹은 국내 기업 순위 1위에 위치한 대기업이었다. 한국의 대기업이 모두 그렇듯, 일신 그룹도 다종족마도연합, 줄여서 마도련과도 제법 깊숙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일반적인 대기업의 면모와 마도련 쪽의 면모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였지만, 마도련에 소속되어 사회로 들어가게 되면 꽤나 엄격한 신분제가 존재했다.

‘후계자 중에 가장 후순위이기는 해도······.’

이진우는 가장 덜떨어지고 무능했다. 그런 주제에 욕심만 많아 모든 걸 가지고 싶어 했다.

그것은 분명 추악한 탐욕이었다.

그런데 그 탐욕이 그에게는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되었다.

진우는 15살임에도 불구하고 돈이 상당히 많았다.

너무 많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연구비를 벌기 위해 발품을 팔고, 가난에 찌들어 살았던 과거와는 이제 영원히 안녕이다.

그가 있는 곳은 한강뷰가 바로 보이는 커다란 단독주택이었다.

‘강인한 육체와 마력이라······.’

진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에게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돈도 많았다.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었다.

골칫덩어리 이진우였으니 말이다.

진우는 돈을 물쓰듯이 썼다.

그 말이 어울렸다.

한강이 보이는 곳에 있는 건물을 하나 통째로 사서 수련장을 만들었다. 장인들을 불러모아 공사를 진행하니 불과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근처에 커다란 연못 하나도 팠는데, 뜻하지 않게 유물이 발굴되어서 그냥 박물관을 세울 예정이었다. 시에서 알아서 할 수 있게 그냥 양보했다.

“시작해볼까?”

그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인증을 받은 고객만이 얻을 수 있는 번호였다.

이진우는 편리하게도 인증이고 뭐고 할 필요 없는, 언제 어디서나 프리패스가 가능한 인물이었다.

[네, 엘 헤란 하이누스 폐하께서 직접 설립하신 기업, 지구의 친환경을 이끌어갈 기업, 주식회사 엘레스입니다.]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지 다소 딱딱한 어투였다.

“마력수를 구입하고 싶은데요.”

[마력수 말씀이십니까? 여왕 폐하의 친필 서명이 각인된 최고급 프리미엄 마력수를 구입하시면 댁까지 안전하게 배송해드립니다.]

“그래요?”

[현재 파격 세일을 진행하고 있어 가격적인 부분은······.]

“네, 그 최고급 프리미엄 마력수를 대량으로 구입하고 싶습니다.”

[네? 얼마나······.]

“음, 그냥 지금 나와 있는 거 전부 다 주세요.”

핸드폰 너머로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네? 네? 전부요? 혹시 장난이시면······.]

“지금 바로 입금해드릴게요. 정기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아, 아··· 그 실례지만 어디신지······?]

기계적인 멘트만 내뱉던 직원의 태도가 엄청나게 공손해졌다.

진우는 하이엘프들이 생산하는 마력수를 대량으로 구입했다.

여왕이 직접 세계수의 마력을 담아 생산하는 값비싼 보물이었다. 너무나 비싸고, 이 시대의 마법사들은 마력수의 진정한 힘을 몰랐기에 그저 하이엘프들의 사치품으로 생각했다.

사용 방법을 제대로 몰랐고, 너무 비쌌기 때문에 연구가 진행이 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엘프들은 사업 감각이 더럽게 없었다.

“배송이 곤란하신 것 같은데, 오늘 헬기를 보내겠습니다.”

[여, 여왕 폐하 맙소사! 가,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왕 폐하의 자비로운 손길이 귀하께도 닿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흥정할 필요도 없이 바로 쿨거래를 마쳤다.

마력수를 분해해서 흡수한다면, 보다 빠르게 마력을 쌓을 수 있었다. 신체도 하이엘프처럼 깨끗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효과였다.

‘마력 쪽은 해결되었고 이제 육체를 키우려면······.’

마법사인 그는 평생 운동을 하지 않았다.

마법사들은 대부분 얼굴이 하얗고, 약해 보이는 체형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야근하느라 바쁜 마도공무원들은 더더욱 그러했다.

진우는 잠시 눈을 감고 여러 무술들을 떠올렸다.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개량을 반복해 온 무술.

현대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정립한 무술.

그리고 가문의 비전, 또는 오의라고 불리는 무술까지.

‘육체로 하는 마법이군.’

궁극적으로 보자면 긴 연공을 시간을 통해 육체에 최적화된 마법진을 쌓는 것. 피부와 근육, 뼈에 마력의 흐름을 새기고 그것을 육체적으로 이용하는 방법.

그것이 ‘무예’였다.

확실히 마법에 비해 단순하기는 했지만,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오랜 세월, 또는 천재적인 재능을 통해 육체를 완성하고 초월한 자.

마법적인 계산으로도 측정하기 힘든 영역에 이른 존재.

그들을 마스터라 불렀다.

괴물.

그건 그냥 괴물이었다.

소름이 끼쳤다.

‘그래도 계산하기 힘든 경지는 아니야.’

수많은 데이터가 그의 머릿속에 있었다.

그것을 통해 대략적으로 유추가 가능했다.

진우는 바닥에 원을 그려보았다. 중앙에 손가락을 대자, 조그마한 빛의 구가 치솟았다.

보잘 것 없는 불빛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재생되는 세포 하나하나에 그려져 있다면? 그러한 것이 바로 마스터였다.

어려서부터 고문에 가까운 훈련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육체가 성숙되기 전에 성질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성격들이 다 그 모양이지.

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15살인 진우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대마법사였다.

그리고 시간의 권능을 품고 있었다. 다른 방식으로 위로 올라갈 것이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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