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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1화.

22살 겨울.

길고긴 군생활이 끝났다.

“충성! 병장 강진후는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대대장에게 전역신고를 마치니 드디어 전역한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간부들과 부대원들이 위병소까지 따라와 배웅을 해주었다.

행보관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고생 많았다. 사회 나가서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예.”

건강은 개뿔. 

멀쩡하던 몸이 여기 와서 골병들었다.

* * *

난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내가 군대에 있는 사이 집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현재의 집은 흑석동에 있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짜리 반지하 원룸.

계단을 내려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습기와 퀴퀴한 냄새로 숨이 턱턱 막혔다. 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이런 집에 누가 사나 싶었는데, 그게 바로 내가 되었다.

여기에 비하면 차라리 내무반이 낫지 않나?

짐을 내려놓고 둘러보니, 부엌 한쪽에 작은 접이식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 밥상보가 얹어져 있었다. 

난 밥상보를 열어보았다. 

뚜껑이 덮인 그릇들과 함께 1만 원짜리 다섯 장, 그리고 핸드폰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쪽지가 놓여 있었다.

<전역 축하해, 우리 아들.

엄마는 일 나가니까, 밥 먹고 쉬고 있어.

용돈 놓고 가니, 친구들도 만나고.

이따 밤에 보자.

-사랑하는 엄마가->

“오늘도 일 나가셨나 보네.”

몇 달 전부터 아는 사람 소개로 강남 리테백화점 고객상담센터에서 일한다고 들었다. 아들이 전역하는 날이라고 자리를 비울 수는 없겠지.

난 바닥에 주저앉아 찬밥과 식은 국을 떠먹었다.

* * *

내가 어렸을 적.

우리 가족은 2층짜리 단독주택에 살았고, 주말이면 고급 세단을 타고 외식을 즐기러 다녔다.

엄청 부자까지는 아니었어도 남부럽지는 않게 살았던 것 같다. 

아버지는 회사 사장이었다. 10여 명 정도 되는 직원들이 일하는 작은 공장이었다. 맨손으로 시작해 평생 동안 일궈낸 사업체였다. 

아버지는 나보고 가업을 물려받으라고 했고, 난 한국대 경영학과로 진학했다. 

졸업 후에 아버지를 도와 회사를 키워나갈 생각이었다.

상황이 바뀐 것은 1학년이 끝날 무렵.

원청회사가 갑자기 납품계약을 취소하며 회사가 위기에 처했다. 아버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직원들과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회사라는 게 키우기는 어려워도 망하는 건 순식간이다.

최종 부도처리 날.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잘나가던 집안이 한순간에 폭삭 망하는 장면이 나오면,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우리 집이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회사 부도에 아버지 병환까지. 그 이후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살던 집과 차가 차례대로 경매로 넘어갔다. 

여러 차례 수술을 했지만, 아버지는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당장 생활비를 걱정해야 할 판에 등록금을 구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남자에게 이럴 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유학이고, 하나는 군대다. 돈도 없고 준비도 안 되어 있던 나에게 유학은 무리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군대는 돈도 없고 준비가 안 되어 있어도 사지만 멀쩡하면 얼마든지 받아준다.

그래서 난 휴학을 하고 군대에 입대했다.

* * *

밥을 다 먹은 나는 설거지를 해놓고 방에 드러누웠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등을 찔렀다. 화장실과 부엌, 몇 개의 가구를 빼고 나면, 원룸 안의 빈 공간은 세 평도 되지 않았다.

이 좁은 곳에서 어머니와 살려니 마음이 착잡하다.

차라리 군대에 있을 때가 마음은 편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쥐꼬리만큼이지만 매달 월급도 줬으니까.

그런데 막상 전역하고 나니 눈앞이 캄캄하다.

이 나이에 계속 용돈 타서 쓸 수는 없는 노릇. 일단 돈부터 벌어야 한다.

난 핸드폰을 켜서 과동기인 민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뚜뚜! 딸깍!

[여보세요. 누구세요?]

“민영이냐? 나 진후야.”

그러자 수화기 너머의 상대의 목소리가 반갑게 변했다.

[이야! 이게 얼마만이야? 휴가 나왔어?]

“아니, 오늘 전역했어.”

[오오! 축하한다!]

난 본론부터 꺼냈다.

“혹시 과외자리 좀 알아봐줄 수 있냐?”

대학생 알바 중에서 시급이 가장 좋은 알바 원탑은 단연 과외다. 문제는 그만큼 경쟁자가 많아 인맥 없이는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사실 찾는다고 해도 문제다. 

왜냐하면 군대에 있으면서 뇌가 완전히 포맷되었기 때문이지. 초중고 때 배운 것까지 다 까먹은 바람에 내가 과외를 받아야 할 판이다.

그래도 한국대는 한국 최고의 명문대. 가르치는 실력을 떠나 간판은 먹어준다. 원래 한국에서는 실력보다는 간판이 더 중요하다.

일단 자리만 찾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글쎄. 요즘 이쪽도 불경기라서.]

“한 번 알아봐 줘. 부탁 좀 할게.”

[알았어. 조만간 전역 기념으로 술이나 한 잔 하자.]

“오케이.”

통화를 끝내고 나자 한숨이 나왔다.

“하아.”

과외자리 찾기 전까지 편의점이나 PC방 알바라도 해야 하나?

핸드폰을 살펴보는데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와있었다. 전부 하나의 번호다.

중학생 때 처음 만난 오택규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였다. 얘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한 터라, 예전부터 우리 집에 자주 놀러오거나 자고 갔다.

이 자식은 뭔 전화를 이렇게 많이 했어?

띠리링!

난 전화를 걸었다.

“어이, 오택규.”

택규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야 연락이 되네. 전역했어?]

“이 번호는 어떻게 알았냐?”

[어머님께서 말씀해주셨어.]

“그래?”

어머니가 핸드폰을 개통하며, 택규에게 번호를 알려준 모양이다.

[그보다 지금 큰일 났어.]

“······.”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심각했다. 

듣는 순간 뭔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 좋은 일인가?

“무슨 일인데?”

[너 예전에 내가 반트코인 받은 거 알지?]

중학교 때 택규는 당시 유행하던 MMORPG<루트니아>를 그만두며, 캐릭터와 장비, 골드 등을 처분했다.

그런데 평소 이용하던 온라인게임 아이템 거래사이트가 갑자기 거래를 규제하기 시작했고, 그 규제를 피하기 위해 몇몇 이용자들이 인터넷상에서만 유통되는 가상화폐를 사용해 거래했다.

그게 바로 반트코인(Bant Coin)이다.

택규의 설명에 따르면 반트코인은 관리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발행과 거래는 네트워크를 통해 P2P방식으로 이뤄지며,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통제할 수 없다고 한다. 

반트코인은 소수점 9자리까지 쪼갤 수 있으며, 보통은 BNT로 표기한다. 

몇 번 설명을 듣긴 했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

어쨌거나 그때 택규가 받았던 반트코인은 11,000BNT. 당시 10,000BNT가 90달러였으니, 10만 원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될 무렵 갑자기 반트코인의 가치가 치솟았다.

100BNT가 500달러에 근접했고, 10만 원에 불과했던 반트코인은 5천만 원이 되었다!

횡재했다고 생각한 택규는 반트코인을 처분해 5천만 원을 손에 넣으려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어이없게도 반트코인 계좌에 접근할 수 있는 암호키를 잃어버린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은행에 돈을 넣어놓고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잃어버린 셈이다. 은행의 경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으로도 계좌를 찾아낼 수 있지만, 반트코인은 암호키 없이는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으악! 내 5천만 원! 내 돈!’

녀석은 당첨복권을 쓰레기통에 버린 거나 다름없다고 한탄하며 며칠 동안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후 반트코인에 대해 완전히 관심을 끊었다.

“반트코인의 ‘반’자만 꺼내도 경기를 일으키던 놈이 갑자기 그 얘기를 왜 해?”

[놀라지 말고 들어.]

“뭔데?”

[그 암호키 찾았어.]

“······뭐?”

당황하는 나에게 설명이 들려왔다.

며칠 전, 피규어 장식장을 청소하던 도중 뒤로 넘어가있던 USB를 찾았다. 혹시 중요한 자료가 들었나 싶어 먼지를 털어내고 컴퓨터에 꽂아보니, 그 안에 반트코인 계좌의 암호키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난 깜짝 놀랐다.

“진짜야? 구라 아니고?”

[진짜라니까.]

그럼 완전 대박 아닌가?

좋아서 환호를 질러도 부족할 판이다. 그런데 택규는 기쁨보다는 충격이 더 큰 듯했다.

“지금 반트코인 시세가 어떻게 돼? 그때보다 더 오르지 않았어?”

[어제 기준으로 1120달러야.]

1120달러면 123만 원 정도다.

“100BNT가 1120달러면, 예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잖아. 그때 5천만 원이었으니······ 헉! 그럼 1억?”

놀라는 나에게 택규가 말했다.

[1BNT야.]

“응?”

[100BNT가 아니라 1BNT가 1120달러라고.]

“······.”

난 할 말을 잃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뻥 치지 말고.”

[못 믿겠으면 보내줄 테니, 니 눈으로 직접 봐봐.]

띠링!

난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톡을 확인해 보았다. 상승곡선을 그리는 그래프와 함께 반트코인의 시세가 나와 있었다. 

어제 날짜를 기준으로 정확히 1122달러였다.

난 다시 핸드폰을 귀에 댔다.

“니가 11,000BNT를 가지고 있었으니······.”

대충 계산을 하던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서, 설마······ 135억?”

[나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지금 거래소에 등록해놓은 상태야.]

그 순간이었다.

내 눈앞에 마치 홀로그램처럼 뭔가가 떠올랐다.

<마운틴힐 파산>

“······.”

이게 왜 보이는 거지? 마운틴힐은 대체 뭐야?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급하게 물었다.

“거래소 어디야?”

[응?]

“어디냐고? 빨리 말해!”

대답이 들려왔다.

[마운틴힐이라는 곳인데.]

어라?

난 녀석에게 소리치듯 말했다.

“그거 당장 팔아!”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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