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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

20화 사냥하는 거미(3)

도시 외곽까지 불어닥친 모래폭풍은 비단 시야만 가린 것이 아니었다.

세찬 바람이 바닥을, 건물을 후드리며 대부분의 소리까지 잠식했다.

따라서 이는 도시를 침범한 침략자들을 기습할 절호조. 야크트 스피너는 외곽으로 진출했다.

「야피. 난 여기까지다.」

최상위 명령권자에게서 내려져 온 ‘라스트 오더’.

그 의지를 잇는 자로서 야크트 스피너 개체번호 10,253은 도시를 침범한 불확실 인자들을 모두 죽여야만 했다.

보급은 기대할 수 없다.

수리도 기대할 수 없다.

지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최대효율, 최소피해로만 승리해야 한다.

야크트 스피너는 모래폭풍을 위장막 삼아 천천히, 조심스럽게 헌터들의 캠프로 접근했다.

헌터들은 날카로운 오감으로 경계를 섰지만, 결국 생물의 한계를 넘지는 못했고 야크트 스피너는 도시 차원의 백업을 받고 있다.

그들의 미숙한 대처에도 야크트 스피너는 철저히 캠프를 분석한다. 기계에게 방심 따윈 없다.

원거리 스캔과 적의 숫자 하나하나를 전부 파악해 실시간으로 맵핑을 개시.

어설픈 경계 따위 가볍게 속여넘기며 모래바람에 몸을 맡기고, 어둠과 폭풍의 소음에 다각전차가 녹아든다.

“으으… 씨. 이건 뭐 보이지도 않네.”

한 인형이 캠프에서 벗어나 외진 곳에 혼자 있다.

야크트 스피너는 즉시 해당 인물의 측정정보를 살폈다.

최근의 침입자들은 경장이라곤 하나 금속갑옷을 착용했다. 더욱 기이하게도 총이나 포가 아닌 날병기로 무장한 채 찾아온다.

위협레벨 1.

하지만 아군을 불러온다는 위협이 있다.

아크트 스피너는 다수인 집단을 상대할 때, 소규모로 각개격파하는 것이 리스크도 적고 안정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후우우~~”

건물 외벽을 바람막이로 소피를 보고 있는 헌터는 야크트 스피너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강철로 제작된 거대한 몸체를 소름 끼칠 정도로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던 그때──

“야! 왜 거기서 오줌을 누고 있어?”

“어? 잭슨이냐.”

게딱지 같은 몸체가 다시 숙여졌다. 헌터에게 다가온 잭슨이라는 개체는 그와 어깨동무를 하며 과하게 친한 척을 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이래?”

같은 블랙맘바의 용병단원이었지만, 이렇게 과한 제스처를 취할 정도는 아니다. 당황한 그가 뭐라 말하자 쉬잇! 하고 소곤거리는 잭슨.

“닥치고 있어. 조용히. 조용히 빠져나가야 해. 뒤지고 싶지 않으면…….”

그는 모래바람 속에 묻힐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동료에게 적의 위협을 알렸다.

동료로부터 경고받은 그도 눈치가 있었는지, 주변을 살피지도 않고 태연하게 발걸음을 옮겼지만──

「다…고…이써…용이──히─파져나가야해─디치…지…아으─며──」

-음성파일 노이즈 필터 적용. 문장 재해석 작업 완료. 재생──

모래바람에 묻힌 목소리는 노이즈 필터에 걸러져 선명한 음성파일로 분석되었다.

「닥치고 있어. 조용히. 조용히 빠져나가야 해. 뒤지고 싶지 않으면…….」

-파칵!

보조 관절부가 움직이고 채찍 휘두르는 소리가 모래바람에 묻혔다.

* * * *

헌터들이 야크트 스피너의 습격을 알아챈 건 열두 명째의 희생자가 나타났을 즈음이었다.

캠프 외곽에서 벌어지는 음습한 기습, 소리 없는 와이어 커터에 잘려나간 헌터 중에 즉사하지 않은 헌터가 단말마를 지른 덕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콰아아아악!

와이어 커터에 하반신을 잘리고도 마력이 실린 검격을 휘두른 헌터였지만, 그 투혼이 의미 없게도 큼직한 그림자가 그를 드리운다.

“아, 안 돼.”

한짝에 5톤이 넘는 장갑다리가 블랙맘바 용병단의 헌터를 깔아뭉갰다.

-콰직!

소란을 감지하고 몰려온 헌터들이 발견한 건 내장까지 짜부라진 동료 헌터와 섬뜩한 안광을 빛내는 야크트 스피너.

질척이는 고깃조각이 덕지덕지 들러붙은 관절부는 오랜 세월 부품의 교체 및 관리가 되지 않은 탓인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그 소리가 마치 고깃조각에 들러붙은 희생자의 영혼이 울부짖는 소리 같아서 헌터들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야크트 스피너다!!”

모래폭풍에 묻힌 목소리는 제 동족들에게 채 전달되지 못했다. 야크트 스피너의 흉악스러운 킬링머신이 불을 뿜었기 때문이다.

-쾅! 콰콰콰쾅!

60mm 기관포가 뿜어내는 살인적인 포격. 중갑을 입은 헌터들은 전신이 튕겨나가는 것에 그쳤지만, 경장인 헌터들은 사지가 찢겨져 나갔다.

명백한 오버킬. 사람이 아닌 기갑차량을 상대하기 위한 과도한 폭력이 헌터들을 유린한다.

모래폭풍의 흙싸라기가 콘크리트를 후드리는 소리에도 포탄의 착탄음은 섬뜩한 고기 다지는 소리를 내며 뇌리에 각인된다.

“엄폐! 엄폐해!”

그 말은 채 전해지지 못했지만, 이 중에 널찍한 평지에 태연하게 서 있을 바보는 없다.

그들은 모래바람을 뚫고 퍼부어지는 기관포탄을 피해 서둘러 건물들로 숨어들었다.

야크트 스피너의 광각렌즈가 헌터들의 이동경로를 계산했다.

가장 많은 헌터들이 숨어 들어간 곳, 노후화가 진행된 건물, 콘크리트를 지탱하는 철근의 개수…… 무너뜨렸을 때, 어떤 것이 가장 큰 피해를 주는가를 말이다.

야크트 스피너의 레일건에 탄자가 보급되며 초전자가속을 위한 전자기력이 발생했다.

-꽈앙!

240mm 레일건에서 발사된 탄자는 순식간에 마하 3을 돌파. 소닉붐을 흩뿌리며 건물을 관통한다.

-꾸지직!

정확히 5개 기둥. 헌터들이 숨은 건물의 취약점을 절묘하게 파괴하자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그들의 단말마는 무너지는 콘크리트와 함께 묻혔다.

초인적인 육체능력을 가진 헌터들일만큼, 건물에 깔린 정도로는 죽지 않겠지만, 순식간에 십여 명이 무력화된 건 컸다.

“씨, 씨발, 무슨 저런 괴물이…!”

건물을 나올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바로 기관포탄의 제물이 될 테니까.

야크트 스피너는 겁을 집어먹고 틀어박힌 헌터들을 향해 2차 발사를 준비했다.

전력을 높인 레일건이 또 한 번 건물을 핀 포인트로 무너뜨리려던 그때──

“뒈져라.”

포탄이 쏘아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야크트 스피너를 향해 무언가가 내리쳤다.

-꽈앙!

아찔한 충격음과 함께 야크트 스피너의 관절부가 무너진다.

습격 이래 처음으로 타격을 받은 야크트 스피너의 광각렌즈가 습격자를 찾는다. 그곳에는 찬란한 금빛갑주를 입은 황금철이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고 있었다.

-기잉!

으스러진 관절부가 삐걱거리며 스프링이 압력을 버티지 못한다는 로고가 새겨진다. 그러나 무시한다.

-쿠콰카카카카카칵!

퍼부어지는 기관포탄. 황금철이 방패를 들어 막아선다. 60mm의 탄자가 사정없이 그를 두드렸다.

-끼릭?

그러나 황금철의 방패는 단단했다. 그 사정없는 기관포 세례를 받고도 금조차 가지 않았다.

“레전더리급 방패다! 포탄 따위에 뚫릴 것 같냐! 금순아!”

“금순이라 부르지 말랬지!!”

황연하의 무기는 주먹이다. 사나운 사자갈기처럼 뻗어있는 유니크 등급의 권갑. 로켓 부스트마냥 마력을 집어삼킨 권갑이 스러스트를 발생시켰다.

-쿠웅!

금빛 마력을 흩날리며 꽂힌 주먹이 야크트 스피너의 관절을 두드렸다. 충격에 다리가 휘청거리며 잠시 발이 묶인다.

바로 그 순간, 하늘에서 마법진이 전개됐다.

“잘 묶어주셨습니다.”

전투 마법사 길태성. 그가 황씨 남매에 다리가 묶인 야크트 스피너를 향해 내리치는 벼락.

-콰릉!

내리친 벼락이 등딱지의 갑주에 흐르며 막대한 전격을 흘린다. 기계에게는 치명적인 일격. 0.8초 내로 자가진단을 완료하고 판단을 내리는 야크트 스피너.

「과부하 전선 긴급 퍼지. 레이더 시스템 다운.」

기껏 탐색해둔 시스템이 다운되면서 야크트 스피너는 광각렌즈만으로 적들의 위치를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그건 둘러싸인 상황에서는 좋지 못하다.

「한정 자원 사용승인. 도시 내 RWR 장비 가동. 표적시인 대체.」

인프라가 무너져 내린 도시에서 오랜 기간 차곡차곡 쌓아온 전자장비를 가동한다.

도시 곳곳에 숨겨져 있던 관측장비들이 기동하며 야크트 스피너의 눈이 되어주었다.

「위협레벨 3. 우선 배제대상 특정.」

“어어, 이 자식 봐라?”

“도망친다! 쫓아!”

남매의 공격으로 휘청거린 야크트 스피너는 주변의 건물들을 올라타며 남매의 추격을 피했다.

대시가전 사양의 다각전차는 건물을 오가며 60mm 기관포를 특정 대상에게 겨눴다.

마법사 길태성. 블랙맘바 용병헌터들의 엄중한 보호를 받는 그에게 기관포탄이 쏟아진다.

“흥.”

자신에게 쏘아지는 기관포탄 세례를 향해 구슬 형태의 마도구를 깨뜨리는 길태성. 그러자 투명한 막 같은 것들이 펼쳐졌다.

-쿠콰콰쾅!

퍼부어진 기관포탄들이 있을 수 없는 궤도로 왜곡되며 엉뚱한 곳에 착탄한다.

“뭐, 뭐지…….”

그를 호위하던 블랙맘바 용병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역장을 바라보자 길태성이 우쭐거렸다.

“야크트 스피너를 공략하기 위해 개발된 왜곡 역장마법이 새겨진 마도구입니다. 총화기 따위로는 절대 뚫을 수 없지요.”

총화기의 위력은 연발성과 명중률에서 온다. 아무리 수십, 수백 발을 퍼부어도 착탄점이 왜곡된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1회용의 값비싼 마도구지만, 공략 난이도 적색의 야크트 스피너를 상대하는 일이다. 이 정도 준비는 해야──

「위험인자 이상물리현상 관측. 메인터넌스 연산 개시.」

하지만 상대는 강인공지능의 킬링머신. 이미 세 차례의 공략대를 마주했던 그에게는 이 물리법칙을 벗어난 관측대상조차 연산 대상이다.

「분석 완료. 포인트 D15, S37, F11 타격.」

-퉁! 퉁! 퉁!

건물을 오가며 헌터들의 추격을 피하면서도 단발로 끊어 쏜 기관포가 왜곡 역장에 박힌다.

기존의 귀신 같은 타격지점과는 다른 전혀 엉뚱한 지점의 착탄. 하지만 왜곡된 포탄은 휙! 하고 휘어버리더니 블랙맘바 용병헌터들의 측두부를 후려쳤다.

“컥?!”

“이게 무슨!”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탄환의 궤도. 왜곡 역장에 휘어진 탄환이 있을 수 없는 곡예를 하며 헌터들에게 명중했다.

“마, 말도 안 돼!”

그 짧은 사이에 분석을 했다고? 그게 가능한 건가?

“마, 마법사 길태성! 왜곡역장을 꺼주십시오! 방어할 수가 없습니다!”

연이어 쏟아지는 포격이었다. 기존의 화력전이 아닌 정밀사격에 의한 저격. 그것도 인간의 연산능력으로는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도시 메인터넌스 슈퍼 컴퓨터에 의한 계산이었다.

차라리 순수한 물리적인 배리어를 펼쳤으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젠장! 다들 뭐하는 겁니까! 놈을 처리하세요!”

길태성이 다급하게 외치자 황씨 남매와 황금사자 길드도 곧장 야크트 스피너를 배제하려 들었다. 하지만 그때, 무언가를 목격한 황금철이 다급하게 외친다.

“멈춰!”

“……?”

황연하를 비롯해 황금사자 헌터들이 황금철의 다급한 한 마디에 멈춰섰다. 그리고 그들은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와이어?’

‘그냥 도망친 게 아니었어.’

‘대체 언제 이 많은 걸?’

와이어였다.

황씨 남매의 추격을 피해 건물을 오가면서도 야크트 스피너는 사방팔방에 와이어를 박아둔 것이다.

마치 이 주변 일대가 거대한 거미집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그야말로 천라지망. 헌터들의 움직임을 봉쇄한 단 몇 초. 야크트 스피너의 레일건이 길태성을 향한다.

“아, 안…!”

레일건 탄자가 초전자가속을 개시한 그때… 야크트 스피너의 후방 카메라에 기묘한 물체가 잡힌다.

-다그닥다그닥!

“어?”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쭉 뻗은 네 개의 새하얀 다리.

솜털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흰털을 따라가면 부드러운 갈기가 솜사탕처럼 살랑거린다.

그러나 전신에 꽉 찬 근육들은 이 생물을 사랑스럽게 여길 수 없는 강렬함을 선사했다. 그 정체는──

“마….”

“마…….”

“……마?”

“”말?””

모두가 경악의 시선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굳센 체구와 웅장하게 장식된 장갑의 광채를 뽐내는 신수 빛의 스탈리온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랜만이로구나, 오래된 맹우여.”

레온은 매서운 기세를 뿜어내는 스탈리온의 목을 강하게 끌어안았고, 고고한 신수는 기꺼이 제 맹우를 등에 태웠다.

광채를 뿜어내는 갈기를 쓰다듬어주며 레온은 야크트 스피너를 향해 성창을 겨누며 외친다.

“들어라, 전사여!”

현대전장에서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광경임에도 창과 신마에서 흘러나오는 짙은 신기는 관중의 입을 닥치게 만든다.

이성으로 부정하지 못하고, 본능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저것이 격이 다른 존재임을.

“다수의 적을 상대로 단기필마로 돌진하는 그 용맹! 이 사자심왕이 상찬하는 바!”

그는 먼저 뛰어난 전사를 칭찬했고.

“용안을 배알할 영광과 이 사자심왕과의 결투의 명예를 수여하노니. 본왕에게 맞설 것을 윤허한다, 전사여!”

결투를 신청할 권리를 주었다.

사자심왕에게 있어 이 관대하고 자비로운 행위를 지켜보던 황연하가 무심코 마음속 진심을 뱉어냈다.

“…………또라이 새낀가?”

이 순간, 모두가 한마음이었음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리라.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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