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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1

200. 거지남매 – 식습관

“아이고- 내가 신참 뒷바라지나 하려고 기사단에 들어온 건 아닌데…”

오늘도 답답한 후배를 흠씬 혼내준 카트리나가 투덜거렸다. 즐거운 퇴근 시간이었으나 그녀는 최근에 그녀의 부사수로 들어온 신참, 데로스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기분이 별로였다.

가끔 이유 없이 맹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게 데로스다. 실력도 고만고만한 게 겁까지 많아서 성질이 급한 카트리나로서는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복장이 터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트리나는 열이 받는 속도만큼이나 진정을 되찾는 속도도 빨랐다. 시장에 도착한 그녀는 어느새 흥얼흥얼, 장을 보기 시작했다.

빵. 풀. 빵. 치즈. 빵. 빵.

카트리나가 골라 담는 식재료는 주로 빵이었다. 그녀는 탄수화물을 즐겨 먹는 편이었는데, 이는 그녀가 구사하는 검술과 관련이 깊었다.

허초(虛招)와 속임수가 난무하는 매우 공격적인 검술. 예상치 못한 경로, 또는 타이밍에 실초를 넣으려면 몸을 혹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발목 힘만으로 몸을 회전한다든가, 허리를 한계까지 뒤집어가며 상대의 이목을 속였다.

그런 사방팔방 날뛰어야 하는 검술을 수련하다 보니 열량이 높은 빵을 즐기게 된 것이었다. 본인이야 나이가 들면서 식습관이 점잖아진 거라고 생각하지만.

‘고기도 좀 사갈까?’

푸줏간 앞에 선 카트리나는 잠시 망설였다. 몇 달 전에 아들을 보러 오르빌에 들렀던 시아버지(아직 엘런과 결혼하지는 않았지만)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상단을 운영하는 시아버지는 지난 상행에서 손해를 보신 것 같았다. 이번에는 오른 왕국으로 상행을 떠난 걸 봐서는 그 손해를 만회하고자 제법 큰 도전을 결심한 듯했다.

살까 말까 살까 말까.

허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카트리나는 빵에 넣어 먹을 고기를 얇게 썰어달라 주문했다.

아직 돈을 충분히 벌지 못하는 그림쟁이, 엘런의 뒷바라지를 걱정해 ‘나도 좀 절약해야 할까?’ 망설인 것이었으나…

하! 참 나. 내가 기사다.

그림쟁이 하나쯤은 먹여 살릴 자신이 있다. 내 명의로 된 집도 있고.

괜한 걱정을 했다고 느낀 카트리나가 고기를 더 주문했다. 예정에 없던 고기 파티를 준비하는 그녀는 호기로웠다.

호갱을 만난 푸줏간 주인장은 기쁘게 웃었다.

기어이 술까지 구매한 카트리나는 양손에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곤 걸음을 재촉했다. 에구야, 엘런한테 혼나겠다, 생각하는 그때,

“저기요. 기사님, 잠시만요.”

한 소년이 따라붙었다. 그 요란한 복장의 소년 같은 청년을 돌아본 카트리나는 오우야, 저놈 잘생긴 것 봐라. 눈을 위아래로 훑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나 지금 바빠. 빨리 말해.”

“그게…”

청년이 우물쭈물했다. 카트리나는 살짝 짜증이 났지만 기다려 주었고, 이내 청년이 입을 열었다.

“기사단을 그만두세요.”

“뭐?”

듣는 사람도 어이없지만, 말한 청년도 난감하다는 듯이 제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카트리나가 돌려줄 답변은 정해져 있었다.

“별 미친놈 다 보겠네. 인생이 심심하냐?”

퉁명스럽게 답한 카트리나는 휙 등을 돌렸다. 평소 같았으면 ‘마침 근질근질했는데 잘 걸렸다.’ 혼쭐을 내줬을 터였다.

[ 업적 : 카트리나가 목숨 바쳐 지킨 남자 – 카트리나에게 큰 호감을 얻음. ]

하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아마도 가득 들어찬 장바구니를 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었는데…

– 스릉.

검이 뽑히는 소리가 들렸다.

양손에 짐을 가득 든 채, 카트리나는 다시 뒤돌아섰다. 툭 치면 억! 하고 죽을 것 같은 청년을 어처구니없이 바라보다 물었다.

“뭐 하자는 거야?”

“기사단을 그만두시라 말했습니다. 당신을 위해 하는 말이에요. 정 못 알아듣겠다면… 팔 한쪽이라도 잘라드리죠.”

“히야…”

카트리나가 골목길에 짐을 내려놓았다. 퇘! 손바닥에 침을 뱉고는 검을 뽑아 인정사정없이 내리찍었다.

이 미친놈을 반으로 갈라버릴 요량이었다.

한데 놈이 검 손잡이를 역수로 잡아 높이 들어 올렸다. 왼손과 오른손의 두 손목이 십자로 붙고, 번쩍 들려 쭉 펴진 오른팔에는 거꾸로 세운 검면(劍面)이 닿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자세다. 그러나 카트리나는 그 자세에 담긴 깊이를 이내 깨닫게 되었다.

– 쓰아앙-!

그녀의 검이 미끄러졌다. 역수로 들어 올린 검의 경사를 따라 카트리나의 검이 빗겨 내렸고, 레오의 검 끝이 떨렸다. 레오는 잘 흘려내었음에도 휘청거리는 가냘픈 육체를 다독여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갔다.

“…!!”

카트리나는 기겁했다.

그녀가 내지른 한 합을 반(半) 합으로 흘려내고는 역수로 쥔 검이 그대로 베어 들어왔다. 순간 멈칫, 몸이 굳었으나 카트리나는 기민하게 대처하였다.

나도 검을 뒤집어 잡을 수밖에 없다.

내리찍은 내 검은 왼쪽 아래에 있고, 녀석의 검은 당장 내 오른팔을 노리고 있으니, 막을 방법은 그뿐이었다.

카트리나는 후다닥 검을 역수로 뒤집어 잡았다. 많이 연습해본 동작이 아닌지라 까닥 실패할지도 몰랐다. 자칫 실수해서 검이라도 떨구면 이놈이 공언한 대로 한쪽 팔을 내주게 될 터였다.

다행히 빙그르르, 그녀의 검이 무사히 회전했다. 카트리나는 한 발자국 물러서며 검을 당겼고, 가까스로 막아낼 수 있었다.

한 명은 흘려내고, 다른 한 명은 막았으니 검술을 모르는 이는 쌤쌤이라 말할지도 모르나, 카트리나는 본인이 밀렸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건 동등한 교환이 아니다.

상대는 앞으로 나오며 기선을 잡았다. 나는 물러서며 수세에 몰렸다. 청년의 상체는 앞으로 기운 반면, 내 상체는 뒤로 젖혀졌으니 누가 손해를 보았는지는 명백하다.

더군다나 아까 이놈의 몸이 휘청이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막아낼 틈도 없었을 터라 카트리나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이었다.

검술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대신 신체 성능은 이쪽이 우월하다. 그렇다면…?

– 뿌드득.

카트리나의 골반이 끊어질 지경으로 비틀렸다. 그 짧은 순간, 억지로 박차고 나갈 각을 만들어 낸 그녀는 몸을 크게 낮추며 “흐아아압!” 사선으로 땅을 박찼는데…

– 턱.

알고 있었다는 듯이 상대가 벌어진 다리 사이로 안짱다리를 걸어왔다.

서로 검날을 역수로 세운 채 바짝 붙게 된 두 사람은 회전했다. 한 명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은 넘어뜨려 내리누르기 위함이었다.

얼싸안지는 않았으나 춤의 한 동작처럼 위치를 교환한 두 사람은 서로의 숨결을 느꼈다. 이내 카트리나가 넘어지면서 레오가 검을 내리눌렀다.

“비켯!”

– 퍽!

카트리나의 무릎이 레오의 허리를 찍었다. 넘어진 상태라 힘이 실리지 않아서 치명적이진 않았으나, 갈비뼈를 맞은 레오는 숨이 막혔다.

이걸 진짜 죽여버릴 수도 없고.

본의 아니게(?) 카트리나의 몸을 덮은 레오는 끄가가각, 누르는 검의 위치를 옮겼다.

카트리나가 쥔 검의 손잡이 쪽으로 밀어 올리며 검신을 세웠는데, 여차하면 배를 찍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레오는 그녀의 팔을 노리는 쪽을 택했다.

그러자 검을 쥔 양손이 가슴 앞에 모인 카트리나는 곤란해졌다.

자세가 너무 안 좋아서 당장 놈이 내 배를 갈라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좀전의 공약을 지키려는지 놈이 팔을 노리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아니지, 이대로는 팔꿈치가 베일 터라 차마 다행이라고는 못 하겠다.

“으아압! 비키라고!”

궁여지책으로 카트리나는 검 끝을 제 허리 옆 땅에 대었다. 그걸 지지대로 삼아 오른손으론 손잡이를 밀고, 왼손으론 땅을 짚어 몸을 빼내려 들었다. 그런데,

“흐압!”

레오가 검을 세게 비틀었다. 몸을 빼내려는 카트리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녀의 오른팔을 모로 내리눌렀다.

팔뚝이 잘릴 위기에 처한 카트리나는 검을 버렸다.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는 퍽! 레오의 반반한 얼굴을 밀어 차 버렸다. 그러곤 검을 회수하려 하였는데…

– 땡그랑!

“그만. 여기까지다.”

청년이 내 검을 가져갔다. 걷어차이는 와중에 그는 떨어진 검을 집어 저리로 던졌고, 나는 비무장, 놈은 검을 들고 있었다.

카트리나는 숨을 헐떡거렸다.

성이 났기 때문인지, 아니면 잠시 생사의 갈림길에 섰었기 때문인지는 본인도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이 청년이 나를 죽이려 들지 않았다는 건 알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숨을 골랐다. 헐떡임이 잦아들 무렵, 침묵을 깨뜨린 건 레오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카트리나였다.

“씨발. 그래. 네가 나보다 강한 건 알겠는데,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넌 뭐 하는 놈인데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행패냐고.”

말문이 터지며 긴장이 다소 완화되자 레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검을 내리곤,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기사단을 그만둬라. 난 경고했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니 흘려듣지 말아라.”

“아니, 그게 뭔 개소리야.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그리고 넌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 너 나 알어?”

안다 씨발.

네 성질머리 더러운 것도 알고, 엘런이랑 몇 년째 동거 중인 것도 알고, 네 나이랑 출생지, 시아버지가 누군지도 안다.

깡패 같은 여자.

그러면서도 존경받아 마땅할 만큼 명예로운 기사임을 알고 있었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제 성질을 못 이기는 거지만), 보기보다 잔정이 많으며, 못마땅한 후배와 기사의 명예를 지키고자 내 목숨을 거두어가라! 당당히 요구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가면 또 죽는단 말이다!’

카트리나는 레오에게 은인이었다. 기억을 공유하니 다른 레오들에게도 마찬가지겠으나, 경중이 달랐다. 이 여자한테서 직접적인 도움을 받은 사람은 레오 드 예리엘, 거지남매의 레오뿐이다.

이와는 반대로 레오 덱스터는 카트리나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굳이 고르라면 싫어하는 편이었는데, 약혼관계 첫 회차에서 카트리나가 레나를 죽였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팔을 잘라버린 적도 있고, 이전 회차에선 레나에게 폭언을 퍼부었었다.

물론, 레오 덱스터가 카트리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지난 회차의 결과가 엔딩으로 ‘고정’되었는지라 전장에 나가면 카트리나는 레오 덱스터의 손에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왜 전장에 일찍 도착했는지는 도통 모르겠다만…

이 여자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레오는 씨발씨발 입이 걸어진 카트리나가 답답해 울컥 소리쳤다.

“그만두라면 그만둘 것이지 무슨 잔말이 많아!”

“이런 미친 새끼가, 감히 누구한테 명령질이…”

…야?

카트리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미친놈… 아니, 이 미친놈님의 검에서 부글부글한 섬광이 뿜어졌다.

“소, 소… 소드마스터?”

그건 영락없는 오러블레이드였다. 쥐방울만한 청년의 무례함과 그런 자에게 패했다는 불쾌감이 씻은 듯이 날아가 버렸다.

카트리나가 털썩 무릎 꿇었다.

* * *

[ 퀘스트 : 카트리나의 삶 – 카트리나가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주세요. ]

다소 당혹스러운 일이 있었으나, 밤길을 걸어가는 레오는 기분 나쁘지 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카트리나가 저를 제자로 삼아달라 청했다.

소드마스터로부터 검을 배우는 게 평생의 소원이었다며 매달렸고, 레오는 그제야 그녀에게 걸린 굴레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카트리나는 제 검술 실력에 불만이 있었던 거다. 항상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서 그럴 거라곤 생각지 못하였는데, 참… 한 길 사람 마음속을 알기가 이렇게 어렵다.

어쨌거나 레오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좋다. 하지만 내가 곧 떠나야 해서 일주일밖에 가르쳐주지 못하겠구나. 그것으로 좋으냐?”

물었고, 카트리나는 굉장히 기뻐했다. 심지어 가르쳐주는 대가로 기사단에서 나오라 말하였는데도 흔쾌히 승낙했다.

뭔가 굉장히 쉽게 풀린 것 같지만, 레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카트리나에게 걸린 굴레 퀘스트는 엄청나게 어려운 퀘스트였다. 무려 소드마스터가 되어야만, 또는 헤르만 포르테 백작에게 그녀를 소개해 줄 수 있어야만 클리어가 가능한 퀘스트였으므로 고작 한 번 포옹해주는 게 클리어 조건이었던 카시아의 퀘스트와는 차원이 달랐다.

지금, 18번째 회차에 와서야 겨우 실마리를 잡았을 정도니까 더 말해 무엇하랴. 레오는 픽, 헛웃음 쳤다.

‘어디더라? 저쪽이었나…’

이렇게 정신없는 하루는 오랜만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생소한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굉장히 오랜만에 찾아와보는 곳이어서 긴가민가하였으나 레오는 이내 그가 원하던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아니다. 원하지는 않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뿐.

그가 당도한 곳은 한 건물 뒤편, 거지남매의 ‘집’이었다. 장식으로 튀어나온 아치에 나무판자를 기대고 천 쪼가리들로 대강 덮어둔 걸 집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레오는 빗물이 고인 작은 컵을 집었다. 시원하게 입에 털어 넣고는 집으로 기어 들어갔다. 이게 무슨 꼴이냐 싶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카트리나를 먼저 찾아간 건 사실 그녀의 집에서 묵을 수 있을까,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트리나가

“스승님!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가르쳐주신 것,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내일까지 싹 다 고쳐두지요. 그럼 내일은 어디서 뵐까요?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자택으로 문안드리러 가겠습니다.”

극존칭을 올렸다. 거기다 대고 “나는 집이 없다.”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레오는 어물어물 적당한 공터를 지목해 시간을 잡았다. 카트리나야 어딘가 신비로운 분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는 갈 곳이 없었다. {초기자금}을 고작 숙박비로 쓰긴 아깝다.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그냥 빨리 자자.’

레오는 좁다란 공간에 서둘러 몸을 눕혔다. 내일 오전이면 건물 주인이 이 누더기 집을 때려 부수러 올 터였다.

젊은 소드마스터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난 동생이 여기에 없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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