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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4

< 전운 >

1950년 분단 이래 한국과 북한은 오랜 대립관계였다.

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하고 이에 발맞춰 남한도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았던 한반도 안보는 21세기가 시작되려는 30여년 전, 지구를 강타한 대재앙 앞에 묻히고 말았다.

게이트라는 현상과 그 안에서 튀어나오는 온갖 괴물들. 마소에 의한 오염까지.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잘 살았던 한국도 대격변의 파도에 휘청거렸다.

이 대재앙은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였는데, 헌터로 각성한 각성자 모집.

이들을 훈련시킬 비용. 이들을 무장하고 게이트 발생을 사전에 포착하는 위성 및 유지비.

게이트 발생과 동시에 교통통제, 구역 확보, 던전 브레이크에 대비한 방공호 시설 완충 등 그야말로 국가의 경제력을 빨아들였다.

다시 말해.

나라의 인프라가 빈약할수록, 나라의 국고가 빈약할수록, 충분한 각성자 인구를 컨트롤 할 행정력이 빈약할수록.

아주 많은 조건을 아우르는 단 하나의 전제.

국가가 가난하면 게이트 사태에 대처도 못한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흑색 게이트가 등장하면 그대로 멸망의 길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21세기 북한은 여전히 20세기 북한과 다를 바 없었고, 오히려 더 가난해졌다. 그런 북한이 의존할 수 있었던 중국조차 오십여개로 갈갈이 찢어진 상황.

유이한 의존처는 러시아와 같은 동포인 한국.

북한은 먼저 러시아에 손을 벌렸다.

“헤헷, 형님. 같은 공산주의 혈맹이었는데, 저희한테 각성자들 좀 파견해주시면──”

“윽. 이게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거지잖아. 저리 꺼져. 우린 한국한테 탱크 팔아야 한다고.”

안 그래도 대격변으로 경제가 휘청거리는 러시아에서 돈도 안 되는 북한과 협력할 이유가 없었다.

한창 자본주의의 참맛을 알아가는 러시아는 매몰차게 북한 사절단을 쫓아냈고, 북한은 자력갱생이라는 미명하에 버티고 버티며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한국을 위협했지만──

“어이 남조선 간나쉑. 우리 대 인민공화국의 대포동 맛 좀──”

“아가리 좀 닥쳐봐. 지금 바쁘니까!”

“뭐?”

21세기 초 대한민국. 대격변으로 인한 경제불황과 마소 오염으로 인해 식량 수급처의 다변화가 긴박했던 시기.

안 그래도 식량위기로 전국이 비상이 걸린 마당에 천덕꾸러기 이웃에게 유화적 제스처를 취할 겨를은 없었다.

당장 제 코가 석자인데, 북한이고 한민족이고 나발이고 한국은 철저하게 웅크리며 헌터 전력 증강과 식량수입에 미쳐 있었던 것이다.

“더··· 더 많은 헌터가 필요해.”

“동남아에 처우가 불만인 헌터들 있지 않나? 현찰로 사버려? 외교관계 단절? 어쩌라고?”

“중국이 망했다! 대부분 뒤졌지만, 저기서 한 명이라도 더 건져와야 해!”

그야말로 혼돈의 10년. 한국은 옆나라 중국이 흑색 게이트 하나에 무너지는 꼴을 보며 국방예산까지 삭감해 헌터부 예산을 증강했고 인재 유출을 막으며 동시에 헤드헌팅을 남발했다.

돈. 우리 돈 많아. 일단 오면 강남에 아파트 주고 훈장 주고 연금 챙겨줄게!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포격위협을 해도 안 들려, 안 들려어어! 만 외치며 꾸역꾸역 전력증강을 하길 십 년.

북한이 먼저 백기를 들었다.

“핵 포기할 테니깐··· 헌터 좀 보내주시라요.”

2032년 한반도.

북한은 한국에 경제적, 안보적 종속 상태에 놓여 있었다.

* * * *

“오랜만에 오는구먼.”

한국을 대표하는 십대길드이자 가장 거대한 파벌을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청성 길드장 강진성은 맑고 깨끗한 공기에 추억에 젖어든 얼굴을 했다.

“흥! 금강산 관광할 때 아니면 오지도 않으니 추억밖에 더 떠올릴 게 있나?”

그런 강진성이 마음에 안 드는지 시비를 거는 천진수.

“자네와 달리 난 딸린 식구가 많아. 일일이 북조선 돼지들 뒷수습하자고 이곳에 올 시간은 없지.”

한국 헌터들에게 북한 지원임무는 일종의 봉사업무다.

게이트에서 획득한 부산물은 모두 가져갈 수 있지만, 인프라도 제대로 되먹지 않은 북한에 파견되는 걸 좋아하는 남한 헌터들은 없었다.

“어이고~ 자네, 지난번에 와서 김정일인가 그놈한테 뒷돈 내놓으라고 한 뒤로는 부르지도 않는다더구만. 아니, 잠깐? 자네 설마?”

꼬장꼬장한 제 친구 놈의 노골적인 논란을 떠올린 천진수는 어떤 가능성을 떠올리고 경악했다.

“귀찮은 일 여럿 만들 필요 있나? 피차 서로 꼴 보기 싫으면 안 만나는 게 상책이지.”

“봉사활동 안 하려고 수를 썼구만! 이런 영악한 노친네 같으니!”

북한에 파견되는 헌터들은 기본적으로 로테이션이다. 하지만 S급 헌터쯤 되면 북한의 요청과 한국 헌터협회의 협의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북한에서 극구 반대하는 인물이라면?

이놈만큼은 보내지 말아 달라고 사정을 한다면?

천진수는 대놓고 깽판을 쳤다가 쫓겨나듯이 북한에서 나오고 이후로도 극구 사양하는 한국 대표헌터 강진성을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니, 근데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들어왔나? 빨갱이 놈들도 자네를 딱히 지목하진 않았던 거 같은데.”

“금강산 구경이나 할까 싶어 왔지. 게이트 공략을 위해 온 것도 아니고 남북회담을 위해 얼굴 비치러 온 것 아닌가.”

일종의 무력시위였다.

대격변 이후로 북한이 핵까지 포기해가며 남한에 굴욕적인 안보협력을 맺은 가운데, 서서히 잠식되고 있는 북한에게 그들이 결코 키워낼 수 없는 강력한 S급 헌터를 내보낸다.

회담 결과에 따라선 얼마든지 북한 수뇌부의 목을 따고 유유히 남한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이 초인부대는 언제나 북한의 돌발행동을 저지해왔다.

막말로 남한 정부가 만년 헌터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에 대한 공략대 파견을 중지하면 북한은 그날로 고사할 테니까.

남북한은 국력 차는 이미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 있었고, 인구 수도, 인프라도 없다시피 한 북한에서는 헌터를 자력으로 양성할 능력도 없었다.

당장 키워낸 헌터들이 머리 좀 굵어졌다고 반항하며 그날로 중대 하나가 날아가기 일쑤니 북한은 아예 마력 각성자들을 반동분자로 몰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전적으로 한국의 헌터들에 의존해야 했다.

“그나저나 나 죽기 전에는 통일이 될랑가.”

“개성공단이다 개마고원 개발협력사다 뭐다 해서 단계적으로 경제적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지 않나. 앞으로 십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 싶네.”

“아니, 그것도 이젠 문제 되지 않을 거 같은데. 우리 형님이 있잖나?”

“형님?”

“레온 형님 말일세.”

“······.”

강진성은 아무리 봐도 액면가가 20대인 사자심왕 나이가 300살이라는 것과 그런 그를 형님이라고 모시는 천진수가 영 익숙지 않았다.

자신에게도 꼰대질인 이 친구가 도리어 역 꼰대질을 당할 때는 통쾌하긴 했지만.

“주접 그만 떨고 슬슬 도착이네. 정부관료들보다 먼저 내려야 김가놈 허리 숙이는 걸 먼저 보지 않겠나?”

“빨갱이 돼지새끼들 허리 숙이는 게 보는 맛이 있긴 하지.”

공항에 도착해 전세기에서 두 사람이 내리던 순간이었다.

-철컥!

두 사람은 자신들을 둘러싼 북한군이 총을 겨누는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

“안녕하시오. 조선인민군 정찰총국 제2국장 박상교요.”

북한 권력서열 5위권 최고 간부 중 한 명. 그가 두 사람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시간이 없으니 남조선 귀빈들은 우리를 따라오셔야겠소이다.”

주변에는 정찰총국 소속 각성자들 수십 명이 포진해 있었다.

* * * *

황금과 계약의 신성 드라고니아가 발표된 이후로 전미가 떠들썩했다.

경제계는 이 절대준수계약서가 작동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이것이 만신전의 신도라면 누구나 발부할 수 있는 계약서임도 파악했다.

그리고.

“으갹!”

미국의 거대 유튜버가 만신전 계약서를 일부러 어겨봄으로써 피드백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실험해본 결과.

-ㅎㄷㄷ 쓰러졌다.

-죽은 거 아님?

-빨리 경찰 신고해!

-앰뷸런스를 불러야지!

계약서가 불타며 곧장 피드백이 온 거대 유튜버는 구급차가 올 때까지 심정지 상태였고, 그는 구급차가 초인종을 누르자 벌떡 일어났다.

“흐허억!”

유튜버는 시청자들이 보는 가운데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는 자신이 심정지 상태로 15분 동안 방치 상태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숨을 헐떡였지만, 곧장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에 식은땀을 흘렸다.

[마지막이다.]

시청자들에게는 검은 안개로 보이는 용의 형상. 유튜버에게는 명확히 들린 그 목소리는 무엇을 경고하는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이거 진짭니다. 진짜 바로 피드백 오네. 아, 앞으로 난 이 계약서 쓰면 무조건 지킬 겁니다.”

구독자 천만 명의 초대형 유튜버가 내린 결론에 모두가 드라고니아 계약서의 힘에 대해 알게 됐고──

“앞으로 회사 계약서는 모두 드라고니아 계약서로 체결하겠습니다.’

발빠르게 이슈를 체킹한 한 광고회사가 사내 계약서 전량 드라고니아 계약서로 체결하겠다 발표하면서 주가는 상한선을 치기 시작했고 너도나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회사 운영하려면 만신전 신도가 되어야 한다니 이게 말이야 방구야······.”

그렇게 전세계가 새로운 금융혁명에 눈 돌아간 사이 엄청난 문의가 만신전에 들어왔고 야피는 비행기 안에서도 업무를 해야 할 정도였다.

“야피 경. 뭐해요?”

하리의 질문에 야피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드라고니아 계약업무 수행 중.

“그래요? 보기에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

-네트워크 결합 스토리지에서 업무 처리 중. 현재 9,657건의 계약을 검토 중임.

“우와~ 대단하네요.”

하리는 야피가 만신전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업무를 소화하고 있음을 익히 들었다.

지구권 위성탐색 임무, 펀드 운용과 공장 시스템 관리 등 온갖 멀티 태스킹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고도의 강인공지능.

야피가 아니었다면 과연 누가 건드릴 수나 있었을까?

“바쁘지 않으면 폐하께서 부르시는데 잠시 따라오시겠어요?”

-끼룩!

야피는 기계다리로 안전벨트를 쪼물딱거리더니 벨트를 풀고는 하리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자연스럽게 야피를 레온 앞에 배송하는 하리. 비행기의 일등석에는 레온이 한창 활공 중인 태평양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폐하, 야피 경을 데려왔어요.”

“그래.”

레온은 하리의 머리 위에서 톡 내려오는 야피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스피너 경.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내 확인할 것이 있어 불렀네.”

-끼룩?

“전에 짐이 명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편력기사 구대성이 보고했던 일 말이야.”

그 일이라면 야피가 이미 수행한 바가 있었다.

-한반도 북부 지역의 전면적인 재관측 결과 어떠한 이상점도 발견하지 못함. 북한 지역은 평소와 같음.

“그래, 그런가?”

레온은 야피의 보고에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는 건지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야피의 정보전은 지구의 어떤 기술을 대입해도 비교할 수가 없다.

우주에 자리 잡은 우주 통합 무장플랫폼이 겸하는 지구권 탐색기능은 세계 그 어떤 위성도 비교할 수 없었고, 드론 시스템을 이용한 직접적인 관측도 그 어떤 정보기관에게 들키지 않고 은밀하게 움직였다.

구대성 사건 이후로 북한 전지역을 탐색했지만, 정찰 시스템이 파악한 결론은 동일했다.

북한은 여전히 평소와 다를 게 없다고.

“이상하군. 평소와 전혀 다를 게 없다고?”

-그러함.

레온은 철저하게 객관적인 정보만을 고집하는 기계이기에 놓친 맹점을 물었다.

“다른 기준을 놓고 보게. 스피너 경이 보기에 북한의 여력으로 대규모 게이트 사태를 별다른 피해 없이 막을 수 있겠는가?”

-끼룩?

야피는 그 즉시 북한의 가용전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내세우는 ‘헌터의 숫자’와 몇 개월 전부터 있었던 게이트 사태를 대입했다.

이미 북한에는 한국 헌터들이 파견되어 있었고, 그 전력까지 합하면 지난 대규모 게이트 사태는 북한이 막아내기에 불가한 사건은 아니었다.

‘북한이 주장하는 통계대로라면’.

“스피너 경. 세상에는 체면을 위해 거짓된 통계를 남발하는 국가도 있음이야.”

-······.

야피는 네트워크에 등록된 ‘통계의 함정’의 가능성을 그제야 계산하기 시작했다.

북한 정부가 당국의 체면을 위해 주장하는 인민전사들의 숫자와 수준. 그것이 상당히 과장되었음을 감안한다면──

-북한 지역의 경제적, 인적 피해가 너무나 경미함.

무언가 잘못됐다. 완벽하고 절대적인 기술력으로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 여기는 강인공지능이기에 이런 초보적인 실수가 발생했다.

야피가 곧장 북한 정부가 주장하는 ‘허수’를 제외하고 계산식을 다시 대입하려던 그 순간──

-위성관측. 인근 해상의 해수면 파동 발생. 항적 추적. SLCM(잠수함 발사 순항 미사일) 다수 접근 중.

“옛?”

하얗게 질린 하리. 태평양 한복판에 순항 미사일이라고? 이곳은 미 해군의 영역이 아닌가?

-삐익! 삐익! 삐익!

그리고 야피의 관측이 거짓이 아니란 것처럼 전세기에 울리는 위협경보. 미사일의 접근을 알리는 경보와 함께 전세기를 호위하던 미 공군 전투기들이 즉각 대응했다.

하지만──

-적 순항 미사일 다수. 아군기의 요격 전량 회피. 통합 무장플랫폼의 요격태세 전환.

야피는 위성관측을 통해 접근하는 미사일의 움직임을 속속 파악했다. 미 공군 전투기에 의한 요격이 실패했으니 야피도 공격위성을 통한 미사일 요격에 나섰다.

-콰아!

-콰아아!

우주에서 내리꽂히는 입자포. 현대 과학문명으로는 회피할 수 없는 극초음속 에너지 입자포가 접근하는 미사일들을 향해 퍼부어졌다.

-콰앙!

-콰쾅!

속속 요격되는 순항 미사일. 하지만 몇몇 미사일이 폭발하는 미사일들의 연기를 헤치며 빠르게 접근했다.

-접근 중. 충돌까지 15초.

야피가 보고를 올린 순간, 레온이 팔을 뻗은 것과 미사일이 전세기에 충돌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콰아아아아앙!!

태평양 상공에서 터진 거대한 폭발과 함께 만신전의 기사들을 싣고 비행하던 공군 2호기가 해수면으로 추락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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