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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4

#204

번천회주 (1)

‘범상치 않은 놈이군.’

그것이 상대를 마주한 한스가 느낀 첫인상이었다.

‘불사왕’을 온전히 계승해 격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그의 감지 능력은 가히 초월적인 수준까지 확장되었다.

이젠 단순 기감만으로도 서울 전역을 뒤덮을 수 있었고, 특정 대상에게 집중한다면 그 수준은 물론 성향과 능력까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감각.

그것이 격에 따른 관점의 가장 큰 변화였다.

‘그런데, 저자는···.’

알 수 없다.

‘한스로 이런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인 것 같은데.’

그 ‘알 수 없다’는 것이 한스가 알 수 있는 전부였다.

[뭐냐? 네놈은.]

하지만 거물이라면 원래 언제 어떤 상황에 닥치더라도 여유를 잃어선 안 되는 법.

그는 태연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기감을 펼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순식간에 분석했다.

‘차원이 분리되며 좌표가 뒤틀렸다. 바깥으로 공간 이동하는 건 불가능. 마찬가지로 밖에서도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사실 지구에서의 활동 중 곤경에 처했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대응에는 제법 여러 가지가 있었다.

「영웅의 발자취」를 이용한 아바타의 추가 증원이나 「개체 투영」으로 한스로 변신한 본체의 난입 같은 것들.

하지만—.

“제법 분주해 보이는군. 이제 상황 파악은 다 끝났나?”

마치 친구에게 말을 걸듯 다정한 말투로 질문을 던지는 정체불명의 사내.

그의 말대로, 지금 이 공간에서는 그 어떤 방법도 사용할 수 없었다.

아우테리카의 본거지인 불사성과 일본의 번천회 간부가 사용했던 닫힌 세계도 나름 높은 수준의 술법이었는데···.

‘이건 그것들과는 차원이 다르군. 이런 공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 그대로 존재하는 ‘차원’이 달랐다.

아무리 고유스킬이라지만 그 발동 원리조차 파악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혹시 차원을 넘을 수 있게 해주는 ‘이계전송진’을 사용한다면 어떨까 싶기도 했으나, 지금은 일단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먼저였다.

아직 적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패부터 까발리는 건 멍청한 짓이었으니까.

[이거 참, 귀찮게 하는군. 역시 번천회인가? 질리지도 않고 또 찾아왔구나. 그때 박살 난 것만으론 부족했던 모양이야.]

일단은 정보 수집부터.

그는 상대를 도발하며 서서히 기세를 끌어올렸다.

고오오오—

한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새카만 기운이 연기가 퍼지듯 사방을 집어삼켰다.

동시에 세상의 밝기가 몇 단계는 내려가고, 삽시간에 떨어진 기온에 서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불사의 심장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흑마력은 물론, 그것의 근본이나 다름없는 심연까지 해방되어 주변 공간을 좀먹었다.

“흐음.”

과연 그 기운은 상대에게도 위협적이었는지, 사내는 눈살을 찌푸리며 경계하듯 슬쩍 뒤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그의 태도에선 왠지 모를 여유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그 심장···. 세계의 죽음을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돕는 매개체인가? 안정성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데. 아무나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군.”

“오오오! 회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 문제만 해결된다면 저건 굉장히 효율적인 에너지원이 될 겁니다! 캘리카스의 기술을 처음 접했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

그때, 갑작스러운 제삼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호들갑스러운 개입에 한스의 시선이 사내의 옆쪽으로 향했다.

“자고로 새로운 개념과 원리! 그 혁신이야말로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 아니겠습니까? 역시 차원에 따라 신비도 다양한 법이군요. 회주, 얼른 저걸 연구하게 해 주십시오! 저건 과연 제게 어떤 지식을 선물해 줄 지—!”

그곳엔 언제 나타났는지 후줄근한 중년의 서양인이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을 그에게로 향하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처음 등장한 녀석과는 달리, 그는 한스가 풍기는 공포의 아우라를 온전히 이겨내지 못한 듯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런 육체의 반응을 무시할 만큼 두 눈은 이미 무언가에 대한 욕망으로 완전히 맛이 간 상태였다.

‘이건 또 색다른 반응이네. 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 아니, 그보다 회주?’

말할 것도 없이, 이 상황에서 회주가 누군지는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렇군. 네가 번천회의 수장인가.]

그 물음에 종잡을 수 없는 기척의 사내··· 아니, 번천회주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맺혔다.

“그래, 내가 번천회의 주인이지. 하회탈 네가 사사건건 방해한 일을 지시한 장본인이고.”

[호오? 그거참 안타깝구나. 그런데 이걸 어쩌나? 그 방해, 앞으로도 계속될 텐데. 크크큭—.]

“흐음, 역시 그런가.”

한스의 그 뻔뻔한 말에도 회주는 여상한 태도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대답이 끝난 직후.

오싹—

한스는 갑작스레 자신의 영역을 파고드는 의념을 감지하고, 그 즉시 본능적으로 몸을 뒤쪽으로 물렸다.

콰드드득!

그와 동시에 살벌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그가 조금 전까지 있던 장소.

그 공간이 보이지 않는 거인의 손에 구겨지듯 통째로 으스러져 있었다.

“역시 이걸 반응할 정도는 되는군. 잡으려면 조금 귀찮겠는데.”

[크흐— 성격 한번 급하구나. 물론 나 또한 대화보단 폭력을 선호하지만 말이지!]

지이잉— 지잉! 지잉—!

한스의 주변으로 순식간에 수십 개의 흑마법진이 전개되었다.

이미 이 공간의 대부분은 상대의 통제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심연이 영향을 끼치는 영역에서만큼은 그도 평상시와 비슷한 수준의 무력을 투사할 수 있었다.

“그럼 잠깐 실력 좀 볼까.”

그리고 회주가 그를 향해 가볍게 손을 뻗는 것과 동시에.

한스를 둘러싼 ‘세계’가 일제히 그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자신의 안에 들어온 병원균을 제거하려는 것처럼 그의 영역을 침식해 공간이 붕괴하길 반복한다.

그에 대응해 심연이 가득 담긴 흑마력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그와 충돌한 공간이 뒤틀리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까다로운데. 단순히 공간을 조작하는 수준이 아니야. 이건 마치, 하나의 세상과 싸우는 것 같군.’

당장은 대등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애초에 이곳은 상대의 홈그라운드.

어떤 수작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 이렇게 정면으로 맞붙는 것 자체가 썩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거기에 놈의 태도를 보아하니 딱히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과연 세계의 죽음인가. 확실히 번거로운 힘이군.”

“우호홋—! 대단하군요! 그런데 언데드는 안 꺼내는 건가? 본 드래곤! 본 드래곤을 보여주시죠! 다른 언데드가 있으면 그것도!”

아무리 봐도 저 여유로운 태도는 뭔가 비장의 수단을 숨기고 있는 모습이지 않은가.

회주 본인도 그렇고 그 옆의 미치광이 또한 자기들이 패배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는 듯했다.

‘흐음, 어쩔까. 역시 이곳에서 곧바로 사생결단을 내는 것보단···.’

하지만 위기감이 없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지금은 일단 놈의 밑천을 최대한 털어먹고 적당히 몸을 빼는 게 좋겠다. 언데드도 일단은 아끼자.’

그 말로만 듣던 번천회주를 직접 대면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어차피 한스의 능력이야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황이었으니, 적당히 어울려주며 놈이 숨기고 있는 비장의 한 수까지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리라.

‘탐색전 이후의 작전상 후퇴는 아직 진 게 아니지!’

그에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유효한 만능 도주기, ‘소환 해제’가 있었으니까.

***

넓은 방 안 곳곳에 미로처럼 세워진 복잡한 만다라 패턴의 직물들.

채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두컴컴한 실내를 밝히는 다수의 촛불과, 곳곳에 장식된 온갖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제구(祭具)들까지.

후우—

그 음침하면서도 이국적인 공간의 중앙에서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보고하라.”

동시에 나른하게 늘어지는 여성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예, 오라클. 우선 아프리카의 상황은 매우 순조롭습니다. 나이지리아와 이집트, 남아공 등 주요 국가의 잠식도 막바지 단계로···.”

이후 한동안 전신을 검은 천으로 두른 수하의 보고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프리카에서 시작해서 남미의 순항을 거쳐, 북미와 유럽의 미약한 고전까지.

하아—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중앙의 좌식 소파에 기대앉은 갈색 피부의 여성은 듣는 둥 마는 둥 느긋하게 물담배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상황은 여전히 그리 좋지 않다고 합니다. 한국에서의 전면적 퇴각에 더해, 최근 일본까지 큰 타격을 입으며···.”

“일본.”

그러다 최근 관심을 두고 있던 지역에 대한 말이 나오자, 그녀는 수하의 말을 끊고서 나직이 읊조렸다.

“회주님은··· 일본에 가셨나?”

“그렇습니다. 닥터와 율령자를 대동하고 하회탈이란 귀환자를 잡으러 직접 행차하셨습니다.”

“···하회탈이란 말이지.”

그 말을 끝으로 지그시 눈을 감는 그녀의 이마에서, 물방울 모양의 붉은 보석이 촛불의 일렁이는 불빛을 받아 요사한 광채를 흘렸다.

“쯧, 한국은 유독 주의하며 진행하고 있었을 텐데. 역시 그런 걸로는 부족했나.”

이내 눈을 뜬 그녀가 조용히 불평을 토하며 다시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중국과 일본에 적극적으로 손을 쓰면서도 인접국인 한국에서의 확장은 상당히 더딘 감이 있었는데, 그건 오래전부터 오라클의 의사가 반영된 방침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나름 신경을 쓰고 있었음에도 결국 일이 틀어져 버렸으니···.

‘닥터 그 인간이 시끄럽게 떠들 것을 생각하니 벌써 머리가 아프군.’

또 그 하회탈이란 존재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격을 이뤄 한계를 넘어선 존재라 할지라도 같은 세계에 있는 이상 그녀의 통찰을 쉽게 벗어날 순 없을진대.

그자는 너무나도 쉽게 그녀의 눈길을 벗어나 커다란 일을 펑펑 터트리고 있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존재가 제대로 확정되질 않아. ···하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 정도면 뭔가 비장의 수단이라도 있을 터.’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불확정 요소로 가득한 존재.

그녀가 가장 마주하기 꺼리는 유형이었다.

평소라면 상대에 대해 확실히 파악할 때까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쪽을 택했을 테지만···.

‘···이번엔 회주가 직접 나섰으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오라클은 이어지는 부하의 보고를 들으며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러나 그 머릿속에는 회주와 하회탈에 대한 생각이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비록 당장은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으나, 사실상 지금 지구상에서 그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 신이라도 직접 강림하지 않는 한은.

‘궁금하네. 하회탈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도 그럴 것이—.

회주는 이미 몇 개나 되는 차원을 파멸로 이끈.

세상을 먹어 치우는 괴물 그 자체였으니까.

***

직선으로 뻗어 나가던 검은 섬광이 굴절된 공간에 휘어진다.

사방을 뒤덮은 지독한 저주가 단절된 공간에 갈 곳을 잃었다.

영혼조차 불사르는 지옥의 불길이 부서진 공간에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콰드득!

혼란스러운 전투의 소음 속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뒤섞였다.

“아깝군. 이걸로 확실히 끝내려 했는데. 아직도 여력을 감추고 있었나?”

번천회주가 아쉽다는 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의 한 손에는 어느새 박살 난 채 검은 재가 되어 부스러지는 한스의 왼팔이 쥐어져 있었다.

‘···곤란하군.’

한스는 막 새로 돋아난 왼팔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며 슬쩍 두개골을 기울였다.

정보를 위한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너무 방심했는지, 하마터면 놈의 공격에 심장이 그대로 노출될 뻔했다.

‘이쪽의 공격이 제대로 통하지도 않는 데 반해서 놈의 공간 침식은 가성비가 너무 좋아. 적어도 이 공간 안에선 에너지 효율이 상대도 되지 않겠는데.’

아무리 그의 마력이 무한에 가깝다지만 운용에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면 점점 그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추후 제대로 된 전투를 벌일 때도 큰 걸림돌이 되겠지.

‘그래도 영 소득이 없는 건 아니군.’

한스는 재차 마력을 끌어올리며 마주한 상대, 번천회의 회주를 바라보았다.

[그래, 예상은 하고 있었다만. 역시 네놈도 순수한 인간은 아니었구나.]

“영광인줄 알거라. 그리 자주 보여주는 모습이 아니니까. 괜히 더 시간을 끄는 것보다 이쪽이 덜 피곤할 것 같고 말이지.”

펄럭—

엄숙한 목소리와 함께 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찬란한 노을빛 광채가 사위를 뒤덮었다.

그에 한스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심연이 녹아내리며, 공간 침식을 막기 위해 세웠던 방비에 숭숭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큭!’

콰득!

급하게 자리를 피했음에도 이번엔 오른쪽 발목이 날아갔다.

조금 전에 그의 왼팔을 가져갔던 연계 공격이자, 한스가 다루는 기운인 흑마력과 심연의 극상성에 위치한 힘.

신성력이었다.

‘하필 상성이 최악이군. 그런데 저 녀석에겐 힘의 제약이 없는 것 같은데?’

신성력을 사용하는 모든 귀환자는 지구에서 그 힘이 약화된다.

그건 힘의 메커니즘상 어쩔 수 없는 일로, 자신 또한 하인리히를 통해 직접 겪어봤던 일이었다.

물론 한스의 심연 또한 비슷한 경우였고.

‘···역시 저 외관과 연관이 있는 건가.’

펄럭—

그렇게 생각한 것과 동시에.

거친 날갯짓 소리와 함께 다시 불그스름한 노을빛이 사방을 뒤덮었다.

성자인 하인리히가 아우테리카에서 사용하던 것을 훌쩍 넘어서는 출력의 막강한 신성력.

“피곤하니 빨리 끝내도록 할까.”

놈의 뒤통수에서 비치는 후광과 그 등에서 양쪽으로 쭉 뻗은··· 길이만 3미터가 넘는 한 쌍의 거대한 날개.

번천회의 회주는.

‘악의 조직의 수장이 천사라니··· 뭐 이런 거지 같은 경우가!’

어딜 어떻게 봐도 천사 그 자체였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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