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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5

< 기습 >

“뭐? 북한 사절단하고 연락이 끊겼다고?”

대통령 집무실. 안동길 대통령은 북한에 보낸 새해 사절단이 연락두절됐다는 소식에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냥 통신이 막힌 거 아냐? 그쪽 핫라인 불안정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잖아.”

중국이 찢어진 뒤, 기댈 곳 없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얌전해졌다곤 해도 낙후된 인프라는 여전했다.

요즘도 날씨가 안 좋으면 기지국이 터져나가 통신이 끊기기 일쑤이고, 애초에 남북한 간에 핫라인이 그리 많지 않다.

점진적인 북한 붕괴와 통합을 노리고 있는 한국 정부로서도 이 문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

북한이 헌터 이외의 도움을 거부하면서 어떻게든 권력 연장의 기를 쓰기 때문이다.

수령님 아바이 은혜로 유지되는 지상락원에서 남조선 패역도당 소식은 적게 들릴수록 좋은 것이니까.

“북한에 뭐 불미스러운 움직임 같은 건 없는 거지?”

“예! 북한 전역은 미군 위성에 의해 감시되고 있으니까요.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럼 별문제는 없는 거네?”

보좌관들의 답변에 안동길 대통령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런 것보다 만신전은? 만신전은 언제 귀환한대? 오늘 출발하는 게 맞지?”

“네, 오늘 밤 덜레스 워싱턴 공항에서 출발했답니다. 미 공군기가 호위를 하고 저희 공군기가 인계하기로 했습니다.”

보좌관은 한 가지 덧붙였다.

“일본 정부에서 합동 호위를 제안했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끙··· 의도가 뻔하긴 한데.”

레온이 새해 공식일정을 안동길 대통령과 함께하기로 했다. 안 그래도 황금과 계약의 신 드라고니아가 발표되고 나서 전세계 정부와 기업인사들이 레온과 접촉하길 바라는 가운데, 안동길 대통령은 아주 땡잡았다 할 수 있다.

누구보다도 먼저 만신전의 지도자인 레온과 접촉해 금융혁명이나 다름없는 드라고니아 계약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테니까.

‘수수료에 대한 중계비용도 흐흐흐······.’

만신전은 공식적으로는 세금을 내고 있지 않지만,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적당히 포장하여 한국 정부에 대납하고 있다.

그리고 만신전 본진이 한국인 이상 전세계에서 체결되는 계약서와 그 1% 수수료는 한국을 거쳐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재화가 한국을 거쳐갈 테니 그 떡고물만 해도 자신의 치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쪽 의도는 역시 그쪽이겠지?”

“예, 아마 한국 다음에는 자신들이 먼저 만나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겠죠. 적어도 새해 공식업무에서 만신전 간부급은 초빙하길 바랄 겁니다.”

“베아트리체 여왕과 야크트 스피너 경은 사실상 사자심왕의 대리인이나 마찬가지야. 둘 중 하나만 초빙해도 좋다는 입장이겠지.”

일본뿐이 아니다. 인근의 러시아, 대만부터 유럽 각국이 만신전과 접촉하고 싶어 안달이었다.

당장 새해 대통령 공식 의전행사에 이상할 정도로 직책이 높은 장관급 인사들이 몰려오는 것만 해도 그 의도가 뻔했다.

“흐흐흐흐······.”

안동길 대통령은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방문의사에 올라가는 국격을 실감했다.

오강혁 협회장이 죽자고 만신전에 올인할 때는 저 영감탱이가 미쳤나 싶었지만, 이제 보니 노인의 선견지명이었다.

‘올라가는 국격과! 쌓여가는 내 치적! 아주 안정적이야!’

레온과 만신전이 도착하면 뭐부터 할까? 일단 레드카펫을 깔고 환영회 준비를 해놨으니 만찬식도 열고, 새로운 생존자인 카리나 대공과도 마주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 드라고니아 계약서를 어떻게 운용할 거냐는 것부터겠지.

뭘 해도 기본만 하면 한국 새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최고점을 찍을 테니 이보다 쉬운 일이 또 있을까?

“국방부 김 장관한테 의전대 훈련 확실하게 하라 그래! 환영식에 가족 만난답시고 고향 내려가는 장관들 있으면 내 손에 짤린다고 전하고!”

“예, 옙···!”

그러나 다음 날, 안동길 대통령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 * * *

한반도를 반으로 뚝 갈라놓고 민족을 분단시킨 휴전선의 업무는 80년간 비슷비슷하다.

양측 모두 비무장지대를 앞에 두고 병사들을 순찰하게 한다.

예전에는 대남도발이니 목함지뢰이니 대남도발 사건이 많았지만, 북한이 한국의 헌터 파견부대에 종속되기 시작하면서는 그런 대남도발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기껏해야 연평도 언저리 해수면에 포탄 몇 발 쏘는 게 고작. 이마저도 북한이 한국 정부의 눈치를 많이 보며 적당한 선을 지키고 있었다.

“후아암~”

휴전선 인근 GOP 경계초소. 1년 10개월의 군생활을 마치고 전역을 앞둔 김 병장은 맑고 깨끗한 별하늘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었다.

“곧 전역이신데, 욕 보십니다.”

“흐흐, 내일이면 꿍쳐둔 휴가 쫙 쓰고 이 지긋지긋한 군 생활도 끝이다. 박일훈이~ 너는 남고 나는 간다~”

“아 쫌···!”

비록 북한과의 평화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곤 하나 한국군은 여전히 북한군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다.

어쨌든 국군의 존재의의이기도 했고, 심심할 때마다 대남도발이 몇 번인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의외로 휴전선의 GOP들은 태평했는데, 북한의 주 도발은 어디까지나 해안선에서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해수면 포격으로만 그쳤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목함지뢰다 뭐다 말이 많았지만, 북한군도 남한 정부의 눈치를 보며 사상자가 발생하는 도발은 최대한 피하고 있었다.

별일이 없는 이상 고라니와 멧돼지와 함께하던 군 생활도 무난히 끝이 나리라.

-그르르르르르르르···!

고요한 휴전선에서 괴이한 소음이 울리기까지. 그들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 누가 한밤중에 경운기를······.”

“미친놈아, 이 동네에서 누가 경운기를 끌고 다녀!”

김 병장의 매서운 질타에 박 상병은 소음의 근원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하··· 씨발.”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수십 기의 항공기가 자신들의 휴전선을 향해 진입하고 있었다.

두 사병은 난데없이 꼭두새벽에 접근하는 북한 수송기들을 보며 50년 전 미그기를 이끌고 탈북한 전투기 조종사를 떠올렸다.

* * * *

북에서 넘어온 항공기 파일럿들은 긴급 출격한 한국 전투기 편대에 의해 수원 공군기지로 유도되었다.

수십 대의 항공기들이 수원 전투비행장에 연착륙을 하면서 노후화로 랜딩기어가 망가진 미그기 한 대가 비행장에 처박히는 사고가 있긴 했지만, 죽은 사람은 없이 무사히 국정원에 인도됐다.

“그러니까 리상혁 씨는 귀순의사로 오신 거다? 다들 같은 뜻입니까?”

“그렇습네다! 내래 항공군 동지들하고 의기투압하여 이렇게 내려온 겁네다. 믿어주시라요!”

“아, 예예···.”

북한에서 탈북하는 탈북자들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집단으로 항공기를 끌고 몰려오는 경우는 80년 분단 역사상 처음이었다.

국정원의 조사관들은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할 생각이었고 40명에 달하는 북한 조종사들을 따로따로 교차검증하기로 했다.

만약 거짓이 있다면 누군가는 허점을 드러내겠지.

하지만 그들은 지나치게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그, 그러니까 내래 5군단에서 박진 상장한테서──”

“방금은 류경수 사단이라면서요. 아니, 몇 분 전에 했던 말을 벌써 바꿉니까?”

“그, 그거이 아니라···!”

“우리 집이 평양에서 멀지 않아서··· 아니, 아바디가 원산 사셨나? 아니, 그··· 개성? 아닌데······.”

“특명을 하달받고 내려왔습네다. 남조선 동무들에게 전달할 아주 중요한──특명을 하달받고내려왔습네다남조선동무들에게전달할아주중요한──”

“······리진수씨?”

북한 전투기 조종사들의 집단 귀순사건이 벌어진 뒤, 세 시간이 지난 28일 오후 1시.

탈북 조종사들은 마치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춰 섰다.

40명의 조종사 전원이 한낱한시에 정확히. 벽과 벽 사이를 두고 일제히 멈춘 광경은 매직미러를 통해 지켜보던 국정원 요원들에게 기괴할 정도였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저래?”

“일단 안에 있는 나오라고 해! 뭔가 이상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간부의 명령이 무의미하게 ‘배신자들’에게 심어진 폭탄은 가동됐다.

“아, 알고 있었──”

절망에 빠진 조종사의 눈알부터 터져나갔다.

-위잉! 위이이잉!!

「시설 내 모든 요원들에게 고함! 내부에 악마 발생! 몬스터 발생! 각성자 진압부대 신속히 이동하라!」

2032년 12월 28일 오후 1시.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서 몬스터 발생. 오염원 확대 중.

* * * *

“씨발씨발씨발!!”

대통령은 품위를 지켜야 하는 자리다. 그가 집무실도 아니고 청사 건물에서 욕지거리를 하며 돌아다닌다는 걸 기자들이 알았다간 친 야당성향의 기자들이 포문을 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곳이 군 시설인 용산 합동참모본부라는 것일까.

그것과는 별개로 보좌관들이 생각하기에도 지금 욕지거리를 안 하는 한국 고위층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새벽 중에 갑작스런 대규모 북한 수송기 귀순이 있었다.

자세한 상황은 몰라도 실질적인 피해가 생긴 건 아닌지라 국방부에선 남북분단 이래 최대규모 인민군 탈북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해? 조사실에서 몬스터가 발생했다는게?”

“네, 국정원 제2차장이 직접 보고한 사안입니다. 현재 국정원 직속 각성자 부대가 진압 중에 있습니다.”

“그걸로는 부족해. 주변 헌터 길드들도 불러들여! 서울 시내에 기갑부대를 밀어넣을 순 없잖아!”

안동길 대통령은 즉시 전시태세를 발령하고 대통령은 전시 프로토콜대로 합참본부의 지하 벙커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는 이미 합참의장을 비롯한 장성들이 있었고 그들은 안 대통령의 입장에 벌떡 일어섰다.

“오셨습니까, 각하!”

합참의장의 인사에 안 대통령은 드물게 손짓거리로 넘기고 곧장 상석에 앉았다. 안 대통령이 이곳에 온 건 1년여 전, 서울 한복판에 흑색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 이후로 처음이다.

“대충 들었지만,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네, 27분 전, 귀순한 북한 조종사들이 전원 사망했습니다.”

“동시에 내부에서 정체불명의 몬스터가 발생했다는 보고입니다. 내부에서의 테러를 노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

뭔가 애매하다.

북한 항공기들의 대규모 귀순으로 위장해 침투하고 조종사들이 일제히 자폭한다?

물론 이만한 규모의 대남도발은 가히 80년 휴전 역사상 최대규모이긴 했다. 규모를 치자면 판문점 도끼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을 아득히 넘어섰다.

하지만 이게 전면전 시도라기엔 규모가 애매했다.

고작 수십 명의 자폭테러로 국정원 청사 하나 무력화한 게 피해라면 피해인 것이다.

물론 몬스터들까지 출몰한 이상 가벼이 넘길 사안은 아니지만, 서울에는 일만 명이 넘는 헌터들이 있었다.

“지금 북한 쪽 핫라인 연결되는 거 있어요?”

“사절단 연락이 끊긴 이후로는 연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타이밍이 또 공교롭기도 했고. 안 대통령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 밥 달라고 떼쓰는 건가?”

“그렇다기엔 이번 도발은 규모가······.”

“아니, 그렇다고 선전포고로도 애매한 규모잖아요. 내부 강경파의 테러일 수도 있고.”

최근 20년 간은 끊기다시피한 대남도발의 연장선이라기엔 규모가 너무 컸고, 선전포고라기엔 또 규모가 너무 작은 애매한 사건.

“일단 데프콘 3까지는··· 발령해야겠죠?”

이것만 해도 판문점 사건에 준하는 준전시태세다. 연평해전 이후로 단 한 번도 발령된 적이 없는 전시태세. 하지만 그 아랫등급을 발령하기엔 사태가 심상치 않다.

데프콘 3냐 워치콘 2냐. 안 대통령이 고뇌에 빠질 무렵──

“각하! 주한민군으로부터 긴급연락입니다! 신원미상의 잠수함이 공군 2호기를 격추했습니다!”

“······어?”

공군 2호기.

다시 말해 한국 정부의 고위급 전세기 중 하나다. 최근에 미국 워싱턴 공항에서 만신전을 실어다 나른 그 전세기였다.

“마, 만신전은?”

“그, 그것이······.”

대답을 주저하는 보조관의 반응에 안 대통령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그가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쿵!

용산 합참본부 지하벙커. 그 위로 심상치 않은 폭음이 울려 퍼졌다.

-위잉~! 위잉! 위이이잉!

그리고 청사 전체에 울리는 비상음. 동시에 통신병들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긴급정보를 전달해왔다.

“이, 인천항에 몬스터 상륙이 확인됐습니다!”

“휴전선 인근에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 발생! 규모 십만 이상입니다! 레이더가 너무 늦게 포착했어요!”

“서, 서울 내부에서 의문의 폭탄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시민들이··· 시민들이 몬스터화 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나주시에서 비슷한 폭발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대규모 몬스터 군단이 만신전을 향해 진군 중이라고 합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의 파도가 갑작스레 몰려왔다.

마치 어떤 사건이 시발점이 된 것처럼 쏟아지는 악재들.

그리고 이건 결코 외부에서만의 소요 사태가 아니었다.

“신원불명의 부대가 청사를 습격했습니다! 이, 인간입니다! 몬스터가 아닌 인간입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인간으로 구성된 부대가 합참본부를 급습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어떻게와 왜를 차치하고.

이 타이밍에 대통령과 군 장성들이 모인 청사를 급습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전쟁이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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