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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9

< 탈취당한 군라르의 모종 >

“죄송합니다, 폐하! 저희들의 실책입니다!”

나주 만신전. 김진수 과장을 비롯한 맨앳암즈와 주민들이 부복하며 레온에게 잘못을 고했다.

전투는 완벽한 승리였다. 일만에 달하는 반마군단에 맞서 맨앳암즈와 주민들은 훌륭하게 저항했고 백작급 전쟁무장이 동원되어 전투는 승리로 마무리 지어졌다.

이 전투에서 포로로 잡은 반마들만 3천에 달했고 나머지는 죄 죽거나 도망쳤으니 대승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군라르의 모종이 탈취됐다라······.”

전투를 마무리하고 돌아온 김진수 과장은 만신전 안뜰에 고이 심어져 자라고 있던 모종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것이 모종을 탈취하기 위한 악마들의 수작이라는 것도.

“스피너 경.”

-끼룩······.

레온의 호명에 야피는 축 늘어진 것처럼 힘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본기의 성물 관리 시스템은 완벽했음.

“허나, 모종이 탈취되었다.”

-······.

야피는 대답하지 못했다. 레온이 군라르의 모종을 심고 그것을 싹 틔우는 동안 그는 야피에게 이 모종의 관리와 수호를 명령했다.

야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관리체계를 준비했다. 유기체의 방심 따위 없는 완벽한 방어 시스템이 이곳에 있었다.

한정적이지만 대악마도 상대할 수 있는 백작급 개체와 24시간 풀가동하는 드론 경계 시스템. 여차하면 위성병기까지 동원해 접근하는 적대세력을 포격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편력기사 구대성의 회령 사건 이후 북한의 감시에도 별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지?”

-끼루욱······.

야피는 은밀기동형 무인기를 다수 사출해 북한을 살폈다. 하지만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랬을 터인데, 북한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몬스터들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레온은 야피의 능력을 의심치 않았다. 애초에 강인공지능인 야피에게 방심이나 실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르게 생각해볼 수밖에.

“놈들은 기계의 눈을 속이는 수단을 가지고 있는 거겠지.”

야피가 자랑하는 미래세기 첨단 기술력의 완벽한 감시, 방어 시스템을 악마들은 대수롭지 않게 피해냈다.

그들의 불멸성 때문에 간과하기 쉽지만, 악마들의 기술력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발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지, 그들은 이미 야피처럼 고등급 과학력을 가진 세계도 여럿 멸망시켰을 것이다.

“폐하, 상황이 심각한 건가요?”

베아트리체의 물음에 오히려 카리나나 불카누스가 침음성을 흘렸다. 라이온하트 왕국 출신의 순혈 성배기사들은 그것이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 알기 때문이다.

“그 파멸의 나뭇가지를 재현하기 위해서일 거외다.”

카리나와 불카누스 두 사람은 같은 것을 떠올린 것이다.

“그래, 놈들의 목적은 아마 그때와 같겠지.”

라이온하트와 악마 군단의 첫 전쟁. 제국 수도에 소환된 혼돈의 군주 말루스가 제국 국경선에 자리 잡은 현자의 숲을 불태웠다.

“제국의 그것이 재현된다면 현 지구의 전력으로는 막을 수 없다.”

그것이 사자심왕 본인까지 포함한 것임을 두 사람만큼은 실감하고 있었다.

이전의 파멸의 나뭇가지가 완성되었을 땐, 성배기사 다섯 명이 희생되어 사자심왕이 겨우 군주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선 그리 큰 문제가 아닐세.”

레온의 말에 베아트리체나 야피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군라르에게서 받아온 세계수는 아직 ‘모종’에 불과하네.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묘목이지. 그것으로는 그때의 나뭇가지를 재현할 수 없어. 그런 것을 훔치기 위해 이 정도 군세를 소모시킨 건 놈들도 무리한 거야.”

레온이 악마의 입장이었다면 세계수가 어느 정도 자라났을 때, 탈취를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악마들을 그러지 않았다. 상당히 무리하게 병력을 소모해가면서 다 자라지도 않은 모종을 훔쳐갔다.

“아무래도 놈들이 서둘러야 했던 사고가 있었던 모양이군.”

어쨌든 타임 리미트는 생겼지만, 레온은 개의치 않았다.

북한에 악마의 존재가 확인된 이상, 레온은 어떤 시급한 일도 제쳐두고 놈들을 처단하러 북진할 것이다.

“세계수가 악마 놈들의 손에 자라나 파멸의 가지로 우화하기 전에 놈들을 친다. 스피너 경. 휴전선의 전황은 어떻지?”

-끼룩! 적 압도적 숫자로 남하 중. 국군, 휴전선 진출도 버거운 것으로 추정됨.

제2차 한국전쟁은 언제나 남한의 일방적 승리와 경제적 손실로 점쳐지곤 한다.

이미 남북의 군사력 차이는 어른과 어린아이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

하지만 현재의 북한은 악마와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혼성군단. 그 둘에게 현대병기들은 효과가 떨어진다.

“불카누스 경.”

“예, 폐하!”

“이번 전쟁의 선봉. 경과 불타는 검 기사단에게 맡기겠다. 먼저 지지부진한 전선부터 밀어내라.”

“GRARARARA──! 당연한 말씀이시오, 폐하!”

예로부터 라이온하트가 전쟁을 벌일 땐, 언제나 전쟁과 불꽃신의 기수들이 선두에 섰다.

그들의 압도적 전투력은 언제나 왕국에 승리를 가져왔으니, 레온은 왕국 최강의 성배 기사단이 곁에 있음을 든든하게 여겼다.

* * * *

“······.”

“······.”

공항에서 내린 뒤, 사절단들은 북한군에 이끌려 어딘가로 후송됐다. 고급진 리무진은 군용이라기엔 어울리지 않았으나 이 동네에서 고위간부 의전차량은 죄 독일차다.

“남조선 늙은이. 안대 차라우.”

지금부터 가는 곳은 기밀장소. 당연한 조치였지만, 천진수가 인민군의 손바닥을 후려치며 호통을 쳤다.

“어린노무쉐끼가 어딜 감히! 너 이 새끼, 너는 애미애비도 없어?!”

“어, 어어?”

총을 든 군인 앞에서 버럭 소리를 지르는 천진수의 태도에 군인도 당황한 눈치다. 하지만 천진수의 꼰대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깜깜하게 생겨가지고 말이야. 어릴 때부터 야채 안 처먹고 고기만 먹었나, 키도 난쟁이처럼 생겼네! 가정교육을 개판으로 받았다는 건 알겠구나!”

“고, 고깃국도 먹어본 적 없는데······.”

“느이집 거지소굴인 걸 왜 내 탓을 해! 자랑이야?! 고깃국을 먹고 싶으면 노오오오오력을 했어야지! 노오오오오력을!!”

역지사지 따윈 고려하지 않는 진정한 꼰대! 천진수는 제게 총을 들이밀며 얼굴을 가리려 한 시건방진 젊은이에게 가차 없었다.

“그쯤 해두게. 없이 자란 것들이라 어쩌겠는가.”

그리고 그런 천진수를 강진성은 조금의 공감성 수치도 없이 그저 귀찮은 일 만들기 싫다는 이유로 말렸다.

한국 전설의 헌터들이라고 하면 연륜과 고매한 신선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천진수와 강진성 모두 한국에서는 어지간한 대기업 회장과 다를 바 없는 위치다.

사회적,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은 그들에게 자본과 함께 거대한 날개를 달아주었고, 자연스레 그들의 시선은 ‘일반인’들과는 달랐다.

오히려 재벌그룹 회장들조차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면 죽어버릴 ‘일반인’ 취급하는 게 두 사람인 것이다.

“자네는 쫀심도 없나. 어디 새파랗게 젊은 애새끼들이──”

“다 죽여버리고 평양으로 쳐들어갈까 고민 중이네. 이놈들이야 몰라도 그 지휘관은 뻔한 결과를 알 텐데 왜 이러는지 생각 중이야.”

“”······!!””

그 말에 인민군은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위협에 소름을 느꼈다.

천진수는 그냥 꼬장꼬장한 꼰대 영감이지만, 이 노인네는 진심으로 자신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수 있는 의지와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광검자 천진수와 무한검 강진성. 이 둘만으로 어설픈 북한 각성자들 따윈 몰살해버릴 수 있다.

“그쯤 해주십시오, 두 분 어르신.”

보다 못한 정찰총국 간부가 병사의 안대를 치우며 말했다.

“이렇게 모시게 되어 유감입니다, 어르신들.”

“흥! 됐고! 지금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평양 시내는 아닌 듯 한데.”

두 노헌터의 말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평양은 마굴입네다. 아마, 지금쯤이면······.”

박상교 제2국장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두 노헌터는 그들이 어째서 공항에서 납치하듯이 자신들을 끌고 왔는지 납득했다.

그렇게 도착한 어느 산 밑 땅굴기지. 그곳에서 남한 사절단들은 생각지도 못한 거물들을 마주했다.

“내가 만신전을 향해 미사일을 쏘라 지시했소.”

북한 호위총국 부사령관 리철웅 상장. 그가 이번 사태의 첫 총성을 터뜨린 ‘저항군’의 지휘자였다.

* * * *

제2차 한국전쟁 발발 후 34시간째. 전장은 벌써부터 진창에 빠져 있었다.

두 나라의 첨단 병력은 비교하는 게 우스운 레벨이었고, 전쟁 개시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북한 공군은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압도적 항공 우세를 가져간 한국 공군이 북한 포병들을 일방적으로 폭격하면서 전쟁은 순조롭게 진행되리라 여겼지만······.

“씨발, 전쟁하러 왔는데, 북한 놈들은 안 보이고 웬 괴물들만 잔뜩이야!”

국군은 생각지도 않는 난관에 부닥쳤다.

북한 포병들을 날려버리며 진군한 건 좋았는데, 휴전선을 넘자마자 수만 단위의 몬스터 군집과 격돌한 것이다.

한국 육군의 화력은 아시아 육군집단 중 최강이지만, 어디까지나 같은 인간을 상대하기 위한 병기다.

몬스터 특유의 현대병기에 대한 저항력을 생각하면 이건 너무나 상성이 안 맞았다.

‘나오라는 북한군은 안 나오고 왜 저런 몬스터만 나오는 거야?’

김 중위는 그나마 상대했던 북한 포병마저도 숫자가 극단적으로 적었다는 걸 떠올렸다. 마치 이 전쟁이 북한과의 전쟁이 아니라 몬스터나 악마와의 전쟁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중대장님···! 전면에 가고일입니다! 미친 석상들이 날아다니고 있지 말입니다!”

“씨이발···!”

김 중위는 포병부대에 화력지원을 요청했지만, 암만 포병화력이 막강해도 인간 사이즈에 고속으로 기동하는 가고일들을 저지하기란 요원했다.

순식간에 화망을 돌파한 가고일들이 전차를 뒤집어버리고 장갑차를 찢어버렸다. 눈앞의 믿기지 않는 현실에 김 중위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여기 전선이 돌파당한다! 최소 B급 몬스터 다수! 헌터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는 본부중대. 헌터들이 곧 도착한다. 조금만 버텨라.]

“씨발 코앞에 있는 뭔 수로 버텨! 우리 애들 다 죽는다니까!”

또다시 하늘로 날아가는 K2 전차. 전차가 저 모양인데, 보병들은 어떻게 될지 뻔했다.

“지원! 지원! 헌터! 헌터 좀 보내달라고!”

-쿠와아아아아아아앙!

그때였다. 김 중위의 간절한 비명에 답하듯 하늘에서 찢어질 듯한 소음과 함께 떨어지는 무언가.

그것이 미사일임을 깨닫고 김 중위와 병사들의 낯빛이 절망으로 물들어갔다.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화력의 문제가 아니다. 전차포든, 미사일이든 저것들에겐 인류의 병기가 제대로 먹히질 않기 때문이다.

돈 낭비라고 생각하던 찰나, 그 미사일이 자신들을 향해 떨어지는 걸 목격한 국군 병사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아, 아군 째로?!”

아무리 국군이 병사들 인권을 개값으로 안다지만 그래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미사일 폭격을 한다고?

설마했지만, 추락하는 미사일을 보며 모두가 나라가 우릴 버렸다고 외치려던 찰나──

-착륙 저감장치 활성화. 추력편향노즐 최대.

미사일 내부에서 울린, 병사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기계음과 함께 낙하하던 미사일이 충돌 직전에 속도를 낮춘다.

그리고 현대 기술로는 도무지 불가능한 안정적인 초음속 착탄.

김 중위는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착륙한 그것이 미사일이라기엔 지나치게 두껍다고 생각했다. 마치 ‘수송용 미사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철컥! 철컥!

그리고 그 상상은 놀랍게도 맞아 떨어졌다. 미사일의 덮개가 열리며 그곳에서 전근대적인 중갑을 입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마, 만신전?!”

말을 탄 채로 뛰쳐나온 세 명의 기사들은 그대로 가고일들을 향해 돌격했다.

“”잔악!””

“”잔학!””

“”잔혹!””

숨결에서조차 불길을 일으키며 박차는 기사들.

“”무자비한 죽음을···!!””

그들이 불타는 검을 휘두를 때마다 몬스터들의 육신이 갈라지고, 불길에 닿자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타오르며 소각된다.

-키, 키이이······.

흉폭한 몬스터들조차 눈앞의 생물이 자신들을 아득히 웃도는 맹수라는 걸 깨닫고 움츠러든다.

하지만 그런 자연의 위계질서 굴종에도 불구하고 맹수들은 제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 잔악한 폭력을 휘두를 뿐.

싸우나 굴종하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 짐승들은 발악하듯 기사들에게 덤벼들었다.

-카앙! 캉!

-카캉!

그러나 전차를 뒤집은 괴력도, 장갑차를 찢어발기던 흉악한 손톱도 전쟁신의 축복을 받은 별철갑주를 부술 수 없었다.

오히려 신의 기사들을 해하려 한 괘씸죄로 갑옷에서 솟구치는 불길에 온몸이 불탈 정도였다.

-텁!

타오르는 신성의 불길 속, 기사가 가고일의 안면을 붙잡았다.

-키이! 키이이이···!

버둥거리는 가고일. 날갯짓으로 푸덕거리며 기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곧 기사가 힘을 주자 안면째로 으스러졌다.

“약골들.”

우수수 떨어지는 돌조각들. 축 늘어진 가고일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간다.

불과 5분. 기사 세 명이 미사일로 낙하한 뒤, 전투를 벌인지 5분 만에 수백 마리의 몬스터들이 일소됐다.

“신들의 기사들이시여······.”

병사 중에 만신전 신도가 있었던 건지, 한 병사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하자 하나둘 모여 무릎 꿇는 병사들.

그들은 신에게 축복받아 인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이 영광의 기사들을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콰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아──!

전장의 하늘 여기저기에서 미사일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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