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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1

< 시가전 >

북한 최대도시 중 하나인 개성시 점령은 당초 예상으로는 지지부진한 시가전을 예상했다.

건물이 밀집되어있는 도심 내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수백, 수천 개의 요새가 포진한 마굴이다.

전차나 장갑차가 진입하기에는 좁고, 공격의 면은 상하좌우 사방팔방으로 뻗어져 있으니 언제 어디서 공격이 올지 모른다.

무엇보다 난관인 점은 민간인이었다.

시가전의 피해를 감수하느니 차라리 포격과 미사일을 퍼부어 평탄화 작업을 하려 해도 민간인 피해가 치달으면 국제적 비판을 피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창문에서 쏟아지는 총탄과 대전차미사일을 우습게 씹어먹는 통짜 갑옷 덩어리들이라면?

-콰콰쾅!

-쏘라! 다 쏘라우!

건물 창문과 옥상에서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총탄과 대전차 로켓들.

전차들도 녹아내릴 화력을 찜질처럼 두드려 맞으면서도 불타는 검 기사단은 태연히 대화를 이어나갔다.

“타르한 경! 목소리는 잘 들리시나!”

“괜찮네, 라이하르 경! 이것들 참 소리가 요란하구먼! 거기 김재혁 경은 어떤가!”

“아, 아아아! 고막이 나간 것 같아요오오! 성법 좀 써주시면 안 됨까!”

“뭘 이 정도 가지고! 여기 한수호 경은 잘만 다니고 있는 듯 한데!”

“걔는 방패가 사기라서 그럼다!!”

개성시내를 유유히 걸어 다니길 30분. 기사들에게 쏟아진 총폭탄의 양은 쌓아두면 어지간한 기갑부대를 통째로 날려버릴 화약이었지만, 그들은 맨몸으로 두드려 맞아가며 진격했다.

“이게 이 세계의 주력병기? 뭐 그런 거라던데, 어떤가 타르한 경!”

“맨앳암즈들이 쓰면 그, 뭐냐! 평타? 그 정돈 치겠군! 요즘 세대가 쓰는 말이 이게 맞나!?”

“나이 이백팔십에 애쓰는군! 타르한 경!”

“냉동된 시기는 좀 빼주지 않겠나! 올해로 이백구십인 라이하르 경!”

“어쨌든! 요란하기만 하고 뜨뜻미지근하구만! 우리 같은 페토스 님의 기사들에겐 특히 의미가 없을 것이야!”

“”······.””

성배 기사단의 라이하르 경과 타르한 경의 대화에 재혁과 수호는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기사 중에서도 최고봉으로 치는 성배 기사단원들이라지만, 대전차 로켓도 좀 따끔한 이쑤시개로 취급하는 괴생명체들.

그리고 자신들도 그런 괴인의 반열에 들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라이하르 경! 일단 관측정보는 다 보냈습니다!”

“그래?! 그럼 스피너 경에게 곧장 정보를 보내시게!”

그 말에 수호가 통신기를 꺼내 자신의 생체시야 정보를 단말에 입력했다.

“이거 진짜 작동하는 거 맞음? 뭐 시선이 향한 방향을 추적해 정보를 전송한다는 게 난 이해가 안 되네.”

“몰라. 무슨 또 신비한 미래기술 같은 거겠지.”

야피가 기사단과 맨앳암즈 전원에게 공급한 정보 수집기는 생체시야가 확인한 정보를 수집해 중앙 시스템에 전송하는 새로운 정보 수집기였다.

듣기로는 사이보그 개조과정에서 삽입하게 되는 사이버 옵틱스 의안개조의 일부라는데, 사이보그란 말에 불안해하는 재혁이 딴지를 걸었다.

-그··· 멀쩡한 눈깔을 개조하고 뭐 그런 거예요?

-끼룩! 이것은 초보적인 임플란트임.

어쨌든 만신전 전원이 이 생체개조를 받아들여야 했다. 바로 북한 지역에서의 카메라에 의존한 정찰 시스템이 완전한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생체 정보추적 시스템이라는 비효율적이지만, 이 카메라 왜곡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이 사용되었고──

“전송 완료했다!”

-뾱! 뾰뾱! 뾰뾰뾰뾰뾰뾰뾱!!

정보 전송과 동시에 어딘가에서 쏘아진 수천 발의 흉탄이 개성시내의 건물들에 쏟아졌고, 도시는 조용해졌다.

“다, 다 죽인 걸까?”

“아니, 농노로 잡아서 20년 동안 부린다고 어디 한군데만 날린댔어······.”

그건 그것대로 무섭다. 농노들의 취급을 아는 두 사람은 북한군들을 동정했다.

“하하, 너무 걱정하지 말게, 두 사람.”

아직 여린 기사들의 걱정을 아는지 라이하르 경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악마를 직접적으로 추종한 게 아닌 이상 적당히 고생 좀 하다가 죽을 걸세. 적어도 영혼이 분쇄되는 일은 없을 것이야.”

“죽는 건 기정사실인가요?!”

라이온하트도 농노에 급은 둔다. 하지만 ‘죽는다’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사후세계의 안식을 중시하는 라이온하트에서는 이 정도면 상당히 자비로운 처사였다.

“어쨌든 슬슬 중심부로 향하지. 도시를 마저 점령해야 하지 않겠나.”

농노 버러지들 목숨 신경 쓰는 것만큼 의미없는 일이 없다며 무서운 웃음소리를 내는 성배 기사단.

무자비한 초인들과 현세의 기술을 뛰어넘는 강인공지능 킬링머신의 활약으로 개성시 점령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그들은 예상치 못한 북한군의 저항에 봉착했다.

“꼬, 꼼짝 마! 더 접근하면 너이 남조선 간나 새끼들 다 죽여버리갓어!”

* * * *

“인질극이라고?”

개성시 점령의 마지막 단계인 개성공단 제압 직전, 만신전과 국군은 인질극을 벌이는 북한군과 대치했다.

레온은 의아함에 국군 사단장에게 물었다.

“남한의 주민들이 어찌하여 저들 손에 있는 것이지?”

레온은 이 사태를 이해하지 못해 함께 온 사단장에게 물었다.

1990년대의 한국을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레온에게 남한 국민들이 북한에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탓이다.

“아, 북한에는 저희 민간기업들이 진출한 공단이 있습니다. 개성공단이라고 그쪽에서 북한 주민들을 고용하고 그들을 관리하기 위한 인력입니다.”

레온은 당최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북한에 자국의 민간인들을 파견해서 공장을 지어주고 그곳을 관리한다고?

“어리석은 짓이었군. 저 명예 없는 작자들이 인질로 삼을 게 뻔하지 않은가.”

“끄응··· 나름 남북화합의 증거라는, 여러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쯧쯧, 아무리 제 공치사가 중요해도 그렇지 어찌 적국에 제 백성들을 인질 삼아 보낸단 말인가.”

레온의 지적에 사단장은 나름 필요한 결단이었다고 정치인들의 변명을 해주진 않았다.

북한은 언제나 미친 짓을 반복했고, 그들이 유사시에 개성공단에 파견한 자국민들을 인질 삼을 거라는 건 조금만 생각해봐도 있을 법한 일이었으니까.

“그나저나 골치 아프게 됐습니다. 도시가 다 점령된 마당에 저런 인질극이라니.”

큰 피해를 예상했던 시가전은 기사들의 탱킹과 야피의 도심을 관통하는 무차별 저격으로 돌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북한군이 선택한 인질극은 훌륭하게 국군의 발목을 붙잡았다.

“자네, 저들을 어찌할 셈인가?”

“일단 협상 전문가를 부를 생각입니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일단 들어봐야겠죠.”

“흠, 그런가?”

레온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자 사단장은 조심스러워졌다.

안 그래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여 레온이 원하는 건 뭐든 들어달라고 한 참이다. 이번 전쟁에서 만신전은 징발됐다기보단 ‘동맹군’이라는 느낌으로 대하라는 윗선의 지시였다.

일개 사단장으로선 레온에게 거스르기 힘들단 소리다.

“저런 무도한 작자들을 두고 볼 순 없지. 짐의 기사들에게 맡기게나.”

“예?”

만신전에 대테러 전문가도 있었나?

사단장은 의아한 시선을 보냈지만, 레온은 양민을 구하는 일이 기사로서 마땅한 의무이기에 기사들을 소집했다.

* * * *

“생각보다 인질의 숫자가 많아요.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신전 막사. 베아트리체는 신중론을 이야기했다.

“흠! 허나, 농노 후보 놈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아니되올씨다!”

불카누스는 강경파였다. 기사의 체면이 깎아내려지느니 차라리 인질 몇 죽는 게 낫다고 판단할 권위주의자. 그 정도는 부수적 피해로 넘길 수 있는 편이다.

“하, 하지만 저분들은 죄가 없는걸요. 우리나라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구요!”

하리는 공무원으로서 모범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입장을 떠나 하리의 심성으론 인질들을 내버린다는 선택지는 없다.

-인질을 구하려다 더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음. 차라리 인질 몇몇의 피해를 감수하고 강경제압이 확실하게 다수를 구할 수 있음.

철저하게 계산적인 야피는 인질극을 벌이는 북한군의 완전, 완벽, 철저한 박멸작전을 제안했다. 불카누스보다도 더한 강경파다.

“아니, 제압도 제압이지만, 문제는 인질들과 인질범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거다. 눈앞에 보이는 인질범들을 쓸어버려도 공단 내부의 인질들까지 구출하려면 시간차가 생길 거다. 그사이에 전부 처형될 수 있어.”

카리나는 현실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먼저 협상을 우선시하며 인질들과 인질범의 정확한 규모와 위치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일 듯합니다, 폐하.”

“흠··· 카리나 대공의 말이 옳다. 현 시점에선 협상하는 척하며 놈들에 대해 파악하는 게 옳겠지.”

레온은 카리나의 손을 들어주며 기사들에게 명했다.

“저 무도한 자들과 말을 섞는 것조차 불쾌한 일이다만, 이 또한 무고한 양민들을 위해서다. 최선을 다해 양민들을 구출할 수 있도록 시도하라.”

첫 번째 타자. 한하리.

“아~ 안녕하세요! 북한군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헌터 협회의 한하리 대리라고 합니다!”

하리는 확성기를 들고 인질들을 앞세워 농성 중인 북한군에게 외쳤다. 그들은 텅 빈 공단의 입구까지 홀로 찾아온 색목인을 보며 거칠게 외쳤다.

“양키고홈!”

“엑?! 저 한국인이에요! 토종 한국인!”

“세상 어느 조선반도인이 고추장 머리카락에 삐까번쩍한 눈깔을 달고 다니간?”

“이, 이건 각성의 영향이거든요? 북한에도 비슷한 사례는 있을 텐데요?!”

각성의 영향으로 신체부위에 변화가 오는 건 의외로 흔한 일이었기에 인질범들도 별다른 말은 더하지 못했다.

“자자, 일단 진정들 하시고요. 요구사항이 있으시면 이야기해주세요.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테니까요. 우린 다 같은 한 민족이잖아요?”

“우리의 요구는 하나다! 미제 앞잡이들을 앞세운 남조선 자본주의자들의 침략을 당장 중단하고 물러나라!”

“······저기요? 여러분들이 선빵 치셨거든요?”

게다가 미군은 아직 등장도 안 했다. 주한민군이 정찰위성을 동원하긴 했지만, 야피의 정찰 시스템조차 오류가 일어나는 판국이다. 미군의 정찰자산은 지금 시점에서 별 도움이 안 됐다.

게다가 침략자라니. 선제공격한 건 어디까지나 북한이 아닌가?

한국인인 하리에게는 이쪽을 침략자로 규정하는 북한군의 뻔뻔함에 기가 막혔다.

“지금이라도 항복하신다면 ‘아직 사람대우’는 받을 수 있으세요!”

“뭐이간?!”

하리의 도발적인 말에 발끈한 인질범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인 걸 어쩔까.

하리는 지금 인질범들이 항복하면 대한민국 정부 대리인으로서 그들의 수용소를 국군 시설로 이전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진압한다면? 얄짤 없이 농노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유엔 인권위에서 제네바 협약이니 뭐니 하겠지만, 레온이 귓등으로도 들을 리 없다. 마귀 들렸냐며 일단 태워보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진짜예요! 지금 이곳에서 여러분 생각하는 건 저밖에 없을걸요?! 그러니까 자수해서 광명 찾으세──”

“닥치라우, 이 애미나이야!”

-투다다다다다!

“으앗! 앗따거!”

하리는 쏟아지는 기관총 세례를 얻어맞곤 호다닥 진지로 도망쳤다.

두 번째 타자. 불카누스.

“내가 불카누스다!”

불카누스가 다가오자 북한군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뭐, 뭐이간, 저 깡통 덩어리는?”

“저거이 사람 덩치간?”

2m가 넘는 거한이 수백 킬로그램은 되어 보일 법한 통짜 갑옷을 입고 있다.

“무도한 인질범들에게 고한다!”

“으, 으아악! 내 귀! 내 귀가!”

“가무슨 사람 목소리가 이리···!”

불카누스는 확성기도 없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인질범들의 고막을 위협했다. 그 웅혼한 목소리에서 흘러나온 말은 간단했다.

“너희들이 무고한 양민들을 모두 해방한다면, 열 명당 한 명만 죽이고 끝내마.”

“······뭐?”

“방금 뭐라고······.”

“빨리 목 씻고 내밀 놈들을 골라라. 고르기 힘들다면 제비뽑기를 해. 어서!”

“저, 저 미친놈이 뭐라는 거간?!”

“이 남조선 간나들 안 보여! 어! 죽여줄까!”

불카누스를 인질들에게 총구를 들이미는 북한군을 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죽여봐라.”

“뭐?”

“인질 한 명이 죽으면 네놈들 백 명을 산 채로 태워죽일 것이다. 영혼까지 소멸하는 고통이 무엇인지 알려주마.”

그 말을 끝으로 불카누스는 뒤돌아섰다. 섬뜩한 한 마디를 남기며.

“좀 있다 다시 올 때는 죽을 놈들을 잘 골라놔라. 아니면 전부 태워버리겠다.”

미친놈.

북한군들은 눈앞의 기사가 보통 미친놈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이게 아닌데······.’

‘남조선 간나들은 원래 협상을 이리하는 거간?’

뭔가 자신들이 생각했던 그런 협상극이 아니었다. 그러다 문득 맨 처음 나왔던 붉은머리 소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이라도 항복하신다면 ‘아직 사람대우’는 받을 수 있으세요!」

어째 필사적이기까지 했던 소녀의 눈망울이 떠오르자 설마, 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삼켜졌다.

세 번째 타자. 야크트 스피너.

-끼룩.

웬 미니멀 사이즈의 기계가 하나.

남조선 아새끼들의 무인 드론인가 싶었지만, 그것은 섬뜩한 기계음으로 북한군에게 선언했다.

-라이온하트 왕국법에 의한 권고를 시작한다. 농노예정 비시민.

농노예정 비시민?

-본기는 철과 대장장이의 신 헤토의 성배기사 야크트 스피너. 너희는 왕국법 다수를 위반하고 있다.

-너희 농노예정 비시민은 어떤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으며 이러한 위반 행위는 형벌을 가중할 뿐이다.

뭐라는 거야, 이놈은?

하지만 북한군의 반응과 관계없이 기계음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즉시 모든 무장을 해제하고 스스로 생명활동을 정지하라. 이것은 매우 인도적인, 본기의 따스한 마음에서 비롯된 배려이다.

이거 완전 미친놈들 아냐.

어째 새로운 놈이 나올수록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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