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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2

212화

68장 반작용(9)

에든은 자신의 검을 들었다.

다른 프로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맹한 오러가 그의 몸을 둘렀다.

이것은 마나 주사의 효과가 아니다. 에든 본연의 오러는 이미 이 정도로 강했다.

프론디어의 골렘은 프로들마다 일대일로 매치되게끔 만들었으니, 숨어있던 에든을 막을 골렘은 없었다.

“하압!”

기합과 함께 내질러진 검은 문을 가로막은 흑천을 가볍게 베어냈다.

“열렸다! 이쪽으로,”

말할 것도 없었다. 프로들은 에든이 문을 연 것을 확인하자마자 달려들었다. 이미 근처까지 온 그들은 망설일 것이 없었다.

“자, 잠시만! 천천히!”

에든은 프로들이 출구를 향해 자기 몸을 들이미는 동안 떠밀려진 채 건물 밖으로 함께 나왔다.

그리고,

철컥!

문이 닫히고, 그들은 어둠 속에 들어섰다.

“뭐, 뭐냐? 밤인가?”

“아냐. 아무리 어두워져도 이 정도까지 한 치 앞이 안 보일 수는 없을 텐데?”

그들은 혼란에 빠져 웅성거렸다.

이들은 분명 건물의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니 밖으로 나오는 것이 맞았다. 평상시라면.

그런데 왜 밖으로 나왔는데 새까만 어둠 속에 갇혀 있단 말인가.

마치, 또 다른 무언가 안에 발을 들이민 것 같은─

끼익-

그때 빛이 새어들었다.

그들을 집어삼킨 무언가의 문이 열리고, 프론디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던 내부에 빛이 들어오자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것 안에 들어와 있는지 깨달았다. 온갖 무구와 잡동사니가 안치되어 있는 또 다른 건물의 안이었다.

“환영합니다. 여긴 제 공방입니다.”

프론디어의 말에 그들은 모두가 아직 밖으로 나가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떻게? 문을 열고 나갔음에도 왜 그들은 어딘가의 내부에 있는가.

“여러분들이 어떤 의문을 갖고 계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간단히 답해드리자면, 여러분들이 나간 출구 앞에다 저의 이 공방을 붙여놓았습니다. 여러분들이 나간 건물 출구는 곧 이 공방의 입구였던 거죠.”

붙여놓았다? 대체 건물 옆에 어떻게 건물을 붙여놓는단 말인가.

“허, 허튼소리를. 이만큼 거대한 건물이 제멋대로 움직이기라도 한다는,”

그 말이 참 좋은 타이밍에 나와주었다는 듯이, 프론디어는 웃었다.

쿠구구구-

“우, 우와악!”

“어어어엇?!”

그들은 갑작스레 경사가 지는 바닥에 당황했다. 그렇게 느낀 것은 한순간이고, 곧 그들은 허공 위에 몸을 날린 꼴이 되어 추락했다.

바닥이 벽이 되었고, 벽이 바닥이 되었다. 즉 건물이 ‘누웠다’. 벽인 것에 발을 딛고 있었던 그들은 바닥을 향해 추락할 수밖에.

쿵! 쿠웅! 쿵!

물론 노련한 프로들답게 각자의 오러와 낙법을 이용해 무사히 착지할 수 있었으나, 그들의 얼굴에는 낭패의 기색이 역력했다.

정말로 움직였다. 이 거대한 건물이.

그 생각도 잠시.

“제길! 또!”

이번엔 건물이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듯 ‘일어섰다’. 대비를 하고 있던 이들은 또다시 무사히 착지했고, 그들의 앞에는 다시 문 건너편의 프론디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좋은 발언이었습니다.”

“이, 개자식이…….”

프로들이 살기를 피워올렸다.

그러나 이들은 함부로 프론디어를 향해 덤비지 못했다.

이 건물이 정말 프론디어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지금 프론디어에게 달려들어봤자 또 건물이 움직일 뿐이다.

그래서야 저 출구에 닿는 건 무리다.

무엇보다 설령 이 공방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여기의 출구로 나간다고 해봤자 또다시 좀 전의 건물에 들어설 뿐이다. 그 무시무시한 골렘들이 가득했던 건물로. 대체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프론디어가 연 문 이외에 또 다른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뭐, 뭣이?”

“여러분들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으니,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떠나가듯 말하며 프론디어는 문을 닫았다.

그가 문을 닫자마자 프로들은 얼른 달려와 문고리를 확인했다.

“……잠겼어.”

“아니, 잠긴 게 아냐. 이건…….”

“그래. 그냥 벽이야.”

프론디어가 방금 닫았던 문이 더이상 열리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프로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이들이 조금만 냉정했다면 조금 전 공방에서 열린 출구에 발을 들이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 밖이 지나치게 새까맣다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테니까.

그러나 이들은 공포에 머리가 굳어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건물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욕망 하나에 몸을 움직였다.

제 발로 걸어들어왔다. 프론디어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제 어쩌지?”

“다른 출구를 찾을 수밖에.”

이들은 세이지폰을 들어 손전등을 켰다. 큰 소란을 막기 위해 마법사를 뺀 것이 이런 상황에선 조금 불편했다. 아니, 좀 전의 상황을 생각하면 마법사가 없는 게 차라리 다행이었지. 그런 지옥 같은 전장에서 마법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골렘과의 일대일을 해야 했을 테니.

“이 건물, 대체 어느 정도의 넓이지?”

“모르겠군. 바깥에서 크기를 확인하고 들어온 게 아니니.”

“일단 조를 나누어 찾을 수밖에.”

처음에 모였던 인원은 이미 절반 가까이 죽었다. 그래도 아직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인원은 갖추어져 있었다. 이들은 셋이 한 조가 되기로 했다. 팀 구성의 최소인원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적의 공격에 사람들이 죽어나갔기에, 인원이 3의 배수로 딱 떨어지지는 않았다.

딱 한 명이 남았는데, 에든 하멜롯이었다.

“…….”

“에든, 뭣하면 나랑 바꾸겠어? 너는 리더니까 보다 안전한 쪽이…….”

“아니. 혼자 움직일게. 이게 가장 좋은 포지션이야.”

실제로 이들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것이 에든이고, 단독행동을 해야 한다면 그가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도 안 되어있는 상황에, 처음 보는 공간. 그런 상식이 과연 통할지 어떨지.

“좋아. 그럼 조사를 시작하지. 내가 앞장서겠어.”

에든에게 말을 걸었던 프로가 당당하게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퍼억!

그리곤 뭔가를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만큼 변했고, 이미 사람의 머리가 아니었다.

“뭐, 하, 함정?!”

“조심해! 주변을 살피면서 움직여!”

갑작스러운 동료의 죽음에 이들은 당황해서 주위를 경계했다. 손전등으로 열심히 주위를 비추었지만 그 범위는 전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적당한 어둠이라면 사람의 눈은 자그마한 빛을 받아들여 서서히 익숙해진다. 당장엔 안 보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주위의 사물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곳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완전한 어둠. 아무리 시간이 지난들 보이는 것은 없다. 오로지 손전등에 의지할 뿐.

“이, 이거 조를 나누지 않는 게…….”

누군가 겁을 먹고 그렇게 말했다.

“멍청아! 지금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빛은 세이지폰의 손전등뿐이야! 이 건물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모두가 미적거리다간 그대로 죽은 목숨이라고!”

사람을 나누는 것보단 다 같이 움직이는 게 더 안전할지도 모르나, 어디에 함정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비효율의 극치다.

세이지폰은 마공학의 정수이기에 내부에 장착된 마나를 사용한다. 그 마나가 전부 소모되면 전원은 꺼지고, 그러면 빛을 밝힐 수 있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어진다.

이들에게 다른 길은 없다. 나뉘어진 팀들이 각자 움직여 한시라도 빨리 출구를 찾아낼 수밖에.

‘대체 무슨 함정이지?’

그 와중에 에든은 눈을 가늘게 하고 주위를 살폈다. 물론 세이지폰의 손전등이 닿지 않은 곳은 전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기척은 느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베테랑의 프로들. 그것도 에든이 직접 선별한 믿을 만한 실력자들이다.

한데 방금, 그중 하나가 얼굴을 얻어맞고 죽었다. 완전한 무방비 상태로.

‘내가 알고 있는 함정의 방식과는 근본부터가 틀려. 우선 그것을 알아야 해.’

에든의 생각은 모두와 비슷했다.

이들은 조금씩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으며, 기감을 넓히고 끊임없이 주위를 살폈다.

“────찾았다.”

한참을 묵묵히 살피던 그때, 에든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그 말을 간절하게 기다리던 프로들 모두가 에든을 보았다.

“찾았어? 함정의 트리거?”

“응. 아마도.”

에든은 어느 한 곳을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

그러나 에든이 비춘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프로들은 모두 미간을 찡그렸다.

“뭐야? 뭐가 있다는 건데?”

“잘 봐. 내가 비춘 바닥 근처 가운데를.”

그 말에 프로들의 시선이 보다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 찾아내었다.

“……뭐지 저, 먼지 같은 건.”

누군가 짧은 감상을 내뱉었다.

그것을 듣고 다른 사람이 알아챈 듯 말했다.

“……이거, 그거다. 프론디어 그 자식이 쓰던 검은 액체.”

“뭐?”

그 말에 프로들이 놀라 다시 살폈다.

에든이 비춘 곳에는 육안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자그마한 물방울이 바닥에 조금 떨어진 채 부유하고 있었다. 너무 작아서 조금만 집중력이 끊겨도 놓친다. 보면서도 제대로 보이지가 않을 정도로 작은 크기.

“……확인해 볼게.”

에든이 긴장된 목소리로 검을 들었다. 그 행동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경계심을 최대로 높였다.

그리고 에든이 검은 물방울을 가볍게 건드린 순간.

쉬이익!

이번엔 창이었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일격을 에든은 가까스로 막아내었다. 막아낸 손이 후들후들 떨렸다.

이건 창의 위력이 강해서라기보다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에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봤지?”

“…….”

전부 입을 다물었다.

함정 장치가 이런 식으로 되어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함정은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한다. 하나는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완전한 아날로그. 사람이 밟거나 터치할 경우 작동되는 고전적인 트랩. 매우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자주 사용되는 함정이다.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은 걸리기 쉬운 함정이니까.

또 다른 방식은 마나를 사용하는 마공 장치다. 이건 일반 함정보다 훨씬 쉽게 발동된다. 어느 공간을 지나가거나, 소리를 낸다거나 하는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함정을 발동시킬 수 있다.

고전적인 함정보다 훨씬 까다롭지만, 마나를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은 오히려 이쪽이 더 안전하기도 하다.

그래서 보통 함정은 이 두 가지를 섞어서 사용하는데.

‘마공 함정에 가까운 주제에, 마나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

에든이 발견한 것도 반쯤은 운이었다. 이렇게 보고 있어도 그 자리에 마나를 거의 느낄 수 없다. 특히 이렇게 베테랑 프로들이 주위에 많으니 더욱 어렵다.

에든은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으나, 결국 절망적인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이 건물 안의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출구를 찾을 때까지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 *

당연한 얘기지만, 공방에 출구 같은 건 없다. 있다 하더라도 그건 오직 프론디어가 만들어낼 뿐이다.

공방은 프론디어가 수집한 무기나 자료만큼 그 크기를 키운다. 프론디어는 지난 수많은 경험을 통해 많은 무구들을 저장했고, 그만큼 공방은 그 크기를 불려 나갔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함정을 전부 피하고 건물 전체를 수색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봤자 출구는 없으니 아무 의미도 없는 거지만.

“함정, 생각보다 괜찮네.”

프론디어는 편한 자세로 앉아 공방 내부를 관찰했다.

프론디어는 게임을 통해 알고 있는 선결지식과 던전을 답파한 경험을 통해 함정 장치의 원리를 꿰고 있다.

지금 공방 내부에 있는 함정들은 그 응용이다. 공방 자체가 애초에 그의 스킬이기에, 마나로 만들어내는 함정들은 어렵지 않게 구현해 낼 수 있다.

‘에든이 생각보다 빨리 발견한 것은 놀랍지만, 크게 바뀌는 건 없을테고.’

마음만 먹으면 프론디어는 10초도 채 걸리지 않아 공방 안에 있는 모두를 죽일 수 있다.

그만큼 공방이라는 공간은 프론디어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 공방 자체가 적의 입장에선 이미 함정 그 자체니까. 애초에 여기 들어오지 않는 것이 가장 완전한 대비책이다.

지금 프론디어가 구태여 함정을 만들어낸 것은 그저 프로들을 대상으로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트리거를 발견한 뒤에도 결국에는 걸려드는군. 공방 안이 완전한 어둠이라서 그런 거겠지만, 잘만 하면 바깥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프론디어는 공방 안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죽어 나가는 것을 보며 무감각하게 말했다.

그는 프로들이 함정을 발견하고, 대처하고, 혹은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하나하나 개선 방법을 떠올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프론디어는 손을 툭툭 털고 일어섰다.

그는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가 공방의 문을 열었다. 계단을 올라 1층, 2층, 3층까지 오른 그는 중앙에 가만히 서 있는 남자에게 향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프론디어가 트리거를 건드렸다고 한들 함정은 발동되지 않는다.

트리거가 프론디어의 흑천이며, 이 공방의 주인이 프론디어니까.

“수고하셨습니다.”

“……프론, 디어…….”

중앙에 서 있는 남자는 숨이 끊어질 듯한 거친 호흡으로 프론디어를 보았다. 그 주위에는 시체가 널려 있었다.

이들은 3층을 채 넘기지 못하고 전부 죽었고, 남은 건 한 명뿐이었다.

“역시 듣던 대로입니다. 에든 씨.”

“…….”

에든 하멜롯. 오직 그만이 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살아남았다.

물론 그 또한 몸이 성하진 않았다. 가까스로 함정을 피해내는 동안 그는 지칠대로 지쳤고, 그에 따라 온 몸에도 수많은 상처가 새겨졌다.

“……전부 죽었나.”

프로들은 여러 조를 짠 뒤에 흩어졌기에, 에든은 다른 쪽 상황을 모른다. 프론디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내가 믿고 있던 동료들이 한순간에 죽었다. 비명을 지르고, 살려달라고 울부짖으며, 혹은 그조차도 못하고 한순간에. 전부 그렇게 죽었다. 프론디어.”

에든의 음색은 잔잔한 떨림을 반복하며, 끝을 모르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온몸에 살기가 피어오른 채 그는 프론디어를 보았다.

프론디어는 에든의 시린 음색을 듣고는 말했다.

“──그렇습니까?”

“이, 씨X새끼가!!!”

에든은 남은 오러를 전부 끄집어내 프론디어에게 돌진했다. 함정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았다. 설령 그런 것이 발동되더라도 프론디어는 길동무로 삼을 각오를 했다.

프론디어가 한 손을 들었다. 그에 따라 공방 내부의 무기들이 움직여 에든에게 쇄도했다.

“으아아아아아!!”

에든 하멜롯은 무서운 오러를 내뿜으며 무기들을 차례차례 부수었다. 섬뜩할 정도로 잘 단련된 검술, 몸놀림, 거기에 오러까지. 에든은 프로 1위라고 불릴 만한 삼박자를 잘 갖추고 있었다.

허나 이곳은 프론디어의 공방.

끼이익-

“흡!”

공방 전체가 가볍게 들썩였다. 에든은 그에 균형을 잃었다. 그러나 금방 회복해 이번엔 몸 전체를 띄웠다. 부유의 일종이었다.

다시금 날아드는 프론디어의 무기들. 그만큼 오러와 검술로 무기들을 쳐내는 에든.

에든의 검술에 무기들이 박살이 나고 바닥에 나뒹군다. 그리고 그 무기들은 에든이 보지 않는 사이 어느새 사라진다.

본래 있던 자리에 되돌아가, 또다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슈웅!

이번엔 뒤. 프론디어의 손짓에 따라 에든의 정면을 쏘아대던 무기들이 이제는 사방팔방에서 그를 어지럽혔다.

“우욱!”

에든은 몸을 회전시키며 무기들을 처리했다. 오러가 그에 따라 뒤섞여 돌풍을 만들어냈다.

그 거센 바람은 사방에서 날아오는 무기들을 잠재웠다. 그러나 부수지 못한 무기들은 다시 떠올라 에든에게 다시 쏘아졌다.

거기에 더불어.

쿠웅!

“?!”

에든은 어느 한순간 자기가 벽에 처박혔음을 깨달았다. 그가 벽을 향해 간 것이 아니었다. 벽이 그를 향해 날아와 억지로 그를 들이받게 한 것이다.

공방이 들썩이는 것도 모자라, 그 전체가 움직여 벽과 바닥이 에든을 향해 덮쳐왔다.

“큭, 커흑, 으윽!”

소모된 체력과 오러,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부유, 사방을 대응한 회전, 이번엔 벽과 바닥의 대응까지. 이미 에든은 한계에 몰려 있었다.

쿵! 쿠구구궁!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에든은 벽에 박힌 채 프론디어가 쏘아낸 온갖 무기들에 몸이 묶여 버렸다.

그가 정신 없이 검을 휘두르는 동안, 프론디어는 선 자리에서 꿈쩍도 않고 에든을 보고 있었다.

“크, 으윽! 프론디어! 프론디어어어어!!!”

에든은 원망과 악에 받쳐 내질렀다. 프론디어는 담담하게 에든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스스로도 느끼셨겠지만.”

프론디어는 에든이 차마 눈을 돌리고 있던 사실을 고했다.

“당신이 처음부터 제게 덤볐다면, 꽤 해볼 만한 싸움이 되었을 겁니다.”

“……!”

내지르던 목소리가 한순간에 멎었다.

에든은 렌조와 실력을 나란히 할 정도의 강자다. 물론 렌조는 현재 신의 창과 방패를 얻었으니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프론디어가 결코 이 정도로 쉽게 이길 만한 상대는 아니다.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명령만을 내려 일을 해결하려고 하시니, 이 꼴이지요.”

이유는 단순하다.

프론디어를 얕봤으니까.

고작 일개 학생이 프로들의 공격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프론디어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어설펐죠. 어설프게 힘을 보여주니까 당신 같은 사람이 주제를 모르고 나대고, 저를 이용하려 들고, 제 주변을 건드리고.”

“프론디어, 이딴 짓을 하고 무사히 넘어갈 것 같으냐? 페노메논 본부 전체가 너를 죽이려 달려들 것이다.”

에든은 묶인 상태에서도 패기를 잃지 않고 으르렁거렸다.

그걸 잠깐 보던 프론디어가 말했다.

“그래서, 어디 있습니까? 마나 주사를 연구하는 아지트는?”

“그따위 것 나는 모른다.”

에든은 선명한 눈빛으로 프론디어를 보며 말했다.

프론디어는 그에 미소지었다.

“다행입니다.”

“……뭐?”

“일에는 순서가 있죠. 역시 에든 씨도 잘 알고 계시는군요.”

푹!

“끄아아아악!!”

프론디어는 소검을 꺼내 들어 에든의 어깨에 꽂아넣고는 한 번에 뽑았다. 마치 돼지 멱을 따는 듯이 건조한 움직임이었다.

“그렇죠. 이게 순서가 맞는 겁니다. 그렇게 쉽게 입을 열 리가 없죠. 에든 씨가 강한 사람이라 정말 다행입니다.”

“이, 미친 새끼……!”

에든이 듣기에 프론디어의 말은 꼭 고문을 하고 싶었다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사실, 그게 맞았다. 프론디어는 프로 1위라고 칭송받는 에든이 실험 따위로 사람을 죽여대고, 무엇보다 엘린을 갖고 이용하는 것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직조(織造)

등급 – 전설

드래곤 하트

프론디어는 드래곤 하트를 만들어 삼켰다. 물론 에든은 프론디어가 삼킨 게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안 그래도 끝을 모르던 프론디어의 마나가 한순간에 치솟고, 그가 차고 있던 넥타이가 빛을 발하는 동안에 거대한 공포가 엄습할 뿐이었다.

“……그렇군요.”

프론디어는 몸에 무언가 변화가 생긴 건지 목소리가 들끓는 듯했다.

담담한 미소를 짓고 프론디어는 말했다.

“에든 씨, 동생이 있군요. 5살 아래의.”

“……허?”

“가족들과는 꽤 멀리 사시는군요. 바깥의 마물이 오지 않도록 대륙 중앙에서도 치안이 좋은 ‘엔토버스’에 가족들을 두었네요. 부모님을 소중히 여기는 효자시군요.”

“……너, 어떻게…….”

에든은 허세를 부릴 수도 없어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저 떠본다고 하기엔 프론디어의 말은 너무 정확했다.

“사람은 저마다 살아가는 목적이 있죠. 대부분은 자기 안위가 가장 중요하지만, 또 어떤 누군가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그런 사람들에겐 육체적 고문이 잘 먹히지 않죠.”

프론디어는 소검을 들었다.

방금 에든의 어깨를 찔렀던 칼날은 피로 범벅되어, 천천히 칼날을 타고 흐르는 핏물이 프론디어의 손을 적셨다.

“그런 사람들이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그걸 찾는 게 올바른 고문을 하는 순서겠지요.”

“대체, 어떻게, 네놈이…….”

에든에게 있어서 그의 가족은, 마나 주사의 연구가 어쨌는지 따위보다 몇 배는 소중하다. 그렇기에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 비밀이었다.

프로 1위라는 타이틀이 있기에 에든은 경쟁자가 많고, 그에 따라 적들도 많다.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 에든은 가족들을 가장 안전한 곳으로 보냈고, 그 관계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프론디어는 지금 한순간에 그걸 알아챘다. 이게 가능한 건 한 가지밖에 없었다.

‘스킬! 스킬이다! 프론디어가 방금 먹었던 뭔가를 이용해 스킬을 쓴 거야!’

거의 정답에 가까운 추측.

그러나 이 정답은 에든에게 절망을 줄 뿐이다.

왜냐하면 프론디어의 스킬이 정말로 상대의 ‘비밀’ 따위를 밝혀낼 수 있는 거라면.

에든의 입장에서는 가족보다도 마나 주사 연구소의 위치 따위가 훨씬 쉽게 밝혀질 것이다.

그렇다면 프론디어는 이미 연구소의 위치를 알고 있고, 그러니 에든을 고문할 필요 따위는,

“프, 프론디어! 알았다! 정보를 말해줄게! 연구소의 위치는, 컥!”

섬뜩한 것을 깨닫고 에든이 정보를 내뱉으려 했으나, 그보다 프론디어가 빨랐다.

프론디어의 흑천이 에든의 입 안으로 들어가 가득 채웠다. 숨은 쉴 수 있으나 말하는 것은 무리였다.

“벌써부터 그러면 안 되죠.”

프론디어의 가라앉은 눈은 깊이를 몰랐다.

에든은 저 정도로 음울하고 섬찟한 눈동자를 과거에 본 적이 없었다.

에든은 연구소의 정보를 말해주려 하는데, 되려 프론디어가 그것을 하지 못하게 한다.

프론디어는 소검을 팔 안에서 돌렸다. 그 사이, 프론디어의 의지에 따라 공방의 무기들이 에든의 주위에 나란히 늘어섰다.

그건 전투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오로지 고문만을 위해 갖춰진 무기들의 나열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나열된 고문 도구들을 무심한 눈동자로 고르며, 프론디어는 말했다.

“순서가 있는 겁니다. 모든 일에는. 당신도, 당신의 부모님도, 당신의 동생도.”

“끄윽! 컥! 커어억! 꺼어어억!!”

아무리 내뱉으려 해도 말이 되지 못하는 에든의 목소리. 어느새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흐르는 그를 보면서, 프론디어는 가까이 있는 도구 하나를 집었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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