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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2

< 만신전식 인질협상 >

-즉시 모든 무장을 해제하고 스스로 생명활동을 정지하라. 이것은 매우 인도적인, 본기의 따스한 마음에서 비롯된 배려이다.

“······.”

“······.”

야피의 권고에 북한군을 비롯해 인질이 된 개성공단 직원들까지 얼을 탔다.

순간 잘못 들었는가 싶었다.

무장해제? 그래, 포로로 잡으려면 당연한 요구겠지.

그런데 뭐? 생명활동을 정지해? 그게 매우 인도적인, 따스한 마음에서 비롯된 배려라고?

“이런 미친놈이······.”

-재차 권고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야피는 차갑고 섬뜩한 기계음으로 북한군을 압박했다.

-너희 농노예정 비시민들은 이러한 불법행위를 용인받을 면책특권을 가진 계급이 아니다. 한낱 유기체 주제에 성배기사인 본기를 모욕하는 가중적인 위반 행위를 범했다.

-즉시 무장을 해제하고 스스로 생명활동을 정지하라. 원한다면 본기가 인도적인 생명활동 정지 프로토콜을 소개할 수 있다. 먼저 뇌의 전기신호 차단부터──

“이, 이 미친놈아!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간!

-본기의 권고를 끊지 마라, 유기체. 유기체들은 시신을 온존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본기가 배려한 것. 즉각적인 생명정지를 원한다면 처형드론을 파견해주겠──

“안 죽어! 안 죽을 거야! 이 미친 로봇이 대체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간!”

-본기의 권고를 거부할시 라이온하트 왕국법에 의거한 정의로운 제재를 집행할 수밖에 없다.

-그 정의는 신속할 것이며, 고통스러울 것이다.

섬뜩하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차가운 기계음을 흘리는 야피는 북한군에게 있어 불가해한 존재였다.

그 무기질적인 시선과 목소리가 기이한 신용을 가져왔고, 그가 말하는 대로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배양했다.

-저 괴물들은 대땅크 로케뜨를 맞고도 멀쩡하던데······.

-땅크도 맨손으로 뒤집는 괴물들 아이간? 잡히면 대체 무슨 짓을 당할지······.

두려움은 여지를 남겼고, 그 여지는 협상에 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우, 우리들이 원하는 건 우리의 안전과 남조선의 도시 퇴거다. 당의 지시가 있기까지 일시적인 휴전을 요구한다.”

-불가. 귀관은 국가를 대신하여 휴전협상을 발호할 권리가 없다. 귀관들은 항복 또는 생명활동 정지 이외의 권리가 없다.

-귀관들의 농노화는 적법한 조치이며 자유민의 핍박은 처벌을 더욱 가중할 뿐임을 명시하라.

“제, 제네바 협약은! 인권은!”

-불가. 라이온하트 왕국은 유엔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제네바와 헤이그에서 있었던 국제인도법을 따를 의무가 없음을 통보함. 귀관들의 인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라이온하트 왕국 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간! 너희들은 남조선군 아니야? 남조선 법을 따르라우!”

-불가. 본기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준수하나 헌법의 강제를 받지 않는다. 귀관들이 상대하는 건 대한민국 국군이 아닌 신성기사왕국 라이온하트의 사자심왕이자 만신전의 대리인의 권한을 양도받은 성배기사.

-본기는 유기체의 미개한 헌법 위에 존재한다.

-본기는 지엄한 존재이며 본기는 법의 제어를 받지 않는 신성불가침한 존재이다.

“이, 인질들을 풀어준다면?”

-두부수술을 통한 신경 재사회화 제어 칩을 삽입한다면 본기의 권한으로 특례를 인정. 농노 서약 후 10년의 생존을 보장하겠다.

“대체 협상을 하자는 거간 말자는 거간!”

-불법 유기체와의 협상은 없음. 이것은 국제상식.

“그딴 상식이 어디 있어!!”

도저히 돌파구가 보이질 않고 괴이한 소리만 지껄이는 야피에게 분노한 북한군들은 대전차 로켓과 기관총을 퍼부었다.

물론 야피의 외장은 그것들을 가볍게 튕겨냈고, 야피는 협상이 결렬했음을 인정하고 물러났다.

-적성 농노예정 비시민의 불법행위 다수 발생.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음을 통보.

-귀관들의 농노화 프로토콜을 준비하겠다.

마지막까지 섬뜩한 소리와 함께 킬링머신은 진지를 향해 사라졌다.

* * * *

“양키고호오오오오옴···!”

“미제 침략자 원쑤들을 무찌르자!!”

-투다다다다다다다!!

인질극을 벌이는 북한군들은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우며 총폭탄은 쏘아댔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끝까지 해보겠다는 벼랑 끝 심정이다.

“어, 어떡하죠! 이러다가 진짜 다 죽겠어요!”

하리가 불안 가득한 목소리로 걱정을 토로했지만, 성배기사들은 태평하다.

“어리석은 천것들. 영혼까지 멸하지 않는 것만 해도 얼마나 자비로운 것인데.”

-인정. 진압 후 뇌수술을 통해 재사회화 개조가 필요함.

불카누스와 야피는 날뛰는 북한군을 제압 후 어떻게 요리할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뭐, 그리 걱정하지 마라, 한하리 경. 여차하면 내 전쟁의 불꽃으로 이 도시째로 태워버릴 테니──”

[안 된다, 이놈아! 절대 안 돼!]

도시 째로 태워버리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성력이 소모될까? 전쟁과 불꽃의 신 페토스가 발작하며 불카누스를 말렸다.

“아이고, 페토스 님. 요즘 기도회다 전쟁이다 뭐다 해서 신도도 늘고 성력도 충당됐지 말입니다. 열심히 벌었으면 왕후장상처럼 쓸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미친 야만인 놈이?!]

페토스는 결사반대를 외치며 불카누스의 무력제압을 저지했다. 그리고 그 반대에 합류한 건 의외로 야피도 마찬가지다.

-전쟁신의 의견에 동의함. 성배기사 불카누스는 성력을 비축해둘 필요가 있음.

-현재의 적 세력은 드러나지 않은 극히 일부에 불과. 일개 비시민 제압을 위해 성력을 낭비하는 건 전략적으로 불이익이 큼.

“흠··· 그것도 그렇지만.”

그렇다면 성배기사 중에서 성력 사용 없이 다수제압 능력이 탁월한 야피가 나설 것인가?

-가능함. 본기라면 73%의 민간인 구출을 성공할 수 있음.

“그, 그럼 나머지 27%는······.”

-본기의 주 화력은 몬스터 및 악마 등의 고등급 개체에 맞춰져 있음. 예상 피해는 데인저 클로즈에 의한 부수적피해로 감수.

“으으······.”

그런 피해, 정부에서 받아들이기엔 정치적 위험부담이 컸다. 물론 결단을 내린다면 전시상황임을 피력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피해가 없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해요.”

그것은 정부의 녹을 먹는 자로서 당연한 의무였다. 대치하고 있는 국군 또한 민간인의 피해를 감수하려 드는 자는 흔치 않다.

“여왕님은 방법이 없으실까요?”

하리의 시선은 베아트리체에게 향했다. 이번 인질극에서 유일하게 양민의 피해를 줄이려는 성배기사.

게다가 마술사 여왕이라면 뭔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음~ 그래도 명색이 왕족인 제가 농노 후보자들과 고개 숙여가며 말 섞기는 좀······.”

‘맞다! 이 사람도 중세 왕족이었지!’

백성을 아끼고 보살피는 성군의 부류였지만, 어디까지나 ‘왕족’의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국한됐다.

베아트리체는 저들과 직접 말까지 섞어가며 제 품위와 권위를 손상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다.

“후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리 양.”

베아트리체는 안절부절 못하는 하리를 안심시키려는 듯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여차하면 지역째로 잠들게 할 거랍니다. 제 성법이라면 공단 전체를 잠에 빠져들게 할 수 있으니까요.”

“아아, 그렇지!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러시아나 중국 대륙 등지에서는 흔한 방법이다. 인질극이 벌어지는 장소에서 수면 가스를 터뜨려 죄 잠들게 만든 후 경찰들이 진입하는 것이다.

물론 수면가스라는 게 즉효성이 있어야 하니 워낙 독해 사람 여럿 죽는다는 게 문제지만, 베아트리체는 꿈과 죽음의 신관장.

개념의 힘을 다루는 그녀에게는 사망자 한 명도 없이 수천 명을 잠들게 할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이는 많은 양의 성력을 소진한답니다. 그러니 최후의 수로 남겨둘 생각이에요. 적어도 ‘카리나 대공’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요.”

“예? 대공각하요?”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진지에 맨앳암즈와 기사들이 보이질 않는다. 소연이하고 수호, 재혁이는 또 어디 갔지?

하리가 주변을 둘러봤을 때였다.

-아이고!

-아이오고오!

-이러지 마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웬 곡소리가 시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불안감에 진지를 빠져나온 하리는 레온을 발견했다.

“후후, 역시 내 딸이다. 누굴 닮아 저리 현명할꼬.”

레온의 흐뭇한 표정과 달리 이를 지켜보는 군인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 * * *

북한군들이 개성공단 직원들을 인질 삼아 버티고 있는 건 다름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라. 그렇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윗선의 엄중한 경고.

북한 지휘관은 그자의 지시에 두려워하면서도 내심 남한군의 상식을 기대했다.

그들은 북한과 달리 지켜야 할 게 많다. 민간인들도, 인권도, 제네바 협약이니 뭐니 하는 것들도.

명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인질극을 벌인 거라고 하면 적어도 죽이진 않을 테지.

적어도 지금 평양을 집어삼킨 괴물들과 달리 같은 인간 아닌가?

“주, 중좌 동지. 이거이 정말 괜찮은 겁네까?”

“저, 저 미친놈들이 우릴 다 죽일 작정인 듯합니다!”

병사들도 그런 남한군의 상식에 기대어 이런 일에 동참했지만, 막상 협상 테이블에 앉은 만신전 성배기사들의 태도는 너무나 위압적이었다.

이건 뭐 협상이 아니라 통보에 경고가 아니던가.

열 명 중 한 명만 제비뽑기로 뽑아 태워죽이겠다는 게 자비로운 협상안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번 일을 주도한 북한군 정치장교 리 중좌 또한 당황스럽긴 매한가지다.

“거, 걱정하디 말라! 이 전쟁은 온 세계가 지켜보고 있디! 인질들을 죽게 내버려 뒀다간 큰 지탄을 받을 거이야!”

그런 것치곤 국제사회의 시선은 냉담하다. 그들은 북한이 악마와 손잡은 시점에서 전면적인 국제연합군 파견을 발호했다.

믿었던 러시아마저도 유엔군 파견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했으니 북한 편을 들어주는 나라는 기껏해야 파키스탄이나 이란 정도였다.

물론 둘 다 도움이 안 된다.

‘설마 진짜로 강제진압을 하진 않겠지? 인질로 잡은 공단 직원만 기 륙백명이야! 그 많은 목숨을 남조선 정부가 포기할 리가 없어!’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신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상대가 인권과 상식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걱정해야 하는 남조선 정부가 아닌 적나라한 왕권신수설의 절대군주정이란 것을.

“주, 중좌 동지! 저것 좀 보십시오!”

불안감에 사로잡힌 리 중좌를 향해 다급히 뛰어온 한 북한군. 그는 새파랗게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

“노, 놈들이···! 놈들이 미쳤습니다!”

이제 인질극을 주도하던 리 중좌와 간부들이 다급히 개성공단 입구를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것을 목격했다.

-가만히 있어!

-죽고싶나!

기사와 병사들에 의해 강압적으로 끌려온 수백 명의 무리들.

우악스럽게 붙잡혀 다 찢어진 옷차림과 어디 한 대씩은 얻어터진 것인지 퉁퉁 불어터진 얼굴은 그들이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어, 엄마?”

“화영아!”

북한군 여기저기에서 그들을 알아보았다. 이에 호응하듯 무릎 꿇려진 사람들로부터 곡소리가 흘렀다.

-아이고 상혁아! 애미다!

-아빠! 아빠! 나 좀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그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기사들··· 특히 불타는 검 기사단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끌려온 자들은 더더욱.

라이온하트 왕국의 명예로운 기사들인 그들은 개성 주민들에겐 무감정한 살인기계처럼 보였다.

만신전이 왜 저들을 끌고 나왔을까? 그 이유를 직감한 리 중좌가 섬뜩함을 느끼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흑마를 탄 여인이 앞으로 나섰다.

“본작은 카리나 드라고니아 대공이자 복수와 어둠의 성배기사이며 황금과 계약의 성배기사인 사자심왕의 적법한 후계자다.”

카리나는 사무적인 목소리로 자신의 해답을 내놓았다.

“지금부터 인질을 해방할 때까지 10초에 열 명씩 처형하겠다.”

인질극엔 인질극으로 대응한다. 북한군의 가족을 인질로 붙잡은 카리나 대공은 거침없이 카운트를 세기 시작했다.

* * * *

[수고했다.]

대악마의 저릿한 음성에 레이날드는 파르르 떨리는 몸을 겨우 붙잡았다.

“가, 감사합니다!”

이곳은 마굴이다. 그저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 오장육부가 썩어들어가는 기분.

명백히 공기의 무게부터 달라진 이계나 마찬가지.

인류 중 최고봉의 헌터라 불리는 대마법사였지만, 그는 자신이 저들의 심심풀이로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또 명심했다.

“그,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보겠습니──”

[잠깐.]

대악마의 제지에 다시 바짝 조아리는 레이날드. 그는 차라리 지혜의 보옥을 통해 지헤와 탐구의 대악마들을 상대했을 때가 더 마음이 편했다.

“하, 하명하실 것이라도······.”

[보옥. 보여봐라.]

“아, 예옙!”

레이날드는 품에 보관하고 있던 지혜의 보옥을 내놨다.

[무슨··· 용무라도 있습니깟······.]

지혜의 보옥 너머 대악마가 껄끄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계통이 다르다지만 미중유의 위기 속에서 지혜와 탐구의 대악마들은 이 광기의 악마 군단에게 조력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짬은 막내인 지혜의 보옥이 죄 처리하는 중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유능하긴 했다. 운도 좋았고.

‘아, 빨리 나가고 싶다.’

그것과 별개로 지혜의 보옥은 당장 이 저주받은 땅을 떠나고 싶었다. 전쟁이고 지랄이고 이곳에 사자심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에 혼돈의 대악마가 건넨 말은 충격적이었다.

[군주께서 너의 조력을 필요로 하신다. 북쪽에 소환의식을 준비했으니 그곳에서 의식을 개시해라.]

[······옛?]

좆됐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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