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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3

< 주민 구호 >

한반도 북부.

구대성과 맨앳암즈들은 놀라울 정도로 스무스하게 남하에 성공했다.

“예, 이쪽에 북한군은 정말 형식적인 수준입니다. 네, 계속 남하해보겠습니다.”

통신을 통해 야피에게 보고한 구대성은 곧 김도한과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남쪽 전황은 어떻대?”

“개성시를 점령했답니다. 개성공단에서 인질극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잘 마무리 됐다네요.”

“전쟁 나면 거기부터 인질극을 벌일 것 같았긴 했어. 에잉~ 돈도 안 되는 곳에 뭔 공장을 세운다고 그 헛돈을 써가지고.”

김도한 대장은 개성공단에 있었던 인질극을 듣곤 혀를 차며 정부 탓을 했다.

“그나저나 개성을 먹었으면 그 다음은 평양인가?”

구대성은 고개를 저었다.

“평양 공격은 하겠지만, 주변을 먼저 점령할 생각인 듯합니다. 평양에 도사리고 있을 악마 군단을 경계하고 계십니다.”

“그래? 악마라면 그냥 냅다 돌격해서 들이박으실 줄 알았는데.”

의외라는 듯 고개를 기웃거리는 김도한 대장. 구대성도 비슷한 생각이었지만, 이상하게 등골이 저릿한 것이 레온의 방침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북한 땅에 진입한 뒤로부터 계속해서 느껴지는 기시감. 직감이라고 불러야 할지 애매한 감각이 구대성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대로 주변을 돌면서 대민지원 임무를 하라고 하십니다.”

“하긴 이쯤 들어왔으면 꽤 깊숙이 들어왔지. 우리끼리는 그 정도만 해도 어디야.”

구대성과 맨앳암즈들은 전투도 없이 어딘지도 모를 내륙까지 파고들었다. GPS상으로는 한동이라고 뜨지만, 잘 모르는 지명이다. 이대로 계속 움직일까 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나, 남조선 헌터님들······.”

구대성과 맨앳암즈들에게 다가오는 소녀. 아이는 그들이 남한 사람임을 알면서도 다가서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남한에서 헌터들을 파견하면서 그 사실이 알려진 것도 있지만, 그 이유만은 아니다.

빼빼말라 앙상한 살가죽은 뼈가 드러날 정도였고, 눈은 깊게 패여 퀭했다.

보조개가 만개할 나이임에도 꽃다움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소녀는 부끄러움도 모르는 듯 손을 벌렸다.

“머, 먹을 것 좀··· 먹을 것 좀 주세요. 너무 오래, 굶었어요.”

“······.”

구대성은 소녀의 처참한 구걸에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소녀뿐만이 아니다. 지나온 마을에는 하나같이 빈곤한 식량사정으로 아귀가 되기 직전인 주민들이 가득했다.

북한의 식량사정이 안 좋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조금 이르지만··· 식사시간을 가질까요?”

“그러자고.”

구대성의 말에 김도한 대장은 씨익 웃었다. 그의 어딘가 기특하다는 듯한 시선에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마을의 공터로 향하는 구대성.

검과 창, 방패와 갑옷으로 무장한 무리들이 몰려들자 곯은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외지에서 온 이 남조선 헌터들이 먹을 것이라도 나눠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시선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구대성과 맨앳암즈에게는 전투식량이 넉넉하지 않다. 분쟁지역 활동을 염두해두고 최대한 싸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군량이다.

“김도한 대장님, 씨앗 좀 주십시오.”

“오우~ 여기 있어요, 기사님~”

대신 구대성이 꺼낸 것은 한움큼의 볏씨였다. 그는 마을의 척박한 토지를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척박한 땅이다.’

기본 토양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지력이 너무 많이 소모됐다.

식량 자급률이 처참한 북한에서 지력을 많이 소모하는 옥수수를 무더기로 심은 탓에 땅의 생기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지력이 소모된 땅은 휴식을 취하게 해야 했지만, 당장 먹을 식량도 부족한 북한에서는 계속해서 옥수수를 심었고, 악순환은 계속됐을 것이다.

“후우······.”

구대성은 척박해져 메말라버린 땅에 볏씨들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 행위에 주민들이 해괴한 것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제대로 된 물도 없이 그저 볏씨만 뿌리다니? 그것도 한겨울에?”

“데메라 여신이시여.”

하지만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구대성이 볏씨를 뿌린 땅에 입을 맞추고 기도문을 읊자 그곳에서 새싹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

주민들이 놀라움을 넘어 경악하고 있었지만, 맨앳암즈 대원들은 저마다 기도문을 읊으며 익숙한듯 굴었다.

“감사합니다, 생명과 풍요의 여신이시여.”

지난 회령 수용소 사건 이후 구대성은 성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연변에서의 만신전 신앙 전파와 지속적인 기사수행 그리고 구대성의 신앙에 확고히 자리 잡은 데메라 여신에 대한 경외감 덕이었다.

“좋아, 지난번보다 새싹이 돋는 속도가 빠른데? 두어시간이면 먹을 수 있을 정도로는 자라겠어.”

구대성이 각성한 성법은 데메라 여신의 신관들이 으레 그렇듯 땅에 축복을 내리고 작물을 자라나게 하는 기도문이었다.

레온처럼 아예 땅을 여신의 옥토로 변환하는 건 못하지만, 장기적으로 땅의 지력을 회복하고 미약하나마 축복받은 작물을 자라나게 할 수 있었다.

“후, 그래도 역시 전투에 도움이 되는 성법이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래야 기사 서임도 받을 텐데······.”

“하핫, 너무 서두르지 말자고. 그래도 이렇게 어딜 가도 군량 걱정은 없잖아?”

그건 그랬다. 구대성이 이 성법을 각성한 뒤로는 맨앳암즈들은 기호식품 위주로 전투식량을 꾸렸다.

어차피 쌀이나 콩 같은 작물이야 구대성이 그 자리에서 자라나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건 사기에도 좋아. 괜히 전투식량에 파운드 케이크가 있겠어?”

“그건 그렇지만······.”

“무엇보다 구 씨도 이제 ‘가호 버프’를 주기 시작했잖아. 그거 꽤 도움이 된다고.”

구대성이 성법을 각성하면서 얻은 힘은 그뿐만이 아니다.

<생명의 기사의 축복>

지속적으로 전투 피해를 재생시키고 기력을 회복하는 가호 트레잇.

레온이나 성배기사처럼 군단 전체를 말도 안 되는 버프로 떡칠을 하는 괴물 수준은 아니었지만, 기사 서임을 받은 다른 만신전 기사들처럼 휘하 병력에 버프를 주는 트레잇이 생긴 것이다.

이것만으로 전투에서는 적잖은 도움인지라 김도한 대장은 구대성의 어깨를 두드렸다.

두어시간 뒤, 온 마을에서 가마솥 따위를 챙겨 불을 지핀 가운데, 그들은 어느새 자라난 벼를 보고는 탄성을 질렀다.

“지, 진짜 쌀이 자랐다!”

“자자, 가마솥에 쌀 넣어 불리고, 불을 지핍시다! 라면도 있으니까 국거리도 좀 만드시고!”

구대성과 동료들은 능숙하게 취식준비를 하며 쌀밥을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새하얗게 부풀어 오른 흰쌀밥 앞에서 침을 꿀꺽 삼키는 주민들.

“아, 아바이. 우리 이밥 먹을 수 있는 겁니까?”

“이거이 정말로 이밥입니까? 강냉이 하나 안 섞인?

북한에서는 흰쌀밥은 부유층의 상징이었다. 흰쌀밥에 소고깃국 먹는 지상락원.

북한이 80년 동안이나 주민들에게 세뇌해온 지상락원은 과연, 지상락원에서나 볼법한 귀한 음식이다.

백두혈통을 제외하면 평양 시민들조차 특별한 날에나 흰쌀밥에 돼지고기 한두 점을 넣어 푹 고아낸 고깃국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

맨앳암즈들이 흰쌀밥만 먹으면 심심하겠다면서 내놓은 라면국물조차 그들에게는 평생 영접해본 적 없는 자극적인 맛이었다.

“나, 남조선 헌터님들은 백두혈통을 가지셨습니까?”

“예?”

“백두혈통이라면 그 김씨 돼지드── 음, 이 동네에선 자제해야 하나?”

김도한 대장은 어렴풋이 들었던 북한 주민들의 오래된 세뇌교육을 떠올리곤 언행에 주의를 기했다.

“그런 거 아닙니다. 저흰 그저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구대성은 연변에서 갈고닦은 포교 실력을 북한 주민들에게도 뽐냈다.

주민들은 두어 시간 만에 벼를 자라나게 한 이 남조선 헌터에게 크나큰 관심을 가졌고, 남조선에서 한창 떠오르는 신앙이라는 말에 덥썩 받아들였다.

“오, 오늘부터 데메라 여신님의 신도가 되겠습네다! 아···!”

자신이 말해놓고 화들짝 놀라는 마을 주민. 북한에서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공산주의의 영향으로 신앙을 가진 이들을 핍박하고 처형했다.

그들에게 세상은 여전히 김씨들의 세상이었으니 제 섣부른 발언에 움츠러들 수밖에.

구대성은 그들에게 곧장 신앙을 강요하지 않았다. 이미 전쟁이 벌어진 이상 북한의 멸망은 기정사실이다.

사자심왕께서는 이 무도한 김씨 세습정권을 내버려 둘 분이 아니시니까.

무엇보다 북한이 악마에 잠식된 마당에 이 정권이 유지될 리도 없다고 보았다.

“남조선 동무······.”

그때, 마을 촌장으로 보이는 노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구대성의 손을 붙잡았는데, 그 힘에 생기가 가득했다.

“이 노인네는 앞으로 여신님을 믿고 싶소이다. 당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초, 촌장님···!”

“위험한 발언이십네다!”

하지만 촌장의 의지는 굳건했다. 그는 이전부터 지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는데, 방금 작물을 먹고 자신의 몸이 크게 호전되었음을 느꼈다.

십년 전에 적십자사가 방문해 꾸준히 치료하지 않으면 낫기 힘들다 했던 지병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고작 이밥 좀 먹었다고 나았을 리가 없다.

이밥에 깃든 신성한 힘이 자신을 낫게 함을 직감한 촌장은 두려움이 없었다.

“남조선 동무··· 동무들이 알아야 할 게 있네.”

촌장의 기색에 주민들은 두려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촌장이 전할 말이 무엇인지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촌장을 말리지 못했다. 그들 또한 이밥에 깃든 자애로운 신의 축복을 느꼈고, 그 기적을 경외하고 있었기에.

“몇 달 전부터 근처에 인민군이 이상한 시설을 세웠어. 많은 동무들이 그곳으로 끌려갔네.”

촌장에게서 나온 증언들은 구대성과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 * * *

개성을 빠르게 점령한 남한군과 만신전이지만, 평양으로의 진격은 늦춰졌다.

“미사일이 삼켜져?”

“예, 폐하. 저희 국군의 유도탄 사령부가 수백 발의 미사일을 평양에 퍼부었지만, 모두 어떤 힘에 의해 가로막혔다고 합니다.”

그것은 평양을 둘러싼 무언가 거대한 힘 때문이었다.

도시를 통째로 감쌀 만큼 거대한 힘은 전쟁 시작부터 국군이 평양에 퍼부은 미사일들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흠······.”

레온은 평양을 앞에 두고 밀집한 국군 병력을 둘러보았다.

평양 방어진에서의 포격을 염두해 각 부대에 기사를 배치하고 원거리 방호성법을 펼쳐두었지만, 적의 반격은 없고 이쪽의 공격을 기다리기만 한다.

‘함정이군.’

그것도 아주 노골적. 무엇을 준비했는지는 직접 몸으로 부딪치지 않으면 알 수 없겠지.

“타르한 경.”

“예! 폐하!”

레온은 불타는 검 기사단에게 명령을 내렸다.

“새로 잡은 농노들. 밥은 잘 먹였는가?”

“물론입니다, 폐하! 설탕과 소금을 정량의 절반만 먹여 딱 부리기 좋은 상태이지요!”

“버러지 농노들이 밥값 할 시간이 왔군.”

레온의 눈짓만으로 불타는 검 기사단 타르한 경은 그 의도를 알아챘다.

“농노 신병들 앞으로!”

타르한의 지시에 진지 어딘가에서 일단의 무리가 움직였다. 그들은 인민군복을 입은 자들이었고 그들이 일제히 움직이자 국군 쪽에서도 경계하는 눈치다.

“폐, 폐하! 무슨 일을 하시려고······.”

“적의 요새가 어찌 방비 되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 말의 의도를 알아챈 국군 장성은 아연실색했다.

‘그냥 냅다 자살돌격시키겠단 거 아니야?!’

그러한 경악을 읽고 레온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게. 저들은 농노병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자들이야. 지켜야 할 백성을 약탈하고 살해하기까지 한 버러지들이지.”

태양와 심판의 신 타타르의 권능으로 굴종시킨 농노병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지어온 모든 죄를 실토하고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다.

레온은 이번 전쟁에서 획득한 인민군 농노병 중에서도 악질 중의 악질들을 모았고, 그가 보기에 그들은 악마 추종자들보다 약간 덜 괘씸한 작자들이었다.

“타르한 경. 시범 삼아 오십 명만 돌격시켜보지.”

“예, 폐하!”

타르한 경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농노병들에게 명령했다.

“1번부터 50번은 죽을 때까지 전진!”

-어, 어어?

-시, 싫다! 내래 안 갈거──모, 몸이!

-으아아악!

타타르의 성법으로 농노 계약을 맺은 인민군들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그들은 사자심왕의 자비로운 배려 덕에 소총 한 자루 정도는 꼬나쥐고 평양을 향해 달릴 수 있었다.

-그, 그래! 차라리 이대로 평양에 항복해서 수령 아바디의 보호를 받자우!

-저 미친 남조선 간나들 옆에 붙어있는 것보다 훨씬 낫갔어!

어떤 이들은 그런 희망을 품으며 평양을 향해 달렸지만, 그들은 명령의 행간을 읽어야 했다.

‘죽을 때까지 전진’

다시 말해 평양에 뭐가 있든 없든, 죽어라 달린 그 끝에 절벽이 있든 바다가 있든 전진만 계속해야 한다는 ‘명령’이 심어졌다는 걸.

‘가만 보면 이 양반들이 악마보다 더 악마 같아······.’

국군 장성은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나를 들여다본다는······.

악마들을 상대하다보니 더 악마처럼 진화해버린 게 아닐까? 라이온하트의 기사들은······.

-콰사삭!

-끄으아아아아아악!

그때였다. 평양에 근접한 인민군 농노병들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타들어가더니 검은 먹물처럼 흩어진 것이다.

“저, 저길 보십시오!”

망원경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국군이 외쳤다. 만신전의 기사들도 그것을 육안으로 보았다.

검은 먹물이 된 인민군의 찌꺼기들이 한데 모여 무언가 괴이한 존재로 변이되는 것을.

그것은 마치 어떤 생물학적 특징도 지니지 않은 괴물 같았다.

“거기냐.”

레온의 손짓이 정확히 인민군 농노병들이 변이된 곳을 향했다.

-콰르릉···!

신의 분노가 평양을 향해 내리쳤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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