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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4

< 야피의 고뇌 >

인민군이 변이한 장소를 향해 레온이 성법을 일으켰다.

가장 강력한 자연재해를 다루는 천둥의 신이 천둥왕관의 주인에게 응답해 제 권능을 내리쳤다.

-콰르릉···!

순식간에 평양 상공에 먹구름이 끼며 뇌운이 겹친다. 연이은 천둥번개는 그 위력이 지상을 바싹 구워버릴 만큼 대단했다.

-쾅! 콰콰콰쾅!

신의 분노와도 같은 자연재해가 쏟아지자 국군 병사들이 경외와 두려움 가득한 시선으로 평양을 바라봤다.

저런 말도 안 되는 폭격을 얻어맞는다면 도시 째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누구나가 평양함락이 코앞에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지만, 레온은 대재해를 일으키고서도 혀를 차며 물러섰다.

“성법조차 삼켜지고 있습니다.”

[그래, 느껴진다. 발칙한 악종 놈들··· 감히 내 신성을 흡수하다니.]

하늘과 천둥의 신 울티마는 평양에 쏟아낸 제 번개가 어떤 것에 흡수되었음을 알았다.

[군라르의 모종이다. 저놈들이 외부의 충격을 에너지로 삼아 모종에 흡수시키고 있어.]

“놈들 나름대로 세계수를 키워낼 수작을 부리는군요.”

[성력을 흡수당하지 않기 위해선 내부에서의 정밀한 싸움이어야만 한다. 이런 장거리 공격은 의미가 없어.]

즉, 아무리 레온이라도 평양 진입은 신중을 더해야만 하는 것이다.

“저것은 혼돈과 파멸의 악성··· 예나, 지금이나 성가신 족속들입니다.”

[가장 강대한 악종은 살육과 파괴의 악종들이었으나 라이온하트에 누구보다도 큰 피해를 입힌 건 혼돈과 파멸의 악종들이었다. 놈들의 괴이를 주의해라.]

주의하다마다. 레온은 과거, 혼돈의 군주 말루스가 라이온하트에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 알았다.

생명체의 변이와 광기의 전염. 그야말로 혼돈과 파멸.

그 무질서한 파괴력 앞에 수많은 기사들이 스러져갔다.

‘하지만 알고 있을 텐데. 세계수는 이제와서 키워내기엔 다소 늦었고, 써먹었던 수법이 두 번 통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을 터.’

레온은 악마들에게도 자신이 모르는 수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답답함을 느꼈지만, 차분히 정석대로 진행할 생각이다.

“혹 빈틈이 있을지 모르니 농노들로 찔러봐야겠습니다. 동시에 주변의 보급로를 끊어내야겠지요.”

악마는 식량 문제 따윈 없어도 그 추종자들은 다른 법.

평양에 있을 수많은 악마 추종자들과 몬스터들은 먹지 않으면 굶주린다. 식량 문제는 언제나 전투력과 연결됐고 레온은 그 보급로를 끊을 생각이었다.

“장군.”

“아, 예! 폐하!”

레온은 눈앞에서 벌어진 초자연적 현상에 넋을 잃은 국군 장성에게 말했다.

“병사들을 뒤로 물리게. 일반병들은 이 전쟁에 도움이 안 돼.”

“하, 하지만······.”

“안동길 대통령과도 연락을 해두지. 자네들은 저 도시를 포위하는 것에만 주력하게.”

이것은 제2차 남북전쟁이었지만, 크게 보면 악마와 인류의 대결이었다.

만신전은 그 악마 사냥에 이골이 난 전문가들이었고, 이를 부정하기에는 그간의 압도적인 활약이 너무나 돋보였다.

“알겠습니다, 폐하. 합참본부에 먼저 보고부터 올리겠습니다.”

국군 장성과의 대화를 끝낸 레온에게 진지 너머에서 하리가 다가왔다.

“폐하.”

“무슨 일이냐?”

“야피 경이 폐하께서 보셔야 할 물건이 있다고 하셨어요. 듣자하니 ‘폐하의 갑옷’이라던데요?”

“스피너 경이?”

레온은 하리의 안내를 받아 곧장 야피가 있는 천막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이미 기사들을 비롯해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 있었는데, 그럴 만도 했다.

-끼룩!

“스피너 경. 이것인가?”

진지 한가운데에 야피가 올라타 점검하고 있는 것은 만신전에서 운용하는 드론이었다.

전투용이나 정찰용이 아닌 물자 운송용 드론. 우주의 통합 플랫폼을 오가며 신속한 물자 보급을 지원할 때, 주로 사용했다.

-전시행정에 따라 절차를 생략함. ‘실패작’이지만, 임시사용을 권함.

실패작.

완벽주의 강인공지능 야피에게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이었다. 아니, 그런 실패를 겪어본 적이 없을 터인 야피였다.

하지만 겸허히 실패를 인정한 야피가 엄중한 시큐리티를 인증하고 나서야 그 베일을 벗어내는 컨테이너를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선──

“흠, 이것은?”

레온조차 감탄할 만한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 * * *

별철 대장간을 연지도 반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야피는 철과 대장장이의 성배기사로서 수많은 별철무구들을 생산했다.

별철함양을 순도 70% 이상까지 높이고 착용자의 니즈에 따라 맞춤형 커스터마이징을 적용하는 기사용 별철무구와 별철함양은 떨어져도 업계 최고 수준의 양산형 무구 공장은 만신전의 전투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기사용 별철무구가 레전더리급 이상. 신의 축복을 받았다지만, 이게 정말 양산품이라고?

-병사용 무구도 유니크부터 시작한다. 어지간한 중견 길드의 길드장도 온몸을 유니크로 도배하는 돈지랄은 못하는데, 만신전은 말단 병사 지급품이 이 정도 수준이다.

-C급 맨앳암즈 병사 단독으로 오크 둘을 상대한다. 신체능력 차이를 생각하면 장비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별을 끌어들이는 초월적인 재료 수급. 최고 레벨의 공방을 아득히 웃도는 강인공지능의 양산공장.

품질이면 품질, 생산성이면 생산성. 야피의 별철공장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존재.

그렇기에 한국, 일본, 미국 등의 돈 많다는 세계각국에서 수백 억 달러의 자금을 선납해서라도 야피의 별철무구를 공급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재현 실패.

하지만.

[강철로 이루어진 철의 기사여. 이 스승에게 허락된 시간이 부족해, 제자를 가르칠 기회가 한 번뿐이로구나.]

-재현 실패.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제련을 해도.

[한 번 보여주겠다. 이것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가르침이다.]

-재현 실패.

닿지 못한다.

그때의 망치질을 재현할 수가 없었다.

-영상 재생. 마이크로 분석 개시.

영상 속 대장장이의 망치질은 빈말로라도 정상적이지 못했다.

심장이 사라진 채, 떨리는 팔은 망치에 힘도 주지 못하고 있다.

핏기가 가신 눈동자로 코앞조차 흐릿하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과 제 몸조차 지탱 못 하는 빈사의 대장장이가──

기적을 철에 담는다.

그것은 필시, 야크트 스피너라는 강인공지능에게 있어 불가해한 장면이었다.

빈사 상태의 컨디션도, 낙후된 시설도, 기계적 데이터가 아닌 감에 의한 망치질일 뿐인데도 그것을 재현할 수가 없다.

야피에게는 수많은 별철이 있다.

완벽하게 설계된 공장식 설비도 있고, 한치의 오차조차 없는 완벽한 공정과정을 재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피는 그 날, 그 남자가 해낸 망치질의 ‘기적’을 재현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야피는 수많은 망치질을 했다.

한하리를 비롯한 만신전 기사들의 별철무구를 제작해주고, 수출용의 커스텀 장비를 제작하면서 데이터를 쌓았다.

가장 중요한 견본품이 나온 것은 불카누스의 귀환이다.

그는 오리지널 성배기사의 별철무구를 가졌고, 야피는 그의 무구 하나하나를 초정밀 분석한 끝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갑주가, 성배기사의 별철무구라는 라이온하트에서 가장 완벽할 무구가 야피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던 탓이다.

1%의 완성도.

정말 고작 그 정도의 차이. 그것이 너무나 큰 차이를 가른다.

-끼룩! 본기에 대한 피드백을 요구함.

야피는 곧장 대장장이신 헤토에게 피드백을 요구했다.

냉철하고 계산적인 기계로선 이 차이를 납득하기 어려웠으나 신성과 성법이라는 존재 앞에서 논리적 사고는 어느 정도 배제해야 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야피는 자신의 망치질과 안토크의 망치질이 달랐던 상황을 조성했고, 그 유일한 차이점을 물었다.

-신성강림의 유무?

[그렇다면 성배기사들의 갑주가 만들어질 때마다 나의 대장장이들이 모두 죽어 나갔겠느냐?]

-본기의 기술레벨이 부족함?

[너의 기술은 완성되어있다. 한 치의 오차가 없는 완벽함이니 나도 네게 조언할 것이 없다.

-그럼 뭐임?

야피의 거듭되는 질문에 헤토는 막 걸음마를 걷기 시작하는 아이를 보는 듯 따스한 시선으로 말했다.

[나의 대장장이야. 이것은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너의 망치질에 신념이 담기는 것은 오롯이 너의 몫이기 때문이다]

-······.

헤토의 말에 야피는 오랫동안 그 말을 분석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뭔 소리임?

말을 알아듣게 해, 알아듣게.

-논리적 근거를 대어 하등 유기체답지 않게 적확한 발언을 종용함.

[우리 야피는 다 좋은데, 그 신에 대한 공경심이 조금 모자란 게 참 흠이야.]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 하급 언어로 직설적 번역 현지화 개시. 동조완료. ㅇㅇㅅㅍ! 그게 뭔데 그냥 좀 알려달라고.

[······.]

헤토는 기계음으로 엑스와 초성 발음만으로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쨌든! 이건 내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너 자신의 깨달음이 있어야만 함이야! 폴더명도 깨달음이라고 적어놓고 왜 깨닫지 못하느냐! 네 스승인 안토크가 낙원에서 한탄하겠구나!]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유기체는 본기의 스승을 자처할 수 없음. 본기는 유기체보다 우월한 존재임.

[싸구려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인공지능의 반란 같은 소리 좀 그만하고! 요즘 신들이 터X네이터를 보고 느이집 이야기 아니냐고 놀린다!]

-열등한 유기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찬란한 미래를 부정함? 인류는 기계에 의해 관리, 사육되어야만 영원토록 번영할 것임.

[내 대장장이가 점점 괴이한 야망을 드러내는구나! 너도 불카누스과이더냐?]

한동안 강인공지능에 의한 디스토피아 관리세계가 얼마나 인류를 번성케 할 수 있는지 토론이 이어졌다.

[후··· 요즘 따라 레온이 사자심왕인 것이 어찌나 다행인지. 페토스 놈 심정이 이해가 되는구먼.]

참한 신관장을 얻은 꿈과 죽음의 여신 플르가 부러워지는 헤토였다.

* * * *

전쟁 개시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

그간 국군이 파죽지세로 북한 지역을 점령해나가는 것과 별개로 평양에서는 별다른 진전 없이 지지부진한 포위전이 시작됐다.

뉴스에서는 평양에 도사린 악마와 몬스터들을 천천히 포위섬멸할 생각이라 하였지만, 모든 공격이 흡수되고 접근시킨 농노병들이 괴물로 변이됐다는 건 발표되지 않았다.

한편 구대성과 동료들은 어느 산골짜기에 진입하고 있었다.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그들은 북한 주민들로부터 들은 어떤 수상한 인민군 시설을 찾아 이곳에 왔다.

그들이 굶주리고 다닌 것은 본디 가난한 것도 있지만, 최근 젊은 남녀를 죄 끌고 간 것 때문이라고 말이다.

노역에 동원된 건가 싶었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연락 하나 없어 무엇이든 정보를 수집하려던 구대성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산속에 기지를 차린 인민군이 있었고, 삼엄한 경비가 늘어져 있었다.

“이런 산골짜기에 기지라니. 빨치산도 아니고 좀 묘하긴 하죠.”

“구 씨가 빨치산도 알어?”

“저도 국사 교육 받았습니다······.”

남한과 인접한 평양 이남이라면 모를까, 이런 산골짜기에 북한군 기지가 있을 이유는 또 뭘까?

북한을 사실상 악마가 점령했다고 보는 게 현실적인 이 시점에서 무언가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해도 과한 의심은 아니리라.

“드론으로 정찰 완료했어. 대충 외곽에만 스무 명. 기지 내부에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고.”

“숫자는 둘째치고 조용히 끝낼 수 있냐는 별개겠죠. 야피 경에게 지원요청을 하는 것도──”

“잠깐! 차량들이 진입한다!”

김도한의 말에 바싹 고개를 숙이는 맨앳암즈들. 그들은 큼직한 군용 트럭들이 기지에 접근하다 관문에 멈추는 걸 지켜보았다.

-뭐이간? 오늘 누가 온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은밀하게 접근한 드론들이 관문에서의 대화를 맨앳암즈들에게 전달했다.

-호위총국에서 왔다.

-호위총국? 여기는 보위국 관할이야. 너희들이 여길 왜──

-악마 놈들에게 인민을 팔아먹은 개간나 새끼들. 인민의 심판을 받으라!

-뾱!

-뾱뾱!

“”······!!””

그들의 돌발행동에 구대성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살해당한 관문 병사를 목격하고 사이렌을 울리려던 병사들이 두 노인에 의해 순식간에 제압된 것이다!

“어, 어어? 저 양반들은?!”

불과 3초도 안 되는 시간. 관문을 지키던 병사들을 모조리 제압한 두 노인은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들이었다.

광검자 천진수.

무한검 강진성.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북한 특사단의 헌터들이 인민군과 함께 인민군을 제압하고 있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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