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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4

213. 거지남매 – 배달부

콘라드 왕국의 수도 루티나는 완연한 봄바람에 휩싸여 있었다. 수도를 둘러싼 평야에서 바람이 불어와 높다란 성벽에 몸을 받았고, 왕래하는 시민들은 한껏 따뜻해진 날씨를 만끽하였다.

“아함~ 날씨 좋다.”

“입에 벌레 들어가겠다.”

노곤한 날씨를 즐기는 사람은 시민들뿐만이 아니었다. 성문을 지키던 수비병들도 기지개를 켜며 하릴없이 잡담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아키넨이 언제였더라?”

“다음 달이었을걸? 내가 기억하기론.”

“그래? 그럼 슬슬 바빠지겠다.”

“그렇겠지. 아- 제복 새로 맞춰놓으라던데, 돈이 없어서 큰일이네. 보조금이 나오려나.”

“제수씨는 어때? 곧 출산이잖아.”

“형수님이라고 불러라. 어딜 장가도 안 간 총각이 애 아빠 되는 사람하고 맞먹으려 들어. 마누라야 잘 있지. 산파도 구했고. 어휴, 돈 많이 들어가더라. 솔직히 별 차이 없을 것 같은데, 경험 많은 산파가 꼭 있어야 한다나.”

“첫 출산인데 있어야지.”

“애 낳으면 집도 새로 구해야 하는데 큰일이야. 앗!”

성벽에 등을 기대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병사들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언제 다가왔는지 대단한 규모의 마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성의 출입은 자유다. 하루에도 수천 명이 들락이는 걸 일일이 조사할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어서 겉보기에 문제가 없으면 수비병들은 왕래하는 행인들을 내버려 두었다.

다만, 마차와 같이 부피가 있는 물건이 출입할 때는 수비병에게 신고하는 게 통례다. 병사들은 마차도 어지간해선 수색 없이 통과시켰다.

간혹 뇌물을 받을 생각으로 공연히 짐을 뒤지는 병사도 있다. 돈이 궁할 때, 부수입을 얻으려는 행동이었는데, 이번엔 그럴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으리으리한 마차들.

각양각색의 문양이 달린 깃발들이 휘날렸다. 기사들이 호위하는 그것은 귀족의 행차였다. 모나크 남작가, 윌렌드 백작가, 아르네 후작가의 마차들이 ‘아키넨’에 참석하러 왔다는 명목으로 입장을 요구하였고, 병사들은 이를 경례와 함께 통과시켰다.

그러나 누구의 아키넨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역심을 품은 사람들. 루티나에 들어선 그들은 이내 아르네 후작의 저택에 도착해 귀빈의 하차(下車)를 기다렸다.

잠시간의 뜸을 들이고, 모습을 비친 사람은 돌아온 왕자, 레오였다. 마차에 한 발을 디딘 그는 곱상하게 치장한 모나크 남작가의 영애 크세니아와 눈부시게 아름다운 금발 머리 아가씨를 차례로 에스코트했다.

오빠의 손을 붙잡고 내려선 레나가 활짝 미소 지었다. 도열한 귀족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동생은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었다.

연붉은색 장식이 많은 드레스를 입고, 느릿한 몸동작으로 귀족들의 인사를 받아주는 레나. 제오프 윌렌드 백작을 회유하며 본격적으로 귀족들을 접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무서운 속도로 왕녀(王女)의 기품을 되찾아갔다.

이전 소꿉친구 회차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반란을 일으킨 오빠를 돕고자 각 지역을 순회하며 군사를 모으던 당시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제복을 입어 전시(戰時)에 어울리는, 명령을 똑 부러지게 내리는 공주님이었었다.

그러나 이번엔 전시가 아닌 까닭인지, 동생은 전형적인 공주님이 되었다. 몸치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강압적으로 명령하기보다는 나긋나긋한 말솜씨와 고아한 몸짓으로 귀족들을 회유해나갔다.

그 수완이 지나치게 탁월해 정작 왕자인 레오는 이곳까지 오는 동안 할 일이 없었다.

설마 아무것도 안 하고 동생에게 다 맡기려 들었겠느냐 마는, 레나는 서신으로, 이른 아침 우연을 가장한 만남으로, 후작 부인과의 티타임을 통해 레오보다 한발 앞서 귀족들을 사로잡았다.

돌아온 왕자가 무엇을 바라고 찾아왔을지는 사실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해서 머쓱하게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서로의 요구사항을 주고받을 일만 남아 있었는데, 가족 또는 귀족 본인을 구워삶아서 왕자의 편을 들어줄 분위기를 사전에 조성해 둔 건 레나였다.

레오는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내가 정권을 잡았을 때 나의 편에 서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솔깃한 제안으로 논의를 끝마치면 그만이었다.

주인공답다.

레오는 비로소 동생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라는, 이전 회차, 자신이 남긴 전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최소한의 신변 보호와 귀족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기만 하면 끝이다. 그때부터는 레나가 걷잡을 수 없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혈통을 되찾아갔다.

그렇다면 이 거지남매 시나리오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은…

‘오리아스를 물리치는 것이겠지.’

동생이 아무리 잘났어도 어찌할 수 없는 문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크세니아를 ‘배치’해 베르크 추기경을 만나게 하고, 그와 협력해 악신을 섬기는 에릭 왕자와 대적하도록 주신이 안배해둔 것이었다.

그럼 다른 시나리오들은?

…솔직히 모르겠다.

목표가 뚜렷한 거지남매 시나리오와 달리 소꿉친구, 약혼관계 시나리오는 목적을 종잡을 수 없었다.

거지남매를 보조하는 시나리오에 불과하다고 하기엔 각각이 가진 비중이 크고, 민서는 모든 시나리오의 레나를 공주로 만들어야만 이 게임에서 탈출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그에게도 나름의 근거가 있으니 무작정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 퀘스트 : 수호자, 2/3 ]

이게 끝이 아닌 건 아닐까.

그건 찰나의 번뜩임이었다. 레나의 손을 붙들고, 도열한 귀족들을 지나치던 레오는 현실이 붕 떠오르는 걸 느꼈다. 마치 엔딩이 찾아온 것만 같은 멍멍함이 귓바퀴에서 소용돌이쳤다. 사제가 되려 하는 레아와 기사가 되려는 레나 아이나르, 공주가 되는 동생… 신력과 무력, 권력을 갖춰가는 주인공들을 가늠하니 주신이 우리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오빠?”

그러나 레오는 고개를 저어 상념을 털어버렸다. 동생의 손을 흔들어 안심시키고는 가라앉기 시작한 현실로 발을 디뎠다.

나는 민서의 장기말이요, 주신의 장난감이다. 차근차근 윤곽을 드러내는 목적에 훼방을 놓을 생각도, 앞서나간 추론으로 민서에게 걸린 ‘굴레’에 딴지를 걸 생각도 없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아무리 고심하고 발버둥 쳐도 주신이 깔아둔 길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순리대로, 안배된 모든 과정을 거쳐 우리는 해방되리라. 나는 그저 내 몫을 다할 뿐.

오리아스의 본진에 당도해 반란을 준비해야 할 왕자는 어쩐지 미래가 두렵지 않았다. 당혹스러운 봄바람이 그의 머리칼을 스쳤고, 난데없이 찾아온 깨달음만큼이나 난데없는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 업적 : ‘카트리나의 삶’ 퀘스트 완료 – 카트리나가 굴레에서 벗어납니다. ]

[ ‘카트리나의 삶’ 퀘스트가 소멸됩니다. ]

‘….’

지난 약혼관계 회차에서 카트리나가 죽었던 시기가 이즈음이었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걸까. 내가 뭘 했다고 그녀가 굴레에서 풀려났을까.

[ 18/23 ]

그의 눈 아래에 박힌 회차 제한이 하나 늘어나 있었다. 레오는 그의 의도와 관계없이 차곡차곡 진행되어가는 상황을 허허… 초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 *

“오늘도 고생이 많았네.”

루티나 교회의 한 객실에서 레오가 술잔을 채워 내밀었다. 전(前) 근위기사 갈렌은 왕자님이 하사한 술을 황송하게 받아들었다.

“…아닙니다. 힘든 일이 아니었는걸요.”

특기할 만한 일 하나 없이 루티나에서의 스무 번째 날이 흘러가고 있었다. 내심 거사를 일으키기 전에 바르트 경을 데려와야 하지 않나 생각했던 그는 자신의 걱정이 부질없는 것이었음을 절감했다.

왕국 기사들, 그리고 심지어 근위기사들까지도 하나같이 왕자님께 충성을 맹세했다.

간혹 어떤 기사가 거짓으로 충성을 맹세하는 것 같아서 “죽일까요?” 물어보았으나 왕자님께선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며 호탕하게 웃으셨고, 왕자님의 말씀이 옳았다. 누구도 이분을 배신하려 들지 않았다.

놀라운 일이다.

정통성 있는 왕자님께서 극적으로 살아 돌아오셨으니 마음이 동할 기사들이 많으리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왕자님께선 위험하다 싶을 만치 적극적으로 기사들을 만나러 다니셨고, 고작 스무날, 삼 주일도 안 되는 시일 만에 근위기사대와 세 개의 기사단을 장악하셨다. 공주님께서도 어찌나 영특하신지 아르네 후작가에 머무르시며 살금살금, 가랑비에 옷 젖듯 귀족들을 회유해나갔다.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인데…

갈렌은 조금 씁쓸하게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그럼 우린 대체 무엇을 위해 싸워왔단 말인가. 왕자님, 공주님께서 어떤 도움도 없이 이렇게 다 해결해버리실 거라면. 허탈해진 그는 본의 아니게 실언했다.

“이제 내일모레면… 에릭 왕자님이 폐위되시겠군요.”

레오의 눈썹이 꿈틀, 치켜 떠졌다.

거사 일정이 잡혔다. 당일이 아닌, 아키넨을 준비하는 사전 행사 때 온 귀족과 사절단이 보는 앞에서 에릭 왕자를 끌어내리기로.

그런데 이걸 최측근으로서 항시 그의 곁에 붙어있던 갈렌이 몰라서 묻는 것일 리가 없었다. 목소리에 다소간의 착잡함마저 묻어 있어서 레오가 물었다.

“아쉬운가?”

“……네. 솔직히 그렇습니다.”

“고하라. 어째서냐?”

“오해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레오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 업적 : 주종 관계.2v – ‘328’, 충성을 맹세한 자들은 레오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습니다. ]

오해할 리 있겠는가. 이자는 나를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인데. 레오는 달그락- 술잔을 들어 번민하는 기사의 잔에 건배했다. 이윽고 갈렌의 입이 열렸다.

“저희가 왕자님과 공주님께 해드린 일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에릭 왕자님이 안타깝군요. 저는 한때 에릭 왕자님을 모셨었거든요.”

“자네가?”

“정말 옛날이지만요. 그러다가 레나 공주님이 태어나시면서 보직이 바뀌었습니다. 공주님을 호위했죠.”

“그렇군. 그럼 에릭 형님의 어릴 적 모습을 봤겠구나.”

“네. 한 1년 정도…”

“어떤 사람이었느냐?”

갈렌이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그게 촉매가 된 것인지 자칫 무엄하게 느껴질 만한 단어를 뱉었다.

“마음이 여린 소년이셨습니다.”

“…믿기 어렵구나.”

딱 한 번 에릭 드 예리엘을 만났었다. 레오보다 다섯 살이 더 많은 그는 눈동자가 검은색이고, 같은 금발이지만 예리엘 왕가의 적통을 상징하는 청색이 아닌 테르탄 가의 갈색이 섞였다는 걸 제외하면 레오와 거의 같은 외견이었는데, 인상은 전혀 달랐다.

차갑게 날 선 분위기. 신경질적으로까지 느껴졌던 눈매를 고려하면 마음이 여리다는 건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 오리아스의 사도로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인신 공양했을 것까지 따지면 더더욱.

허나 갈렌은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는 술을 홀짝이며 자신이 만났던 소년, 에릭 드 예리엘 왕자에 대해 털어놓았다.

무려 십오 년 전의 일이다.

그가 갓 근위기사가 되었을 적의 에릭 드 예리엘 왕자는 고작 여섯 살이었다. 그 당시 에릭 왕자는 심한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왕비, 아이나스 드 예리엘이 늦게나마 왕위를 물려받을 적통, 레오 드 예리엘 왕자를 낳으면서 후궁의 몸에서 태어난 에릭 왕자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진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나, 이를 의연하게 받아들이기에는 왕자의 나이가 너무 어렸다. 그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왕이 되실 분이라며 그를 떠받들던 왕궁 사람들의 달라진 태도를 의아해했고, 왕비가 둘째를 회임했을 때에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듯했다.

왕이 될 수 없는 왕자.

역사 속에 그랬던 왕자가 어디 한둘이었겠는가. 크게 실망했겠지만, 갈렌이 보기에 다행히 에릭 왕자는 이를 받아들이려 애쓰는 것 같았다. 그는 갈렌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 “전 괜찮아요. 어머니께서도 슬퍼하지 않아 하셨으면 좋겠는데… 제가 많이 웃어야 하겠지요.”

이게 왕족이구나.

신참 근위기사였던 갈렌은 내심 감탄했다. 한창 투정을 부릴 나이. 키가 허벅지에 닿을까 말까 한 작은 소년이 하는 말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그랬던 에릭 왕자도 결국 뒤틀리고야 말았다. 그 사건의 발단은 왕자가 어머니와 함께 휴양 차 내려간 테르탄 공작의 영지에서 발생했다.

“‘이본느 테르탄’ 빈어공주(嬪御公主, 왕의 첩)가 돌연 사라졌습니다. 그 이후로 에릭 왕자님이 굉장히 신경질적이셨죠.”

왕자를 호위하는 근위기사로서 당시 갈렌도 그곳에 있었다. 라퍼트 테르탄 공작의 딸이자 에릭 왕자의 어머니인 이본느 테르탄이 온데간데없이 종적을 감췄고, 온 왕국민의 수군거림 속에서 에릭 드 예리엘 왕자는 엇나가기 시작했다. 살기 어린 표정으로 누구도 가까이하지 않았는데…

“잠깐, 이본느 테르탄이 사라졌다고? 왜? 어디로?”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그냥 어느 날 종적을 감췄습니다. 라퍼트 테르탄 공작이 온 힘을 다해 수색했는데도 찾지 못했죠. 아, 그러고 보니 그때 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공작은 자기 딸도 딸이지만, 딸과 함께 사라진 어떤 보석을 필사적으로 찾더군요. 손가락 두 개만 한 크기의 붉은 꽃봉오리 모양이라고…”

레오는 옅은 전율에 휩싸였다.

뭔가… 뭔가 알 것만 같다. 에릭 드 예리엘 왕자가 어떻게 오리아스를 섬기는 사도가 되었는지, 이본느 테르탄이 어디로 사라졌는지까지도.

그녀는 제물로 바쳐진 거다.

그 보석은 오리아스와 관계된 물건임이 틀림없었다. 에릭 왕자가 가지고 있다가 매혹된 테르탄 공작을 통해 손자인 팔라스 테르탄에게, 최종적으로 하리에 가이단의 손에 넘어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하리에 가이단은 배달부였구나.’

오리아스의 의도를 알겠다. 테르탄 공작은 거절할 거면서 굳이 팔라스를 거쳐 그 보석을 하리에에게 넘겨주었는데, 그녀는 공작가와의 혼약이 무산되면 오른 왕국의 왕자들에게 시집가야 할 처지였다. 그러니까 보석의 목적지는 애톤 또는 앨제어 드 로그넘 왕자였던 거다.

그런데 하리에와 팔라스가 사랑에 빠지면서 일이 꼬였다.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그들은 멋대로 콘라드 왕국으로 돌아갔고, 그러던 중간에…

‘바르트 경!’

바르트를 만났다. 그리고 바르트 경은 하리에에게서 목걸이를 뺏어갔다. 그럴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왕자님?”

갈렌이 레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술잔이 찰랑찰랑, 손과 함께 떨리고 있었고, 레오의 추론은 벽에 부닥쳤다. 바르트 경이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이야기해줘서 고맙네.”

레오는 최대한 침착하게 술을 들이켰다. 모든 것이 준비되고, 절대로 질 수 없는 싸움이 내일모레 예약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한 가지를 놓쳤음을… 레오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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