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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5

< 저항군 >

“뭐 별것 없구만.”

인민군을 거침없이 박살낸 천진수는 빌빌거리는 인민군의 방탄모를 두들겨 팼다.

“악! 악! 악! 그, 그만하라, 이 미친 노친네!”

“어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빨갱이 애새끼가 어딜 어르신한테? 너는 애미애비도 없어?”

포로로 잡은 경비병들을 두들기는 천진수를 강진성이 말렸다.

“그쯤 해두게. 비명소리가 안에 들리면 어쩌려고.”

“어차피 안에서 눈치는 다 채지 않았겠어. 힘으로 진압해야지.”

-거기! 꼼짝 마!

그때였다. 한국 헌터들과 함께 기지를 습격한 저항군 특작부대가 어딘가를 향해 총을 겨눈 것이다.

“아니, 저 친구들은?”

그들이 겨눈 총구의 끝에서는 익숙한 만신전제 장비가 보였고, 천진수가 곧 그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만신전에 그 구대성이란 친구구먼?”

“아, 저를 아십니까?”

구대성은 자신을 알아볼 줄은 몰랐는지, 의아한 눈을 했다.

“레온 형님이 칭찬하던 젊은이라지. 요즘 것들같지 않다고 말이야.”

“······.”

그 말에 구대성은 무언가 울컥하는 감정이 들었다.

제 도전에 폐하의 평가는 필요치 않다. 그리 말하고 스스로 수행의 길을 나선 그였다. 하지만 내심 그의 지지와 허락이 얼마나 고마웠고 감사했는가.

마치 자신을 믿어주는 것 같아서 구대성은 더욱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증언으로 들으니 울컥할 수밖에.

“크흠···! 저희는··· 이곳에 무고한 사람들이 끌려왔다는 소식에 왔는데··· 어르신들께서는 어찌?”

거기다 북한군과 함께 행동하다니? 구대성의 의문에 강진성이 가로막아 섰다.

“이야기가 길어지네. 시간 없으니 여기부터 정리하고 이야기하지.”

그렇게 얼떨결에 북한군 진지를 향해 진입하는 세 사람. 그들은 기지 깊숙한 곳을 향해 진입했다.

* * * *

기지 내부는 산을 통째로 판 것처럼 깊은 동굴과 이어졌다.

아니, 동굴이라기엔 조금 지나치게 깊다. 오랜 세월 공간을 파고 장기간 무언가에 저항하기 위한, 역사에 비례한 규모를 가진 비밀기지.

“하여간 빨갱이 놈들은 여기저기에 굴을 잔뜩 파뒀어. 아프간 놈들도 아니고.”

천진수의 불평에 구대성이 조심스레 물었다.

“다른 곳도··· 가보셨습니까?”

“이걸로 네 번째다.”

그들은 남한과의 연락이 두절된 이후 북한의 비밀기지들을 습격해왔다고 밝혔다.

그들에게 조력한 자들은 북한 내부의 ‘저항군’이라는 모양이다.

“그렇군요.”

더 자세한 설명을 들으려면 일단 이곳의 일을 끝내고 나서겠지. 구대성은 자신을 뒤따르는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내곤 천진수와 강진성 옆에 섰다.

‘요놈 봐라?’

천진수는 S급 헌터인 자신들과 나란히 선두에 서는 구대성을 보며 의외란 눈을 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건대 기껏해야 C급 상위. 장비빨을 감안해도 B급 하위다.

이곳에서 맨앳암즈를 제외하면 가장 약한 헌터가 그다. 북한군 특작부대 소속 헌터조차 최정예만 꾸려왔으니까.

‘그런데 우리와 나란히 서? 아니, 반보 정도 앞장섰단 말이지.’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인가? 아니면──

‘얼치기들 사이에서 대장 노릇 좀 하더니 나쁜 습관이 된 거겠지.’

천진수의 눈빛을 읽고 슬쩍 읊조리는 강진성. 천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공략대 리더 역할을 자주하다 보면 제 주제를 모르는 경우가 많긴 해. 하지만······.’

두 노인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보통 위험을 가장 많이 무릎 쓰는 무모한 놈들이 제일 먼저 뒤지거나···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대성하거나 둘 중 하나란 걸.

“거 젊은 기사 친구. 말은 어디다 두고 왔나?”

“그, 동굴에서는 활동이 힘들어서 입구에 두고 왔습니다.”

“기사가 말을 안 타고 다니면 쓰나?”

“어음··· 던전형 게이트에서 타고 다녀봤는데, 돌격 후에 빠져나오는 게 쉽지가 않더군요.”

사실이었다.

전장이 넓은 필드형 던전이라면 모를까 협소한 장소에서 말의 기동력은 살리기 어렵다.

불타는 검 기사단 같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면 모를까 구대성의 승마술은 그 정도까진 아니다.

“그래? 그럼 자넨 좀 튼튼한 탱커구먼. 그럼 어서 방패나 들게.”

“옛?”

천진수의 말에 먼저 방패부터 척 드는 구대성. 조건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캉!

그때였다. 구대성이 방패를 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투사체가 구대성의 방패를 두들긴 것이다.

“독침?”

구대성은 방패에 맞고 떨어져 나간 투사체가 독침인 걸 알고 적 세력의 투사체를 알리려 했지만──

-투다다다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탄환들이 헌터들을 덮쳤다. 구대성이 외쳤다.

“방패!”

지시에 따라 일제히 우르르 방패를 드는 맨앳암즈들. 그들은 정석적인 방패진형을 하며 탄환의 비로부터 북한군 특작부대를 지켰다.

“고, 고맙소.”

“뭘 이 정도 가지고.”

북한 특작부대 중에는 헌터들도 있었지만 반수 이상인 백여 명이 일반 군인이었다. 그들도 나름 훈련된 군인들이겠지만, 이런 좁은 곳에서 포탄까지 날아오는 걸 막을 순 없다.

“······.”

그렇게 한차례 쏟아지던 총탄세례가 그쳤다. 당연하지만 헌터의 육체강도와 별철갑옷으로 무장한 그들은 고작 총탄 따위에 상처 입을 일이 없다.

“애먼 짓거리를.”

강진성이 손짓으로 검을 띄웠다. 이기어검술은 무한검 강진성의 전매특허. 그가 손가락으로 어둠 너머를 가리키차 마력을 뽐내는 검이 엄청난 속도로 쇄도한다.

-크억!

-억!

-끄악!

-키에엑!

-탕! 타탕!

너머에서 울리는 비명소리와 총소리. 그들은 자신들의 공격이 별 타격을 입지 못하면서 오히려 이쪽만 일방적으로 얻어맞는다는 걸 실감한 모양이다.

-키야아아악!

-돌격하라우!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몰려드는 일장의 무리들. 구대성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몬스터와 인간이 함께······.”

“몬스터와 악종 놈들이겠지.”

천진수가 검을 들었다. 그의 검이 거대해지며 아슬아슬하게 동굴에서 휘두를 수 있을 만한 크기가 된다.

다음 순간, 그가 내리친 광격은 선두의 무리를 단번에 스윽 일자로 절단내고야 말았다.

“사람이길 포기한 놈들이다. 동정심 같은 거 버리고 싹다 죽여버려.”

전투가 시작됐다.

천진수와 강진선을 비롯한 특작부대 백삼십여명과 맨앳암즈 오십여명. 불과 이백도 채 되지 않는 부대를 상대로 몰려드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족히 천은 넘는 물량이다.

몬스터들의 날카로운 괴성과 착검돌격하는 인민군의 모습이 실로 괴이했지만, 철과 철이 부딪치고 피와 피가 튀는 백병전이 개시됐다.

“방패 앞으로!”

구대성은 배운 대로, 훈련한 대로 백병전에 임했다.

방패벽을 세워 돌격을 막고 틈새 사이로 검과 창을 찔러 넣는다.

기사의 장점인 기병돌격이 활약할 수 없는 지형이지만, 반대로 밀집진형의 힘이 최대로 발휘되는 지형이다.

우회하기엔 공간이 애매했고, 정면에서의 충격력으로는 방패벽을 뚫기 어려웠으니까. 게다가······.

‘약하다!’

총에 군용대검을 부착한 게 고작인 북한군이야 그렇다 쳐도, 몬스터들까지 이렇게 약하다니?

“이, 이봐, 구 씨. 이거······.”

“예, 손에 감각이 이상합니다.”

그들은 수없이 몬스터의 생살을 찌르며 살아있는 고깃덩어리의 감각을 익혀왔다. 하지만 지금 이 감각은 무언가······.

“조금 단단한 젤리를 찌른 것 같은──”

-콰르륵!

발밑이 축축하다. 그것을 눈치챘을 때, ‘그들’은 구대성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키에──!

“김 대장님!”

구대성이 화들짝 놀라 김도한과 제 옆에 나타난 괴물을 향해 검을 찔렀다. 별철검이 단숨에 놈을 꿰뚫었고 놈의 육신이 허물어진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등 뒤의 존재감을 느꼈다.

-콰직!

“큭···!”

“구씨!”

목덜미를 물렸다. 하지만 곧장 휘두른 방패로 괴물을 후려치자 불쾌한 타격감이 이어졌다.

“뭐야, 이놈들!”

“죽었던 놈들이···!”

헌터들 사이사이에서 부활한 몬스터와 북한군들이 공격해왔다. 틈새에서 부활했기에 진형을 짤 시간도 없이 난전이 시작된다.

그들 모두를 제압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 * * *

“끄으······.”

“괜찮아, 구씨?”

“생채기입니다. 좀 따가운 수준이에요.”

“그러게 자기 옆에 있는 놈부터 잡지 왜 나부터 도왔담.”

“하하······.”

그런 걸 생각할 틈이란 게 있었던가. 구대성은 처리한 몬스터들이 다시 부활하지 않는지 확인하던 그때, 천진수와 강진성이 왔다.

“서, 선배님들······.”

“어어, 앉아앉아. 다친 사람이 뭐 그리 빠릿하나.”

두 노인은 기습에도 불구하고 생채기 하나 없다. 아니, 예기치 못한 기습에 북한군 특수부대 몇 명 죽은 걸로 끝난 건 그들이 워낙 재빠르게 대처했던 덕이다.

“눈치챘나?”

강진성이 물었다.

“예? 어떤 부분··· 을 말입──아!”

구대성은 몬스터들의 시체들을 새삼 바라보곤 번뜩 깨달았다.

몬스터들이 부활하는 존재라면 어째서 지금은 부활하지 않는지.

“별철검.”

“신성의 힘이 담긴 무구지. 우리 중에서 별철무기를 가진 건 나와 이 꼰대가 비싼 돈 주고 순번을 당겨 받은 것밖에 없었네. 하지만 자네들은 아니지.”

만신전의 기본 무장이 별철무구다. 아무리 말단 병사라 할지라도 최소 가호가 깃든 별철무구를 한 셋트씩은 지급하는 것이다.

“별철무구에 당한 놈들은 부활하지 못했군요.”

“만신전은 악마의 천적. 그들의 삶에 당연하게 깃든 모든 것이 악마와 극상성이지.”

강진성은 몬스터의 시체를 짓밟았다. 이제는 일어나지 않는 그것은 구대성이 직접 찌른 몬스터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들 무장이 여유가 있다면 우리 부하들과 북한군에게 별철무장을 나눠주지 않겠나? 물론 끝나면 돌려줌세.”

이대로라면 기껏 끌고 온 병력들이 무용지물이 된다. 강진성의 제안은 지극히 당연했다.

“무, 물론입니다. 저희들은 주무장 두 개와 부무장도 챙기고 다니니까요.”

기사도 맨앳암즈도 공통적으로 창과 검을 각각 한 자루씩 무장하고 부무장으론 도끼나 철퇴, 단검 따위를 쥐고 다닌다.

백병전술의 유용성을 위해서지만, 남는 무장들을 나눠주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

그렇게 천진수와 강진성 휘하의 헌터들은 맨앳암즈들의 검이나 창을, 총으로 무장한 헌터들은 단검을 지급 받았다.

모두가 별철무구라는 점에서 기가 막힌 돈지랄이었지만, 애초에 저 무구의 생산성을 야피가 보장하니 만신전에선 그리 귀한 무기도 아니다.

“좋아, 이제 가보자고.”

그들은 지체않고 동굴 안쪽으로 더욱 나아갔다.

그들이 떠나간 자리, 쓰러뜨렸을 터인 몬스터들과 북한군인들이 검은 먹물로 녹아내리는 것을 보지 못하고.

* * * *

그렇게 얼마간 달린 끝에 도착한 곳은 넓은 공동이다.

“뭔가··· 기대했던 것관 다른데요.”

“그러게 말일세. 보통 이런 곳에는 전차나 장갑차 같은 게 우글거리지 않나?”

천진수는 한치 앞도 보이질 않는 어두운 공동을 보며 실망스러운 표정이었다.

그가 옛적 반공 교육을 받을 때면, 산속에 숨겨둔 괴뢰군의 비밀기지가 있는, 뭐 그런 상상을 좀 했더랬다.

“거기 빨갱이! 전등 좀 쎄게 틀어봐! 불을 켰는데도 뭐 이리 어두워!”

“그, 그거이··· 지금이 최대밝기입니다!”

“으응?”

최대 밝기라고?

그럼 눈앞에 뭔가라도 보여야 할 것 아닌가? 왜 ‘시커먼 것’밖에 비쳐지질 않는 거지?

-스르륵······

“남조선 동무들··· 방금 뭔가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뭐가 움직였단──”

-콰직!

“”······!!””

모두의 시선이 큰 소리가 난 방향으로 집중된다. 방금 무언가를 발견한듯한 북한 군인이 있던 자리에 ‘시커먼 것’이 보였다.

압사당한 것 같은 그 바닥에는 검은 것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시뻘건 선혈이 있었고··· 그것이 단지 어두움 때문이 아니라는 걸 눈치채기까지 1초.

“적이다···!”

“조명탄 터뜨려!!”

무엇인지도 모르고 회피운동을 하고 한 북한 헌터가 품에서 조명탄을 꺼내 발사하기까지 3초.

-콰직!

-콰직!

몇 명의 희생자가 더 나오고서야 공동 높이까지 날아오른 조명탄이 그것의 신형(身形)을 일부나마 비쳐댄다.

“아······.”

그것은 너무나도 거대한.

끔찍하리만치 거대해서 압도되고 마는 무언가.

마주칠 눈도, 생각할 뇌도, 하다못해 내장이 있을 몸통도 없이··· 그저 촉수. 촉수. 촉수촉수촉수.

[카오스 그레이트 올드 원 메르기욜라가 새로운 공물을 감지했습니다.]

대악마. 그것도 올드 원이라 불리는 고대의 악마가 수백 개의 거대한 촉수들을 뻗기 시작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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