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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6

< 대악마 메르기욜라(1) >

레이날드 쉘먼은 지혜의 보옥을 통해 위대한 존재들에 대해 영접한 이후, 그들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무한한 지혜와 끝없는 탐구심.

마법사라면 응당 갖춰야 할 덕목이었고, 마탑의 연구실에 처박히며 온갖 진리를 탐구하던 그에게 그들이 접촉해온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렇기에──

「저 새끼가 왜 여기 있어! 왜! 어째서?!」

삼라의 진리와 지식의 보고를 내려주던 악마가 뉴스에서 레온을 목격하고.

「나, 난 포기. 안 해. 안 한다고.」

냅다 연결을 끊어버렸을 땐, 당혹감을 넘어 좌절감을 느꼈다.

[씹할··· 결국 내가 짬처리냣······.]

그렇기에 다음에 후임으로 나타난 지혜의 보옥 너머 대악마에게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미쳤냣? 내가 저길 왜갓?]

[안 간다니깐?]

[안 간다고옷!]

이놈의 보신주의자. 쫄보 쉑······.

새롭게 모시게 된 지혜의 대악마는 극도의 보신주의자였으며 아예 지구 침공 그 자체에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래도 짬이 제일 낮은 막내 대악마라는 것 때문에 여기저기 불려 나가게 된 모양이지만.

하여튼, 덤으로 자신까지 딸려 행동하다 보니 사자심왕이란 게 어떤 존재인지,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두려운 존재인지 이해하게 됐지만······.

[······.]

“······.”

지혜의 보옥. 계약자와의 패스이자 소환될 현계에서 마력을 축적해 대악마를 소환시키는 대 아티팩트.

족히 십수 만의 산제물이 필요한 대악마 소환을 지혜의 보옥이 있다면 그런 거창한 의식 없이 곧장 소환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이번 전쟁에서 혼돈의 군주가 첫 번째로 소환한 대악마는 보옥과 연결된 지혜와 탐구의 대악마 고브였고 그 소환의식은 레이날드가 주관했다.

[······.]

“······.”

레이날드는 자신이 소환한 대악마,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보고 싶었던 위대한 존재를 소환했지만, 뻘쭘하게 서로를 응시할 뿐이었다.

“저, 위대한 존재시──”

[말 걸지 마랏! 팍! 씨!]

지팡이를 휘두를 듯 성질을 부리는 고브. 한숨을 쉬는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레이날드를 불렀다.

[빨리 와랏, 멍청한 것! 나 혼자 의식의 진을 그리란 말이냣!]

“아, 옛! 위대한 존재시여!”

그가 고브에게 접근한 그 순간, 고브가 그의 귀때기를 마법으로 붙잡더니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

[난 이 반도를 탈출할 거다. 뒷구멍부터 파악해놧.]

“······!”

지혜의 보옥··· 아니, 지혜의 대악마 고브는 소환된 직후부터 곧장 이 전장을 떠날 계획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쫄보, 겁쟁이, 보신주의자라며 욕했던 레이날드지만, 고브의 이토록 빠른 결단에는 감탄하고야 만다.

“지혜로우신 분······.”

이것이 진정한 진리요 삶의 지혜 아닐까?

어쩐지 그와 함께라면 어디에서든 생존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 * *

[카오스 그레이트 올드 원 메르기욜라가 새로운 공물을 감지했습니다.]

“뭐, 뭐야, 저게······.”

공동을 가득 채우는 너무나 거대한 존재.

그것을 목도한 순간, 누구도 할 말을 잃었다.

“대, 대악마라고?”

“틀립니다··· 이놈들, 대만에서 목격된 적이 있는······.”

그레이트 올드 원. 듣기로는 악마 중에서도 고대에 속하는 원류종이라던가.

너무나 오래된 존재이기에 악마들 사이에서도 원로로 대접받는 대악마들. 그 힘의 크기만큼은 악마대공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들었다.

‘성배기사들이 나서서 상대해야 하는 괴물들이잖아! 이런 놈이 어째서 이런 곳에!’

“으, 으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구대성이 경악하던 와중 인민군 헌터 한 명이 괴성에 가까운 비명을 질렀다.

메르기욜라의 거구를 인식하고 바들바들 떨며 공포에 질린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을 넘어 혼돈에 가까운──

“라크샤르 때의···!”

그뿐만이 아니었다. 북한군 특작부대의 헌터들과 북한군들 심지어 강진성의 청성길드와 천진수의 신검 길드원들까지 저마다 발작증세를 보였다.

[【 절망스러운 존재 】]

◆효과

: 모든 생명체가 공포, 혼란, 절망에 휩싸입니다.

: 사기가 65% 떨어집니다.

: 물리저항이 55% 떨어집니다.

: 방어력이 55% 떨어집니다.

라크샤르 때의 수준은 아니지만, 가히 절망적인 트레잇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구대성을 비롯해 맨앳암즈들이 그나마 저항하고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기사용 풀 플레이트 메일이 착용자를 보호합니다.]

[기사용 장검이 착용자를 보호합니다.]

[기사용 각반이 둔화를 상쇄합니다.]

[기사용 건틀릿이 흔들림을 보조합니다.]

[꿈과 죽음의 신관장 베아트리체의 축복 귀걸이가 정신장벽을 보호합니다.]

모든 맨앳암즈들에게 지급된 별철무구들. 거기에 기사인 구대성에게는 베아트리체의 특제 정신장벽 보호 별철 악세서리가 지급됐다.

사실상의 면역. 그레이트 올드 원의 오염조차 견뎌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젠장, 뭔 놈의 디버프가 이리 빡세?”

“살육대공 때 수준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값비싼 별철검과 장비를 우선 공급받은 두 노헌터도 이 상황에서 견디고 있다. 하지만······.

“사, 살려줘!”

“저런 건 이길 수 없어!”

도망치는 북한 특작부대··· 심지어 청성이나 신검길드의 정예 헌터들조차 정신을 못 차린다.

“어딜 도망가! 자리 지켜!”

천진수가 일갈했지만, 꺾여버린 마음은 돌아오질 않았다.

-쿠웅!

-콰직!

그러나 사악한 촉수들은 그들의 퇴로를 가로막았다. 입구로 향하는 이들을 내리찍어 죽이고, 그물망처럼 끌어모은다.

그것은 전투행위라기보다는 몰이사냥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히익···!”

도망치던 병사들이 되돌아온다. 하지만 꺾인 마음이 되돌아온 건 아니다. 그저 촉수를 피해 더 많은 촉수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뿐.

“허억···!”

그러다 넘어진 북한군 병사. 그는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파르르 떨며 다가오는 촉수에 삼켜지려던 그때──

“방패벽!”

구대성의 호령에 맨앳암즈들의 방패벽이 전개된다. 너무나 거대한 촉수의 한짝을 오십 병사들의 방패가 막아선다.

-쿠구구구···!

충돌과 동시에 밀리는 맨앳암즈들. 하지만 그들은 끝내 서로를 지탱하며 버텨냈다.

“찔러!”

푹! 푹!

연달아 찔러지는 창날. 보급용 별철창의 창날은 촉수의 살을 무른 두부처럼 관통하며 검은 먹물 같은 피를 쏟아내게 했다.

그러자 파르르 떨리는 촉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닌지 촉수는 스르륵 물러났고, 구대성은 아직까지도 일어나지 못하는 북한 병사들을 보았다.

-사, 살려주시라요.

-으, 으으··· 도망, 도망쳐야······.

신들의 가호를 받지 못하는 그들은 옴짝달싹 못 하며 두려움만이 가득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전투불가 인원이 너무 많아···!’

전원이 힘을 합쳐도 살아남을지 미지수인데, 이런 비전투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 구대성은 재빨리 품에서 벼씨를 꺼내 주변에 뿌렸다.

제대로 된 농사도, 물조차 뿌리지 않았지만, 당장 급하니 어쩔 수 없다.

“생명의 어머니시여······.”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성법. 전투에 도움이 안 된다고 아쉬워했지만, 이 효능은 그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대단한 것이다.

씨앗이 발아하고 싹이 튼다. 주변 땅에 뿌려진 볏씨들이 자라며 탁하고 검었던 땅이 밝게 물들었다.

[생명과 풍요의 기사가 대지를 축복했습니다.]

데메라 여신의 성력이 깃든 곳에서 미약하지만 성력이 샘솟는다. 시릴 정도로 차가운 공동에서 이질적일 정도로 따스한 기운에 헌터와 병사들이 차츰 정신을 차린다.

“이, 이건?”

“안심하십시오. 여신께서 여러분들을 가호하십니다.”

비록 끝없는 어둠 속에 한 줄기에 불과한 빛이라도, 그것은 극적인 효과를 나았다.

성력을 느끼고 구대성을 바라보면서 자연스레 몸에 힘이 불어넣어진다.

“싸웁시다. 함께.”

이 거대한 대적을 앞에 두고 어찌 저리 흔들림이 없단 말인가.

그들은 순간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와 그 동료들은 결코 강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이곳에 있는 신검과 청성의 헌터들, 북한군 특작부대의 헌터들 모두 최정예. 그런데도 구대성이나 맨앳암즈들보다 못한 추태를 보이고 말았다.

사내는 부끄러움을 자각하면 만회하고 싶어하는 법이다.

하나둘 일어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구대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 저놈··· 너무 거대한데? 어떻게 잡지?”

김도한의 말에 구대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함께?”

“오~ 조금 히어로 무비 주인공 같았어.”

“두 어르신들이 버티는 것도 한계일 겁니다. 두 분을 지원해야지요.”

그들이 넘어졌다 다시 일어서는 와중, 그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두 S급 헌터들. 그들의 지원을 업고···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

* * * *

“펼쳐져라.”

강진성의 검이 순식간에 군세를 이루었다.

무한검 <멸마군검>

검의 복제체를 마력량이 허용하는 만큼 수없이 복제해 이기어검으로 다루는 강진성의 고유스킬.

만신전제 최고 커스터마이징 별철검을 복제한 멸마군검은 이전에 비해 두 배··· 악마 상대라면 다섯 배 이상의 위력을 자랑한다.

-콰콰콰!

쏟아지는 복제 별철검들이 메르기욜라를 강타했다.

폭격에 가까운 대공격에 촉수들이 너덜너덜해지고, 잘려나간다. 레전드의 공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알아서 피해! 큰 거 나간다!”

빌딩만한 크기의 거대한 검이 강진성을 스쳐 지나갔다. 그 거대한 검은 산조차 절단내는 대검. 그것이 그대로 메르기욜라를 향해 내리친다.

-꽈아아앙!

광검 <일기당천 만부부당>이 메르기욜라의 육신을 그대로 절단냈다.

“살육대공 놈과 다르게 크기가 크니 맞추기도 쉽구만.”

“방심하지 말게. 대공급은 아니어도 평범한 대악마가 아니야.”

두 사람은 조명탄에 비친 메르기욜라의 절단난 몸을 지켜봤다. 뿌연 먼지와 공동의 어둠, 메르기욜라의 검은 촉수에 가려져 그 형태가 쉬이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만한 대일격들을 얻어맞고도 메르기욜라는 멀쩡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키이이익···!

-우어어어···.

잘려나간 촉수가 쏟아낸 검은 먹물 같은 피에서 괴물들이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성가시군.”

“별철검으로도 정화가 안 되는 모양인데.”

천진수는 강진성을 툭 쳤다.

“강진성이 자네 성법 좀 아나? 분명 하늘과 천둥의 신님을 믿는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는 자네는 빛과 정의의 여신님을 믿는다 하지 않았나. 뭐 좀 안 되나?”

“손가락에서 빛은 낼 수 있네.”

“나도 정전기 좀 일으킬 수 있네.”

“자네 영 쓸모가 없구만.”

“자네가 할 소린가?

필요에 따라 만신전에 귀의하고 별철무구도 받았지만, 평생 무교로 살아온 두 노인에게 신심이 쌓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상대라면 차라리 이용완이나 황금철 그 친구들이 나았을지도 모르겠어.’

최근 그 두 젊은이들은 레온으로부터 기사 서임을 받을 정도로 신앙의 진보가 있었다고 하니 성법 좀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구대성 그 친구는··· 으음?”

천진수의 시선에 큰 소리를 내며 먹물 괴물들과 교전하는 구대성 그리고 헌터들이 보였다.

트레잇 디버프의 영향으로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진 그들이 구대성과 함께 싸우고 있었다. 마치 대공급 악마들을 상대로도 맞설 수 있었던 만신전 기사들처럼.

‘저 친구에게 사자심왕만한 카리스마는 없었을 텐데.’

어찌어찌 격려에 성공했나. 생각보다 난 놈일지도 모르겠다.

“도망친 놈들도 다 합류했군. 늙은이들이 힘 좀 더 써보자고!”

천진수가 돌격한다. 그는 그 꼬장꼬장한 성격 이상으로 전투에서 광전사처럼 돌변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S급 헌터 최강자라 불리는 그가 먹물 몬스터들을 조각내고 촉수들을 절단낼 때마다 환호성이 일어났다.

“저 친구는 언제쯤 잠잠해질지······.”

그런 친구를 보면서 강진성은 다시 한번 멸마군검을 펼쳤다. 먹물 몬스터 중에서도 유독 크고 강력한 개체를 저격하며 촉수들을 저지한다.

두 강력한 S급 헌터의 지원 아래 구대성은 메르기욜라의 중심을 향해 전진했다.

“김도한 대장님! 그거!”

“잘 챙겨놨지! 야피 경 특제··· 근데 이거 정말 써도 돼?!”

“솔직히 방법이 안 떠올라요!”

“하긴 나도 그래!”

김도한 대장은 제 주머니를 탕탕 두드리다 본인 행동에 놀라 움츠러들었다. 놀랄 거면 그러지나 말지.

-키이에에에!

먹물처럼 무른 괴물 주제에 소리만큼은 괴이하다. 구대성은 괴물의 목을 베어버리다 거대 괴물의 주먹질을 방패로 막고 튕겨 나갔다.

“구씨! 괜찮아?!”

“크··· 덩치에 비하면 물주먹입니다.”

“하핫! 센척하기는. 그나저나 많구만.”

“바, 방패벽!”

구대성이 몰려드는 괴물들을 보며 외쳤지만, 맨앳암즈들은 구대성과 김도한을 따라오질 못했다.

난전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몬스터들이 진형을 헤친 것이다.

“아이고야, 일단 뒤로 물러나──!”

-쿠콰콰콰콰콰!

그 순간, 하늘에서 쏟아지는 수백 개의 검들. 쏟아지는 검의 폭격은 먼지를 일으키며 몬스터들을 쓸어버렸고, 그 위에서 강진선이 신선처럼 사뿐히 내려왔다.

“자네들, 너무 깊숙이 들어왔군.”

강진성의 힐난 어린 시선에 구대성이 다급히 외쳤다.

“놈을 처치할 수단이 있습니다! 그러려면 정확히 놈의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흐음?”

강진성은 구대성 정도의 헌터에게 저 괴물을 처치할 힘이 있다고 믿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만신전의 기사다.

“확신할 수 있나? 상대는 보통 대악마가 아니야.”

“적어도··· 한 방은 먹일 수 있습니다.”

구대성의 표정에 자신이 서렸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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