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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7

< 대악마 메르기욜라(2) >

그만한 자신감이라. 강진성이 슬쩍 시선을 보냈다.

“그렇다는데?”

“그럼 뭐, 노친네들이 한 번 도와줘야지.”

어느새 나타난 천진수. 그는 검은 먹물을 가득 뒤집어쓴 무시무시한 모양새로 검을 어깨에 멨다.

“뒤처지지 마라. 뒤지는 거까지 내가 못 챙겨준다.”

“사람 말하는 거 하고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천진수가 돌격했다. 그 뒤를 따르는 강진성과 황급히 달리는 두 사람.

-콰아아아아!

촉수도 접근을 느꼈는지 거대한 촉수를 휘둘렀지만, 천진수의 초대형 대검이 그것을 사정없이 베어낸다.

-콰직! 콰직! 콰지직!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다발로 잘려나가는 촉수들. 잘려 나간 촉수가 뒹구는 것만으로 압사당할 것 같은 전장에서 구대성과 김도한은 정말 죽겠다 싶었다.

“어, 어르신! 앞에 몬스터들!”

하지만 적은 촉수뿐만이 아니다. 촉수가 흘린 피에서 쏟아져나온 수많은 먹물 괴물들. 그 숫자가 눈앞에 보이는 것만 수천이다.

“뒤에 딱 붙게.”

강진성을 따르는 이기어검들이 쏟아지듯 선두를 향해 퍼부어졌다. 마치 파도처럼 쏟아지는 검들은 몬스터들이 쓰러지는 속도보다도 더 빨리 전신을 난도질하며 통과했다.

“생각보다 그리 강하지는──!?”

그때였다. 강진성의 측면을 파고드는 중형 몬스터.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측면에서 그것이 휘두른 주먹이 강진성을 후려쳤다.

“어르신!”

구대성과 김도한이 순간 멈칫거렸지만, 최선두에서 엄한 꾸짖음이 들렸다.

“달려! 싸울 때는 앞만 보라고!”

두 사람은 천진수의 일갈에 이를 악물며 몬스터를 무시한 채 앞으로 달렸다. 뒤에서 멸마군검들이 춤추는 소리가 들려 그나마 안도했다.

“빨리 튀어와! 촉수가 점점 많아져서 버겁다고!”

“아, 알겠습니다!”

“지금 갑니다, 어르신!”

두 사람은 천진수의 등 뒤에 딱 붙었다. 천진수가 일기당천 만부부당의 효과로 거대화된 검으로 촉수들을 마구 썰어 재꼈지만, 점점 힘에 부치는 게 보였다.

“젠장, 슬슬 지치는데. 큰 거 한 방 간다!”

천진수가 광검을 크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 수직으로 내리치는 거대 광검. 그것이 촉수들을 다발로 잘라내며 거대한 먼지를 일으켰다.

“끄응······.”

동시에 본래의 크기로 돌아온 별철검. 하지만 그만한 일격을 가했음에도 메르기욜라는 금방 재생을 시작하고 있었다.

“두 놈 다 자세 잡아!”

“예?”

“어, 어르신!?”

천진수는 두 사람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그리고 빙빙 돌기 시작하더니──

“어어, 어르신! 지금 제가 생각하는 그것 아니지요?!”

“천진수 어르신! 천진수 어르신 잠깐만···!”

“굳세게 살아 돌아오거라, 젊은이들!”

원심력을 이용환 투포환 투척을 연상시키는 사람 투척이 개시된다. 두 사람은 천진수가 잘라놓은 틈을 향해 투포환처럼 던져졌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저 미친 영감탱이이이이!”

하늘을 날던 두 사람은 포물선을 그리더니 그대로 촉수의 틈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 * * *

“어푸!”

“크학···!”

안정적이라곤 할 수 없지만, 성공적으로 중심까지 들어온 두 사람.

그들은 아픈 턱과 엉덩이를 붙잡으면서 속삭였다.

‘어, 어떻게 온 것 같은데?’

‘라이터라도 킬까요?’

‘아냐아냐, 놈이 눈치 못 챈 거 같은데 위험한 일 만들지 말자고.’

바깥에선 격렬한 전투의 소음이 들릴고 있었다. 천진수와 강진성 두 노헌터가 두 사람이 들키지 않도록 소란을 피우고 있는 덕이다.

‘여기다 얼른 설치하고 빠져나가자고.’

‘정확히 중심에 놓는 게 가장 효과가 좋을 거 같긴 합···!’

‘왜 그래?’

구대성의 말문이 막힌 것에 의아해하던 김도한이 그의 시선 끝을 향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이상하게 밝다 싶었는데──

‘미친.’

그 원인을 발견한 두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

도착한 중심. 그곳에서 스스로 발광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게이트.

빌딩도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게이트가 스스로 발광하는 덕에 이 주변이 밝은 것이었다. 그리고──

‘본체는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게이트에서는 꾸물거리며 바깥의 촉수들이 이어진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대한 것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었다.

즉, 지금까지 헌터들이 죽을똥 싸며 싸워왔던 악마가 본체는 들어오지도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괴물 놈.’

대악마란 것들은 하나같이 이런 괴물들인가? 이런 괴물들을 쥐잡듯 잡아댄 레온은 대체······.

자신이 사는 세계가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는 것을 실감하며 두 사람은 게이트를 향해 다가섰다.

‘얼른 설치합시다!’

‘그래, 효과가 있길 바라자고!’

두 사람이 꺼내든 것은 큼직한 기계장치였다. 폭탄··· 은 아니다. 고작 폭탄 정도에 대악마가 죽을 리는 없으니까.

이것은 ‘좌표’다.

우주의, 만신전의 자원을 투입해 만들어낸 야크트 스피너 비장의 우주 무장플랫폼 최강의 위성병기 그 주포의 발사좌표.

축복받은 별철을 아낌없이 넣어 만든 초대형 별철탄자 마하 134의 속도로 발사, 낙하시키는 초대형 우주병기.

그 좌표설치기를 설치한 두 사람이 빠져나가려던 그때──

──■■■■

시선이 마주친다. 기어코 눈알 ‘몇 십개’가 게이트를 삐져나와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름.

“달려어어어!!”

“으아아아악!!”

두 사람은 장치를 가동시키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절규와 함께 촉수들이 움직인다. 이 거대한 촉수의 공동 안에서 그들이 붙잡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구, 구씨! 몇 초! 몇 초로 설정했어!”

“시, 십 분? 십 분으로 설정했던 거 같은데요?!”

-카운트 다운을 개시합니다. 10··· 9··· 8···

“아니자나!”

“아, 잘못 눌렀──!”

-7··· 6··· 5···

촉수들이 다가온다. 지면을 그륵그륵 긁어가며 조금의 틈새도 남김없이 두 사람을 압사시키기 위해.

-4···3···2···

울리는 기계음. 두 사람이 촉수에 죽느냐, 포격에 죽느냐 직감하던 그때──

-1··· 발사.

쏘아진 별철탄자는 순식간에 대기권을 강습. 정확히 좌표로 유도되어──

-쿠직!

산봉우리를 관통하고 공동을 수직낙하 하더니──

-콰직!

촉수의 다발을 뚫고 게이트를 향해 낙하했다. 예상했던 충돌의 폭발음은 없이 미묘한 폭음이 게이트 너머에서 들리는 듯했다.

-쿠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다가오던 촉수를 피해 바짝 엎드렸던 두 사람은 괴물의 거대한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것이 별철탄자에 직격당한 메르기욜라의 비명소리라는 것은 발광하는 촉수들을 간신히 피했을 때 알아차렸다.

-어어! 놈들이 도망친다!

-촉수들이 도망간다!!

바깥에서 들리는 환호와 동시에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촉수다발들이 몸부림치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대악마의 거대한 몸체가 비집고 있던 입구가 사라지자 게이트도 사라졌다.

“······이, 이겼다?”

“와, 와아··· 와아아······.”

너무나 실감이 안 나는 결과에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했다.

* * * *

하늘에서 떨어진 별철포탄은 말 그대로 산을 관통하고 메르기욜라를 꿰뚫었다.

낙하의 충격파만으로 핵폭탄을 터뜨린 충격파가 터져 나올 예정이었지만, 천만다행으로 그런 충격파는 일어나지 않았다.

“와··· 진짜. 운이 좋았어.”

“동감입니다······.”

포탄이 메르기욜라를 관통하면서 그대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덕분에 최종탄착지점이 이곳이 아니라 게이트 너머의 마계가 된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 마계는 어마어마한 난리가 났으리라.

“어이, 너희들!”

그때, 천진수가 다가왔다. 그는 피를 뒤집어쓴 탓에 흉신악살처럼 귀기가 흘러넘쳤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그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런 재간둥이들을 보았나. 그런 게 있으면 진작진작 말해야 할 거 아냐!”

“그··· 군사기밀······.”

“뭐!? 나하고 레온 형님하고는 서로 숨기는 게 없어!”

“아니, 그런데 아까부터 왜 우리 폐하를 형님이라고 부르십니까?”

김도한의 말에 천진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형동생하기로 했거든!”

사실이었다. 현대 지구인이라기엔 너무나 호쾌하고 호걸 같은 그의 태도에 레온이 내심 감탄하면서 그 호칭을 허락한 것이다.

그 자신의 실력도 대단하여 레온은 그를 성배기사 후보로까지 점치고 있었다. 아직 믿음이 부족한 게 흠이지만.

“그나저나 이번엔 운이 좋았군. 여러 운이 겹쳐 놈을 쫓아낼 수 있었어.”

언제 다가왔는지 강진성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자는 없었고.

“예, 정말이지··· 무서운 적이었습니다.”

그게 고작 대악마. 그렇다면 악마대공이나 악마군주는 도대체 얼마나 괴물들이란 말인가?

“하지만 저희가 이길 겁니다.”

“호오?”

그 자신 있는 태도에 두 노인의 시선이 집중된다. 하지만 구대성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에겐 폐하와 신들께서 계시니까요.”

구대성은 그저, 그 위대한 승리에 자신의 발자취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 * * *

위성병기의 별철포격 덕에 메르기욜라를 쫓아낸 헌터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입구로 향했다.

“후우··· 두 어르신들은 어디로 가십니까?”

“우린 저항군 놈들한테 돌아가서 일이 성공한 걸 알리려고.”

“그러고 보니 저항군이라고 했지요. 그들은 누구입니까?”

“이 전쟁의 원흉.”

“예?”

천진수의 말에 휘둥그레지는 구대성. 강진성이 설명을 덧붙였다.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만신전 전세기에 미사일을 쏜 놈들일세. 놈들 덕에 악마들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더군.”

그 말에 구대성은 느릿하나마 두뇌를 돌렸다.

남한 전역을 덮친 몬스터와 악마 추종자들의 습격.

그 시작은 어디까지나 북한 조종사들의 대규모 귀순과 만신전 전세기 격추에서 비롯됐다.

이상하게 타이밍이 어긋났고, 효과적이지도 못한 공격이 이어졌다.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

“북한군이 선제공격을 한 이상 남한은 전쟁을 선포할 수밖에 없고······.”

“북한에 악마가 도사리고 있다는 게 밝혀졌겠지.”

“악마들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 저항군이 수를 쓴 거군요!”

그 결과, 악마들은 자신들이 원하던 타이밍에 전쟁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런 사정이 있었다니.

구대성은 감탄하면서 저항군의 결단에 감사했다.

비록 레온과 만신전 기사들이 피격됐지만, 덕분에 악마들의 실체가 빠르게 드러났으니까.

“일단··· 이 사실을 폐하께 알려야겠군요.”

“그들을 어쩌실까?”

“글쎄요··· 분명 옥체를 공격한 대죄이긴 합니다만······.”

레온은 공명정대한 이였다. 그라면 너무 야박하게 굴지는 않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 속에서 구대성은 입구로 향하는 길을 계속 걸었다.

“그나저나 자네들은 이제 어쩔 건가?”

강진성이 물었다.

“평양 쪽으로 가볼까 합니다. 이제 본대에 합류하려고요.”

구대성은 이 놀라운 승리가 자랑스러우면서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저만한 괴물이 고작 대악마 하나. 그렇다면 대체 이 땅에는 얼마나 많은 대악마들이 소환되어있는 걸까?

그의 걱정에 천진수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뭐, 너무 걱정할 건 없어. 놈들도 예상치 못한 시기의 전쟁이라 전부 소환한 건 아닌 모양이야.”

“그러니 그 대악마가 아직 다 소환되지도 않았던 게지.”

이 전쟁은 악마들조차 일으키고 싶어 일으킨 전쟁이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 이 타이밍엔 말이다.

그런 면에선 두 노인은 ‘저항군’의 활약을 치하할 필요가 있다고 동감했고.

“그나저나 대단한 병기더군. 그것만 있으면 악마고 뭐고 없는 거 아니야?”

“제약은 좀 많지만, 이로써 대악마에게도 충분히 통한다는 게 증명되긴 했습니다.”

야피의 첨단병기가 신성력과 조합되자 정말 무시무시한 병기들이 완성됐다. 그리고 그 병기 대부분이 우주에 있으니 악마들의 손이 닿기도 힘들었고.

“이 실증 데이터를 야피 경에게 알려야겠──”

말하던 와중 입구에 도착했다. 내리쬐는 태양빛에 눈살을 찌푸리는 가운데, 문득 푸른창공에서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보았다.

“오~ 대낮인데도 별똥별이 보이네. 소원 좀 빌어볼까?”

예쁘다. 별들이 일제히 떨어진다. 그 귀하다는 유성우인 모양인지 별들은 쉴 새 없이 떨어졌다.

하늘을 수놓는 별잔치. 시선을 빼앗길 정도로 아름답고 대단한 장경이었다.

“이거 동영상으로 남겨볼까요?”

누군가가 기념영상이라도 찍어볼까 궁리하던 와중이었다.

“뭔가 이상해······.”

강진성의 읊조림. 이에 다시 한번 하늘을 확인한다.

별들을 여전히 계속해서 떨어진다. 어느덧 그 숫자가 더욱 늘어나 있다. 그래, 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많이.

“뭐야, 왜 이리 많아.”

떨어지는 별의 갯수가··· 너무 많다. 수백··· 아니, 수천. 수만?

마치 우주에 있는 모든 별들이 쏟아지는 것처럼.

“별똥별이 아니야.”

누군가가 한 말. 그 증명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

쏟아지며 타오르는 그것들. 대기권을 통과하며 전소해가는 그것은 별이 아니라──

“위성?”

세계의 모든 위성들이 추락하는 광경이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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