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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9

218. 거지남매 – 왕자와 공주

거짓말?

레오는 그의 추궁에 답할 겨를이 없었다. 충격받은 눈으로, 녹아드는 동료를 속절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오른 왕국에서 온, 연한 갈색 머리 시골 청년이 왕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네비스에 포위돼서 다 같이 죽었다고? 레나가 있는데, 우리가? 내가 뭘 잘못했나 본데, 뭔진 몰라도 미안…”

“레브!”

레브는 끈 떨어진 목각 인형처럼 풀썩, 앞으로 무너져내렸다. 레오가 붙잡아 피 웅덩이에서 끌어내고, 뒤집었을 때의 레브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얄궂게도 그 순간 환호성이 터졌다.

“만세!”

“이겼다! 레오 드 예리엘 왕자님 만세!!”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들어보니 오리아스가 사라지고 있었다.

죽은 것인지, 아니면 그만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것인지 오리아스의 거대한 사체가 파스스스 재가 되어 날렸고, 피투성이였던 연회장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창으로 들이치는 햇빛, 광명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더기가 들끓고, 피와 썩은 살점으로 뒤덮였던 지옥도는 사라지고 없었다.

여기서 험한 싸움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은 움푹 녹아내리고 깨진 나무 바닥과 부서진 계단, 그리고 환호하는 인간들뿐이었다. 부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는데, 상처 입은 이는 모조리 전사했고, 전사한 이들은 오리아스의 일부가 되어 돌아오지 못했다. 덩그러니, 레브의 시신만이 남아 있었다.

레오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었음에도 주먹을 번쩍 치켜들었다. 환호하고 싶어 하는 신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레브를 등졌다.

이게 영원한 이별이 아님을 알기에… 그럴 수 있었다.

“하젠 경.”

“네, 왕자님.”

“전사자를 파악하게. 유족들에게 전사자의 1,000일 치 봉급을 지급할 테니, 신상을 취합해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시신은…”

“내 생명의 은인일세. 국장(國葬)으로 처리하겠네. 잘… 수습해주게.”

반쯤 녹아내린 시체의 신원을 물으려던 하젠 경은 입을 다물었다. 환호하는 이들을 향해 미소 짓는 왕자의 얼굴이 어둡다.

레오는 탈진해 주저앉은 추기경에게 다가가 안부를 물었다. 환호하는 병사들, 기사와 성전사들, 사제들을 진정시키고 대피한 귀족들을 찾아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분명 아무 일도 없었어야 할 무도회장은

“어서! 후작님이 다치셨다!”

“사제님! 이쪽입니다!”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오리아스가 사라지기 전의 연회장만큼은 아니지만, 팔다리가 굴러다니는 이곳은 마치 도살장과 같았다.

“레나!”

덜컥 놀란 레오는 급히 동생을 찾았다. 다행히 무사했지만, 레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산티안 라우노는 두 다리를 잃은 채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제니아. 어떻게 된 일이냐.”

레오가 히끅거리는 레나를 다독이며 물었다. 레나의 호위기사, 제니아 재커리는 가쁜 숨을 고르며 답했다.

“여기서도 싸움이 있었습니다. 테르탄 공작이… 죄송합니다. 저로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제니아는 라퍼트 테르탄 공작이 돌연 괴물로 변했음을 알렸다. 소머리를 한, 거대한 도끼를 든 녀석이 공주를 노렸다는 것이다.

기사와 성전사, 사제와 근위병들이 죄다 연회장으로 몰려가 있어서 무도회장에는 놈을 막을 사람이 없었다. 그 괴물은 에릭 왕자가 소환한 괴물들과는 차원이 달라서, 제니아는 검술을 좀 배운 귀족들, 뒤늦게 달려온 근위병들과 힘을 합쳐 막아서는 게 고작이었다.

“하마터면 공주님도 다치실 뻔하셨는데… 하늘의 도우심입니다.”

“오빠, 티안이… 티안이 날…”

제니아 재커리는 산티안 라우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공주가 훌쩍이며 말하자 그제야 “아, 저 시종이 공주님을 밀쳤습니다.” ─ 는 정도로, 대견하지만, 대수롭지는 않다는 투로 말했다.

고작 평민 출신의 벼락출세한 시종일 뿐이니까. 제니아는 시종에게 쌀쌀맞게 굴던 공주가 왜 이렇게 슬피 우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레오가 동생의 등을 토닥였다. 화장이 지저분하게 녹으며 엉망이 된 공주는 오빠의 품에서 더 서럽게 울었다.

“티안이… 날 사랑한다고 했어. 저 바보가. 바보 멍청이가.”

“…그래. 사랑받았구나. 산티안이 널 많이 좋아했구나.”

“난… 나는…”

자책으로 젖어오는 앞섶이 뜨겁다. 그러나 레오는 자책할 사람은 동생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내 잘못이다. 에릭 왕자를 죽이면 모든 게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바르바토스의 사도일 적에 그도 가이단 후작을 매혹했었다. 신력을 듬뿍 들이부어서, 의심이 들 때마다 조금씩 풀려가는 매혹이 오래오래 유지되게 해 놨었다.

왕자 된 몸으로 시도 때도 없이 공작을 만나러 갈 순 없었을 테니, 에릭 왕자도 테르탄 공작에게 이와 비슷한 조치를 해두었을 터였다.

허나 레오는 이를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사도인 에릭 왕자가 죽으면 사라질 신력이기 때문에, 후작도 자연스럽게 매혹에서 풀려나리라 기대했는데…

오리아스가 강림했다.

‘…미안하구나.’

레오는 아스라이 떠오르는 단서에 자책했다.

예전, 오리아스를 처음 만났던 회차에서 테르탄 공작을 죽이러 갔던 바르트 경이 죽었다. 그 대단한 기사가.

오리아스의 도발에 걸린 하젠이 달려와 알려준 것인데, 그때는 나도 낙인이 찍혀 썩어가고 있었고, 건달들이 시도 때도 없이 돌아다니는 골목길, 아지트에 레나가 홀로 남게 될 상황이라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못했다.

적어도 공작이 바르트 경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단 걸 신경 썼으면 좋았을 텐데. ─ 생각하며 레오가 동생을 부둥켜안았다.

레브는 다시 살아날 거다.

산티안도, 죽은 기사들도.

하지만 품에 안겨 펑펑 우는 동생의 슬픔만큼은 되돌릴 도리가 없었다. 레나는 이걸 또 꿈으로 기억하겠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 * *

그 이후로 레오는 엄청나게 바빴다. 악신에 물든 에릭 왕자를 몰아내고, 귀족들의 만장일치로 왕궁의 주인이 된 그에겐 배우고 처리해야 할 일이 산재해 있었다.

가장 먼저 기사단장들과 장군들, 근위기사단장, 루티나의 수비대장을 만났다. 기사들과 병사들을 사열해 노고를 치하하고, 에릭 왕자를 몰아내며 발생한 전사자와 공훈자들에게 두둑한 포상을 약속했다.

그때 더 급하게 만나야 할 사람이 있음을 깨달았다.

시종장과 재무관이다.

레오는 시종장을 불러 앞으로 잘 부탁한다 ─ 인사하고, 예리엘 왕가의 재산과 수입, 지출을 확인했다.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할 것이 많았지만, 당장은 두툼한 장부를 훑어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런 다음 왕국의 재산을 관리하는 재무관을 불러 현재 진행 중인 왕국의 사업과 예산 편성, 아키넨 준비에 들어간 비용, 콘라드 왕국의 전체 물동량과 인구분포, 세금 수입 등을 간략히 보고받았다.

이건 몇 달에 걸쳐 뒤져보지 않는 이상 파악할 수 없는 문제여서, 레오는 재무관에게 충성의 맹세를 강요했다.

후계자 수여식도 치르지 않은 왕자가 막 만난 관료에게 하기엔 해괴한 행동이다. 재무관은 어이없어하면서도 어쨌든 맹세하였고, 레오는 안심했다.

“그런데 여기에 항구는 왜 세우는 건가?”

레오가 콘라드 왕국 전도(全圖)를 찍으며 물었다.

콘라드 왕국 동남쪽에 대규모의 항구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재무관은 이에 들어갈 목자재와 인력을 현장에서 어찌 조달해야 할지만 알고 있었고, 이유를 알지 못했다.

에릭 드 예리엘 왕자가 직접 지시한 일이라 그가 없는 지금, 알아낼 방도가 없었는데… 수없이 많은 귀족이 왕자를 뵙겠다며 찾아와 담소를 나누던 중에 실마리가 잡혔다.

“에릭 왕자가 데니스 아르네 후작님을 견제하려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리 있는 말이다. 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콘라드 왕국의 북부 변경백이면서 아이셀 왕국과의 육상 교육로를 틀어쥐고, 온 대륙에서 손꼽는 함대를 지닌 아르네 후작이다. 당연히 항구를 소유하고 있어서 해로(海路)로도 무역하였는데, 그 수입이 엄청났다.

에릭 드 예리엘 왕자의 정통성을 문제 삼으며 대립했던 인물이라 에릭 왕자는 동쪽에 있는 후작의 항구와 남쪽에 있는 자유항구 도시, 노야르 사이에 새 항구를 세우려 한 것 같았다. 남쪽으로 가는 항로에 세금을 매기려 한 것이다.

데니스 아르네 후작은 내 편이다.

레오는 항구 건설을 취소했다. 거기에 들어갈 재원으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서류 더미에 파묻혀 일하던 레오는 두 시간을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크세니아와 차 한잔을 나눠마신 뒤, 라퍼트 테르탄 공작의 아들인 미디언 테르탄의 바눈(귀족의 후계자 수여식)에 참관했다.

라퍼트 테르탄 공작이 죽어 공석이 된 공작위를 물려받은 것이다. 미디언 테르탄은 그의 조카, 에릭 드 예리엘 왕자와 아버지가 저지른 죄를 인정하고, 서부 변경백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 자리를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를 또 결정해 둘 필요가 있었다.

바눈에 참관한 레오는 내친김에 여타 왕족 식구들을 만나러 갔다. 오랜만입니다! 놀러 간 것은 아니고,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레나와 레오가 왕위 계승 1순위인 건 사실이다. 후궁의 몸에서 태어난 에릭 왕자가 2순위이고.

하지만 왕위를 계승할 사람이 그들뿐인 건 아니었다. 3순위, 4순위. 왕위를 물려받을 예리엘 왕가의 인척들은 얼마든지 있었으므로 레오는 그들이 딴생각하지 못하게 으름장을 놓았다. 서글서글 웃으면서.

소드마스터가 되어 돌아와 아신을 물리치고, 귀족들과 기사단을 휘어잡은 왕자에게 감히 반기를 들 수 있겠느냐마는, 혹시 모를 일이다. 레오는 왕과 왕자라는 지고한 자리가 얼마나 예민하고 숨 막히는지를 절감했다. 끊임없이 경계하고, 모든 이를 의심해야 했다.

‘경계령을 내려야겠다.’

후계자가 뒤바뀐 지금, 귀족들이 나를 지지하겠노라 나섰지만, 뒤로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른다. 집무실로 돌아가던 레오는 걸음을 돌려 근위기사단장실을 찾아갔다. 왕궁의 경비를 강화하라 이르곤 또 생각난 것이 있어서 왕궁 전체를 헤집었다.

궁에서 일하는 사람이 시종장과 재무관만 있는 건 아니다.

왕을 보좌해 왕국의 법과 형벌을 담당한 재판관. 시종장과 함께 왕실의 대소사를 관리하는 의전장관, 궁내부장. 왕실의 말을 관리하는 마구부장과 왕실 주관의 사냥을 조율하는 매 부장, 왕실의 주방장 격인 요리부장과 주류관, 시녀장까지.

만나야 할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개중 왕자가 찾아오자마자 입에 바람이 부는 것처럼 떠들기 시작한 이가 있었는데, 바로

“아키넨이 아키네로 변경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왕자님께서는 서두르셔야 합니다. 의전을 새로 준비했으니 입어보시고, 변경된 절차를 확인해 주세요. 공주님께선 어디 계십니까? 레나 드 예리엘 공주님께서는…”

예법관이었다. 예법관은 즉위식과 후계자 수여식이 서로 전혀 다른 것임을 강조하며 돌아온 왕자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이 왕자가 예법이나 알는지… 미심쩍어한 것인데, 하하. 그것은 왕자 레오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이었다.

업적을 공유하지만, 검술은 몸이 만들어진 레오 덱스터가 가장 낫다. 사냥 솜씨는 레브를 따라잡을 수 없고, 예법에서만큼은 레오 드 예리엘이 최고였다. 깐깐한 예법관은 왕자가 선보인 아카이아 제국의 예법에 바람 부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왕자님은 공주님과 함께 움직이실 터이니, 공주님의 동선만 배려해주시면 아무 문제 없겠다면서 제 할 일을 하러 돌아갔다.

그렇게 레오는 왕궁을 순회해 나갔다. 오리아스와 싸우느라 엉망이 된 연회장이 수리 중인 걸 확인하고 돌아서려 했다.

그런데 그때, 문득 바닥에 깔린 목재는 녹아내린 데 반해, 벽을 마감하는 데 들어간 목재들은 멀쩡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물어보니, 바닥에 깔린 건 일반적인 목재고, 벽에 장식된 건 암베그리스(ambergris)가 칠해진 최고급품이었다.

암베그리스는 이 세계의 고래, 발레이나(balaena)의 침이다. 이게 칠해진 목재는 은은한 향이 나면서 불이 붙지 않았다.

당연히 엄청나게 비싸다.

동화와 같은 무게로 교환될 만큼 비싼 것인데, 오리아스의 피에 녹지 않다니… 레오는 흐음. 그 목재를 매만져보고는 왕자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처리해야 할 서류들은 어제 쌓여있던 그대로였다.

오늘은 아예 밤을 새워야겠구나. 생각한 레오는 피로를 느꼈다. 예법관이 당부한 말이 떠올라서 머리도 식힐 겸, 막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동생을 찾아갔다.

공주의 방.

레나는 실의에 빠져 있었다.

왕궁에 입성했는데도 어딘가 집중하지 못하고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렇다고 무슨 비극의 여주인공처럼 말하지 않는 건 아니다. 레나는 오빠를 반기며 한담을 나눴고, 공석이 된 서부 변경백으로 ‘로페로 백작가’를 추천했다.

테르탄 공작가에서 쪼개져 나온 기사 가문이었다. 생각해보니 팔라스 테르탄을 호위하던 호위기사대장의 이름이 타디안 로페로였었던가… 그랬던 것 같다. 죽었지만.

“그러고 있지만 말고 좀 도와줘. 오빠 바빠 죽겠어.”

“…그럴까?”

잠시 생각하던 레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도 좀 해야겠다면서 레오의 집무실에 자리 잡았다.

그래.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보단 일하는 게 낫겠지. 레오는 새삼스럽게 늘 방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던 레나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동생은 하루의 거의 절반을 잤다. 마음만 먹으면 온종일 잠들 수도 있었는데, 그건 배고픈 동생의 생존 전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운동도 거의 하지 않고…

맞다. 옛날에 라우노 패밀리에 들어갔을 때, 산티안에게서 ‘히베루나’를 배우며 운동했던 게 유일했다.

왠지 착잡해진 레오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레나는 널찍한 소파에 앉아 가끔 서류를 몇 장씩 가져가서 읽고

“사인해.”

돌려주었다. 레오는 그게 무슨 내용인지만 확인하곤 결재했다.

사각사각.

고요한 저녁, 거지 남매는 서류를 조용히 처리해나갔다.

그들을 두고 더는 거지라 할 수 없지만… 간식을 가져온 시녀에게 더 가져오라 말하지 않고 두 사람은 버릇처럼 쪼개어 먹었다.

레나와 레오의 아키네가 삼일 앞으로 다가온 저녁이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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