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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9

218화.

한국대 경영학과 졸업생 오병준.

그는 힘들다는 취업문을 뚫고 CS리테일에 입사하는 데 성공했다.꿈에 그리던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직장생활은 그다지 즐겁지는 않았다. 업무는 힘들고 일은 많았다. 하루 종일 소매점을 돌아다니다 보면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신입사원 월급이라고 해봐야 330만 원 정도였다. 여기서 집세와 생활비를 쓰고 나면, 아무리 아껴도 한 달에 200만 원 저축도 힘들었다.

일류대를 나왔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공한 인생 같은데, 어째서인지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2년 반 정도를 먹을 거 안 먹고 입을 거 안 입고 아껴가며 돈을 모았지만, 고작 5000만 원 저축했다.

반면 서울 집값은 아무리 열심히 돈을 모아도 살 수 없을 만큼 올랐다.

오죽하면 서울에서 집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부모님에게 물려받는 것밖에 없다고 하겠는가?

‘이래서 결혼이나 할 수 있을까?’

작년 말부터 불어 닥친 암호화폐 열풍은 대학과 회사마저 강타했다. 그가 다니는 CS리테일 역시 시끌시끌했다.

상부에서 업무 중에 주식이나 암호화폐 투자를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그래도 투자열기를 꺾을 수는 없었다.

다들 일하는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시세를 확인하며, 기뻐하거나 한숨을 내쉬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병준은 암호화폐 투자에 별 관심이 없었다. 생각이 바뀐 건 연말모임을 나간 뒤였다.

송년회를 겸해 학창시절 같이 밴드를 했던 동아리 선후배들을 만났는데, 대화 주제는 음악이 아닌 온통 암호화폐였다.

이공계 쪽 사람들은 열변을 토했다.

“달러는 연준에서 마음껏 발행할 수 있지만, 반트코인은 발행량이 정해져 있잖아.”

“화폐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지만, 암호화폐는 희소성으로 인해 가치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지.”

“언젠가는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진 암호화폐가 기존 화폐를 대체하게 될걸.”

“인터넷이 세상을 바꿨듯이 블록체인도 세상을 바꿀 거야. 그리고 코인을 사는 게 바로 그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는 거지.”

“시간 지나면 얼마나 더 오를지 몰라. 사려면 지금이 딱 기회야.”

블록체인, 분산장부, 프로토콜, 하드포크, 스포트포크, 세그윗 등등.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이 오갔다.

오병준은 혼자 생각에 빠졌다.

‘블록체인이 엄청난 신기술이라는 건 알겠는데, 이게 코인 가격이 오르는 것과 무슨 상관이지?’

사실 진짜 흥미로운 얘기는 따로 있었다.

“주변에서 코인해서 대박친 애들이 한둘이 아니야.”

“얼마 전에 시사프로그램 봤어? 그 사람 ICO하기 전부터 스턴코인 사들였다는데, 그걸로 600억 벌었잖아.”

“성진이 알지? 걔는 초기에 1천만 원 투자해서 지금까지 8억 벌었대. 강남에 건물 하나 살 돈 되면 다 털고 나올 거래.”

“민철이도 엄청 벌었다고 하더라. 이번에 차도 벤츠 E클래스로 바꿨어.”

오병준은 깜짝 놀랐다.

“성진 선배는 취업 못하지 않았어요?”

“맞아. 취업 못해서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코인투자를 했는데 그게 대박이 터진 거지. 일찍 취업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더라.”

“…….”

누구는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해서 고작 수백 버는데, 누구는 집에서 코인해서 8억을 벌었다고?

그 외에 대박신화가 한둘이 아니었다.

누구는 루플을 사서, 누구는 로이다를 사서, 누구는 스텔멘타를 사서. 이쯤 되자 그동안 다른 데 눈 안 돌리고 열심히 일만 하고 저축한 게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생각해 봐. 코인이야말로 우리 같은 흙수저들이 인생 역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코인해서 망했다는 사람 한 명이라도 있어?”

“어떤 코인은 떨어지고 어떤 코인은 오르는 게 아니라, 그냥 다 오르는 거야. 더 오를 걸 찾는 게 중요하지.”

마지막으로 동아리 회장이었던 선배가 한마디 했다.

“너희 학과 강진후만 해도 그렇잖아. 걔가 반트코인 없었으면 지금 그렇게 부자가 됐겠어?”

오병준은 학교 다닐 때 봤던 한 후배를 떠올렸다. OTK컴퍼니 초기 투자금이 반트코인에서 나왔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모임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오병준은 스마트폰에 반썸 어플을 깔고 거래소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반트코인 사이트와 단체 채팅방에도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

투자만 하면 모두가 돈을 벌었고, 게시판에 수익을 인증했다. 수익률은 믿기지 않는 수준이었다. 수익률 100퍼센트를 인증하면 그것밖에 못 벌었냐며 비웃음을 살 정도였다.

‘돈 벌기가 이렇게 쉬운 거였나?’

오병준은 신중하게 암호화폐를 골랐다.

그가 선택한 코인은 루플이었다.

루플은 분산장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다른 코인들과는 달리 루플사가 주도권을 가진 프라이빗 블록체인 형태로 운영된다. 처음부터 금융거래를 대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거래처리가 다른 코인에 비해 월등히 빠르고, 특히 은행 간의 송금에 특화되었다.

각 코인마다 발행목적, 발행방식, 발행량의 차이가 나지만,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바로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르느냐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주식시장과는 달리 하루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주말에도 쉬지 않는다. 서버가 다운되지 않는 이상 언제든 거래할 수 있다.

오병준은 500만 원을 투자에 1200원에 루플을 사들였다. 일단 투자를 해보며 조금씩 금액을 늘려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투자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루플이 유명 은행들과 송금을 협업한다는 소식이 나오며, 순식간에 100퍼센트가 상승한 것이다. 며칠 만에 500만 원을 넘게 벌었다.

‘더 샀어야 했는데!’

후회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3천 원마저 돌파하며, 수익은 1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야근까지 하며 뼈 빠지게 일해 봐야 월급은 고작 330만 원인데, 코인은 하루에도 수백만 원씩 뛰었다.

게다가 앞으로의 호재도 넘쳐났다.

루플은 이미 여러 은행들과 제휴를 맺었고, 몇 년 안에 국제 송금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하게 될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초조해졌다. 여기서 더 오르면 사기가 힘들어진다.

4천 원을 향해가던 가격이 잠시 주춤하며 3400원까지 내려오자, 오병준은 재빨리 남은 전 재산 4500만 원을 다 털어 추가로 매입했다.

‘제발 5천 원까지만 가자.’

그의 바람대로 며칠 후 루플은 4천 원마저 돌파하며, 에테레움을 제치고 반트코인에 이어 암호화폐 시총 2위로 등극했다.

오병준은 두 팔을 벌리며 환호했다.

“좋았어!”

버블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암호화폐를 만들어서 발행한 개발자들, 그것을 산 투자자들, 거래소를 운영하는 운영자들. 누구 하나 손해 보지 않고 모두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가격이 계속 상승하기 위해서는 유동성이 끝없이 공급돼야 한다. 누군가 1000원에 산 코인을 누군가 1500원에 사주고,그 다음 누군가는 2000원에 사줘야 한다.

일종의 폰지사기(Ponzi Scheme)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암호화폐 자체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당장 기존 신용화폐를 대체하거나 어떠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지는 않았다.

결국 더 비싼 값에 사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순간…… 즉, 자금 유입이 끊기는 순간 폭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누구도 그 점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설사 버블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모두가 마지막 순간 자신만은 탈출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가 바뀐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몇 가지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가장 문제가 된 건 대통령인수위에서 암호화폐 대책 TF를 구성하고 거래소 전면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또한 미국에서도 거래소에 대한 시세조작과 불법거래에 대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고, 일본 최대 거래소 체크코인이 해킹으로 600억 엔 상당의 암호화폐를 도난당했다.

이 사실들이 알려지자 끝없이 오르던 코인들은 순식간에 폭락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애초에 30퍼센트 정도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었던 만큼 낙폭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심했다.

이때부터 오병준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잠을 자기는커녕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밥을 먹을 때는 물론 화장실을 갈 때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그러기에는 금방이라도 반등할 것처럼 보였다.

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출근해서도 1분에 한 번 꼴로 계속 거래소 시세만 들여다보았다.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루플은 끝없이 하락했다.

차트는 마치 폭포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그동안의 수익을 다 뱉어내는 것은 물론 원금마저 손실을 봤다.

암호화폐는 주식과는 달리 상하한가가 없고, 서킷 브레이커나 사이드카 같은 안전장치도 없다.

폭등할 때는 이게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폭락하게 되자 얘기가 달라졌다.

-자고 일어났더니, 이게 뭔 일이냐?

-ㅅㅂ 자던 도중 시세 보고 꿈인 줄 알고 다시 잠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현실ㅜㅜ

-이게 뭔 개떡락이냐?

-무조건 존버해야 합니다.

-버거형들이 저가매수 들어오면 다시 떡상한다.

-선물 움직임 주의 깊게 보세요. 세력이 잠시 흔드는 것뿐입니다.

-지금이 올라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아직 안 탄 흑우들 없재?

-스턴코인 가즈아!

그동안 암호화폐 시장에는 각종 악재가 있었고, 그때마다 폭락이 반복됐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왔었다.

때문에 다들 이번 폭락을 일시적인 조정으로 여겼다.

루플은 2600원 선에서 하락을 멈추고 조금씩 반등을 시도했다.

이렇게 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4500원이던 코인이 2600원까지 떨어지자 굉장히 싼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좋은 매수 타이밍이 아닐까?

오병준은 마이너스 통장에서 4천만 원을 인출해 루플을 더 사들였다. 물타기를 하면 매입단가가 낮아지고, 반등시 훨씬 빠르게 원금을 복구할 수 있다.

반대로 더 폭락하면 끝장이겠지만…….

오병준은 간절히 기원하며 소리쳤다.

“루플 가즈아!”

* * *

골든게이트 한국지사는 바로 보유한 물량을 처분해 1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챙겼다.

그리고 상엽 선배 역시 계속해서 가지고 있는 코인들을 처분했다. K컴퍼니가 보유한 코인은 국내 거래소에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김치프리미엄을 포기하더라도 거래량이 많은 미국과 일본 거래소에서 지속적으로 매도했다. 그럼에도 상승세는 꺾일 줄을 몰랐다.

버블은 끝이라고 생각할 때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해외거래소에서는 반트코인이 2만 달러 직전에 멈췄지만, 한국거래소에는 일시적으로 2880만원까지 찍었다.

다들 3천만 원을 넘길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순간.

각종 악재가 터지며 폭락하기 시작했다. 반트코인은 열흘도 안 돼 절반 이하인 1400만 원까지 떨어졌다.

그런데도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모인 반트코인 게시판에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가즈아’를 외쳤다.

그동안 암호화폐는 이슈가 생길 때마다 폭락했지만, 금세 다시 고점을 회복했다. 때문에 이번에도 다들 반등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이번 폭락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개인들이다.

주식투자하는 개인들이 가격이 충분히 오른 코스피보다는 성장성이 높은 코스닥을 선호하듯, 암호화폐 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가격이 2천만 원이 넘는 반트코인보다는 파덱스나 스텔멘타 같은 몇 백 원, 몇 천 원짜리 알트코인을 사들였다.

실제로 이들 코인의 상승률은 반트코인을 압도했다. 문제는 하락할 때 그 반대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반트코인은 그래도 1400만 원에서 폭락을 멈추고 일시적으로 지지선을 형성했지만, 알트코인들은 끝없이 하락했다. 그동안 상승분을 전부 반납하며 반토막 세토막 난 코인들이 속출했다.

난 반트코인 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있는 택규에게 물었다.

“그쪽 분위기는 어때?”

“가즈아에서 한강 가즈아로 바뀌었어. 한강정모 인원 모집 중이래.”

“…….”

일반적으로 한강정모라 하면 한강공원에서 돗자리 깔고 치맥을 먹는 거지만, 이 경우에는 한강에 뛰어내리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은 농담이지만, 실제로 뛰어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래서 한강다리에 상담전화가 설치되어 있는 거고.

게시판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보고 있으니, 예전에 마운틴힐 파산했을 때가 떠오른다. 참고로 그때 반트코인 시세는 120만 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은 폭락해서 1400만 원이라니. 그동안 얼마나 미친 듯이 올랐는지 알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계속 게시판을 보고 있던 택규가 말했다.

“아! 이 와중에 호재 하나 떴네.”

“뭔데?”

“한강 수온이 좀 올랐대.”

“…….”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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