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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

22화 사냥하는 거미(5)

모래폭풍이 점점 더 심해지는 가운데, 헌터들은 조심스럽게 건물을 오가며 도시의 중심부로 향했다.

야크트 스피너의 끔찍한 전투능력을 확인했지만, 헌터들의 기세는 등등했다.

야크트 스피너는 큰 피해를 입고 후퇴한 덕이다. 주 무장과 관절부가 찌그러진 건 이견의 여지 없는 큰 피해였으니까.

헌터들은 놈이 스스로를 정비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다.

레온이 협력을 거부하긴 했어도 S급 헌터인 황금철이나 준S급 황연하, 마법사 길태성 등의 공격은 충분히 통했다.

야크트 스피너는 무적이 아니다. 헌터들은 자신감을 가졌다.

“그런데 괜찮을까? 역시 그 이상한 기사놈도 없이.”

“대놓고 쪼인트 깐 새낀데, 뭘 그리 아쉬워해.”

“아니, 그래도… 그 괴물딱지를 압도할 정도면 우리 길드장님보다 강한 거 아니야?”

헌터들 사이에서도 레온의 정체에 대해선 화젯거리다. 그리고 이 바닥에서 나름 짬이 있는 헌터들은 같은 결론에 귀결했고.

“생존자일 가능성이 높아. 생존자 놈들은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다고.”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나저나 대체 어디서 뜬 거지? 요 근래 게이트에서 생존자가 떴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헌터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레온의 존재를 그들이 아는 상식으로 재단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들도 그러한 추측을 납득하진 못했다.

그 남자는, 뭔가 다르다. 이 세계에서 이질에 가깝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잠깐.”

그때, 선두에 있던 헌터가 손짓으로 뒤따라오는 헌터들을 정지시켰다.

선두의 헌터는 둔탁한 쇳덩이를 발견한 듯 손가락을 가리킨다.

“전방 250m. 지붕 위. 기관포 삐져나왔다. 놈이야.”

헌터의 말에 뒤따라오던 헌터들도 조심스럽게 그 형체를 확인했다.

특유의 게딱지 같은 동체가 비스듬하게 드러나 있다. 로켓으로 저격하기에는 애매한 시야각.

마침 야크트 스피너가 포착된 건물 맞은편에 시야가 좋은 10층짜리 건물이 보였다. 저 위에서 저격을 하면 놈도 손 쓸 틈 없이 당할 수밖에 없겠지.

“원거리 딜러들, 맞은편 건물로 조심히 올라가. 우리들은 여기서 대기. 만약 놈이 우릴 눈치채면 주의를 끌어 시간을 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원거리 헌터들이 맞은편 건물로 향했다. 숨죽이며 천천히 계단을 올라갈 테니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뒤졌다, 거미 새끼.”

헌터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건물을 올라간 동료들의 신호를 기다렸다.

그렇게 1분, 3분, 5분…… 야크트 스피너가 눈치챌까 두려워 꼼짝 않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신호가 오질 않는다.

“이 새끼들, 뭐 이리 꿈지럭대는 거야? 애 한 명 위로 올려보내서 확인해봐.”

…………

조심스럽게 동료를 보냈음에도 오래도록 신호가 없다. 헌터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을 때──

-서걱

“응?”

헌터는 자신의 시야가 붕 뜨고 있다는 걸 느꼈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시야에 익숙한 ‘거미’의 형태가 보인다.

“야-크-ㅌ-너?”

뭔가… 다르다. 훨씬 작아진 것 같은… 아니, 잠깐만. 저게 야크트 스피너라면 자신들이 지금까지 지켜보고 있던 옥상 위의 개체는 도대체 무엇──

공중으로 튀어오른 시선이 미묘한 시야각으로 보이지 않았던 건물 옥상을 시야에 담았다.

커다란 등딱지. 정확히는 일부만 떼어낸 것 같은 널찍한 장갑판에는 조잡한 기관포 형태의 ‘모형’도 달려 있었다.

“모─ㅎ?”

-서걱!

-서걱! 서걱!

남자의 머리가 땅에 닿았을 때는 이미 수십 번의 채찍질이 휘둘러진 뒤였다.

* * * *

야크트 스피너는 그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했다.

획기적인 경량화로 손에 넣은 기동력은 건물 외벽들을 거미처럼 타고 다녔고,

수많은 로봇 팔들이 휘두르는 와이어 커터들은 공기를 찢는 특유의 파공성을 내며 사냥감들을 동강 냈다.

기관포조차 쓰지 않는다. 경량화된 동체와 유연해진 다리를 절묘하게 움직이며 와이어 커터만으로 헌터들을 학살했다.

“쏴! 뭐라도 맞춰서 멈추게 하라고!”

누군가의 발악에 가까운 외침.

동시에 모래폭풍의 거센 바람 속에서도 발사된 매직 미사일이 야크트 스피너를 추격한다.

-끼릭?

이를 관측하고 벽을 내달리는 강철의 거미.

야크트 스피너는 경이로운 움직임으로 제 몸을 세로로 세우더니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틈새로 절묘하게 몸을 집어넣었다.

-콰쾅!

그 딱 들어맞는 회피운동에 따라가지 못하고 건물 외벽에 부닥치는 매직 미사일 두 발.

대응이 빨랐던 매직 미사일 3개가 표적을 잃었다는 것을 판단하고 수직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늘로 솟구치는 마력의 화살들은 곧장 건물의 틈새를 기어가는 야크트 스피너를 향해 내리꽂힌다

좁은 틈새에서 빠른 기동력을 발휘하는 건 불가. 포구가 회전한다.

-투타타타!

유도 기능이 있다곤 해도 직선운동에 가까운 1차원적인 마력탄. 자율인공지능은 매직 미사일을 완벽히 요격한다.

공중에서 명중당해 폭발하는 매직 미사일. 그 모습을 목격한 헌터들은 입이 벌어진 채 껌뻑거렸다.

“미, 미친… 저런 게 가능해?”

“곡예사격도 아니고 무슨…….”

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겠지. 오로지 전투만을 태어난 킬링머신의 강인공지능을 어찌 예상하겠는가.

그들이 숨 멎은 듯 침묵하고 있을 때, 야크트 스피너는 단숨에 그들의 뒤를 잡았다.

“제, 젠장! 엄폐! 엄폐하라고!”

로봇팔들이 저마다 쥔 와이어 커터를 휘둘렀다.

아예 주력 무장을 와이어로 바꿔버린 야크트 스피너의 맹공은 지금까지 스물이 넘는 헌터들을 살해했다.

마법사의 원거리 지원마저 먹히지 않자 헌터들은 비명을 삼키며 질주했다.

살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는 공포가 그들을 지배한다.

살아남은 몇 명의 헌터들이 필사적으로 달린 끝에 도착한 한 공동묘지. 그곳의 무성한 잡초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헌터.

“크학…!

달리던 기세 그대로 지면을 구른 헌터는 숨을 헐떡이며 기어서라도 도망치려 했다.

-찌걱! 찌걱!

하지만 4개의 다리를 가진 야크트 스피너가 다가왔고 헌터는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했다.

“아, 안 돼. 살려줘… 주, 죽고 싶지 않아…….”

그는 제 옆의 초라한 비석 따위에 방패처럼 숨으며 자비를 구걸했다. 그 자신도 믿지 않는 자비를.

-끼긱….

야크트 스피너는 기관포를 겨누며 헌터 앞에 멈춰 섰다.

지금까지 그 어떤 침입자도 살려 보내지 않았던 킬링머신의 논리회로가 판단을 내린다.

「제2논리로직 – 우선순위. 침입자 격멸.」

「제3논리로직 – 우선순위. 침입자 격멸.」

기관포가 겨눠진다. 어떤 무기가 됐든 야크트 스피너는 헌터를 압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율판단. 논리로직 의사결정 해킹. 서브 논리로직 침묵. 우선순위 강제변경.」

무기를 거둔다.

기관포도, 보조 관절의 강철 와이어도.

그 모든 무기를 거둔 채 멈춘 그 순간, 하늘에서 쏟아지는 마법의 화살.

-콰르릉!

내리친 마법의 화살이 야크트 스피너를 강타한다. 길태성과 블랙맘바 헌터들이 쏟아내는 화력이 야크트 스피너를 강타한다.

“좋았어! 제대로 맞췄다!”

“멍청하게 멈춰 있기는!”

야크트 스피너의 광각렌즈가 자신을 습격한 헌터들을 향한다. 묘지 내부에서 기동전을 하면 충분히 회피할 수 있는 공격이다. 하지만…….

「최종 의사결정. 최우선순위. 시민을 보호하라.」

추적하던 헌터가 끌어안고 있는 비석을 향한다. 이곳에서 전투를 벌이면 필연적인 손실을 감수해야만 한다.

야크트 스피너는 곧장 후퇴를 결정했다.

“어?”

얼 빠진 소리를 내는 헌터를 무시한 채 묘지를 벗어나는 야크트 스피너. 추격당하던 헌터는 영문도 모르고 자신이 살았다는 것에 안도했다.

“야크트 스피너가 도망친다!”

“놈도 한계가 온 거야!”

“쫓아!”

네 개만 남은 다리로 건물을 오가며 최대한 묘지 멀리로 도주한다. 야크트 스피너는 도탄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반격조차 하지 않았다.

「야피. 봐봐! 꽃으로 왕관을 만들어봤어!」

시민의 안위야말로 그것이 우선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었으므로.

이미 망자가 된 시민일지라도.

* * * *

야크트 스피너는 다시금 정비소로 귀환했다.

전투 중에 받은 대미지를 정비하고 끊어진 와이어를 재수급, 자체생산한 탄약을 장전했다.

정규시설조차 아닌 오랜 세월 차곡차곡 만들어온 정비소에서 제 몸을 정비하는 일은 쉽지 않았으나 아직은 버틸 수 있다.

「봉인을 지켜라. 누구도 접근하게 두지 마라.」

기계의 명령체계에 남은 라스트 오더. 그러나 그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이제 불가해지고 있음을 AI는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었다.

이번 침입을 막으면 다음은? 또 그다음은? 언젠가는 실패한다. 한계까지 버텨왔던 시간도 이제 끝을 맞이하고 있었다.

자체제작한 탄약과 와이어, 도시의 고철을 녹여 만든 부품들로 부서진 부품들을 갈아 끼우면서 도시 곳곳에 아직 남아있는 감시 카메라와 접속한다.

-적 잔존병력 추정치 약 49명. 레벨 5 위협인자 건재, 레벨 3 위협인자 건재, 레벨 1 위협인자 다수. 격퇴 가능성 35.7%.

-전투속행.

달라지는 건 없다. 기계는 내려진 명령을 그저 충실히 해낼 뿐이다.

질척거리는 몸을 힘겹게 움직이며 기계가 정비를 완비했을 때──

“잡졸들과는 즐거이 놀았느냐?

“…………!?”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 * * *

레온은 기사도를 숭배한다.

아니, 기사도의 화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비겁한 암습을 혐오했으며, 정정당당한 싸움을 추구했다.

물론 상대방까지 정정당당하게 싸워주지는 않는다.

그가 상대한 숱한 숙적들은 암습과 음모, 온갖 사술로 그를 괴롭혔으니까.

허나, 그렇다 하여 그가 기사의 미덕을 저버릴 이유가 되진 않는다.

그는 전장의 모함과 음습한 사술을 정면에서 때려 부수는 쪽에 속했다.

부러졌으면 부러질지언정, 꺾이지 않는 기사도의 화신.

그런 성정이기에 강했고,

그런 성정이기에 선택받았다.

야크트 스피너가 제 정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준 것은 그런 이유였다.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 기사의 명예란 중요한 것이다.

설령 그것이 인간이 아닌 존재일 지라도.

레온은 수많은 이형의 종족들을 만나왔고, 그중에는 인간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종족들도 많았다.

그는 지구인이었으되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이형과 이종족들의 세계에서 살아왔다.

즉, 야크트 스피너의 인간 같지 않은 차가운 장갑판과 구조적으로 다른 관절부도 종족의 개성 정도로 받아 들여버리는 것이다.

“로봇이라곤 하나 그 위용, 용력 훌륭하다. 바깥의 잡것들로는 당해내기 어렵겠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휘둘러진 와이어가 레온이 있던 자리를 세차게 할퀴었다. 가볍게 물러서 피했지만, 이는 사자심왕의 신경을 건드렸다.

“기계에게 명예를 바라는 것도 무리인가.”

야크트 스피너의 안광이 붉게 빛난다.

무장확인 60mm 기관포 잔량 480발.

와이어 커터 4기, 정비소 내 최후수단 ‘2톤’.

초음속을 넘은 채찍질이 연달아 휘둘러졌다.

와이어 커터의 궤도, 속도 모든 것을 계산해 서로 얽히지 않게 조절해가며 휘둘러진 완벽한 공격.

초음속의 채찍이 지표, 상공, 전후좌우 피할 길 없이 레온을 덮쳤다.

표적은 여전히 부동. 오연히 자세를 잡고 날아드는 맹공을 레온은 성검을 쥔 채 버틴다.

상대방의 회피까지 계산한 공격이었기에 멈춰버린 레온에게 닿는 공격은 와이어 커터 하나. 그것을 성검으로 쳐내듯 튕겨내 버렸다.

“………….”

철광석을 녹여 굳게 만든 혼합물 따위는 초음속을 돌파한 와이어 커터의 채찍질에 부서져야 했다.

그러나 철검은 건재하다. 계산 밖은 아니다. 기계의 데이터베이스 내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야크트 스피너는 4개의 다리를 이용해 이전보다 훨씬 기민한 움직임으로 레온을 교란했다.

상대방이 중전차처럼 자리를 지킨다면 좋다. 움직이지 않는 표적은 기관포의 먹이가 될 뿐이니.

-투타다다다다다!

포구에서 퍼부어지는 기관포 세례. 초탄은 당연하다는 듯이 빗나간다.

하지만 야크트 스피너는 날아가는 포탄의 궤도, 탄착군을 분석해 수정하고 레온을 때려 맞추기 직전.

-쿵!

지면을 밟자 콘크리트가 뭉개지며 인형이 치솟아 올랐다.

튀어 오른 콘크리트가 시야를 가린 다음 순간, 야크트 스피너는 관절부의 유압 스프링을 응축시켜 도망치듯 튀어 올랐다.

-콰앙!

조금 전까지 야크트 스피너가 있던 자리를 관통하는 창. 그래, 예상했다.

위협레벨 5의 전투패턴은 분석할 만큼 분석해 모든 경우의 수를 가정해놨다.

허공에서 창이 나타나는 것도,

철검이 도통 부러지지 않는 것도,

전차급의 장갑을 완력으로 으스러뜨리는 것도.

모든 것이 상식과 논리로 이해되지 않았지만, 눈앞의 위협이 그런 존재라는 것은 현실이었기에.

-탁!

노이즈 필터가 잡아낸 도움 닫는 소리. 잔해로 포착하지 못해도 소리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야크트 스피너가 벽을 붙잡고 내달리던 자리에 포탄처럼 내리꽂히는 레온. 어느새 소환한 신수를 탑승한 그는 성창을 회수하고 있다.

빠르다.

이해하지 못하겠다. 어떻게 유기체가 저런 속력을 내는지.

하지만 논리적 이해는 진작 집어치웠다. 경량화된 야크트 스피너는 정비소 건물 사이로 몸을 날리며 레온의 접근을 막았다.

“스탈리온, 놈이 우리와 숨바꼭질을 하자는구나.”

도망치는 야크트 스피너와 무식하게 건물 벽, 기둥 따위를 온몸으로 박살 내고 쫓아오는 기병.

지형의 이점을 이용한 야크트 스피너의 게릴라 전법, 이를 우직하게 직선으로 쫓아오는 기병의 모습은 역할이 뒤바뀐 듯 모순적이었으나 야크트 스피너도 도망치기만 한 건 아니다.

쫓아오는 레온을 향해 불의의 암습을 가하는 와이어 커터는 위협적이고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시간벌기에 불과하다.

레온은 무식하게 쫓아오는 듯 보이면서도 야크트 스피너의 공격을 침착하고 노련하게 쳐내는 것이다.

기갑전차를 인간이 쫓는다는 모순적인 상황. 야크트 스피너는 레온이 접근하는 것을 철저하게 피해 가며 한층 더 속력을 더해갔다.

-삐거걱!

그러나 서서히 마모되어가는 관절부.

본래라면 기갑차량, 느린 보병부대를 상대하기 위해 설계된 구조적인 한계가 초인에게 시험받고 있다.

-끄기긱!

비명을 지르는 파츠들.

철저히 계산된 기계의 운용법에는 없는 과도한 혹사가 내부로부터 붕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인간보다 기계가 먼저 지친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기계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몇 분에 달하는 추격전, 반전은 계산된 기지로 일어났다.

큼직한 건물 기둥을 앞에 두고 얄팍한 다리를 기둥에 걸고는 억척스럽게 궤도를 변경한 것이다.

“……스탈리온!”

순식간에 반전한 야크트 스피너가 그대로 기병을 들이박았다.

경량화됐다곤 해도 40톤을 넘는 중량. 유기체가 버틸 수 있는 충격이 아니다.

“제법이다.”

그러나 스탈리온은 충격에 밀려 나가면서도 촤르륵, 하고 매끄럽게 미끄러지며 버텨냈다.

살덩이도 형체도 유지하기 힘들 충격에도, 인간과 말은 가볍게 고개를 까딱거리며 재차 질주하는 것이다.

달라지는 건 없다. 야크트 스피너는 벌려진 거리를 활용하며 얼마 남지 않은 기관포탄을 아낌없이 퍼부었다.

“──!”

경이로운 움직임으로 화망을 피하는 스탈리온.

한 발 한 발이 소중한 기관포탄을 아낌없이 퍼부어도 스탈리온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쿠구궁!

60mm 기관포탄의 사정없는 난타는 낡은 건물의 내구력을 실시간으로 깎아냈다.

외벽, 천장, 기둥 할 것 없이 거대한 구조물이 스펀지처럼 뭉개지며 커다란 돌덩이를 쏟아냈다.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돌덩이를 향해 가볍게 뛰어오르더니, 끝내는 낙하 중인 바위까지 박차고 오르기 시작하는 스탈리온.

신마라 불리는 이 환상수는 돌덩이의 폭포를 거슬러 올라 순식간에 천장에 도달했다.

────!!

중력에 의해 다시 떨어질 일만 남은 기수와 야크트 스피너의 카메라 렌즈가 교차한다.

서로를 수직으로 마주한 그들은 제 머리 위의 적을, 제 발 아래의 적을 향해 기관포와 랜스를 겨눴다.

-잔탄 68발. 전탄사격.

“라이온하트에…! 영광 있으라──!!”

중력을 거스르고 퍼부어지는 기관포탄과 천장을 박차고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기병.

기관포탄의 무자비한 오발사격에도 겨우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천장은 하얀 거마가 박찬 충격으로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마치 하얀 혜성 같은 돌격. 내리꽂히는 별이 기관포탄에 두들겨진다. 그러나──

“……?!”

빛을 머금은 신마는 상처 하나 없다. 제 신력을 해방하고 기수와 일심동체가 되어 챠징을 행하는 빛의 신수에게는 그 어떤 물리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꽈앙!

농밀한 성력을 머금은 파괴적인 일격이 야크트 스피너에게 내리꽂혔다.

-콰지직!

그대로 관통되며 반신이 뜯겨져 나가는 야크트 스피너.

막대한 충격에 쓰레기처럼 튕겨 나가면서도 야크트 스피너의 로봇팔들은 움직였다.

상대가 충격과 낙하의 여파로 멈춰있는 지금… 자신의 동체가 잠시나마 움직일 수 있는 2.7초. 4개의 와이어 커터를 휘둘렀다.

고성능 AI는 제 몸이 튕겨 나가는 상황에서조차 궤도를 계산해냈다. 멈춰있는 적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

네 방향에서 휘둘러지는 날카로운 와이어 커터가 피륙을 자르는 것이 결정된 궤도.

늘어선 은색 뱀이 먹이를 물어뜯기 위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이번에야말로 필중필살이다.

“훌륭하다…!”

“……?!”

야크트 스피너는 순간 제 카메라 고장을 검토했다. 찰나의 순간, 레온을 태우고 있던 스탈리온이 허상처럼 사라지고 그가 지면을 박찬 것이다.

와이어 커터의 궤도는 말을 탄 기수를 전제로 계산된 것이다.

표적의 크기가 절반 이하로 작아졌다면, 너무 완벽한 계산이 오히려 치명적인 미스로 이어진다!

제 몸을 포탄처럼 쏘아낸 레온은 완벽했을 터인 궤도의 한가운데를 정확히 파고들었고,

지금까지 보여준 놈의 파괴력이라면 제 메인 컴퓨터까지 절단하는 건 순식간일 터.

「야피. 이곳에 봉인된 건 결코 밖으로 나가선 안 돼.」

강인공지능은 찰나의 순간에도 계산을 끝마쳤다.

봉인된 시설 위에 지은 정비소. 이곳을 수호할 마지막 방법. 0.0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기계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자폭 시퀀스 개시. 시설 매립용 폭발물 전량발파

-콰콰콰콰쾅!!

정비소의 곳곳 심어진 대량의 폭발물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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