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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

6.빼앗는 자(1)

회귀 전을 생각해보면 억울한 적이 많았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았다.

배신자, 트롤러, 인간말종들이 잘 먹고 잘 살고, 심지어 그 덕분에 강하기까지 했다. 그들을 처리하기까지 많은 희생을 치렀고, 그들이 저지른 여파는 다시는 회복되지 않았다. 고작 그들의 목숨 값으로 갚기에는 너무나도 큰 피해였다.

그 중에서 가장 최악이라 할 수 있는 존재 중 하나는 역시 이진우였다.

얼굴도 잘생겼고, 돈도 많고, 최악의 흑막이니만큼 권력도 대단했다. 게다가 운도 엄청나게 좋았다.

그의 최후 역시 나쁜 편은 아니었다.

쾌락과 향락을 실컷 즐기다가 깔끔하게 죽었다.

오죽하면 멸망한 세계에서 고군분투했던 사람들 모두 입을 모아 ‘인생은 이진우처럼’이라고 말하고 다녔을까?

그래, 인생은 이진우처럼.

“음······.”

근데, 그게······.

“그게 나네.”

그 이진우가 바로 자신이었다.

진우는 인터넷 기사를 바라보았다.

북한산 원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였다.

산은 위험한 만큼 희귀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세계 통합 당시에 흘러온 유물이라든지, 희귀한 자원들, 심지어 아티팩트까지 발견될 가능성이 있었다.

서울 인근에서 공략되지 않은 산은 북한산뿐이었다.

원정대에는 한국의 정부의 협조 아래 대기업들이 지원했다. 주로 실력 좋은 무예가들이나, 마법사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원정대에 참여했다.

무예가나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유물 찾기나 탐색을 업으로 삼는 이들도 많았다.

트레저 헌터.

그들은 기업이나 정부의 후원을 받아 독자적인 길드를 만들어서 활동했다. 길드에는 수인족 인구가 특히 많았다. 인간을 가볍게 뛰어넘는 오감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체 능력 또한 인간보다 월등했다. 다만, 마력과는 친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인족 중에서 마법사나 무예가는 드문 편이었다.

‘3차 북한산 원정, 꽤 역사적인 사건이지.’

많은 자원과 유물이 발견되었고, 결정적으로 영웅이 탄생했다.

한때는 용사라 불렸던 인물이다.

그는 희망이었고, 밝은 미래를 가져다주리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가식적이고 위선적이며 겁쟁이에 비겁한 배신자였다.

진우도 한때는 그를 믿었다.

배신.

이제는 되갚아 줄 차례다.

‘빼앗는 게 이진우의 특기였지.’

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어.’

진우는 이진우보다 훨씬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오르자, 하르뮤가 그런 진우를 바라보았다.

“귀여운 웃음은 아니군요.”

“그래?”

“굉장히 성격이 나빠 보입니다.”

“딱 좋네.”

“네?”

하르뮤는 고개를 갸웃했다.

진우는 거울을 보며 사악한 미소를 연구했다.

몇 번 시도해본 끝에 굉장히 그럴듯한 미소를 만들 수 있었다.

하르뮤는 마음에 안 드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철딱서니 없는 남동생을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아이나에게는 보여주지 마세요.”

진우는 거울에서 시선을 떼어 하르뮤를 바라보았다.

“아이나는 아카데미에 진학할 예정입니다.”

“아카데미라······.”

“일반 학교를 갔으면 했는데, 뭔가 목표가 있는 것 같더군요.”

아카데미는 보통 서울에 있는 성 하온 아카데미를 가리켰다. 최초의 인간 마법사가 세운 학교였고, 많은 마법사와 무예가를 배출한 종합학교였다.

마도련과 연이 깊기도 했다.

나이가 젊고 재능이 있다면 아카데미를 가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진우는 비교적 늦게 마법에 입문해서 아카데미에 진학하지 않았다.

알바와 고시원생활을 병행하며 9급 마법사 라이센스를 땄다. 물론, 아무나 뽑는 게 아닌 만큼, 어렸을 때 지원했다고 하더라도 입학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미 1차 시험은 통과했고, 실기 시험과 면접이 남아 있습니다.”

“합격한다면 학비는 내가 대줄게.”

“학비는 괜찮습니다. 아이나가 제 도움도 거절하더군요.”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일신 그룹의 회장도 아카데미 설립에 참여했었다고 했나?”

“네. 핵심 멤버 중 한 명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양반은 안 끼는 데가 없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운선 회장.

참 질기게도 오래 살았다. 이진우가 아니었다면 끝까지 살아남았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도련님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뭘?”

“도련님 학업 말입니다.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않으셨잖습니까.”

“이제 슬슬 마무리하려고. 마침 딱 좋은 시기네.”

빼앗기 좋은 시기다.

진우가 거울로 연습했던 사악한 미소를 다시 보여주자, 하르뮤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나가봐야겠군.”

“네, 모시겠습니다.”

“됐어. 퇴근해서 아이나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어때? 아카데미에 가면 붙어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 텐데.”

“그럼 도련님은 누가 모십니까?”

“이기환 차장이 있잖아. 같이 나가기로 했어.”

이기환 차장이라는 말에 하르뮤의 눈썹이 꿈틀했다.

“저도 가겠습니다.”

“음? 상관은 없는데······.”

하르뮤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기환 차장.

피 냄새가 진한 상당히 음흉한 작자였다.

물론, 같은 편이니 아주 조금은 든든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 특유의 성격이 거슬렸다.

도련님에게 옮길 수도 있었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귀여웠는데······!

이미 그러한 기색이 보이고 있었다!

그 뱀 같은 작자처럼 자랄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도련님을 따른다는 느낌보다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정작 도련님은 그런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다.

이기환 차장이 차량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기환 차장이 고개를 돌려 하르뮤 쪽을 바라보았다.

하르뮤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그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진우의 앞에서는 선량해 보이는 미소까지 지으며 절도있게 인사했다.

“도련님,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오늘 일이 좀 많을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물론입니다. 정말 기대가 되는군요. 그런데······.”

이기환 차장이 시선을 돌려 하르뮤를 바라보았다.

“기업의 일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이를 대동해도 괜찮겠습니까? 아!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를 넘었군요.”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제가 최측근이니까요. 저도 이제 이쪽 세계 사람입니다.”

하르뮤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이기환 팀장은 안경을 가운뎃손가락으로 고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렇군요. 뭐, 저였다면 도련님을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보필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 받기만 해서 모를 수도 있겠군. 측근이라는 사람이 그래서야 원······.”

“···그렇습니까? 그런데, 지금 꽤 불편하게 해드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기환과 하르뮤가 동시에 진우를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보기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냐, 계속해. 그렇게 싸우면서 친해지는 거지.”

애들끼리는 싸우면서 큰다고 했다.

실제로도 많이 보았다.

애들을 보는 듯한, 그런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자 둘은 말을 멈추고, 서로 고개를 돌렸다.

진우는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성북구에 위치한 대규모의 행사장이었다.

‘미래혁신 군수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행사장 앞에는 여러 가건물들이 들어서 있었고, 그곳에서 길드 소속의 인원들이 저마다 뭉쳐있었다.

기업에 선택받아 북한산 원정에 참여하기 위함이었다.

무가 출신들은 대부분 기업으로 진출하거나, 대형 길드를 이끌었다. 명문무가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전체적으로 시끌벅적했고, 거친 분위기였다.

경찰 병력과 마도련의 인물들까지 치안 유지를 위해 상주해 있었다. 한국의 큼직한 길드들이 모여 있으니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모두가 서로를 경쟁자라고 여기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진우는 주변을 훑어보았다.

“장비들이 꽤 괜찮군.”

“네, 군수 장비는 대부분 저희 일신 그룹 쪽이 꽉 잡고 있으니 말입니다. 한천도 경쟁력이 있지만, 아직은 멀었지요.”

진우의 말에 이기환 팀장이 그렇게 말했다.

방어복이나 총기, 그리고 무예가가 손에 쥐면 치명적인 위력을 내는 무기들도 모두 일신 그룹 마크가 찍혀져 있었다.

대몬스터용 무기는 대부분 단순한 편이었다.

총기처럼 복잡한 구조는 마력을 담기 힘들었기 때문에 병장기가 주를 이루었다.

마력.

하나의 공격 속성이라고 보는 것이 옳았다.

몬스터들의 외피는 굉장히 단단했다. 고위 개체로 갈수록 더욱 그러했는데, C등급 이상의 몬스터 ‘엘리트’라는 호칭이 붙은 몬스터는 마력 없이는 타격을 주기 힘들었다.

물리 내성이라는 괴상한 것들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리 내성··· 참 성가시긴 하지.’

이능은 아니었다.

그것 역시 마법이라 부를 수 있었다. 무예가가 자신들의 신체에 특성을 새기는 것처럼, 몬스터들도 그러했다.

그렇다고 무예가나 마법이 만능은 아니었다.

마력이나 마법 내성을 지닌 몬스터도 있으니, 공략법을 알고 있지 않다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요구되는 것이 파티나 길드였다.

최첨단 무기로 그럴듯한 총기가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비쌌고 대기업의 후원 없이는 사용할 수 없었다. ‘기업인’들이 무예가나 마법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최첨단 장비를 아낌없이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르뮤는 신기한듯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뗐다.

“무기 박람회입니까?”

“그것도 모르는 건가?”

하르뮤의 말에 이기환 차장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이곳에서 원정대에 보급할 장비를 심사하여 정하기도 하지. 그러니 여러 기업들이 참여하여 자신들의 물건을 선  보이는 건 당연하다. 막대한 돈이 오가는 만큼, 경쟁률은 상당해. 뭐,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이기환 차장은 행사장 근처에 세워진 대형 트럭들을 바라보았다. 일신 그룹의 차량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신 그룹 휘하에 있는 ‘선일 테크’였다.

진우는 트럭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새로운 무기를 시험하면서 돈도 쓸어 담으니······.’

진우는 피식 웃었다.

성능이 좋다고 해서, 경쟁을 뚫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런 의미가 없을 때도 많았다. 든든하게 만들어진 카르텔은 결코 실력만으로는 뚫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선일 테크는 아직 업체 선정 결과가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대량으로 물건을 가지고 온 것이다.

과시의 의미도 있었다.

올라올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뜻이었다.

선일 테크의 물건은 성능이 뛰어나기는 하니, 어찌되었든 상관없는 이야기이기는 했다.

물론, 지금까지는 말이다.

진우는 거침없이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하르뮤는 진우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몰랐다. 이기환 차장만이 나름대로 추측을 해볼 뿐이었다.

진우는 행사장 안에 자리 잡은 여러 길드들을 바라보았다. 여러 부스들이 있었는데, 저마다 자신의 길드를 나타내는 깃발을 가지고 있었다. 부스 앞에는 길드의 소개나 업적들이 적혀있는 팸플릿이 있었다.

이 구역은 마치 취업 박람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립구만.’

오고가는 욕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거친 분위기, 그리고 무장 특유의 냄새.

옛날 기억을 불러왔다.

그가 살아남기 위해서 체득한 것들의 상당수가 바로 이런 길드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는 대마법사였다.

인류가 도달한, 그리고 도달할 수 있는 모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대마법사라 불렸다. 그러나 마법만 잘한다고 해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먹는 것, 자는 것, 그리고 생존수칙. 이런 것들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진우는 기업들의 부스 쪽으로 향했다.

A부터 F까지 나눠져 있었는데, A가 가장 크고 잘 보이는 곳에 있었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작고 구석으로 밀려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길드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거 100세트 주문되나요?”

“네, 언제까지 필요하시죠?”

“최소한 이번 주 안에는 받아야 하는데요.”

“그럼 단가가 좀 올라가는데······.”

길드 소속의 인원들도 돌아다니면서 상품을 보고, 주문을 하는 등의 모습이 보였다.

대체적으로 분위기는 활발했다.

진우는 A구역을 지나쳐 E구역 쪽으로 향했다.

사실상 E와 F는 같은 공간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었다. 인적도 드물었다.

진우의 뒤에서 따라오던 이기환 차장이 진우의 옆으로 다가왔다.

“도련님, 이곳은 주로 중소기업들이 있는 곳입니다. 조사를 해봤는데, 주목할 기업은 없더군요.”

“어떻게 조사를 했죠?”

“이곳으로 모시기 전에 연구자료, 보고서, 기업실적 등을 살펴봤습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저기 있군.’

진우는 회귀 전을 떠올렸다.

세상의 멸망할 때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있었다.

놈들의 패악질은 잊을 수 없는 흉터였다.

진우는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

빌어처먹을 놈들을 족치기 위한 계획.

그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이곳에 있었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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