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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0

본드래곤 (3)

800년 전.

파멸의 드래곤 발라드라는 세상을 공포에 떨게 만든 초월종이었다.

당시의 대륙은 파멸의 드래곤 발라드라에 의해 떨었다.

그에 의해 함락된 성들의 숫자를 헤아릴 수조차 없었으며 어지간한 왕국도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런 발라드라는 당시 가장 강력했던 전설의 성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발라드라는 비웃었다.

실제로 그의 브레스에 녹아내린 전설들이 있어서였다.

감히 인간 따위가 절대자라는 이름을 듣는 게 발라드라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여 대영지 아틀라스에 브레스를 뿜어냈다.

대영지 아틀라스는 800년 전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아틀라스의 모든 것이 무너진 날 파멸의 드래곤 발라드라는 성자와 전투를 벌였다.

발라드라는 감탄했다.

발라드라의 성향은 악(惡)이다.

악마, 마족, 언데드는 아니었지만 그는 많은 살상을 하였다.

성자는 발라드라의 기준으론 충분히 죽일 수 있는 자였다.

하지만 그런 성자는 자신에게만큼은 강력한 힘을 발했다.

그가 가진 선(善)의 힘 때문이었다.

또 그 선(善)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유 중 하나로 발라드라가 익힌 흑마법의 영향도 있었다.

그는 흑마법을 부릴 수 있는 유일한 드래곤이었으며 죽어도 본드래곤이 될 수 있었다.

죽어서도 많은 것을 파괴하고 부수겠다는 의지가 그에게 깃들어 있던 거다.

결국 발라드라는 패배했으며 본드래곤의 모습이 되었다.

그때, 큰 중상을 입은 성자는 자신을 땅속 깊은 곳에 처박고 나오지 못하게 봉인해 두었다.

발라드라는 오랜 시간 동안 이곳에 갇혀 세상에 나갈 날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날 웬 인간이 찾아왔다.

인간은 강하지 않았다.

하여 본드래곤 발라드라는 800년 만에 나타난 유희에 놈을 가지고 놀 생각이었다.

그런데 웬걸.

-???

인간이 군침 돈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발라드라는 미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찮은 자가 이 땅에 발을 들였는가, 죽거라.

그는 단숨에 브레스를 토해 냈다.

어지간한 전설들은 버텨 내지만 큰 중상을 피할 수 없는 궁극기.

또한 브레스는 반경 400m까지 뻗어 나가는 최강의 공격이었다.

발라드라는 당황했다.

‘이게 뭐지?’

분명 온몸이 녹아내렸어야 할 인간이 순식간에 말끔해졌다.

발라드라는 당혹하지 않고 마법을 발했다.

그는 8클래스 마법을 난사할 수 있는 존재.

그러나 어떤 마법을 사용해도 그는 회복해 냈다.

당황한 발라드라는 이번엔 꼬리로 후려쳤다.

트윈헤드 오우거들도 자신의 꼬리에 맞으면 온몸이 산산조각 났던 바.

‘……?’

하지만 이 인간은 또다시 멀쩡했다.

앞발로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앙-!

지면이 4m가 파였고 놈이 그 안에 처박혔다.

그런데 또다시 말끔한 모습이었다.

이빨로 깨물었다.

자신의 입안에서 잘근잘근 씹히는 놈의 피 맛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놈은 도대체 뭐냐!?’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자신을 보며 짓는 군침 돈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발라드라는 그가 평타로 때려 대며 하는 말들을 듣고 한 가지를 확신했다.

‘이 인간은 나를 이용해 무언가를 실험하고 있다……?’

감히 드래곤인 자신을 두고 말인가?

물론 본체일 때보다 절반 가까이 약화된 발라드라이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도 발라드라는 전설들과 호각을 겨루는 힘을 가진 드래곤이었다.

무언가를 실험할 수 있는 대상은 어떤 자인가?

쉽게 굴복시킬 수 있는 자여야 가능한 일이다.

당연한 이치다.

그리고 파멸의 드래곤 발라드라는 그가 어떠한 마법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을 공격하는 모습에서 자신감을 보았다.

‘언제든 나를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

더불어 그가 쥔 신성력을 머금은 검은 발라드라에게 커다란 고통으로 다가왔다.

언급했듯 발라드라는 체고 12m 높이를 가진 거대 몬스터다.

그런 그조차도 강한 신성력이 깃든 아티팩트에 직격당하면 커다란 고통을 느꼈다.

그것은 그 부위가 녹아 들어가는 듯한 고통이었다.

물론 신성력의 힘만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고통스럽진 않았을 거다.

그리고 미친 인간은 계속, 계속 자신을 그 검으로 후려쳤다.

초에 1.5회 가까이 휘둘러지는 검.

즉, 2초에 3회 한 부위가 녹아드는 것만 같은 고통에 휩싸이고 있는 거다.

그것이 1천 회를 넘어갔을 때.

‘제발 그만…….’

파멸의 드래곤 발라드라는 절대자로 군림했던 존재다.

그는 자신의 굴복을 믿지 않는다. 또 두려움도 가져 본 적이 딱히 없었다.

그리고 두려움을 몰랐기에 더 크게 다가왔다.

그는 자신이 가지는 이 감정이 생소했다.

‘제발, 그만해라.’

그 생소한 감정이었기에 너무도 무서웠다.

공포, 두려움, 통증.

그 세 가지에 의해 타격당할 때마다 그는 속으로 비명을 질러 댔다.

하지만 드래곤의 위엄이 있기에 그것을 참아 냈다.

그리고 3천 회가 넘어갔을 때 그는 깨닫게 되었다.

‘놈은 불사(不死)의 경지에 이른 자다.’

드래곤 발라드라는 실수에서 버그가 되어 버린 성자의 검에 대해 모른다.

단지 지금 현수가 행하는 회복 자체가 모든 종의 꿈인 불사라는 것만 알았다.

불사에 도달한 자는 한낱 드래곤인 발라드라가 어쩔 수 없는 존재였다.

공포, 두려움, 통증.

세 가지에 휩싸여 정신이 무너져 가는 발라드라는 비로소 현수가 불사를 가진 자라고 믿고 굴복되기 시작한 거다.

‘그래, 불사를 가진 자이기에 나의 패배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발라드라 역시도 불사를 꿈꿨기에 본드래곤이 되는 길을 걸은 바.

4천 회가 넘어갔을 때 굴복해 버린 그는 그저 딱 한 가지만 바랐다.

‘이 고통과 두려움이 어서 끝나기를…….’

갈수록 그 고통은 더해져 갔으며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색하려 하지 않았지만 그는 눈이 있었다면 까뒤집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5천 회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알 수 없는 감정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 정체 모를 힘은 뭐지?’

정체 모를 힘이 자신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 힘은 자신조차 이렇게 가볍게 무력화시키는 자에 대한 존경심마저 들게 한다.

그리고 그는 앞에 있는 사내의 위대한 힘 앞에 완벽히 굴복해 버렸다.

이제 그가 바라는 건 단 하나.

‘이 고통이 빨리 끝나는 것…….’

발라드라는 이 고통이 빨리 끝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

[주군의 은혜가 발동됩니다.]

본드래곤을 채집(?)하고 있던 현수는 들려온 알림에 당황했다.

‘주군의 은혜가 왜 본드래곤에게 발동되지?’

주군의 은혜는 인근에 있는 자들에게로 발동된다.

즉 이곳의 대상은 본드래곤밖에 없다는 거였다.

또한 현수가 가장 의아한 건 주군의 은혜 발동 조건과 현재 상황이 맞지 않아서였다.

(주군의 은혜)

유일칭호

등급: S

특수능력:

·누군가 당신에게 평생 잊지 못할 은혜를 입었다 판단할 시 8% 확률로 발동됩니다.

·발동 시 그는 당신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 혹은 높은 존경심과 충성심을 가지게 되며 그 외의 감정도 가질 수 있습니다.

·당신께 신하가 되길 자청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누군가 자신에게 은혜를 입었다 판단되거나 혹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

높은 존경심과 충성심을 극대화시켜 이끌어 낸다.

곧 알림이 떠올랐다.

[주군의 은혜에 숨겨진 특별한 일이 일어납니다.]

[공포는 대상을 굴복시키는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

현수는 알 수 있었다.

꼭 칭호나 스킬에 ‘특별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가 쓰여 있어야 추가적인 힘이 개방되는 건 아니었다.

공포란 대상을 굴복시키는 가장 큰 힘을 가졌다.

그 누구도 왕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그를 따르는 이유는 그가 가진 권력에 있다.

그러나 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논리라면 이제까지 많은 몬스터들이 나에게 두려움을 느꼈을 텐데?’

또 그랬기에 무분별하게 많은 몬스터들에게 발동되었어야 한다.

그리고 현수는 깨달았다.

‘성자의 검을 쥐고 무한 회복한 내 모습이 본드래곤에게 말도 안 되는 공포를 심어 준 거다.’

즉, 이는 무분별하게 이뤄진 게 아니었다.

그 공포란 것이 자신의 상식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야 발동되는 듯했다.

즉.

‘오늘을 제외하고 공포로 무언가를 굴복시키긴 힘들다.’

오직 성자의 검을 가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현수는 알림을 무시하고 더 빠르고 더 거칠게 놈을 가격해 댔다.

그러자 드디어 본드래곤이 숨겨진 감정을 드러냈다.

-제발, 그만. 그만하라!

지금의 본드래곤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현수의 평타에 계속 직격당해 온몸의 뼈가 무너지거나 금이 가 있던 바.

놈은 무릎은 굽히지 않았으나 고개를 숙였다.

-그대의 강함에 내가 졌음을 인정한다. 그대를 따르겠다.

그러나 현수는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내가 이놈을?’

[본드래곤은 던전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실제 알림도 불가능하다 말하고 있다.

물론 본드래곤의 힘은 엄청나다.

하지만 현수는 머릿속에 걱정부터 들었다.

본드래곤의 위대한 힘이 있다면 앞으로의 현의 대장간에 크게 도움이 될 터다.

하지만 놈은 이 밖으로 데려갈 수도 없었을뿐더러 놈을 데려감으로 인해 생길 부작용들이 너무 많았다.

“어차피 못 나가잖아?”

현수는 핵심을 짚었다.

본드래곤은 그를 인정했다.

-나를 굴복시킨 자여, 그대를 따를 방법이 있으니, 내가 원하는 바를 들어줄 수 있는가?

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게 편안한 안식을 다오.

본드래곤은 자신의 몸을 둘러봤다.

애초에 본드래곤은 회복이 불가한 존재다.

물론 엄청난 네크로맨서들에게 데려가면 다르겠지만.

아무튼 온몸의 뼈는 부서지거나 내려앉았다.

즉, 본드래곤은 평타로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단숨에 죽는 걸 원하는 거다.

하지만 이치와 맞지 않다.

“죽은 네가 날 어떻게 섬긴다는 거지?”

-죽은 후의 나는 다시 태어나게 된다. 비록 새끼에 불과할 것이며, 생전의 기억은 모두 잃겠지만.

“그 말은 너는 편안한 안식을 맞이할 거고 새로 태어난 존재가 나를 따를 거란 건가? 양아치네.”

-…….

일부 사실이었다.

그러나 현수에게도 차라리 이게 나았다.

당장 본드래곤을 데려갈 수도 없는 게 첫 번째, 만약 데려간다고 해도 성체인 본드래곤을 데려가는 건 언급했듯 부작용이 더 컸다.

하지만 또 하나의 의문.

“녀석이 날 따른다는 걸 어떻게 믿지?”

-드래곤은 태어나자마자 처음으로 본 존재를 부모로 인식하게 되지.

일리 있는 말이다.

사실 앞으로 10분 동안 평타로 더 때리나 일격에 본드래곤을 죽이나 큰 차이는 없었다.

‘재료 채집도 다 했고.’

현수로선 손해 볼 게 없었다.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지?”

현수는 상상 속의 동물. 헤츨링을 기대했다.

-내가 죽었을 때의 모습대로 태어난다. 놈은 본드래곤의 새끼로 태어날 것이다.

이건 굉장히 아쉬웠다.

진짜 드래곤에 비하면 성체가 되었을 때 훨씬 약하다는 것이었으니까.

현수는 가장 중요한 점을 물었다.

“성체가 되려면 얼마나 걸리지?”

-최소 100살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실 시간으로만 약 30년이었다.

‘본드래곤을 얻었지만 얻은 게 아니란 건가?’

언급했듯 현수는 아쉬울 게 없었다.

‘어차피 곧 죽이려고도 했으니까.’

현수가 버프용 쌍룡검으로 검의 울음을 극대화시켰다.

동시에 공격형 쌍룡검으로 스왑한 후 검의 울음으로 베어 냈다.

쿠그그그그그그-

무너져 내리는 본드래곤의 얼굴은 비로소 편안한 안식을 맞이한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현수에게 엄청난 알림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알림을 잠시 뒤로했다.

그는 다른 것에 주목했다.

완전히 무너진 본드래곤의 뼛조각 사이.

그 안에서 한 존재가 몸을 털어 댔다.

곧 녀석이 뼛가루 사이에서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작네?’

그 크기는 복덩이와 비슷했다.

주먹 두 개를 합친 것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

또 뼈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지금의 모습은 말 그대로 아기 본드래곤처럼 생겼다.

녀석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곧 현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이 고개를 갸웃했다.

“뀨뀨?”

드래곤의 소리치고 굉장히 귀여운 소리였다.

“뀨규규, 뀨앙!”

그러곤 현수를 향해 타조처럼 달려왔다.

녀석이 온 힘을 다해 점프했지만 현수의 무릎까지밖에 오지 않아, 떨어지기 전에 잽싸게 받아 챘다.

품에 안긴 녀석이 좋아했다.

“뀨뀨!”

[본드래곤의 새끼가 당신을 부모로 인식합니다.]

“뀨우우웅!”

그러곤 머리를 현수의 품에 파묻었다.

[본드래곤의 새끼가 당신의 품을 좋아합니다.]

“뀨우우웅…….”

품에 안긴 녀석이 재워 달라는 소리를 냈다.

현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본드래곤의 말은 사실이었고 이로써 새끼 본드래곤 펫을 얻게 된 현수였다.

‘진짜 드래곤이 아니어서 아쉽긴 하다만…….’

쿠르르르르르-

곧 무너지는 드래곤의 무덤에서 현수가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때 현수는 몰랐다.

본드래곤의 새끼로 태어난 녀석이 진짜 드래곤이 될 줄은.


           


Genius Blacksmith’s Game

Genius Blacksmith’s Game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Score 3.7
Status: Ongoing Native Language: Korean

The last blacksmith and master artisan left in the world. His hands are crippled in a forge fire, rendering him unable to craft any longer. But then, a virtual reality game, Ares, comes knocking on Hyun-soo’s door.

[Unrepairable Artifact.] [Cannot be crafted due to level restrictions.]

“Huh? I consider myself a manual blacksmith, though.”

For him, no system restrictions apply. The tumultuous game of the genius blacksmith be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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