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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1

221화

70장 알현(5)

파티가 계속되는 가운데.

프론디어는 필리와 함께 응접실로 향했다. 아텐도 함께였다.

하지만 바르텔로는 처음에 앉았던 의자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필리도 그에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프론디어가 응접실을 향하면서도 홀에 시선을 두자 필리가 말했다.

“잠시 지친 것뿐이니까. 그이는 모든 집무에 대해 저를 신뢰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실제로 최근 황제가 할 일은 대부분 필리가 도맡아서 하고 있다.

차기 여황이 될 그녀의 딸인 살레가 그걸 보조하고 있어 조금은 나아졌다고 하나 만만한 일은 아니다.

황제의 일을 황후가 대신 맡고 있는 것에 불만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정치란 참 어려워요.”

필리가 말했다.

“어렸을 적에는 저의 자격을 증명하면 될 거라 믿었죠. 제가 그만한 성과를 내면 주변의 시선이 달라질 거라고. 하지만 저의 적이 되기로 이미 마음먹은 사람들은 그렇게 마음을 돌릴 수 없어요. 제가 잘하면 잘할수록 적개심을 불태울 뿐이죠.”

앞서가는 필리의 목소리는 평온했으나, 프론디어에게는 그 뒷모습만 보이기에 표정을 알 수 없었다.

“전쟁은 오래전에 끝났을 텐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도, 여전히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곧 필리는 활기찬 얼굴로 돌아와 뒤에 있는 프론디어를 보면 씨익 웃었다.

“갑자기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네요. 프론디어 씨를 부른 건 이거 때문이 아닌데.”

“……아닙니다.”

프론디어는 고개를 저었다.

프론디어는 필리가 얼마나 고생해 왔는지 알고 있다.

바르텔로가 노쇠하는 것은 예정된 바고, 그 전부터 필리는 정치에 뛰어들었으니.

필리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선역이든 악역이든 될 수 있는 인물이다. 프론디어가 그랬듯 플레이어들은 항상 필리를 ‘회색’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선역이든 악역이든, 필리는 언제나 제국을 위하여 움직인다. 그녀의 딸들이 가장 안전하게 있을 장소가 곧 황궁이니까.

즉 필리가 악역이 된다는 것은,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제국이 적으로 돌아섰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지금의 필리는 어떨까.’

프론디어는 다시 걸어가는 필리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프론디어의 생각으로는 필리가 꽤 많이 선역에 가까워졌다 생각한다. 딸들 중 아무도 죽지 않았고, 필리와 함께 임무를 수행한 적도 있으니.

자랑할 것은 아니지만 프론디어는 필리와의 친밀감을 꽤 쌓았다고 여긴다.

다만 문제는, 원래는 아스터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

‘아스터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아스터의 성장 동력은 그보다 더욱 강한 누군가니까. 원래 콘스텔에서는 아스터 이상 가는 재능과 실력이 없으니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내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으니 성장에 불이 붙겠지.’

다만 그럼에도 아스터가 플레이어들이 유도하던 때 이상의 성장을 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공략이 되지 않은 이 세계에서 플레이어들은 아스터의 성장을 최대의 효율로 짜내도록 움직였다.

어느 시기에 어디를 가야 하고, 누굴 만나야 하고, 뭘 배워야 할지가 온갖 커뮤니티에서 돌아다니고, 서로 정보 교환을 하며 최적의 경로를 짜낸 것.

당연히 지금의 아스터가 그보다 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이 세계에서 아스터는 아직 필리를 만난 적이 없다.

‘아스터가 필리를 꼭 만나야 하는지는 몰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스터와 필리는 빠르게 조우하게 돼. 그 연결고리인 아텐이 원래 아스터의 파티니까.’

하지만 여기서의 아텐은 아스터의 곁에 있지 않다. 프론디어를 따라다닌다.

그렇기에 아스터는 필리 또한 아직 만나지 못했다.

이 나비효과가 무엇을 발생시킬지는 알 수 없다. 더 좋아질지, 나빠질지도 알 수 없다.

프론디어가 알 수 있는 건 단 하나.

이 상황을 그가 자초했다는 것.

‘언젠가 이 상황이 커다란 태풍을 몰고 오게 만든다면.’

그걸 해결할 몫이 그 자신에게 있음을, 프론디어는 잘 알고 있었다.

* * *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응접실에서 프론디어와 필리는 마주보았다.

분명 서로가 같은 편이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난 것인데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필리와의 만남은 언제나 이랬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넘어갈까요? 저도 프론디어 씨도 그게 취향이니깐.”

“좋습니다.”

듣고 있던 아텐이 고개를 갸웃했다. 왠지 ‘입체 지도’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황궁에는 ‘암부’라고 하는 집단이 있어요.”

필리의 말. 놀란 건 아텐이었다.

“……엄마.”

암부. 그 존재는 아텐 또한 알고 있다. 황녀의 자리에 있으면서 모를 수가 없었고, 애초에 필리가 아텐에게 중요한 듯이 일러주었다.

-아텐, 제국은 언제나 제국으로서 존재해야 한단다.

어렸을 적에는 필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제국이 찬란한 빛을 밝히면, 그만큼 그림자가 생기지 않겠니? 제국에는 그 그림자 또한 품을 수 있어야 해.

필리는 아텐이 어렸을 때부터 암부의 존재에 대해 은근슬쩍 암시를 던져왔다.

정확한 진실은 몰라도 된다. 아이니까. 하지만 황녀는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는 조금 더, 빨리 현실에 대해 깨우쳐야 한다.

그 충격이 너무 크지 않도록, 필리는 아텐 스스로도 모르게 그 현실의 뒷면을 조금씩 보여주었다. 아텐이 무의식적으로 각오를 할 수 있도록.

콘스텔에 다닐 정도로 성장하게 된 아텐. 이제 암부가 무엇인지, 필리가 말했던 말들이 무슨 뜻인지 잘 안다.

그렇기에 그 존재를 황궁 밖에 누설해서도 안 된다는 것 또한 잘 안다. 그렇기에 놀랐다. 무엇보다도 그 비밀 유지를 중요시 여길 필리가 시원스레 암부의 존재를 발설하다니.

그런데 대답하는 프론디어는 아텐을 더 놀라게 했다.

“알고 있습니다.”

“네?”

아텐이 되묻자 프론디어는 애매하게 웃었다.

“알고 있다기보다, 만났습니다. 암부의 인물을.”

프론디어는 로리에를 떠올렸다.

물론 파편 앞에서 암부 사람들을 구해줬을 당시, 서로 못 본 것으로 약속했으나 로리에는 아니었다.

로리에는 그 한참 전에 이미 예란헤스의 병영 안에 침투한 인물이었다.

‘내가 본 바로는 사람을 병기로 바꾸는 것에 찬성할 것 같진 않았는데.’

로리에는 프론디어가 암부의 인물들을 구하기 직전 스스로의 목숨을 포기하고 보다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그녀의 힘을 썼다.

로리에가 암부의 일을 하고 있는 이유는 뻔했다.

애초에 거기서 태어나 길러졌고, 암부는 기본적으로 제국의 시민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방식을 가리지 않아 시민들에게 감추었을 뿐이지.

하지만 인간을 병기로 만드는 건 바깥의 마물을 몰아내기 위해서라곤 하나, 그 선을 한참 넘었다.

‘제국의 암부는 거대해. 로리에는 당시 버림말로 쓰였으니 아직도 지위가 그리 높진 않을 테고. 아마 암부의 마나 주사 계획을 로리에가 찬성하지는 않을 거야.’

그렇다면 반대로 말해서, 지금의 로리에는 프론디어에게 협력해 줄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암부 소속인만큼 프론디어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줄 수 있겠지.

문제는 어디서, 어떻게 만나느냐다.

“에든 하멜롯 씨의 설명은 앞뒤는 맞고 있으나 필연적이지 않아요.”

필리가 말했다.

“정보의 모순은 없지만, 에든 씨의 설명대로 움직여 접선 장소를 찾아내는 건 지나치게 운에 의지하죠. 그것도 상당히 확률 낮은 도박이에요. 그럼에도 에든 씨는 단 한 번만에 접선 장소를 맞췄고, 그걸 확신하고 있다는 듯 그곳에 대량의 인원을 투입했습니다.”

필리는 프론디어의 눈빛을 꿰뚫는 듯이 말했다.

프론디어의 속을 들여다보는 듯했으나, 그럴 것까지도 없었다.

“게다가 제가 저번에 들었던 설명과 묘하게 다르죠. 수정되었어요. 그걸 지적했을 때 에든 씨의 눈빛, 바라보는 시선에는─”

“제가 있었죠.”

프론디어는 순순히 답했다.

필리가 프론디어의 속을 꿰뚫을 필요는 없었다.

“제가 에든에게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프론디어는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할 생각이었으니.

프론디어의 말에 필리는 잠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으나 곧 씨익 웃었다.

“그 정보는 어디서?”

“연구소의 리더였던 앵거스가 술술 불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분석 스킬을 통해 밝혀낸 거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다.

필리가 말했다.

“……앵거스는 구속된 뒤 경찰의 상당한 심문을 받고도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하루 종일 헛소리만 늘어놨다고 하던데요.”

“그랬군요.”

“어설픈 고문으로는 입을 열게 하지 못할 텐데?”

그 말엔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할 말이 없었기에, 프론디어는 단순히 대답했다.

“하지만 저는 열게 했습니다.”

꿀꺽, 듣고 있던 아텐의 목울대가 울렁였다. 그녀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잔혹한 고문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필리가 물었다.

“그렇다면 제가 왜 암부의 얘기를 꺼내는지, 그 이유도 알고 있나요?”

“……예.”

프론디어가 가진 분석 스킬은 얻어낼 수 있는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없다.

분석 스킬을 사용할 때 그의 이름만 알고 싶다거나, 가족 관계만 알고 싶다거나 하는 건 불가능하다. 프론디어 본인조차 분석 스킬에서 나오는 정보가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예상할 수 없다.

마나 주사 사건에서 프론디어가 분석으로 유용한 정보를 얻어낸 가장 큰 이유는, 적의 밑바닥까지 전부 들춰낼 마음으로 어마어마한 마나를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프론디어는 알고 있다.

“마나 주사 계획을 주도했던 게 암부였군요.”

프론디어의 말에 아텐의 숨을 삼켰다.

여기서부터는 정말로 아무 곳에서나 함부로 할 얘기가 아니다.

물론 필리가 손님을 맞이하는 이곳에는 방음, 보안 마법이 철저하게 깔려 있지만, 아텐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으스스해졌다.

‘암부 전체는 아니지만.’

프론디어는 암부가 했다는 걸 넘어서 그 인물이 누구인지까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까지 어떻게 알아냈는지 설명하긴 너무 어려우니까.

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문제는 암부는 제국의 편이라는 거죠. 저는 제국의 황후고요.”

“처단하기엔 마음이 아프시겠군요.”

필리는 이번엔 고개를 저었다.

“전부 엎어버리면 손해라는 거죠.”

“……과연, 그렇군요.”

프론디어는 필리가 뜻하는 바를 알았다.

“그렇다면, 마나 주사를 주도한 최소한의 인물만 솎아내고 싶다. 그런 뜻인가요?”

“네에. 최근에 제가 그들을 내버려 뒀더니 선을 넘은 거 같네요. 그러니 그런 계획을 구상할 마음을 먹는 거죠. 이번 기회에 좋은 본보기가 되면 좋겠어요.”

시민을 희생시키는 계획을 실행한 것보다, 그런 계획을 떠올릴 만한 마음을 먹은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필리는 그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그런 마음조차 먹지 않도록.

실행은커녕, 구상조차 감히 하지 못하도록.

“제국의 암부는 양날의 칼이에요. 그들은 제국 바깥의 입장에서는 없는 존재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죠.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동시에 그것을 책임지지도 않죠. 대신 그들에게는 다른 대가가 있어요. 그게 뭘까요?”

“없는 존재이기에, 죽는다 해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프론디어의 대답에 필리는 만족한 듯 웃었다.

“프론디어 씨, 도와주시겠어요? 사례는 충분히 드리죠.”

[서브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서브퀘스트 : 솎아내기]

•설명 : 마나 주사를 계획한 무리가 암부에 속해 있습니다. 필리의 명에 따라 그들을 처단하십시오.

•목표 : 계획의 주모자 및 협력자들을 제거하기.

•보상 : 퀘스트 성과에 따라 별도 지급. 주모자나 협력자들 중 몇 명을 놓치거나, 암부의 다른 사람을 제거할 경우 보상 하락, 암부의 인물이 아닌 사람을 죽일 경우 실패.

•실패 시 필리의 신뢰를 잃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발생된 퀘스트다.

‘처음에 마나 주사 계획을 해결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뛸 때는 퀘스트가 나오지도 않더니.’

프론디어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퀘스트가 뜨지 않았던 이유는 알고 있다. 그가 나설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합동 작전이었기에 황궁과 콘스텔까지 참여했고, 프론디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연구소는 들켰을 것이다.

에든과 그 동료들을 공격하고, 연구소에서 앵거스를 잡은 건 오로지 프론디어의 독단이었다. 퀘스트와는 전혀 무관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퀘스트. 프론디어는 오랜만에 일이 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을 느꼈다.

“알겠습니다.”

“응응. 역시 프론디어 씨는 시원스러워서 좋아요.”

“다만 전하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전하께서는 어떻게 이번 사건의 배후가 암부라는 걸,”

“잘 들리지 않네요. 이상한 걸. 저를 부르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안 들리나 봐요.”

필리는 고개를 기울인 채 눈을 감았다. 호칭을 바꾸지 않으면 듣지도 않겠다는 것 같았다. 아마 실제로 대꾸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필리 씨.”

프론디어는 망설이다가 하는 수 없이 말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뜬 아텐이 프론디어를 홱 돌아보았다.

“……프론디어 씨, 아무리 경우를 모른다고 해도 그건…….”

“미안. 내 업보야.”

이 호칭에 관해, 프론디어는 변명할 말이 거의 없었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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