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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2

< 구대성(1) >

“젠장··· 저거 너무 많은데.”

평양 시내로 진입한 구대성과 저항군들은 시내를 가득 메운 악마의 군대를 보며 질려버렸다.

“구씨··· 저거 정말 갈 거야?”

그들의 전력은 한국을 대표하는 두 노헌터와 길드원들. 저항군에서 차출된 최정예 북한 헌터들과 맨앳암즈들까지 총 300여명.

전원 헌터로 이루어진 약 300여명의 전력은 결코 약하다고 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적색 게이트도 백여명이면 클리어하고 300명이면 S급 헌터의 숫자 유무에 다라 흑색 게이트도 도전해볼 법한 규모.

초인이 300명이나 모였다는 건 그만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십만은 넘을 것 같군.”

“아~ 많다 많아. 쓰레기들이 더럽게 많구만.”

한국 전설의 S급 헌터 강진성과 천진수조차 질려버릴 정도로 적의 숫자는 너무나 많았다.

만 단위의 헌터가 집결하고 백만 단위의 적이 몰려드는 이 아비규환의 대전장에서 삼백이라는 숫자는 너무나도 초라한 단위일 정도로.

“하다못해 통신이라도 연결됐다면······.”

구대성은 전세계의 인공위성들이 추락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곧장 이곳으로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야피와 만신전 본대와 몇 번이고 통신을 시도했지만, 온 세상의 인공위성이 박살난 마당에 그들의 통신을 중계할 중계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긴급 통신망이 복구된다 해도 한국 내부에서나 복구되지 이 전장 한복판에서 통신이 복구될 날은 너무나 멀 것이다.

“최대한 우회한 길이 이곳일세. 1km만 뚫으면 아군과 합류할 수 있지만······.”

저 너머에는 한하리를 비롯해 만신전 기사들과 맨앳암즈, 한국과 세계각국에서 차출된 헌터들이 악마들을 대적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 1km 내.

“그 거리에만 몇만 단위라는 게 문제다 이거지?”

아군 본대로 향하는 길은 너무나 험난하고 위협으로 가득했다.

“좋아, 나하고 이 영감 그리고 북한군은 저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너희들은 이곳에 남아.”

뜻밖에도 천진수는 구대성과 맨앳암즈들을 보며 잔류를 명했다. 아니, 뜻밖이 아니리라.

“저희가··· 약하기 때문입니까?”

“잘 아네.”

구대성과 맨앳암즈들. 그 실력은 ‘나쁘다’고 평가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단결력과 집단전술에 있어 본래 실력보다 반 등급은 더 높게 쳐줘도 괜찮을 정도다.

하지만 C급 상위. 기껏해야 B급 최하위. 그 정도가 한계인 기사와 그 부하들이라면 저 아비규환의 전장을 돌파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천진수는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저희도 가야 합니다.”

그 대답은 구대성과 김도한 대장 거의 동시였다.

“젊은 기사 친구는 그렇다 쳐도 니들은 왜?”

“그··· 아리아나 여신과 페토스 신께서 전장에서 도망치는 놈은 족친다고 하셨걸랑요.”

우리 죽으면 낙원 가야 합니다.

지극히 종교적인 이유. 하지만 이제 그들의 삶에 녹아든 사고였다.

“그리고 우리 무장은 아마 여러분들보다 충실할 겁니다. 타지에서 고생한다고 야피 경이 최신형으로다가 무구를 붙여줬거든요.”

그것은 천진수와 다른 헌터들도 실감했다. 그레이트 올드 원 메르기욜라와의 전투에서 맨앳암즈들이 부무장으로 가지고 다니는 별철무구조차 가히 레전더리급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으니까.

“저희들 통짜 방어력만으로도 상당히 버틸 겁니다. 그럼 반등급은 더 높게 쳐줘야할 걸요.”

평균 B급 헌터. 이 정도면 낄만한 수준은 되지 않겠냐는 김도한 대장의 말에 천진수와 강진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보다 위험할 거다. 바짝 붙어라.”

천진수가 검을 들었다. 강진성도 함께 최선두였다.

그 뒤로 신검과 청성의 정예 헌터들이, 몸통을 북한군과 맨앳암즈들이 채운다.

“출발한다.”

다음 순간, 천진수와 강진성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강화력으로 선두를 휩쓸었다.

“두 어르신들 따라 무조건 달려서 본대에 합류합니다!”

“존나 달리는 거다!”

본대와의 거리는 약 1km. 멀다면 먼 거리지만, 두 전설의 S급 헌터들과 최정예 신검 길드, 청성 길드원들이 있다면──

“마력 아끼지마! 다 퍼부어!”

“성법 쓸 수 있는 놈도 아끼지 마!”

소속된 마법사들이 포격마법을 쏘았고, 만신전에 서임까지 받은 길드 내 신앙인들이 저마다 성법을 사용했다.

안 그래도 강력한 S급 공략대로 손꼽히는 두 길드다. 그들은 최강의 길드장들을 따라 막강한 저력으로 악마들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

-이놈들잇?!

난데없는 측면돌파에 악마들도 당황한다. 여기서 새로운 부대가 출몰할 거라곤 예상치 못한 탓이다.

-반격해라.

-후방부대를 움직여. 놈들은 소수다. 삼켜버려라.

이 세상에서 가장 기괴한 크리쳐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구대성은 말 위에서 상체 위로 방패를 들었고 강렬한 충돌을 견뎌냈다.

“큭···!”

“구씨!”

거대한 뱀 같은 생물의 충돌에도 휘청거리며 겨우 낙마를 면한다. 구대성은 아직 기나긴 몸으로 스쳐 지나가는 놈의 몸통에 별철검을 휘둘렀다.

-촤악!

키이에에에엑!

뱀 악마의 괴성이 쩌렁쩌렁 울린다. 구대성의 서슬퍼런 별철검은 악마들에겐 쥐약이나 마찬가지.

‘그런데도 잘라내지 못했다! 힘이 부족한 거야!’

겨우 몸통에 생채기 내는 정도에 그친 그에게 뱀 악마가 분노로 달려들었지만──

“보신탕 해먹기엔 좀 크구먼.”

파파팍! 뱀 악마의 머리를 관통하는 십수 개의 검들. 강진성의 복제된 별철검들 중 일부가 뱀 악마를 처치한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최선두에서 싸우기도 바쁠 강진성의 도움에 감사를 표하는 구대성. 그러나 돌아온 건 꼬장꼬장한 늙은이의 재촉이다.

“빨리 달려! 뒤쳐지고 있잖아!”

“아옙!”

허겁지겁 말고삐를 쥐는 구대성. 그는 맨앳암즈들이 따라오는 것을 확인하며 점차 본대를 향해 나아갔다.

그 거리는 약 800m.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접근한다면 성배기사들의 가호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렇다면 맨앳암즈의 전투력은 그 수 배가 된다. 아군도 호응해줄 테니 충분히 합류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게 있다면──

【 혼돈의 오라 】

◆효과

: 쇠약, 혼돈, 섬뜩함, 혼란, 파상풍, 절규, 공포, 혼란, 절망, 육체부패, 정신오염, 영혼침식────

이 전장에 성배기사의 가호는 없다는 것이다.

“크윽?!”

전장에 진입하며 라크샤르와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는 악몽 같은 저주. 두 S급 헌터마저 힘이 빠질 정도로 강력한 디버프였다.

“서, 성배기사는! 불카누스 경과 베아트리체 여왕님은 대체···!”

이곳에 오면 아군의 가호도 받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기대했던 가호는 없고 악몽 같은 저주가 몸을 둔화시킨다.

“허억, 허억··· 히이익···!”

가장 먼저 무너져내린 건 북한 헌터들이었다.

그들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이 악몽 같은 공간에서 신앙을 가져 버틸 수 있는 만신전과 달리 북한군은 악의 존재에 굳건했던 애국심마저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이 전장에서 잠깐만 망설여도 금방 죽음이 덮쳐온다.

-키이이익!

“아, 안 돼!”

발을 멈춘 순간 악마들이 군인의 팔을 낚아챈다. 순식간에 끌려간 그는 기괴한 악마들의 놀잇감이 되어 사지가 찢어져 죽었다.

“망설이지 마! 지금은 본대와 합류하는 거다!!”

구대성이 외쳤다. 그가 방금 악마의 촉수에 낚아채일 뻔한 북한 헌터를 낚아채 질질 끌었다.

말에 이끌려 반 강제로 달린 것이지만, 정예 헌터였던 그는 말의 보폭에 맞추며 겨우 정신을 차리고 멈추지 않았다.

“으아악!”

“살려···!”

하지만 구대성이 겨우 한 명을 구했을 때, 세 명의 북한 헌터들이 끌려가 죽었다.

“크으··· 몸이 너무 무거워!”

“갑옷이 버텨도 몸이 못 버티다니!”

별철갑주의 효능은 이 순간에도 엄청났다. 순수 방어력만으로도 상당한 저항력을 발휘했는데, 정작 육체가 디버프를 견디지 못해 무너지고 있는 형국.

하지만 그것도 한계. 태생적으로 스펙이 떨어지는 그들은 갑옷의 성능으로도 극복할 수 있는 한계가 명확했다.

-크라아아아아!

측면에서 뛰쳐나오는 거구의 트롤이 휘두르는 몽둥이.

“3조 막아!”

다섯 명이 한 몸이 되어 그 몽둥이질을 막아내지만, 아찔한 충격음과 함께 다섯 명이 일제히 무너진다.

다리가 멈춘 것이다.

“이런···!”

구대성이 말머리를 돌려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역돌격을 가하려던 그때······.

-파파팍!

어디에선가 날아온 화살이 트롤의 머리를 정확히 관통한다. 이용완이었다.

“아군이 들어온다! 엄호해!”

빌딩에서 그들의 접근을 목격한 이용완과 원거리계 헌터들이 활을 쏘았고, 그들의 정밀한 사격지원이 맨앳암즈들을 위기에서 구했다.

“젠장! 더럽게 많네! 추가화력 지원! 눈대중으로 쏴!”

-끼끼룩!

이용완의 외침에 응한 건 본대의 중앙. 이번 전투를 위해 종족의 전사들 대부분을 동원했던 크라샤트리아 족 전사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거대한 등껍질에 딱 맞게 제조된 등껍질 대포를 겨누더니 박격포 쏘듯이 쏘아댔다.

-쉬이이이이~!

포물선을 그리는 포탄들이 공중으로 날아들더니 이내 착탄.

-쾅! 콰쾅!

-콰콰쾅! 콰앙!

끼끼룩족 전사들의 포격지원은 노련했다. 괴물들이 뭉친 지역에만 포격지원을 하더니 아군 오사가 염려되자 곧장 포격을 중지했다.

그리고 포격이 잦아진 그 순간──

“돌격, 앞으로!!”

천소연의 호령과 함께 나주 기사단이 그 틈을 비집고 돌파해온다.

양자의 거리는 600m. 하지만 고가 건물에서의 정밀 저격지원과 끼끼룩족의 포격으로 크게 구멍이 뚫린 상태.

양 부대의 한가운데에 있는 악마들은 졸지에 양면협공을 당하는 위치에 서버렸다.

“돌파!”

그리고 진형을 갖추지 못한 어설픈 군대야말로 기사단에게 있어선 손쉬운 먹잇감.

군마의 아스팔트 밟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며 포격의 여파에서 정신을 차리던 악마와 몬스터들이 그들의 접근을 눈치챘을 땐 이미 늦었다.

군단성법 <쐐기돌격>.

충돌과 동시에 육편이 찢겨져 튕기는 소리가 살벌하게 울린다.

저 너머에서 파파팍! 하고 튀어 오르는 적의 모습에 구대성은 신이 나서 외쳤다.

“아군이 옵니다! 조금 더 힘냅시다!”

맨앳암즈는 물론 무너져 내려가던 북한군도 정신을 차리고 발바닥이 닳아 없어져라 내달린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위치까지 도달한다.

“구대성 헌터님! 김도한 헌터님도!”

“하, 한하리 대리님!”

옛 호칭으로 서로를 확인하는 만신전의 기사들. 그들이 달리는 기세 그대로 서로에게 합류하려던 그 순간──

[어리석은 놈들. 저깟 놈들을 구하기 위해 기사단을 움직인 건 실수다.]

두 부대가 마주치는 그 중간지점. 아직 악마와 몬스터들이 혼재해있는 그곳의 상공에 마법진이 새겨진다.

정석적인 폭격마법. 혼란스러운 전장, 무전도 막힌 와중에 위험을 경고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지혜의 대악마, 마법의 종주가 쏟아내는 대폭격이 기사단과 맨앳암즈들을 덮쳤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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