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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4

검은 뱀(8)

우릉, 우르르릉!

천둥소리가 금뢰전을 울렸다.

대노한 금벽호의 심기에, 천기현상이 변화하며 먹구름에서 벼락이 번쩍였다.

[지금, 3개월이나 걸려 단수기가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금진찬은 격노하는 금벽호의 시선을 마주보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일반적으로 잡영근자가 법화단전을 생성하기까지 빠르면 1년, 느리면 3~5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진영근자면 1달에서 2, 3달 정도가 소요되며, 단일영근인 천영근자는 하루이틀 정도가 소요되는 게 정상이었다.

그리고 그 ‘정상’의 기준은 하계인 수계의 기준이었고, 광한계에서 법화단전은 누구나 태아 때 가지고 태어나는 수준이었다.

잡영근을 가지고 태어난 신생아들조차 생후 1, 2개월이면 천지영기를 자연스레 흡입해서 법화단전을 생성한다.

한 마디로, 전명훈은 광한계의 자질이 떨어지는 신생아보다도 더 속도가 느린 것이었다.

[도대체 천상금뢰지체를 어떻게 가르쳤기에 이런 머저리 같은 속도로 시간을 낭비하는 건가!]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금벽호는 전명훈을 나무라기보다는 그의 스승인 금진찬에게 노호성을 내질렀다.

금신천뢰문의 시조인 양수진과 같은 체질을 가지고 태어난 이가 오영근자들보다도 못한 속도로, 연기기에조차 못 들어가고 있는 걸 보자니 금벽호와 다른 원로진들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제가 미욱하여 제자를 바르게 가르치지 못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물론 정작 전명훈의 스승인 금진찬은 입을 열 개라도 더 만들어서 억울한 점을 호소하고 싶었다.

‘제길, 천상금뢰지체면 뭘 하냐는 말이다.’

천영근자들이 하루이틀이면 법화단전을 생성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천영근자가 ‘전심전력을 다하여’ 수련에 집중할 때를 기준으로 했을 때였다.

수도자들이 수도공법을 수련하려면 수도공법에 쓰이는 용어를 잘 알아야함은 물론이고, 영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의식영역의 이해.

그리고 영기가 전신을 순환할 수 있도록 기경팔맥에 대한 이해도도 상당히 필요했다.

물론 고계 수도자들은 상대의 상단전에 강제로 지식을 주입할 수 있는 법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식 여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식을 주입한 후, 몇 번의 실습을 통화 몸에 체화시키면 그런 류의 상식은 주입이 끝났다.

애당초 금진찬이 전명훈은 칠주야 안에 연기기 6성에 올리겠다고 한 것 역시 그러한 ‘상식’에 입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금신천뢰문의 원로진들이 전명훈에 대하여 잘못 파악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의지력’이었다.

수도공법의 수련은 장난이 아니었다.

제아무리 천영근자라도 영기를 받아들여 음양의 순환으로 법화단전을 생성하는 과정 자체가 ‘하루에서 이틀’ 씩이나 걸린다는 것은, 간단한 과정일지언정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요했기 때문이었다.

이틀동안 한 번도 정신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똑같은 동작을 끝없이 반복할 수 있을 정도의 정신력이 필요했다.

하계의 수도가문 자제들은 어릴 적부터 그런 훈련을 받고, 산수들이나 수도선파의 제자들 역시 긴 기간동안 정신력 수련을 받기 때문에 무리없이 정해진 시간 안에 법화단전을 형성한다.

그러나, 전명훈에겐 그런 류의 의지력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지구에서부터 가만히 앉아있기를 힘들어했고, 노력을 요하는 업무는 대강대강 해도 그의 인맥과 자금으로 대부분 해결이 가능한 인생을 살아온 전명훈이었다.

그러나, 수도공법은 그가 어떤 인맥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기 자신이 익히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부류의 것이었다.

결국 3개월이란 시간 동안 전명훈은 하루 24시간, 이 세계의 기준으로 12시진의 시간을 꼼짝않고 앉아서 법화단전을 세밀하게 생성하는 과정 자체에 익숙해지는 데에 시간을 다 썼던 것이었다.

전명훈의 스승인 원로 금진찬은 그러한 사실을 금벽호에게 하소연하고 싶었으나 이를 악물었다.

‘제자의 실수는 모두 스승의 부덕함. 제자의 의지력과 집중력이 예상외로 떨어졌다지만, 그걸 파악 못한 나 역시 잘못이 있다. 변명을 해 봤자 나만 더 추해지겠지.’

“…다만 그래도 3개월간 제자를 가르치며, 제자의 성향 자체를 더더욱 파악하게 되었으니, 다시 시간을 주시면 전명훈을 더 잘 가르치도록 하겠습니다.”

“크흠!”

금벽호는 조금 불쾌한 기색이었으나, 점차 노기를 가라앉혔다.

“뇌성체 서은현은 벌써 한참 전에 장로직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원영을 응결해 금신천뢰문의 정식 장로가 되었네. 한데 시조의 재림이나 다름없는 천상금뢰지체의 보유자가 아직도 단수기 어림에서 헤매고 있다면, 말도 되지 않는 일이야.”

금벽호는 금뢰전의 태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원로 금진찬은 들으라! 태상 장문령으로 명하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앞으로 전명훈의 수행을 끌어올려라! 천겁을 맞으며 성장하는 원영기부터 천상금뢰지체의 진정한 힘이 드러난다고 하니, 최대한 빨리 전명훈을 원영기에는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지엄하신 태상 장문의 명을 받잡겠나이다.”

금진찬은 전명훈과 함께 금뢰전을 나섰다.

* * *

전명훈은 금진찬과 함께 금뢰전에서 나와 그의 동부로 향하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는 서은현의 모습을 떠올렸다.

분명 회사에서는 볼품없이 찌그러져 있던 멍청한 놈이, 어째서 금신천뢰문에서는 벌써 장로가 되었단 말인가?

‘입사초엔 엑셀도 제대로 못했던 병신이, 여기서는 그 어려운 구결들을 전부 외우고 숙달해서 벌써 원영기에 들었다고?’

전명훈은 속으로 이를 갈며 생각했다.

‘그럴 리가 없지. 서은현한테 그럴 지능이 있다고? 아니, 없다! 그렇다면 놈이 어떻게 벌써 원영기에 도달한 거지?’

잠시 고민하던 전명훈은 이내 답을 알아차렸다.

‘그래, 놈은 영약을 많이 먹은 게 틀림없어. 그리고 쌍수상대도 천인기 원로 중 하나라고 했으니, 쌍수대법의 힘을 받아서 단기간 내에 그렇게 폭풍성장한 거지.’

전명훈은 서은현의 비밀을 알아차렸단 생각에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름대로 지능이 성장해서 문파의 윗선과 친해지고, 좋은 쌍수상대와 더 좋은 영약들을 잔뜩 지급받아서 그 경지에 이른 것입 분명하다.’

사실이 어떻든, 전명훈은 그렇게 믿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서은현. 나 역시 최대한 빨리 좋은 쌍수상대를 배정받아 네놈을 뛰어넘어주마.’

그는 자신만만하게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금진찬과 함께 동부에 도착했다.

그리고 혼자서 망상에 빠져 있었던 덕인지, 전명훈은 그의 스승인 금진찬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명훈아, 수련에 들어가도록 하자꾸나.”

“하하, 예. 그래도 법화단전을 만들며 수도공법에 대한 감은 잡았습니다. 앞으로 연기기 수행도 그런 식인 것이겠죠?”

전명훈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자가 지금 잠시 서은현에게 뒤쳐졌다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쭉쭉 성장해서 문파의 얼굴이 되어…”

“그래, 그래. 포부는 좋으니 수련을 시작하자. 이 스승이, 네 성정을 파악하고 네게 딱 맞는 수행 방식을 고려해 보았다.”

장년인의 모습인 금진찬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전명훈의 동부 바닥이 꿈틀거리며 흙이 변화해 석좌(石座)를 만들었다.

“제자야, 앉거라. 앞으로 네 수행은 이 의자에 앉아서 진행될 것이다.”

“오, 가부좌를 틀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까?”

내심 가부좌를 틀고 오래 앉아서 수행하는 것이 불편했던 전명훈은, 희희낙락하며 석좌에 얌전히 앉았다.

그와 동시에.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석좌의 팔걸이와, 다리 부근의 돌이 튀어나와 전명훈의 사지를 결박하는 구속이 되었다.

“…어, 스승님?”

철컥!

그리고 마지막으로, 석좌의 등받이 부분에서 긴고아 같은 동그란 구속이 튀어나와 전명훈의 머리를 구속했다.

전명훈은 석좌에 구속된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그리고 금진찬이 다시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석좌의 곳곳에 뇌도공법의 구결을 적어놓은 주술문자들이 음각되었다.

치직, 파치지지직!

그와 동시에 주술문자들을 중심으로 뇌기가 몰려들며, 전명훈이 앉은 석좌 곳곳에서 시퍼런 뇌전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다행히도 금진찬이 무언가 보호 법술을 펼쳐놓은 것인지 전명훈의 몸에까진 뇌전이 닿지 않았다.

“스승님…? 이 전기는 무엇입니까?”

“…천상금뢰지체는 삼라만상 모든 뇌전의 사랑을 받는 체질. 자질이 극한에 달하게 구현되면 능히 천겁마저도 들이마셔 먹어치울 수 있다.”

전명훈은 사지와 머리통을 결박당한 상태에서 침을 꿀꺽 삼켰다.

‘빌어먹을, 이건 꼭 전기로 사형시킬 때 쓰던 의자처럼 생겼는데…’

바보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불길함을 느낄 터였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금진찬의 말에 대답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부터.”

금진찬의 얼굴에는, 어쩐지 울화통이 섞인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칠십이지살지결의 수결과 진언을 몸에 익힐 것이다. 만약 배움이 부족하다면 이 스승이 친히 뇌전의 힘을 주입해, 선통후각과 선각후통의 방식을 병행하게 해 줄 것이야.”

전명훈은 금진찬의 표정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 그냥 가부좌 틀고 수행하던 방식으로 돌아가면 안 되겠습니까?”

그리고 얼마 후, 전명훈의 동부 안쪽에서 전명훈의 비명소리가 울려오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아악!!!”

* * *

“허허,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소, 서 장로.”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갈 장로님. 살펴 가시지요.”

나는 내 동부에서 금신천뢰문 장로진과 원로진들의 축하를 받은 후, 그들을 배웅하고 가부좌를 틀었다.

파치직…

멸뢰내천궁과 천린수해성이 상부상조하며 무서울 정도로 서로의 수행 속도를 폭증시켜주고 있었다.

‘멸뢰내천궁도, 칠뢰진경도 둘 다 상당한 경지까지 익혔다.’

그리고 태극진뢰신 역시 원유의 몸을 조종해 익히며, 그 이해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금신천뢰문의 삼대 공법이라고도 불리는 공법들을 전부 익힌 것이었다.

‘…익히면 익힐수록, 금신천뢰문의 공법들은 기묘하단 말이지.’

나는 세 공법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했다.

‘홍수령은, 이전까지 세 개의 공법을 전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취한 이는 없었다고 했다.’

홍수령과 나는 쌍수 상대로 지정되었으나, 정작 하라는 쌍수는 안 하고 깨달음을 주로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해 있었다.

나는 선각후통과 검 그 자체에 대한 깨달음을 홍수령에게 전달해 주었고, 그녀는 비검술과 수도공법의 합일에 대한 깨달음을 주로 내게 전달해 주었다.

그 덕택에 나는 최근 수도자들의 비검술에 대해서도 상당한 식견이 쌓인 상태였다.

‘검진에 대해서도 그렇고 말이지.’

거기에 다수의 비검을 가지고 펼치는 검진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렇듯이, 우리의 쌍수관계는 육체적 관계라기보다는 정신적 관계에 더 중점을 둔 상태였다.

그리고 홍수령은 내 뇌도공법을 봐주면서, 금신천뢰문의 천인기 원로로서도 충고를 주었다.

나는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이제껏 너처럼 금신천뢰문의 주요 공법을 전부 익힌 이들은 없었다. 사실 뇌성체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선조 분들 역시 처음에는 너와 같은 길을 걸으려 했으나, 이내 모종의 이유로 포기했다고들 하지.

-모종의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잘은 모른다. 하지만 나 역시 금신천뢰문의 공법을 오래도록 수련한 몸으로 짐작컨대, 어쩌면 금신천뢰문의 뇌도공법은 ‘전부’ 불완전한 공법이다.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정확히는, 불완전한 공법들을 같이 익히면 공법들끼리 서로 보완하게 되어 있는 형태지.

-아니 그럼 오히려 3대 공법 등을 같이 익혀야 맞지 않습니까?

-나 역시 인체실험을 해보며 그런 시도를 조금 해 봤다. 하지만 결과는 전부 실패했어. 일정 성취까지는 쭉쭉 나가는 듯 했고, 동 경지를 압도하는 듯 했지만, 결과적으로 한 가지 공법 아래에 다른 공법이 종속되어버리는 결과를 낳았지.

-공법이 종속된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멸뢰내천궁과 칠뢰진경을 동시에 익힌 수도자가 있고, 그의 수도공법 성취 중 멸뢰내천궁이 칠뢰진경보다 조금 높았다고 치지. 그러면 어느 순간부터 칠뢰진경이 멸뢰내천궁에 종속되어버리더구나.

홍수령이 허공에 뇌전으로 그림을 그려주며 설명을 이었다.

-종속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공법이 종속되어버림으로써, 멸뢰내천궁의 수행이 칠뢰진경의 수행을 집어삼켜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멸뢰내천궁 자체의 수행은 상승하지만…

-칠뢰진경의 수행이 갑자기 뽑혀나가는 상황과 다를 바 없군요.

-그렇지. 우리 몸은 공법을 수행하며 조금씩 조금씩 그 공법에 맞춰 변화한다. 하지만 몸이 칠뢰진경과 멸뢰내천궁, 두 가지 공법에 딱 맞게 적응한 상태에서 한 가지 공법이 갑자기 사라지면 어찌되겠느냐?

-…몸의 균형이 완전히 어그러져 수명이 짧아지거나, 갑자기 약해질 수도 있는 겁니까.

-그래. 아마 문파의 기록을 보면, 뇌성체를 타고났다는 선조분들 역시, 금신천뢰문 뇌도공법의 이런 불완전성을 극복하지 못했던 거겠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왜 금신천뢰문은 공법의 그러한 단점들을 개선하려 하지 않는 겁니까? 그리고 왜 제가 주요 공법을 전부 익히겠다고 했을 때 말리지 않은 겁니까?

-그야 뇌성체는 체내에서 최대한 공법들끼리 조화가 이뤄지니까 말이다. 금신천뢰문 뇌도공법의 ‘단점’이 발현된다고 해도 그건 아마 거의 천 년 이후의 일일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전설상의 일이다만 시조님이 계셨을 당시의 기록에는, 그런 ‘단점’들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쩌면 천상금뢰지체의 힘이라면 불완전한 뇌도공법의 힘을 어찌어찌 보완할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천상금뢰지체의 힘…’

나는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며 전명훈을 떠올렸다.

‘그 녀석이 양수진 정도로 성장하는 데에 얼마나 걸리려나.’

하지만 내 예상컨대, 그 정도로 녀석이 성장하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만 년은 걸릴 것 같았다.

‘당장 단수기에 드는 데조차도 3개월이라니.’

김연조차도 3개월 안에 연기기 4성에는 도달했었다.

‘그런 놈을 믿고 괜히 뇌도공법의 약점을 놔둘 필요는 없지.’

나는 체내에서 느껴지는 멸뢰내천궁과 칠뢰진경 사이의 부조화를 인식했다.

아직은 ‘저주’가 뇌성체의 역할을 일정 부분 하며 두 공법 간의 부조화가 강제로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성취가 부족한 공법이 다른 공법에 종속당해서 먹혀버리고, 내 체내에 불균형이 찾아올 터였다.

‘전명훈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내가 내 힘으로 어떻게든 균형을 맞춰본다.

그리고 그렇다면 어떻게 공법 간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가?

‘금신천뢰문 3대 주요 공법 말고도 무수한 뇌도공법들이 산재해 있지.’

나는 금신천뢰문에 존재하는 ‘모든’ 뇌도공법을.

전부 익혀버리기로 결심했다.

‘금신천뢰문에 존재하는 모든 뇌도공법을 전부 익혀서, 부조화가 극대화되어 공법이 다른 한 공법에게 종속되는 일을 막아버린다.’

다른 공법을 종속시키려는 공법이 있다면 다른 공법들의 영향력을 키워 찍어누르면 될 일이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정신나간 짓이라고 하겠지만, 어차피 내 결심은 확고했다.

‘500년이나 걸려서 겨우 원영 중기에 도달했던 게 16회차다.’

홍수령은 재능이란 실체가 없다고 했지만, 나는 재능에는 실체가 있고, 내 재능은 다시 없을 머저리같다는 걸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이번 삶에서도 그렇게 무식하게 시간을 들여서 원영 중기를 회복할 틈은 없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인가.

무식하게 밀어붙여서, 어떻게든 원영 중기를 강제로 뚫어낸다!

그리고 그 방법은 뇌도공법의 부조화도 극복할 겸하여, 금신천뢰문에 존재하는 모든 뇌도공법을 담아내는 것이었다.

파칙, 파지지지직!

나는 진휘에게 부탁하여 금신천뢰문의 서고에서 공법서들을 받아냈고, 하나하나 수련하기 시작했다.

‘우선, 팔뢰천장부터 시작해서…’

* * *

서은현과 전명훈은 각자 열심히 수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약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금진찬과 전명훈이 같은 동부 안에서 서로 얼싸안고 기쁨에 겨운 탄성을 질렀다.

“제자 전명훈! 드디어 연기기 6성, 팔괘완로를 완공했습니다!!!”“장하다, 장하다 제자야! 이 정도 속도라면 일반적인 천영근 제자들과 비슷해졌어!”

1년 반 사이.

금진찬의 지옥수련 아래에서 전명훈의 집중력과 의지력은 강제로나마 성장했다.

그 덕에, 현재 전명훈의 수행 속도는 전설상의 천상금뢰지체에는 여전히 못 미쳤으나, 일반적인 천영근 수도자들과 비슷하리만치 올라와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칠성제다! 칠성제의 관문만 뚫으면 너도 제대로 된 쌍수도려를 부여받고 더더욱 빨리 뇌도공법의 성취를 올릴 수 있을 것이야!”“예, 스승님!”

전명훈은 기대에 찬 눈으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드디어 나도 쌍수로 뇌도공법을 수련할 수 있는건가!’

1년 반 동안, 전명훈은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그의 스승인 금진찬은 금벽호의 격노를 받았던 것에 수치스러웠는지 전명훈을 동부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

무려 1년 반 동안이나, 전명훈은 동부 안에서 갇혀 전기고문을 당하며 억지로 억지로 수행을 올려야 했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수행도 이제 끝이다!’

칠성제 이후로 맺어지는 쌍수도려.

쌍수 상대가 생기면 앞으로는 상대의 동부에 찾아가서 쌍수를 수련한다거나 하는 일도 많았기에, 금진찬 역시 쌍수도려를 맺은 이후부터는 전명훈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하였다.

‘드디어 이 빌어먹을 동부 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명훈은 다른 것보다도 그것이 너무 기뻤다.

“자, 그럼 며칠 후에 칠성제를 지내면 될 것 같구나.”

“예, 스승님!”“네 의지력이 부족했을 뿐, 의지력과 집중력이 올라가는 만큼 수행 속도가 나날이 상승하고 있으니, 정말로 천상금뢰지체의 위명은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다오!”

전명훈은 금진찬의 신뢰 어린 눈빛 아래에서, 더더욱 정진하리라고 마음먹었다.

* * *

며칠 후.

전명훈의 칠성제 준비가 완료되고, 전명훈은 오랜만에 동부 바깥으로 나왔다.

‘시원하군.’

어느덧 1년 반의 세월이 지나갔다.

수도자들에게 1년 반은 찰나와도 같았으나, 전명훈의 입장에서는 공익근무요원 시절보다도 더 길게 느껴졌다.

‘수도공법을 수련할수록, 점점 체내의 영기가 증폭됨에 따라 강해진다는 느낌은 확실히 든다. 의식영역도 커지는 만큼 점점 인간을 벗어나는 느낌도 있고…’

그러나, 전명훈은 점차 수련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지옥 같은 고행이었지만, 그만큼 강해진다.

그만큼 권능을 얻게 된다.

‘앞으로 쭈욱 수련하면, 나 역시 원영기 장로들처럼, 천인기 원로들처럼 무지막지한 수명과 권능을 가지게 된다는 거겠지?’

전명훈은 앞으로 펼쳐질 그의 인생을 생각하며 웃었다.

‘듣자하니, 서은현 그 녀석도 원영기에 올라간 이후부터는 이전처럼 빠른 속도로 수행이 되지 않는다는군.’

그는 서은현이 멈춰 있는 사이, 빠르게 서은현을 따라잡기로 했다.

‘칠성제 이후부터는 쌍수 수련이니, 어떤 수현보다도 더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

그전까지는 조금 집중력이라든가 의지력이 부족했다지만, 쌍수 수련이라면 전명훈은 미친 듯이 정열을 불태울 자신이 있었다.

‘지구에서 단련된 내 기술을 다시 펼칠 수 있겠어. 좋아! 앞으로 쌍수공법의 힘으로 빠르게 힘을 키워 서은현을 뛰어넘는다!’

전명훈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쿠구구구구구!

갑자기, 전명훈의 옆으로 무언가 거대하고 길쭉한 것이 지나쳤다.

“히끅!”

그 무시무시한 뭔가의 기세에 눌려 전명훈은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내뱉었다.

‘이, 이무기?’

전명훈은 순간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전명훈의 앞을 지나간 검고 긴 그것은, 역광에 가려져 마치 길고 검은 이무기 같았다.

‘아니, 뱀인가?’

그랬다.

그것은 마치 검은 뱀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명훈이 자세히 집중하자, 그는 그 ‘검은 뱀’의 실체를 볼 수 있었다.

‘뱀이 아니야, 저, 저건!’

“흐익, 저게 뭐야!”

전명훈은 그 징그러운 것의 실체를 파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마디마디가 집채만한 거대한 지네였다.

거대한 지네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전명훈의 동부 앞을 지나치고 있었다.

그리고 전명훈의 비명에, 갑자기 지네가 더듬이를 구부리더니 전명훈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 뭐지? 종문 안에 요괴는 들어올 수 없다고 했는데…’

전명훈이 순간 거대한 포식자의 앞에서 머리가 새하얘졌을 때였다.

[귀하는, 누구십, 니까?]

“…어?”

지네의 입에서 영언이 터져나왔다.

상당히 예의바른 어조였다.

“마, 말을 해?”

[저는, 금신천뢰문, 장로님 중, 한 분의, 애완요수인, 홍범이라 하옵니다.]

“아, 그렇군.”

전명훈은 장로의 애완요수라는 말에 그제야 납득했다.

‘일반적인 요괴가 아니었단 건가.’

“미안하구나, 순간 종문에 침입한 요괴인줄 알고 놀랐다. 그나저나 원영기 장로쯤 되면 너 같은…”

전명훈은 지네 요괴 홍범의 수행을 가늠해보며 말했다.

“축기기 수준의 요괴도 부릴 수 있는 건가?”

[뭐… 능력에 따라 다르시겠지요?]

“그렇군…”

전명훈은 그의 앞에서 둥둥 떠있는 지네, 홍범을 보며 결심했다.

‘반드시, 저 지네의 주인인 장로만큼 고강한 강자가 되어 나 역시 이런 요수를 길러봐야겠군.’

그는 저도 모르게 홍범의 주인에게 존경심을 품으며, 자신 또한 반드시 그런 강자가 되리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전명훈의 칠성제가 시작되었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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