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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5

사자심왕 재현(1)

사자심왕.

대격변 이래 숱한 강자들이 탄생했지만, 이계에서 왔다는 이 생존자는 세계의 기준을 재정립했다.

‘강자’라는 기준을.

신들을 대리하는 존재. 따라서 그 힘은 신과 다를 게 없으며 따라서 만능이다.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페토스의 불꽃.

아군에 막강한 재생력과 전투 유지력을 부여하는 데메라의 생명력.

천재지변을 일으키는 울티마의 번개나 광역 가호와 필드째 적을 녹이는 타타르의 태양.

그 어떤 것이든 베어내는 아리아나의 빛.

그뿐만일까?

300년 전쟁의 역사 그 자체인 그는 어떤 장해물도 돌파하는 최강 돌격자이며 존재만으로 악을 떨게 만드는 최다 악마 도살자. 악종의 공포.

그는 존재만으로 군단을 강화하는 존재이며 홀로도 일기당천 만부부당의 힘을 발휘하는 초인이다.

그 어떤 불리한 전장도 그 하나의 존재만으로 돌파가 가능하다는 것을 여기 있는 모두가 실감했다.

청주의 킬링머신 야크트 스피너를 상대할 때도,

멸망을 반복하는 마술사 여왕의 세계에서도,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굴종시키는 악마대공 앞에서도,

짐승신들, 살육대공, 세계를 손짓으로 멸망시킬 수 있는 악마군주들까지도.

사자심왕이라는 단 한 명의 존재로 운명이 바뀐다.

“우리는 사자심왕을 재현합니다.”

그렇기에 이 극단적으로 불리한 전장에서 구대성은 그의 힘을 재현해야만 승기가 있다 판단했다.

“하지만··· 어떻게요?”

하리는 성배기사들을 제외한 최고 전력들이 모인 이곳에서도 구대성의 말을 반신반의했다.

말 그대로 ‘성배기사들을 제외한’이다. 성배기사가 구대성도 있었지만 고작 그 한 명.

사자심왕이 그토록 강한 이유는 개인의 초인적인 힘과 경험도 있지만, 한없이 만능에 가까운 성법의 유틸성이다.

이를 여기 모인 이들로 어떻게 커버한단 말인가?

당장 힘의 크기에서만 봐도 최대급 화력을 자랑하는 한하리가 불카누스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껏해야 불타는 검 기사단 상위권 정도인 하리가 그러할진대, 다른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게··· 아마 지금이라면 가능할 겁니다.”

“어떻게요?”

“폐하와 성배기사들이 힘을 사용하고 있지 않으시니까요.”

성배기사들과 불타는 검 기사단. 그들의 상황은 데메라로 들어 알고 있는 구대성이었다.

만신전이 지구에 정착한 뒤로 상당한 교세를 회복하긴 했지만, 그래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한 수준은 아니다.

레온도 이를 알기에 신성강림이라는, 최대급 권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온과 불카누스, 베아트리체, 야크트 스피너, 카리나가 사용하는 성력은 막대하다.

신의 힘 그 자체를 대리하는 그 성격상 출력에 제한이 없으니 그야말로 성력을 뻥뻥 써대는 하마와 다를 게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신성과의 연결이 끊기고 성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들이 사용하던 막대한 성력의 저장량이 어디에도 쓰이지 않고 잠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에 닿을 때까지만 전선을 돌파하면 됩니다. 그러지 못하면──”

-꿀꺽!

계획을 들은 기사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구대성의 계획에 참여했다. 결국 못하면 모두가 죽는다.

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선 반드시 사자심왕과 성배기사들의 전력이 필요하기에.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할 수밖에 없다.

“후우······.”

선두에 선 구대성은 이 자신의 포지셔닝에 말할 수 없는 어색함을 느꼈다.

그가 성배기사가 된 건 결국 요행이다.

제레아라는 은사를 만나 삶의 자세를 관철할 배움을 얻었고, 만나보지는 못했으나 망치에 자신의 힘을 계승한 게오브릭이 있었기에 그는 성배기사가 될 수 있었다.

진짜 성배기사들에 비하면 자신은 요행으로 얻은 자리. 그런 자신이 그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구대성 씨······.”

그때, 옆에서 말을 걸어오는 천소연.

“왜, 왜 그러십니까, 기사단장님?”

천소연은 나주에서 처음으로 발족한 기사단의 단장이다. 한참 어린 그녀였지만, 구대성은 무심코 그녀에게 존대를 했다.

“존대할 필요 없어요. 나이도 구대성 씨가 더 높고··· 우리가 경경 호칭하는 건 좀 어색하지만······.”

성배기사시잖아요.

천소연의 말에 구대성은 새삼 자신의 위치가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그보다 전면, 진격과 동시에 큰 기술을 정면에 쏟을 수 있으세요? 큰놈들부터 처리하고 생긴 틈을 파고들어야 돌파가 잘 돼요.”

기사단장으로서 돌격만 수백 번 해본 그녀는 구대성에게 적절한 조언을 했다.

“그··· 망치질을 잘 해보겠습니다.”

“아뇨, 생명과 풍요의 성배기사라면··· 대지의 힘을 쓸 수 있을 거예요.”

천소연은 자신이 직접 보고 함께 싸웠던 성배기사 게오브릭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막 성배기사가 된 구대성에게 훌륭한 조언이었고.

“도, 돌격 준비!!”

천재라면서 우러러봤던 이들을 이끄는 어색함 속에서 구대성이 외치자 모두가 검과 창을 들었다.

‘대지의 힘을 쓴다. 어떻게······.’

구대성은 상상했다. 데메라는 분명 온 세상의 대지가 자신의 편이라 말했다.

또한 성법은 기사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기적. 성배기사가 땅의 기적을 원하다면 그 땅은 그의 바람에 응한다.

발을 든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막연하게 대지와 연결된 가장 가까운 신체부위에 힘을 집중하고 그것을 내리침과 동시에 뿌리처럼 땅속에 퍼뜨린다.

대성법 <대지의 창>

콰아아아!

무지막지한 진동이 평양 시내를 울렸다.

땅속 깊숙이 침투한 성력은 그대로 구대성이 바라는 거대한 창이 되어 지형을 바꾸고 거대한 질량을 날카롭게 쏟아낸다.

-키이익?!

-······!?

그것은 압도적 질량의 창. 헌터들을 향해 돌격하던 거대한 몬스터는 날카로운 대지의 창에 찔려 반토막이 나고 그 여파에 밀려난 악마와 몬스터들은 곤죽이 됐다.

거대 전함에 부딪힌 돌고래들처럼 찢어지는 괴물 무리. 그리고 찌르기를 멈춘 대지의 창은 거대한 ‘길’이 된다.

천소연은 이 거대한 길을 달리는 기사단을 기억했다.

“지금이에요! 저 땅을 통해 돌격!”

그녀의 외침과 함께 수백, 수천의 헌터들이 일제히 돌격한다.

그들은 완전히 빈 땅이 된 대지의 창을 타고 돌격해 단번에 수백 미터의 거리를 돌파했다. 그리고 그 끝의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할 때──

“큰거 한 방 감다!”

절벽 밑, 적이 뛰어내릴 것을 예감하고 몰려든 악마들에게 울티마의 창병이 성창을 들어 올린다.

성법 <하늘의 진노>

-콰르릉!

마른하늘에 벼락이 집속된다. 하지만 그 하늘울림은 평범한 성법이라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

하늘과 천둥의 성배기사 울란이 남긴 성창은 울티마 신의 천둥을 집속시키는 최고의 중계기.

집속된 벼락은 창의 주인이 바라는 위치에 몇 배나 증폭된 벼락을 떨어뜨린다.

-콰콰콰쾅!

수백 개의 폭탄이 동시에 터지는 것 같은 울림이 쏟아졌다. 아군의 진격로를 방해할 밀집된 몬스터들에게 쏟아지는 막강한 천둥벼락들.

덕분에 기사들이 대지의 창에서 뛰어내렸을 때는 시커멓게 탄 시체들뿐이었다.

[네놈들···!]

후방에서 지휘를 하던 대악마··· 그는 수백의 고위악마들에게 명령했다.

[착지로 멈췄다. 화력으로 녹여버린다.]

군단 단위의 원거리 방호성법을 쓰지 못하는 지금, 기사들은 가장 취약한 적의 공격에 노출됐다.

그리고 원거리 무기 무효화라는 최악의 디버프를 해소한 악마들은 그야말로 도시를 무너뜨릴 화력을 선두에 퍼부었다.

“제가 막을게요!”

구대성의 옆을 지키던 한수호가 방패를 들었다. 빛과 정의의 성배기사 아말렉 경이 남긴 방패는 아리아나 여신의 빛을 흡수하며 거대한 수호방패를 소환한다.

-콰아아아아!

쏟아지는 대화력을 막아서는 방패. 전면만을 지키면 되는 상황이었기에 수호의 방패는 훌륭하게 후미의 모든 헌터들을 지켜냈다.

“어어, 이거 괜찮은 거야?”

“화력이 너무 센데? 방패가 뚫리는 거 아냐?”

그런 걱정과 별개로 수호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빛과 정의의 성배기사 아말렉 경의 성물은 절대방어. 그 자신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시전자의 의지대로 소환된 빛의 방패는 단순한 빛의 장벽 따위가 아니다.

완전한 물리간섭의 차단. 세계에 또 다른 벽을 만들어 절대방어를 실현시킨다. 이 방패가 지키는 전면은 그 어떤 공격으로도 관통할 수 없다.

[칫···! 성가신 아이템을! 측면을 노려!]

전면에의 간섭이 불가해지자 지휘관 대악마는 막대한 물량을 측면으로 파고들게 했다. 결국 이 압도적 물량의 차이는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후우···!”

하리는 제 심장에 손을 얹었다.

달과 순결의 신관장 이사벨이 하리에게 계승한 성물은 두 가지다.

3대 바다와 파도의 신관장 마룬이 남긴 파도의 팔찌.

초대 전쟁과 불꽃의 성녀 르노아 공작이 남긴 불의 심장.

파도의 팔찌는 ‘물’을 통제하며 불의 심장은 스스로 ‘불’을 생성해낸다.

상극 그 자체인 이 힘이 공존할 수 있는 건 성법의 특수성도 있지만, 그만큼 하리 자신의 그릇이 거대하다는 걸 의미한다.

“나중에 평양을 쓸 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인프라는 다시 지으면 되니까요!!”

하리는 모든 힘을 쥐어짜기로 결정했다. 평소 그 여파를 걱정하며 해보지 못한 한계 아슬아슬한 최대전개.

“어어? 땅이 흔들린다?”

“구씨가 뭔갈 하는 건가?!”

순간 성배기사인 구대성이 또다른 성법을 사용하는가 싶을 정도로 지상이 울린다. 하지만 곧 그들은 그것이 대지를 다루는 성법이 아님을 깨달았다.

-콱!

처음 시작은 아스팔트를 뚫고 솟구진 작은 물줄기.

-콱! 콰콰콱!

-콰콰콰콰콰콱!

그리고 그것이 사방팔방에서 솟구치며 마치 쓰나미처럼 파고를 형성한다.

“서, 설마 온 도시의 수도관이 터지기라도 한 건가?!”

그 설마가 사실이다.

하린은 물을 다루는 신녀. 포마 신이 그녀에게 허락한 권능은 그 모든 물들을 파도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성법 <파도치기>

평양 전체의 수도관들이 터져나가며 쏟아지는 물들은 도시에 쓰나미를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페토스 님···!”

하리는 제 심장에서 생성된 성력을 모조리 쏟아부어 거대한 불꽃을 일으켰다.

이번 전쟁을 위해 만신전의 신들은 여유가 되는 모든 성력을 전쟁신의 신전에 각출했다.

성력을 펑펑 써대는 불카누스와 만신전 최강전력인 불타는 검 기사단이 사용할 성력을 충분이 남기기 위해서다.

그리고 지금, 불카누스와 불타는 검 기사단이 성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작금에서 전쟁신의 제단에 남은 막대한 성력들.

그것이 전쟁신의 신녀인 하리를 통해 모조리 쏟아지고 있다.

그 불꽃은 평양 온 시내의 물들로 형성된 파도와 합쳐져 불꽃의 파도를 만들어냈고──

“미친······.”

온 시내를 덮는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기사로 서임 받고 성법을 사용하는 성법 사용자들.

그들 모두가 성배기사란 거인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자신들의 성력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그것은 끝없는 기적의 연속.

단 한 순간의 돌파를 위해 모든 걸 쏟아낸 그들은 분명──

“앞으로!!”

이 한순간, 사자심왕을 재현해냈다.

* * * *

신성과의 차단으로 성배기사들이 성력을 잃었지만, 그 자신의 육신까지 잃은 것은 아니었다.

성배기사 불카누스는 성력 없이도 시대 최강의 괴인이었고, 마술사 여왕 베아트리체는 애초부터 성력이 아닌 마술 쪽이 주력이다.

그들은 그 나름대로 성력이 끊긴 채 라크샤르에 저항했지만, 그마저도 불가한 성배기사가 있었다.

-기체 파손 심각. 원자로 출력 0.2%까지 저하.

야크트 스피너.

철과 대장장이의 성배기사인 이 강인공지능 로봇기사는 본래라면 진작 기능이 정지되었을 고장품이다.

동체를 움직이던 원자로가 반파되면서 스스로 에너지를 충당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것은 자연스레 셧다운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야피는 만신전의 축복을 받으며 다시 태어났다.

반파됐던 원자로는 그 어떤 과학적 근거를 가져와도 이해 불가능 할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했고, 그 힘의 원천은 신성이다.

그런 상황에서 신성과의 연결이 차단되고 세이프티 에너지가 가득했던 후작급 기체는 완전히 파괴된 것이다.

현재 야피를 움직이고 있는 건 아주 극소량의 잔여 에너지. 그마저도 곧 끊기기 직전이다.

-끼룩! 잔존 에너지 6.8%.

야피는 깨진 카메라 아이로 주변을 바쁘게 살피며 파손된 다리를 질질 끌며 움직였다.

-콰앙! 콰콰쾅!

라크샤르는 전투 중이다. 하지만 그것을 전투라고 봐야 할지는 의문이었다.

불카누스, 카리나, 베아트리체··· 그들은 성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금도 필사적으로 분전을 이루고 있지만, 혼돈의 군주 앞에서는 어린애 장난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무엇보다도──

-끼룩! 폐하.

가장 먼저 당한 건 레온이었다.

그는 치명상을 입은 상태로 회복도 하지 못하며 가장 선두에 섰다.

무리하게 전투를 계속한 탓에 그가 가장 먼저 쓰러진 것은 필연.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그는 이상할 정도로 무모한 싸움을 계속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

그것은 기계에게 있어 이해할 수 있는 감성이 아니다.

청주 게이트에서 처음으로 그와 마주했을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레온은 야피에게 있어 의문투성이인 존재.

[충도(忠道), 충의(忠意)의 기사로다. 귀공의 봉사에 차원을 넘어 모든 생명 있는 자들이 빚을 졌음이다.]

하지만 그날, 야피의 오랜 방어전이 끝을 맺었던 그때 그가 한 말은 데이터에 깊숙이 남아있다.

-잔존 에너지 긴급 사용. 개체 유지비용 비고려.

몸을 분해한다. 부서진 몸에서 건사할 수 있는 부품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천년의 방어전 속에서 야피는 자신의 몸을 수천, 수만 번 분해하고 이어 붙이며 가장 효율적인 자원 활용법을 익혔다.

다 부서진 원자로를 보호하던 장갑을 떼어내고, 동체에 남아있던 납탄을 녹여 뭉친다.

파손된 다리는 분해해 무언가를 잇기 위한 ‘자루’가 되었다.

그것이 어떤 형태를 이루었을 때, 야피는 원자로에 남아있던 성력을 모조리 그것에 투입했다.

성력조차도 세이브 캡 형태로 보관하는 야피이기에 가능한 일.

-기체 정지까지 144초.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성력만 남겨둔 채, 야피는 자신의 몸을 분해해 만든 ‘그것’을 들어 올렸다.

[야크트 스피너 경, 귀공의 퀘스트가 완수됐음을 본 기사가 엄숙히 선언하노라.]

오랜 의무가 끝나는 날, 야피에겐 새로운 의무가 생겼다. 그건 분명──

-연마작업을 시작한다.

철과 대장장이의 성배기사 최후의 망치질이 시작됐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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