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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5

#225

칼코스 부족 연맹 (3)

베오르센은 사막 한가운데의 대규모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이자 남부의 다른 지역으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했다.

아무리 남부가 무력을 중시하는 풍조가 강해 타지역에서 야만의 땅이라 멸시받는다 해도, 사람이 사는 땅인 건 마찬가지인지라 상거래도 중요한 요소인 건 당연한 일이었다.

대도시라 불릴 정도는 아니지만, 몇 지역을 잇는 교역 도시 중 하나로 밤낮없이 항상 분주하게 돌아가는 도시.

그것이 베오르센이었다.

“···또한 발테온의 출신지이자 거점으로 삼은 도시··· 이기도 했습니다만.”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지금은 불길하고 시커먼 기운에 뒤덮인 도시와 조금 떨어진 모래 언덕 뒤편에서.

“역시,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군요. 서두른 보람이 있어요.”

용사 파티를 이곳까지 안내한 미스티가 한숨을 내쉬며 작게 중얼거렸다.

남부인 특유의 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몇 갈래로 땋은 짙은 갈색 머리, 흑요석처럼 빛나는 검은 눈동자를 가진 미인.

대주술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마부터 시작해 한쪽 눈가를 지나 쇄골까지 이어지는 화려한 각인이 새겨져 있었으나, 그녀의 눈은 피곤한 듯 거의 감길락 말락 하는 상태였다.

“···괜찮으십니까? 너무 무리하신 것 같습니다만.”

“안 괜찮지만 어쩔 수 없죠. 무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하인리히의 물음에 그녀는 눈을 비비며 앓는 소리를 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용사 파티를 조우한 직후, 그녀는 그들과 보조를 맞춰 휘하의 전사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상당히 고생해야 했다.

아무리 전사들이 하나같이 정예라곤 하지만, 자력만으로 용사 파티를 따라오려 했다간 도착했을 즈음엔 죄다 퍼져버렸을 테니까.

“어차피 전 전투 쪽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러니 가장 가능성이 높은 쪽을 선택한 거죠. 여러분을 만난 것도 운명일 테니까요.”

확실히 지금 상황을 보니 전사들과 함께 같이 오기로 했던 게 좋은 선택인 것 같았다.

아무리 용사 파티의 목적이 수뇌부인 발테온과 한스라곤 하나,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에 상당한 방해가 잇따를 테니.

한나절 동안 수백 명에게 건 주술을 유지하며 그들을 빠르고 은밀하게, 또 최상의 컨디션으로 이곳까지 올 수 있도록 도운 대주술사 미스티.

“그리고 우리의 만남도 운명이겠죠.”

···그녀가 어느새 할리의 옆에 다가선 채, 그 우람한 팔뚝에 몸을 기대며 나직이 속삭였다.

“어엉?”

“아아— 이렇게 아름다운 근육은 처음이에요. 이 우람한 상완 이두근에 전완근··· 아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완벽한 예술품 그 자체!”

“으하하하! 아가씨가 뭘 좀 아는구만!”

그 갑작스러운 행동에 용사 파티는 물론이고 근방에 있던 남부 전사들의 표정도 기묘하게 변했지만, 단순한 할리는 그저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소녀, 할리 님의 넓은 등에 업혔을 때부터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스타일부터 체구까지, 그동안 상상만 해 왔던 제 이상형이 이렇게 현실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답니다?”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의 말투가 몽롱하게 변했다.

아니, 말투뿐 아니라 행동까지.

이제는 숫제 그 팔뚝을 끌어안고 뺨을 비비고 있었다.

“이거 쑥스럽구만! 흐하핫—!”

“어쩜, 웃음소리까지 이리 듬직하실까요.”

남부 전사보다 더욱더 남부 전사 같은 할리.

다른 지역에서는 살벌한 야만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는, 이곳에선 말 그대로 꿈속에서만 나올 법한 최고의 미남자였다.

“쳇, 역시 잘생긴 것들은 가만히만 있어도 여자가 꼬이는군! 재수 없게.”

“으으, 고고한 사막의 꽃인 미스티 님이···!”

“어이, 마음은 알겠지만 진정하라고. 저 인간은 잘생긴 게 전부가 아니니까. 괜히 까불다간 피떡이 될 수 있어.”

그에 이곳까지 같이 온 남성 전사들의 질시 어린 눈초리는 물론.

“허! 하여간 사내놈들이 질투할 걸 질투해야지. 수준차가 저만큼 나는데 무슨 질투야?”

“그나저나 나도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설마 미스티 님이 먼저 저렇게 나오실 줄이야. 어후~ 저 팔뚝 좀 봐, 부럽다.”

“그동안 남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으신 줄 알았는데, 그냥 눈이 높으신 거였구나?”

몇몇 여성 전사들의 아쉬움 담긴 눈길까지 그들에게 쏟아졌다.

“···어쩐지, 같이 업혀 가는 내내 그 등에 머리를 파묻고 있더라니.”

그리고 한 발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들을 바라보던 이세아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동행이 합의되었을 때, 미스티는 굳이 할리에게 자신을 업어줄 것을 청했다.

물론 그의 넓은 등판은 여성 둘을 업기에는 충분하다 못해 남아돌 지경이었던 데다, 같은 남부인이 더 편할 테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거늘···.

이동하는 내내 그의 등에 이마를 비비던 것도 주술을 유지하느라 집중하면서 나온 행동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때부터 사심을 채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간 내색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하필 지금 상황에?’

그만큼 사리 분별 못하는 사람 같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미스티를 가만히 바라보던 이세아는 문득, 그녀의 눈이 단순히 몽롱한 게 아니라 그냥 완전히 풀려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전히 잠에 취한 것처럼.

‘···설마, 저거 지금 잠꼬대하는 건가?’

아까부터 왠지 불안불안하더라니.

이세아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하하호호 떠들고 있는 그들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저기, 미스티 씨? 미스티 씨! 정신 차리세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에요!”

결국 이세아가 소리를 지르며 거칠게 그녀의 몸을 흔들고 나서야.

“핫! 네, 네? 갑자기 무슨···.”

마치 잠에서 깬 듯, 눈을 크게 뜬 미스티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쪽으로 몰린 주위의 시선들.

“······.”

이어서 자신이 끌어안고 있던 할리의 팔뚝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고.

자신을 멀뚱히 내려다보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짙은 피부가 급격히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정신이 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스르륵 그 팔을 놓으며 옆으로 멀찍이 떨어져 로브의 후드를 푹 눌러썼다.

그렇게 잠깐, 장내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던 찰나.

“그으—럼!”

작게 꿈틀거리며 온몸을 뒤트는 미스티를 도와주려는 듯, 조용히 있던 리에스타 성녀가 목소리를 높여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이제 어떻게 하죠? 슬슬 어두워지는데. 불사왕이 개입했다면 어둠 속에서 싸우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일 텐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하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고.”

하지만 그녀가 꺼낸 주제는 확실히 생각해 볼 만한 문제였다.

짙은 어둠에 휩싸인 베오르센은 딱 보기에도 밤에 진입하기엔 석연치 않아 보였으니까.

하인리히는 일행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제법 오래 달리긴 했으나, 그의 파티원들은 고작 이 정도 강행군에 기량이 떨어질 수준이 아니었다.

남부 전사들이 합류하며 조금 더 페이스를 조절하기도 했고.

또 그 전사들도 미스티의 주술에 힘입어 상당히 멀쩡한 상태였다.

조금 지쳤던 것도 도착 직후부터 방금까지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며 회복하기도 했으니, 싸울 수 없는 인원은 거의 탈진 상태인 미스티 뿐.

고심 속에서, 다시 활발한 뇌 내 회의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할리 : 난 당장이라도 싸울 수 있다!

-하인즈 2세 : 굳이 모험할 필요가 있나?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는 게 확실할 텐데.

-휴버트 : 항상 연결돼 있던 게 끊어지니 답답하군. 확실히 날이 밝은 후에 가는 편이 안전하겠지. 아무리 한스가 돌아버렸다고 해도 설마 하인리히와 할리를 죽이려 들진 않겠지만, 다른 파티원들은 또 모르니까.

-하워드 : 난 준비됐으면 바로 가는 게 좋다고 본다! 한스 그놈이 밤이라고 더 강해지고 낮이라고 더 약해질 놈이냐?

-휴고 : 확실히 그렇긴 하지. 하지만 저기에 무슨 수작이 있을지 모르잖아. 전사들의 피해가 커지지 않을까?

-헤스페론 : ···아니, 생각해 보면 지금 바로 들어가는 것밖에 답이 없어.

하지만 그 회의는 똘똘이 헤스페론의 주장이 시작되면서 곧 한곳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헤스페론 : 지금 한스는 도시 전체를 집어삼키는 중일 거야. 전쟁에 동원될 병사들을 모조리 오염시키기 위해서.

-휴버트 : 아마 그 과정에 민간인들도 병력으로 포함될 거다.

-헤스페론 : ···맞아. 그리고 그 작업이 모두 끝나면, 한스는 곧바로 발테온을 앞세워 다음 장소로 이동하겠지. 준비된 나머지 병력도 잡아먹기 위해.

-휴고 : 그러고 보니 무슨 수를 썼는지 그 군사들, 발테온의 명령에 철저히 복종했었지. 불사왕이 코앞에 나타나도 반항조차 못 하겠는데.

-하인즈 2세 : 그렇군. 지금 도시를 감싸고 있는 저 기운이야말로 아직 한스가 저곳에 남아있다는 증거인가.

-헤스페론 : 지금이야말로 유일한 기회야. 한스가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절대 그 기동력을 따라잡을 수 없어. 막을 생각이라면 더 이상 시간을 줘선 안 돼.

뇌 내 회의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사실 저 안에서 계속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결론은 이미 내려진 것일지도 몰랐다.

-하인리히 : 곧바로 돌입한다. 그리고···.

그리 마음먹은 파티의 최종 결정권자인 하인리히가 자기 생각을 밝히자, 일행들도 그에 수긍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들의 조력자로 함께 할 남부 전사들 역시 그 결정에 따라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하인리히 : ···반드시, 한스 그놈의 심장에 성검을 박아줄 것이다.

짜증과 분노에 가득 찬 하인리히의 발걸음이 한스가 자리한 도시, 베오르센으로 향했다.

***

“우리만 믿으라고, 할리! 죽는 한이 있어도 잡졸들이 한 발짝도 접근하지 못하게 할 테니!”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그런 것밖에 읎지만 말야.”

“···근데 전대 대족장 발테온이 문제가 아니잖아. 설마 불사왕이 그 뒤에 있을 줄은 몰랐는데.”

할리와 함께했던 남부 전사 삼인방.

그들은 도시로 접근하는 도중 긴장을 풀듯이 그 옆에 붙어 나직하게 속삭였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회포를 나누며 그들이 왜 여기 있는지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남부 출신이었던 그들은 용병 생활을 하면서도 주기적으로 고향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그 와중 남부에서 미심쩍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각자 그런 찝찝함을 안고 대화를 나누던 그들은 사실 셋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길로 휴버트 상회에 들러 할리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을 맡기곤, 곧장 남부로 내려왔던 것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때 그 편지에 이런저런 쑥스러운 말 많이 썼었는데. 할리, 역시 그건 읽지 말고 그냥 폐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흠흠, 나도 그리 생각혀.”

그렇게 남부로 내려온 그들은 감금 상태에서 막 탈출해 추격자들에게 쫓기던 미스티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으며.

이후 그녀를 도와 우여곡절 끝에 아직 발테온에게 넘어가지 않은 전사들을 규합해 결국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이 자식들도 그간 상당히 파란만장한 모험을 펼친 것 같군.’

그래봐야 할리 자신만 하겠느냐마는.

그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다 고개를 들어 베오르센의 성문을 바라보았다.

사막 도시라지만 이곳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의 수도 적지는 않았던 만큼, 모래를 뭉쳐 단단하게 굳힌 벽돌들을 이용한 장벽이 도시 전체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 한가운데 굳게 닫힌 성문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문은 닫혀있는데, 지키고 있는 병사가 하나도 없군요.”

하인리히가 가볍게 고개를 기울였다.

가장 조용한 방법은 전원이 은밀하게 성벽을 넘는 것일 테지만, 한스라면 이미 그들이 접근하고 있다는 것쯤은 진즉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역시 성벽을 넘은 몇몇이 강제로 문을 개방하는 쪽이···.

그리 생각을 마무리한 그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

그땐 이미, 아무 생각 없이 성문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간 할리가.

“잠깐, 할···!”

“흐라차차—!”

그 성문을 향해 큼직한 주먹을 휘두른 뒤였다.

콰아아앙—!

딱히 육체 변이도, 광룡의 비늘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건만.

휘둘러진 순간부터 음속을 아득히 넘어선 주먹은 그대로 성문에 틀어박혀.

콰드드득—! 쿠르릉! 콰아앙—!

금속이 덧대진 그 커다란 문짝을 대포알처럼 성벽 안으로 쏘아 보냈다.

그리고 그 형편없이 찌그러진 성문이 지난 경로를 따라, 안쪽에서 무언가가 부서지고 무너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더없이 화려한 개전 신호.

“끄아아악!”

“크흐으—!”

이어서 그에 자극받기라도 한 듯, 분노에 찬 기괴한 괴성들이 성안 곳곳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엉? 왜? 나 불렀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잘하셨습니다. 할리 님.”

갑작스럽긴 했지만, 덕분에 상당히 많은 수의 적 병력이 내부에 매복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로.

“가죠.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오우! 좋지!”

그렇게 용사 파티를 선두로.

대족장 발테온과 불사왕 한니발 스트라우스를 처단하기 위한 일단의 병력이 도시 내부로 쏟아져 들어갔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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