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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6

224-2. 소꿉친구 – 한스 외전

소꿉친구 2회차.

데모스 마을에서 송별회가 열렸다. 레나와 레오가 수도교회로 떠나는 걸 응원하는 자리였는데, 덕담이 이어지던 송별회는 술이 들어가자 흥겨운 잔치로 변했다.

오직 한스만이 빨갛게 돋아난 모닥불 앞에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쟤네들이 제롬 신성 왕국까지 무슨 수로 간다고. 모두가 몽상에 빠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한스도 알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기뻐하는 까닭은 쟤네들이 수도교회로 갈 수 있다고 믿어서가 아니라는 걸. 결국 레나가 꿈을 포기하고 레오와 맺어져 돌아오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퇫.

한스가 모닥불에 침을 뱉었다. 그러곤 사람들이 다 들으라고 “쟤네 사랑의 도피라도 가는 거 아니야?”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와하하- 웃음이 터졌지만, 그는 엄마에게 핀잔을 얻어먹었다.

그날 밤, 한스는 잠이 오질 않았다. 내가 졌구나, 생각하며 뒤척이다 아침을 맞았다.

레나와 레오는 큰 마을로 가는 수레와 함께 출발하기로 했다. 한스는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빵집으로 달려갔다. 어제 팔리지 않은 빵들을 작은 상자에 담아 수레에 실었다.

“야, 레오. 떠나는 마당인데 한 번은 괜찮다니까.”

“아니에요.”

함께 수레를 밀면서, 한스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할 수만 있다면 수레를 뒤집어버리고 싶다. 물을 나눠주는 레나에게

“이거 다 거짓말이야! 너 수도교회에 못 가!”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레나의 표정이 너무 밝았다.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고.

쳇. 쳇. 제기랄.

야속하게도 수레는 금방 도착했다.

해 질 녘이 되어서 도착한 토리토 마을 어귀에서 청년들은 노숙할 준비를 했다. 레나와 레오는 “우리는 갈게.” 인사하고 떠났다. 한스는 슬쩍 빠져나와 그들을 쫓았다.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고 있었다. 굳이 보지 않는 게 좋으리라는 것도.

그러나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숙소를 찾아 들어가는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어느덧 컴컴해진 대로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2층에 불이 켜지고, 커튼에 그림자가 비쳤다.

방방 위아래로 움직이는, 긴 머리카락이 달린 실루엣. 이윽고 불이 꺼졌다.

한스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격한 패배감을 느끼며 돌아섰고, 씨발 그래, 잘들 살아라, 한 가게를 찾아갔다. 그가 종종 일손을 거들며 상술을 배우는 상인의 가게였다.

허름한 침대가 놓인 그곳에서도 한스는 잠이 오질 않았다. 방방 뛰던 실루엣을 떠올리던 그는 벽에 머리를 찧어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 실루엣이 꼭 그런 짓을 의미하진 않았고, 설령 그렇더라도 어쩔 텐가. 레나는 레오를 선택했는데.

한스가 한숨으로 미련을 뿜었다.

그래. 나도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자. 쿨하게. 나중에 대상인이 된 나를 보여줄 날이 오겠지. 레오는 잘돼봤자 사냥꾼일 테니까… 그땐 나한테 잘 보이려 해도 소용없을걸?

한스는 형편없이 가난한 사촌이 돈을 빌리러 오는 꿈을 꿨다. 그는 꿈속에서 다 터진 옷을 입은 레나를 위해 흔쾌히 돈을 빌려주었다. 갚지 않아도 된다고 멋지게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 잠에서 깬 한스는 자기도 모르게 어제 그 숙소를 찾아갔다.

마침 레오가 숙소 앞에 나와 있었다. 한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인사했다.

“오! 레오. 여기서 잤나 보네.”

“한스구나. 넌 벌써 다 팔았어?”

“내 껀 금방 팔리거든. 밥은 먹었어?”

“아직. 조금 있다가 여기서 먹으려고.”

“잘됐네~ 나도 같이 먹자.”

레오가 뻣뻣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와는 좀 다른 태도다.

‘제가 이겼다고 과시하는 건가?’

욱! 뭐가 치밀어오른 한스가 물었다.

“그런데, 레나랑 했냐?”

“뭘?”

“뭐긴 뭐야.”

“….”

레오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어째 덤덤한, 별 쓸데없는 걸 묻는다는 표정이라 한스는 되려 자신이 한심해졌다.

이윽고 레나가 내려왔다.

세 사람은 숙소에 딸린 식당에서 다 같이 식사했고, 레나는 늘 그랬듯 그를 밝은 표정으로 맞아주었다. 식사 중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여행이 되었다.

“영주님 성으로 간다고? 방향이 잘못된 거 아니야? 네비스로 간다면서. 그럼 서쪽으로 가야지 왜 북쪽으로 가는 거야?”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상단에 끼어가야 하는데, 여긴 상단이 없지 않아?”

이런 멍청이.

한스는 쯧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에헤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만. 지금 여기에 장터가 열렸는데 어떻게 상단이 없어. 당장 서쪽으로 갈 상단도 제법 있을걸? 내가 소개해줄까?”

“아는 사람이 있어?”

“내가 이 토리토에 좀 빠삭하지.”

십 대 중반의 소년이 빠삭해 봐야 얼마나 빠삭하겠냐마는, 레나 앞에서 한스는 큰소리쳤다.

그나마 안면이 있는 상인들에게 오늘 네비스로 가는 상단이 있느냐 물으며 장터를 휘젓고 다니길 한참, 답변을 얻었다.

“오늘 나가는 건 없데. 아까 저기서 물어봤던 아저씨네 상단이 내일 아침에 간다는데, 그게 제일 빠른 것 같아. 갈 거면 그 상단주 아저씨까지 소개해줄게. 나도 친한 건 아닌데, 몇 번 만나봐서 알아.”

나만 보면 뭘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일을 시키려 드는 상인이다. 돈 한 푼 안 주면서. 뱃살이 두툼한 그 상단주는 한스를 보곤 반갑게 손을 들었다.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여기 제 친구들인데 네비스로 가고 싶대요. 경로가 있나요?”

“네비스로 바로 가지는 않지만, 중간까지는 가지. 거기서 네비스로 가는 다른 상단을 소개해주는 정도면 되겠나? 마차에 둘이 타려면 은화 다섯 닢은 받아야 해. 가는 데 이 주일이나 걸리니까. 두 사람 잘 공간을 마련해주려면 상품을 많이 빼야 하거든. 그리고 먹을 건…”

레나가 한스를 달리 보았다. 그녀의 달라진 시선을 느끼곤 으쓱해진 한스는 레오가 값을 깎으려 하는 것까지 거들어주었다.

“한스… 도와줘서 고마워.”

하하. 짝사랑하는 여자한테 감사의 인사를 받는 것보다 신바람 나는 일이 어디 있을까. 한스는

“하하하. 고맙기는 뭘. 잘 가.”

웃어넘겼다. 쿨하게.

그리고 다음 날, 그는 토리토 마을 외곽에 서 있었다.

그가 소개해준 상단이 출발했고, 짐마차 뒤편에 탄 레나와 레오가 보였다. 한스는 조금 씁쓸했지만, 자신의 첫사랑과 사촌의 앞날을 축복해주었다.

레나, 레오. 잘 살아.

나도 상인이 돼서 네비스에 갈게. 그땐… 내가 널 좋아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데모스 마을로 돌아가는 그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몇 년 뒤, 한스는 맹세한 대로 상인이 되어 네비스에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레오를 만났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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