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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8

226. 소꿉친구 – 달걀 푸딩!

“이야, 이게 무슨 호강이냐.”

눈썹이 짙은 거구의 검사가 히죽거렸다. 한겨울 아침에 따뜻한 물로 세수한 그는 기분이 좋았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진수성찬을 걸신들린 듯이 집어먹으며 대장님을 따라오길 잘했다고 희희낙락하는 것이었다.

루벤 비자인이었다.

레브가 선별해 데려온 스무 명의 청년 중 한 명으로 비자인 부족의 차기 대전사 후보였다.

부족장의 셋째 아들이기도 한 그의 발언권은 강해서, 식탁에 둘러앉은 전사들이 루벤을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건방 떨지 말고 밥값 할 생각이나 해.”

하지만 톡 쏘아붙이는 여전사가 있었다. 반느 비자인이 서툴게 포크질하며 말했다.

“대장님이 열심히 안 하면 검대에서 내쫓을 거라 하셨어. 루벤, 너는 좀 긴장해야 할걸?”

와하하하. 폭소가 터졌다.

루벤이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투덜거렸다.

“넌 말을 해도 꼭… 두고 봐. 내가 검이 손에 익질 않아서 그렇지 좀만 있으면 금방 따라잡을걸?”

“따라잡고 말해.”

끄응.

루벤이 머리를 박박 긁었다.

얼핏 화가 난 것처럼 보여서 저 물통만큼이나 두꺼운 팔로 식탁을 내려칠 것만 같았으나 루벤은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접시를 들어 음식을 입에 들이부은 뒤 반느의 팔을 잡아끌었다.

호리호리한 여전사 반느는 군말 없이 따라갔다.

검대에 속한 다른 검사들은 이를 보고도 말리지 않았다. 뒤이어 나올 후식을 조바심 내며 기다릴 뿐이었는데, 오늘의 아침 후식은 바로…

달걀 푸딩!

산골짜기, 문명과 동떨어져 살아가던 야만인 청년들에겐 눈물 나게 황홀한 시간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부드러운 푸딩을 한 입 떠먹곤 눈물을 흘렸다.

고작 푸딩 하나 가지고 요란 떤다 하지 말아라. 발달한 요리야말로 인간 문명이 낳은 최고의 결과물이고, 이 푸딩이 만들어지기까지 각고의 연구가 있었다.

달걀 푸딩의 주재료는 달걀이다.

달걀만큼이나 요리사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식자재도 많지 않은데, 그 까닭은 흰자와 노른자라는 상이한 요소로 구성된 특징과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질감 때문이었다.

허나 달걀 푸딩은 흰자와 노른자, 이 두 흥미로운 것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지 않아도 좋았다. 섞어버릴 것이니까. 하지만 어떻게 조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았다.

달걀은 익히면 응고한다.

이걸 어떻게, 얼마나 응고시키느냐에 따라 질감이 결정되는데, 염분, 산(酸), 높은 조리 온도와 단백질 농도가 응고를 촉진했다. 반면 당분과 지방, 낮은 조리 온도와 단백질 농도는 응고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푸딩은 부드러워야 한다.

응고를 억제할수록 좋아서, 노랗게 섞인 달걀물에 설탕(당분)과 우유(지방)를 넣는다. 이걸 섞을 때 기포가 생기지 않게 살살 저어주면 좋고, 달걀물을 걸러 끈을 제거해주면 익힐 준비가 된 것이다.

익힐 때도 서서히, 불을 약하게 들여 중탕(重湯, 끓는 물 속에 음식 담은 그릇을 넣어 익히거나 데움.)해야 한다. 그래야 질감이 더 부드러워진다.

그렇게 익힌 것을 창가에 내놓아 겨울 찬바람에 식히면 탱글탱글하고 달콤한 푸딩이 완성된다.

여기에 달곰하게 졸인 설탕물(시럽)까지 덧씌워 내놓거든 야만인 따위, 요리사의 노예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레브의 제자들에게 통할 것은 아니다. ‘주종 관계’. 절대적인 충성의 맹세에 묶인 그들은

“꺼억- 잘 먹었다.”

이를 혀로 헹구며 연병장으로 나왔다.

연병장에는 루벤과 반느가 있었다.

이미 한 판 했는지 땀이 흥건했는데, 루벤과 반느는 비자인 부족의 공인된 연인이었다. 비자인 부족에 약혼이라는 관습이 없어서 장래를 약속하지 않았다 뿐이지 저들은 훗날 결혼할 것이었다.

반느 비자인은 아직도 도끼질하던 버릇을 못 고친 루벤에게 충고했다.

“찌르기를 써. 그렇게 내리찍기만 하면 궤적이 빤하잖아.”

“…우씨. 누군 몰라서 안 하냐. 습관이 된 걸 어떻게 해.”

“그럼 고쳐.”

반느가 단답했다. 루벤은 그녀의 쿨한 성격이 야속했지만, 순순히 말을 들었다.

뜨거운 남자와 시원한 여자, 그리고 새로이 검을 잡은 야만인 청년들이 훈련에 몰두했다. 해가 중천에 걸렸을 무렵 그들의 대장이 연병장을 찾았다.

“대장님. 어떻게 됐습니까?”

“계획대로 됐다. 모두 채비를 갖춰라. 우린 다시 떠난다.”

레브가 영주성을 돌아보며 말했다.

가이단 후작은 아직도 망설이고 있었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부인을 깨워주고, 딸의 정신을 조금 되찾아줬음에도 역성혁명(易姓革命)을 일으킬 명분이 없다며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레브는 귓불이 긴 후작을 몰아세우지 않았다. 아직은 그도 준비해야 할 게 많아서

“여름이 오면 애톤 드 로그넘 제1 왕자가 아키네를 치를 겁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당신을 압박해오겠지요. 적당히 시간을 미루십시오. 저는 보험이라 생각하시고 여름에 네비스에서 뵙겠습니다.”

가이단 후작에게 여지를 남겨주었다. 그의 발등에 불을 떨어뜨릴 방법은 생각해둔 바가 있었다.

세사르.

이제 그 개새끼를 찾으러 가야지.

레브가 살기 어린 눈으로 남쪽을 바라보았다. {추적술}을 참고해 놈의 위치를 가늠하다가 이내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레아는… 도착했나 보군.’

루테티아와 수도교회가 있을 북서쪽이었다.

레브는 그 방향을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보다 더 먼 북쪽에 있을 레오 덱스터와 레나 아이나르를 떠올렸다. 그들은 느릿느릿 움직이다가 최근에 멈춘 레아와 달리 아직 움직임이 없었다.

‘이제 일 년도 안 남았군.’

그러나 약혼관계 시나리오는 이미 시작됐다.

레오 덱스터는 작년 말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을 테고, 그는 소드마스터가 되고자 전장을 향할 것이었다. 그리고 올가을에 루테티아에 도착해 겨울이 오기 전까지 머무른다.

레오와 레나가 에이브릴 성으로 돌아가기 전에 루테티아에 도착해야 한다. 레브는 속으로 날짜를 셈하곤 이번에는 레안과 레리아나를 떠올렸다.

천천히 진행해도 좋겠다는 그의 조언 때문인지 거지 남매는 아직도 오르빌에 있었다.

거울이 깨져서 연락할 수단이 없는 지금, 레브가 추측하기로 레안은 바르트가 노야르 항구에 돌아오는 날짜에 맞춰 출발하려는 모양이었다.

…알아서 하겠지.

레브가 상념을 마쳤다. 반느가 말을 끌고 왔고, 고삐를 건네받은 그는 훌쩍, 말 등에 올랐다.

저 높은 창가에서 멍하니 초점 잃은 눈으로 연병장을 내려다보는 하리에. 레브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럇!” 박차를 가했다.

두두두두두.

그의 듬직한 친척들이 뒤따랐으나 레브는 자신이 도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남서쪽 바닷가가 보이는 산자락에 상당한 규모의 무리가 숨어 있었다.

창문 하나 없이 네모반듯한 마차들이 줄지어 있고, 이를 근 사백에 달하는 사내가 호위하고 있었는데…

상단은 아니었다.

상단이라 하기엔 마차 나무 벽이 너무 두껍다. 마차 아래로 똥오줌이 뚝뚝 떨어졌고, 안에선 희미한 울음이 흘러나왔다. 마차를 둘러싼 이들의 복장 또한 용병이나 상인의 것이 아니었다.

꼬챙이에 꿰어진 새 문신.

도르프 패밀리의 깡패들이 노예를 잡으러 원정을 나온 것이었다.

개중 대장급으로 보이는 한 깡패에게 세사르가 따졌다.

“왜 저 마차들만 깨끗해?”

“뭐, 왜?”

“왜 저 마차들만 공들여서 닦아놨냐고. 보니까 반반한 애들만 골라 넣어놨드만. 내가 상품 건드리면 가만 안 둔다고 했지?”

깡패가 퇫! 침을 뱉었다.

“아- 거 씨발. 별것도 아닌 것 같다 지랄이네. 야, 애들 고생하는 거 안 보여? 사기 진작을 위해서 좀 써먹을 수 있는 거잖아.”

“사기 진작은 니미. 니들 마누라한테나 가서 해. 이번에도 장사 말아먹을 생각이냐?”

“제일 이쁜 애들은 따로 빼놔서 괜찮아. 그런데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이딴 식이면 난 일 못 해. 저번에도 니들이 상품 다 망쳐놓는 바람에 난 돈 한 푼 못 받았어.”

“꺼져 그럼.”

“뭐?”

“꺼지라고. 필요 없으니까.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여기 지도에 다 나와 있는데 길잡이가 왜 필요해? 그간 안내해줘서 고맙다. 고마우니까 팔 한쪽 잘라주랴?”

“이런 좆만 한 새끼가…”

“잠깐! 또 왜들 이래, 동료끼리.”

거구의 덩치와 세사르가 날을 세우는 그때, 한 얍실하게 생긴 깡패가 끼어들었다. 그는 서글서글 웃으며 대장급 깡패를 돌려세웠다.

“야, 너 이번에 애들 관리 못 하면 대장님이 가만 안 둘걸? 이번엔 정강이 차이는 정도로 안 끝나.”

“알아 나도. 근데 어떻게 해, 애들 눈이 하나같이 돌아가 있는데. 내가 밤새도록 마차를 지키리?”

“목 안 날아가려면 지켜야지. 걸쇠라도 채우던가. 아니면 몇 명만 빼서 돌려. 이번에도 돈 안 되면 우리 진짜 죽어.”

“쯧!” ─ 혀를 차는 친구를 돌려보내고, 얍실이는 이번엔 세사르를 향했다. 단련된 아부로 열 받은 길잡이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

“미안해요. 제가 잘 말해놨어요. 그런데 상품 몇 개는 써야 할 것 같아요. 안 그러면 애들 더 큰 사고 칠걸요? 운반비라 생각하고 몇 명만 빼죠.”

“…여자가 남자보다 세 배는 비싼 거 몰라요?”

“에이, 솔직히 그건 탱탱한 애들만 그런 거잖아요. 제가 보장할게요. 좀 연식이 있는 상품만 쓰는 거로.”

세사르가 투덜거렸다.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수긍했다. 이 무식한 깡패들과 장사하려면 욕심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었다.

“그런데 세사르 씨. 왜 내일 급습하자는 거예요? 지도에는 저… 이름이 뭐더라. 아, 저 노랑드 부족이 ‘월초’에 회합을 가진다고 되어 있는데…”

깡패가 저 멀리 바닷가에 있는 야만인 부락을 가리켰다. 세사르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했다.

“이번엔 당겨졌어요. 오늘 회합이 있을 거예요. 내일 아침이면 다들 해롱대고 있을 테니까, 그때 가서 잡으면 돼요.”

“오, 그렇군요. 덕분에 이번에도 수확이 괜찮을 것 같…”

아차. 깡패가 얼른 입을 닫았다. 그러나 세사르는 이미 쌍심지를 켜고 있었다.

작년에 잡은 남쪽 늪지대에 있던 야만인 부족도 규모가 컸다. 세사르의 오랜 관찰로 기가 막힌 타이밍에 사냥해서 수확이 쏠쏠했으나, 이놈들이 망쳐버린 것이었다.

세사르가 잔소리하려는 그때, 저 멀리서 삼십여 필의 말이 달려와 들이닥쳤다.

“노예 사냥꾼들이다! 쓸어버려!”

“뭐, 뭐… 기, 기사?”

이 세계에서 말을 타고, 구하기 힘든 장검을 들었다면 십중팔구 기사다. 대장급 깡패가 얼른 앞으로 나서며 한 문서를 꺼내 들었다.

“잠깐! 기사님들 잠시만요! 저희는 허가를 받았습니다! 여기 아뮤스 백작님께서 서명해주신…! 어? 뭐야, 기사가 아니잖아?”

기사의 소속을 드러내는 어떤 문장도 보이지 않는다. 칼질도 척 보아하니 기사가 아니어서 깡패가 꽥! 소리쳤다.

“다 죽엿! 얼마 되지도 않는 게 어딜 기사인 척하고 지랄…?!”

“대, 대장님! 저, 저기…!”

우린 거의 사백 명이나 된다. 좀 놀랐지만, 급습을 격퇴하려던 대장급 깡패는 한순간에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나팔고둥 소리.

노랑드 부족의 야만인들이 나각(螺角, 소라의 껍데기로 만든 악기)을 불며 진군해 오고 있었다. 그 바닷소리와도 같이 그들은 해일처럼 깡패들을 덮쳤고, 승패를 점치는 건 무의미했다. 레브가 만든 검대가 첫 실전을 겪는 가운데, 레브는 세사르를 찾았다.

세사르는 재빨리 무릎 꿇으며 외쳤다.

“저, 저, 저는… 세, 세상에! 감사합니다! 전 행상인입니다. 이 악독한 노예 사냥꾼 놈들한테 잡혀 있었습니다. 저 개자식들을 용서하지 마십쇼!”

“헛소리하지 마라. 잡혀 있었다는 놈 치고 옷차림이 깔끔하구나. 보나 마나 한 패겠지.”

레브는 구태여 말을 받아주었다. 주위가 피바다가 되어가는 가운데, 그에게 검을 겨누어 다른 사람이 건드리지 못하게 보호해 주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잡힌 지 얼마 안 돼서 그렇습… 아! 족장님! 족장님! 저 여기 있습니다!”

“오, 세사르! 오랜만이야. 네가 왜 여기 있어?”

노랑드 부족의 여족장이 세사르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오는 길에 이놈들한테 잡혔습니다. 노랑드 부족을 공격하려는 것 같아서 알려드리려 했는데… 천만다행입니다, 족장님.”

“하하! 이까짓 놈들이 우리 부락을 공격해 봤자 격퇴할 수 있었을걸? 하지만 고마워. 레브 비자인, 당신도 알려줘서 고마워요. 비자인 부족 사람들과 함께하기는 처음이네요. 가서 술이나 한잔할까요? 안 그래도 오늘 회합이 있는 날이라 술이 많아요.”

“이 녀석을 아십니까?”

“네, 저희 부락에 종종 들르는 행상인이에요. 십 년도 더 됐어요. 제 친구니까 칼을 치워줘요.”

“흠… 그렇습니까? 미안하네. 어디 다친 곳은 없는가?”

레브가 검을 치웠다.

그는 빙긋 웃으며 세사르를 일으켜 세웠는데, 호선을 그린 입술과 달리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로 하여금 동생을 죽이게 만든 놈이다. 레브는 이놈을 곱게 죽일 생각이 없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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