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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9

승리.

모든 신들의 성력을 집속시킨 승리의 섬광은 혼돈의 악성을 집어삼켰다.

그 거대한 거체를 구성하는 세포 하나에 이르기까지 가열된 성광을 쬐고 분해되어간다.

[라이온하트···!]

짧은 단말마와 함께 승리의 섬광은 악성의 영혼 한 자락 남기지 않고 소멸시켰다.

승리

우주의 모든 위성들을 잃고, 사람들은 별하늘을 관측할 가장 뛰어난 눈을 잃었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한 이래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별하늘을 보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우주의 눈들이 추락하는 그 광경은 흡사 인류 멸망의 신호탄 같아서. 모두가 정말로 세상이 멸망하는 게 아닌가, 하고.

그런 두려움 속에서 모두가 저마다의 신께 기도할 수밖에 없는 와중, 그들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는 편협하며 권위적이고, 오만하며 오연하지만. 이 세계에서 새로운 신앙을 가져온 선지자.

막연히 기도할 수밖에 없었던 신앙의 기준을 바꾸고 실재하는 신의 존재를 증명했으며 그 힘을 대리하는 자.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선상에서 별을 향해 사람들을 이끄는 초인.

그렇기에 그들은 신들과 더불어 한 기사를 떠올리며 기도했다.

부디 그가 승리하기를.

────■■■■■■■■■■■■■!!

기도에 부응하듯 하늘을 수놓는 찬란한 빛. 그 분류가 우주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것을 목격하며 직감한다.

승리하였노라고.

* * * *

-씨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저게 씨바 말이 됏?! 저걸 어떻게 이긴 거얏! 괴물 새끼들! 괴물 놈!!”

절규에 가까운 욕지거리는 존재의 격이 낮은 이들을 괴롭게 했지만, 레이날드는 그것보다 먼저 본능적인 생존을 우선시했다.

“어, 어찌합니까, 위대하신 존재시여!”

레이날드는 제 앞에서 절규하는 지혜의 대악마 고브에게 필사적으로 지혜를 갈구했다.

“뭐긴 뭐얏! 튀어야짓!”

“아···!”

혼돈의 군주 라크샤르가 패배했다. 라크샤르가 지배하던 혼돈의 권속들이 무너져내렸고, 남은 건 이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되었던 악마들 뿐이다.

“놈들이 이곳을 곧 눈치챌 거닷! 오기 전에 벗어나야햇!”

“게, 게이트를 열 수는 없습니까? 마, 마계로 저희를······.”

“멍청한 놈!”

마계에서 지구로 오는 게이트에는 상당한 제물과 마력이 필요하지만, 반대로 마계로 가는 거라면 지혜의 대악마인 그에게 불가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레이날드의 희망은 고브의 호통에 바스라졌다.

“여기서 마계로 가는 게이트를 열었다간 마술사 여왕 그년한테 추적당한닷! 그놈들이 마계라고 안 올 거 같냣?”

“아아······.”

즉, 여기서는 물리적인 도주밖에 답이 없다.

“바로 튄닷!”

“아, 옛! 서류 파쇄하고──”

“그럴 시간 없엇! 라이온하트 놈 있는 곳에선 무조건 최속으로 도주하는 게 우선이얏!”

“네? 하, 하지만······.”

레이날드는 이곳에 파견되었던 흑마법사들과 미국 마탑주인 자신과의 연관성. 그리고 세계각국에서 암약하고 있는 악마 추종자들의 지원목록 등 민감한 정보들이 있는 이곳의 중요성을 알았다.

이곳의 정보가 공개됐다간 세계각국에 암약 중인 동지들도 위험하다.

“하다못해 불이라도···!”

“불 질러서 그 새끼들이 보면?! 그냥 무조건 튄닷!”

대책도 없고, 후속처리도 없는 그저 무조건적인 도주. 이게 지혜의 대악마?

하지만 아직 악마화조차 하지 못한 추종자에 불과한 레이날드가 대악마인 고브의 명령을 거부할 순 없었다.

시설에 남아있는 악마들과 무작정 짐을 챙겨서 도주한다.

이 정도로 급하게 도망쳐야 하는 건가 싶은 악마 추종자들의 의아함 속에서 고브와 함께 망설임 없이 뛰어당기는 이들이 있다.

악마들이다.

“도망쳐! 놈들이 곧 들이닥칠 거야!”

“대악마님들은 어디 계신 거지?! 전부 당한 건가?”

“지혜의 대악마 한 분이 계신다고는 들었는데!”

레이날드가 슬쩍 고브를 쳐다보았지만, 고브는 로브를 뒤집어쓴 채 무시했다.

“위대한 존재시여?”

“말 걸지 마, 씨밧.”

대악마들 대부분이 당해버리고 지휘체계가 무너진 작금에 그들을 이끌어야 할 고브는 조금도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고브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아티팩트까지 사용하면서 조용히 복도를 걸었고, 그와 레이날드는 바삐 움직이는 무리에 섞여 도망치기 위한 활로를 찾았다.

-쿵!

“뭐, 뭐야!”

“방금 뭐였어!?”

돌연 지진이라도 난 것 같은 굉음. 하지만 그것이 결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란 것쯤은 모두가 알았다.

‘와, 왔다! 이렇게 빨리?!’

빌어먹을 광신도 놈들. 군주와의 전투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잔당 사냥에 나섰단 말인가?

징그러운 놈들!

무시무시한 놈들!

-쿵! 쿵! 쿵!

연이어 들리는 굉음과 방금의 충돌 때문인지 껌뻑껌뻑거리는 복도 저편에서 들리는 비명소리.

모두가 무언가가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도주는커녕 숨소리조차 낼 수 없다. 그 작은 숨소리조차도 포착되고야 말 것이라는 직감. 그리고 포착된 순간 최우선적으로 죽게 될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

껌뻑껌뻑.

복도의 불이 꺼졌다 켜졌다 한다.

전등소리가 요란하게 울릴 정도로 이 자리에서 모두가 소리를 잃은 듯 침묵했다.

그렇게.

아마 5초. 체감상으로는 5분.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흐릿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후욱!

후욱, 하고.

평범하게 숨을 고르는 것일진대 어찌도 이리 크게 울리는 걸까.

레이날드는 식은땀이 목덜미로 흘러내리는 것이 간지러우면서도 그것을 닦아낼 생각조차 못했다.

모두가 그랬다.

그리고 그 숨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낸 건──

새하얀 성검이 스스로 빛을 낸 순간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것은 발악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총을 든 악마가 방아쇠를 연신 당기며 마탄을 퍼부었다.

하지만 검을 든 기사는 가소롭다는 듯 검은 가볍게 휘두르며 총탄을 튕겨낸다.

그것은 신호가 되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싸운다.

하지만 그것은 투쟁이 아니었다.

절규와 발악이었다.

총탄, 칼날, 마법 무엇이 됐든 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퍼부었다.

불멸의 삶을 사는 그들은 오랜 차원침공과 무한한 유희 속에서 끝없는 마력을 쌓는다. 그들이 해내는 모든 것들은 짧게는 수백 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에 이르는 것.

그러나 그들의 생을 모조리 걸어 쏟아내는 그것들을 스스로도 믿지 못한다.

이것이 무의미한 발악임을 알면서도 절규를 멈추지 못하며 다가오는 소멸을 맞이한다.

-콰악!

베이고, 목을 붙잡혀 꺾이고, 손끝에서 뻗어 나온 불길에 타죽는다.

“아, 안 돼!”

“살려줘어어어!”

그들은 악의 죽음을 형상화한 기사를 앞에 두고 1초라도 더 살기 위해 저항했다.

“아, 아아······.”

레이날드는 그 모습을 보며 꼼짝할 수 없었다.

존재의 격.

인간과 악마 간의 차이.

그 아득한 차이를 앞에 두고 굴복했던 그였다.

하지만 눈앞의 존재는, 기사는, 사자심왕은··· 그런 격의 차이를 아득히 아득히 넘어선 존재.

일전 마술사 여왕의 게이트에서 마주칠 뻔했던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해진 사신을 앞에 두고 레이날드는 스스로의 죽음을 직감했다.

“튀어, 멍청한 것!”

그때, 왁! 하고 레이날드를 끌어당기는 우악스러운 손. 그것이 땅딸막한 악마의 아귀 힘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그의 마법이 천장을 타격해 무너뜨렸다.

-콰르릉!

무너진 천장. 레이날드는 화들짝 놀라 외쳤다.

“위, 위대한 존재시여!”

이 파멸적인 죽음을 앞에 두고도 움직일 수 있다니 놀라운 생존본능이었다. 고브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너희들! 저곳을 막아랏!”

“예?”

“무슨 일이십니까?”

안쪽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얼빠진 악마와 추종자들. 그들이 멀뚱거리며 무너진 천장을 바라보는 사이 고브는 레이날드를 이끌고 걸음아 나 살려라 달렸다.

-콰아앙!

-뭐, 뭐야!

-으아아악!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두 사람은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다른 놈들을 사냥하느라 자신들을 놓치기를 바라며.

“고, 고브 님 오셨습니까!”

그렇게 간신이 도착한 곳은 하수구로 이어진 대동강 유역. 그곳에서 웬 고블린 악마 한 마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추, 출발한닷! 얼른!”

“아, 아옙!”

고블린 악마는 잽싸게 강에 숨겨둔 작은 잠수함에 탑승했다. 물론 고브도 망설임 없이 폴짝 뛰어내려 잠수함에 몸을 던진다.

“위, 위대한 존재시여, 이건 대체?”

얼떨결에 잠수함에 타긴 했지만, 레이날드는 이게 웬 잠수함이냐는 물음을 시선으로 던졌다.

“혹시라도 혼돈의 군주가 패배할 때를 대비한 열한 가지 도주루트 중 하나닷! 우린 이걸 타고 바다로 빠진닷!”

“아, 아아······.”

위대한 지혜의 대악마시여. 당신은 대체 어디까지 내다보고······.

지혜로우신 분.

레이날드는 끝까지 그를 따르겠다 맹세했다.

-콰아아아아아!!

그들이 대동강에 잠수한 지 불과 수초도 되지 않아 비밀기지를 소각하는 신성의 불꽃이 솟구쳤다.

“오늘도 살아남았닷!”

겨울이었다.

* * * *

혼돈의 군주가 소멸했다.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보았던 악마들은 참담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빌어먹을 라이온하트······.”

혼돈의 군주와 그 군단의 소멸. 대악마도 열 이상이 죽었다.

200년 전부터 시작된 대전쟁 이후 역대 최대급의 피해.

마계의 악마들, 그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그들 중에서도 유독 오래된 존재가 존재한다.

그레이트 올드 원.

같은 악마끼리도 서로를 배신하고 협잡질을 일삼으며 투쟁해오던 긴 투쟁의 역사에서도 살아남은 그들은 악마의 역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러니까 반대한 거다. 놈을 죽이기 위해서라곤 하나 라크샤르와 같은 위대한 역사 속 올드 원을 소모성 전쟁병기로 쓰는걸.”

“대안이 있었나? 이 대국적 판단은 라크샤르도 동의한 일이었다.”

악마들은 이백 년 전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혼돈의 군주 말루스를 시작으로 지혜의 군주 카라카엘, 쾌락의 군주 도트라돈이 사자심왕 손에 거꾸러졌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제국을 단 며칠 만에 멸망시키고서도 그보다 작은 라이온하트를 멸망시키지 못해 수십 년의 소모전을 감내해야 했다.

숱한 성배기사들을 고꾸라뜨리고 겨우 사자심왕을 제외한 모든 세계의 구성원을 전멸시켰는데, 끝내 승리하지 못한 것이다.

그와중에 죽어나간 대악마들은 또 몇이던가? 모든 세력의 대악마들이 향후 수천 년 동안 복구하지 못할 피해를 입었다.

그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다른 차원의 침공을 가속화했건만··· 끝내 죽이지 못한 놈이 지구로 귀환하면서 모든 게 흐트러졌다.

“천년 뒤의 승리를 위해 힘을 비축했어야 했다. 우리들의 지혜를 무시하지 않고 지구를 포기했어야 했어.”

지혜와 탐구의 그레이트 올드 원. 사자심왕을 직접 상대해본 치가 떨리는 듯 몸서리쳤다.

“이대로 지구 차원의 공략을 포기하는 건?”

한 올드 원의 의견에 고개를 젓는 지혜의 올드 원.

“놈들이 게이트 기술을 습득했다. 쾌락과 타락의 군주 후보였던 여왕은 마계의 좌표도 수집했어. 시간을 주면 힘을 키워 이곳으로 올 거다.”

“”······.””

올드 원들은 라이온하트가 마계에 직접 찾아오는 날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이미 살육대공의 영지를 초토화시켰고, 불카누스를 찾기 위해 빙하대륙을 찾아오지 않았던가.

마계는 행성과 같은 단순한 물리적 차원이 아니지만, 하나하나 좌표를 습득해가면 게이트라는 아공간 이동기술로 넘어오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이대로 힘을 비축하고 재결전을 위해 차원의 뒷길로 숨어들던가.

“짐승들과 손을 잡던가.”

더 강력한 괴물에게 도움을 청하던가.

“자원을 총동원해 탄생시킨 마지막 군주가 죽었으니 과연, 선택지가 있나 싶긴 하지만.”

두 차원의 특이점.

서로가 서로를 죽여가며 끊임없이 진화해온 숙적.

‘그 차원의 짐승들’만은 기이할 정도로 강력하다.

* * * *

“결국 열리긴 열리는군.”

“그것이 보이십니까?”

늙은 짐승은 주인이 올려다보는 까마득한 우주를 응시했다.

정확히는 ‘가짜 우주’. 자신들을 두려워한 놈들이 이곳에 저들을 몰아넣고 차원을 봉인하면서까지 묶어두려 했다.

제 딴에는 이 극지에서 자연스러운 소멸을 기대한 모양이지만······.

‘이 극한의 땅에서 우리는 생존했고, 너희들은 실패했다.’

그들은 생존자. 끝없는 투쟁조차도 유희로 삼는 전사들.

본래라면 서로를 향해서도 도끼를 휘두를 사나운 투사들이 이곳에서 갈갈이 찢어져 내전으로 자멸하지 않은 건 절대적 카리스마의 대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부 죽여버릴까요?”

위대한 짐승들의 현자는 태생을 벗어나지 않는 난폭한 말로 제 주인의 의도를 떠보았다.

“놈들의 군주는 별거 없었다. 이제 와 ‘네 번째’를 상대해도 시시하겠지.”

그나마 싸워볼 만했던 건 군주 중 최강이라는 파괴의 군주였다. 그놈 이후로는 같은 군주급조차 시시할 정도였고.

그리고 놈들에게도 여력이 없다는 건 이 접촉으로 정해졌다.

마지막으로 두개골을 으스러뜨린 놈이 강욕의 군주였던가.

그 전에 지혜 무언가 하는 뱀대가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남은 군주가 남아있을지는 몰랐다.

그리고 군주보다 더 강한 존재가 없다면 그에겐 악마들조차 시시한 존재다.

“어디 얼마를 제시하는지 들어나 보자고.”

심연 깊숙한 곳에서부터 끌어 올리는 듯한 투기. 투신의 챔피언과 주술신의 챔피언조차 두려움을 느낄 폭압적인 기운.

이것이 모든 ‘오크 신’들의 선택을 받은 챔피언 중의 챔피언.

“대칸의 뜻대로 되실 겁니다.”

오크 대칸 무르카.

살육과 나태, 강욕의 군주를 부숴버리고 수십 대악마들을 손수 찢어발긴 오크 신들의 챔피언.

위대한 투사이자 교활한 자.

그가 봉인이 풀린 차원을 바라보며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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