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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

하회탈 (1)

한스는 그림자 속에 숨어 소란이 일었던 곳으로 은밀하게 이동했다.

그곳에는 이미 가디언들이 출동해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젠장, 이게 벌써 몇 번째야. 어떻게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냐.”

“···일은 계속 터지는데 인력이 너무 부족해. 요즘 집에 언제 들어갔는지도 가물가물하다.”

그들은 투덜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주변을 둘러보니 내 단골 치킨집은 유리창이 깨져 내부가 엉망이 된 것 말고는 큰 피해는 없었다.

‘근처에서 벌어진 테러의 여파 때문이겠지. 저 정도면 금방 다시 문 열 수 있겠네.’

그나저나 최근 이상할 정도로 사고가 늘었다.

마침 가디언들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직적으로 테러를 벌이는 놈들 때문에 치안이 어지러워지니까, 다른 어중이떠중이들도 따라서 날뛰고 있어.”

“그놈들 잡기도 버거운 상황에···. 계속 이렇게 가다간 위험한데.”

잠시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자리를 피했다.

‘원인이 있기는 했군. 빌런들이 세력을 이뤘나?’

물론 그동안도 그들이 범죄조직을 이루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외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나름 잘 대응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제어하는 데 실패하고 꼬리조차 잡지 못한 듯했다.

나는 낮게 깔리기 시작하는 어둠에 숨어 도시를 빠르게 주파했다.

성장하며 더욱 은밀해진 탐지 마법을 발동해 주변을 훑었다.

‘폼 잡으며 나섰는데 상황이 종료됐다고 빈손으로 돌아가기도 그렇고.’

치안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한스는 잠을 잘 필요도 없고 마력이야 넘쳐나니, 밤새 돌아다닌다고 피곤할 일도 없었다.

그러다 강화된 감각에 작은 소란이 감지되었다.

‘흠··· 이건···.’

그 자리에서 멈춰서 상황을 파악한 나는 잠시 망설이다 그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가 망설인 이유.

그것은 위험해서도 아니고, 정체가 탄로 날 우려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야, 내 말이 꼽냐? 꼽냐고 이 새꺄.”

“아···아니, 그런 게 아니라···.”

“말 똑바로 안 하냐? 처맞을라고, 새끼가.”

교복을 입은 일단의 소년들이 모여 있는 뒷골목.

담배를 입에 물고 한 명을 둘러싼 무리.

학교폭력의 현장이었다.

‘···빌런 사냥하려고 나왔는데, 양아치들을 상대하는 게 맞나.’

그게 내가 망설인 가장 큰 이유였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한다지만, 이 힘을 어린애들 훈계하는 데 쓰는 건 너무 과하지 않은가.

“야! 나 좋은 생각 났다. 쟤 웃통 좀 벗겨봐.”

“왜? 뭐하게?”

잠시 상황을 파악하고 있자니 뒤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양아치 하나가 괴롭힘을 당하던 소년에게 다가갔다.

“가슴팍에다가 북두칠성 새겨주게. 개 멋지지 않냐?”

“킥킥킥, 미친 새끼···. 존나 멋진데? 당장 하자.”

양아치들은 중앙의 소년을 붙잡고 단추를 뜯었다.

드러난 그 몸에는 이미 곳곳에 멍과 상처가 나 있었다.

“하···하지 마! 그만!”

“웃긴 새끼네 이거. 니가 그만하라면 우리가 그만 해야 되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만? 등에다가는 오리온자리를 찍어주마.”

“오! 너 오리온자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냐? 쩌는데?”

“몰라. 걍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되지. 그 새끼나 잡아봐. 계속 반항하잖아.”

울면서 저항하는 소년과 그를 두들겨 패며 제압하는 놈들.

담배를 들고 다가가는 녀석과 낄낄거리며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는 무리.

거기까지 지켜보다가 나는 마음을 정했다.

빌런이 괜히 빌런인가.

남에게 피해를 주고 범죄를 저지르면 그것이 빌런 아닌가.

그리고 이미 저들은 훌륭한 빌런이었다.

마음을 정하자 행동하는 건 순간이었다.

“···어?”

담뱃불을 들이밀던 놈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뿐만 아니라 저항하던 소년도, 낄낄거리던 양아치들도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골목 전체가 일순 정적에 휩싸였다.

“어··· 몸이 갑자기, 왜 이러지···?”

“어어, 나, 나도. 안, 움직이···.”

모습을 감춘 채로 가볍게 기운만 쏘아 보냈을 뿐인데 모두가 뱀 앞의 개구리처럼 굳어버렸다.

콰지직!

이어 동영상을 찍던 놈의 스마트폰이 으스러져 박살 났다.

이 골목에는 CCTV도 없었다.

하긴 그러니 저 양아치들이 이곳에서 제멋대로 행동한 거겠지.

“어? 갑자기, 잠이···.”

스르륵— 털썩!

나는 피해자 소년에게 수면 마법을 걸고, 놈들 앞에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히익!”

“아, 으··· 아아···.”

주르륵—

기세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자 하나같이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오줌을 지리기 시작했다.

나는 분위기를 잡고 놈들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따다다닥···

이빨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사시나무 떨듯 부들거리는 몸.

고개를 돌리지도, 깜빡이지도 못하고 내게 고정된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심약한 녀석은 이미 동공이 풀려있었다.

‘효과가 장난 아닌데?’

겁을 주려고 일부러 기세를 드러냈는데, 이건 너무 지나친 것 같았다.

하긴 자기들 딴에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뛴다고 하지만, 그래 봤자 아무것도 없는 미성년자들 아닌가.

이대로만 있어도 정신이 파괴될 수 있었다.

나는 적당히 기세를 조절하고 놈들에게 손가락을 뻗으며 마법을 걸었다.

‘처벌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아무리 나쁜 놈들이라지만 그렇다고 죽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적당히 혼내준다고 정신을 차릴 놈들이었으면 애초에 이런 일도 저지르지 않았을 터.

그래서 이 방법을 선택했다.

[악의 씨앗들아. 지금을 기억해라. 너희가 완전히 어둠에 물들어 싹 틔울 때, 다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마법이라고 했지만 정확히는 저주였다.

나와 마주하며 새겨진 압도적인 공포.

그 트라우마에 트리거를 심어 심상(心象)에 박아 넣었다.

스르륵—

털썩!

얼음처럼 굳어있던 놈들이 동시에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졌다.

거품을 물고 기절한 녀석도 있었다.

‘음, 이대로 두고 가긴 좀 그런가.’

휘익—

양아치 한 놈의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빠져나와 내 손에 빨려 들어왔다.

그것으로 119에 전화를 건 뒤, 다시 놈의 몸 위에 던져놓았다.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

‘이제 나쁜 짓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라. 그럴 수도 없겠지만.’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며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아직 밤은 길고 시간은 많았다.

***

‘으윽··· 머리 아파.’

최호식은 힘겹게 눈을 떴다.

머리가 띵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얘! 호식아, 정신이 드니? 여기요, 여기! 아 빨리 좀 와 봐요! 우리 애가 눈을 떴다고!”

바로 옆에서 쨍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두통이 더욱 심해졌다.

조용히 좀 하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이 갈라져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환자분, 정신이 드세요?”

그러는 사이 그에게 간호사가 다가와 체크하기 시작했다.

물로 목을 축이고 기력을 조금 되찾은 최호식이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병원? 내가 왜 여기에 있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상황 파악이 잘 되지 않았다.

“아이고, 호식아! 갑자기 연락이 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언놈이야? 어떤 놈이 우리 집 귀한 자식을 이렇게 만들었어!”

최호식은 옆에서 호들갑을 떠는 엄마의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도 덕분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119에 걸려 온 전화, 응답 없는 신고에 GPS를 통해 출동한 대원.

골목길에서 한데 모여 쓰러져있던 학생들.

그리고 정신을 잃은 채 병원으로 이송되어 눈을 뜬 자신.

“···그렇게 병원에 입원했다고 연락이 와서, 드라마 보다 깜짝 놀라서 얼른 뛰어왔잖니. 그런데 이게 뭔 일이래! 경찰은 대체 뭐 하는 거야? 세금은 따박따박 받아가면서 대체···.”

이어지는 엄마의 불평을 흘려들으며, 최호식은 되살아나는 기억에 머리를 싸맸다.

‘그래, 뒷골목에서 담배 피고, 그 찐따 새끼를 손봐 주려다가···.’

사고가 거기까지 닿은 순간.

그는 숨 쉬는 것조차 멈추고 그 자리에 굳었다.

펄럭이는 검은 옷자락. 휘어진 눈에서 파랗게 타오르는 안광. 다가오는 검은 손. 그리고···.

[악의 씨앗들아. 지금을 기억해라. 너희가 완전히 어둠에 물들어 싹 틔울 때, 다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으아아악!”

“꺅! 호, 호식아? 호식아! 왜 그러니!”

“환자분? 정신 차리세요, 환자분!”

영혼에 새겨진 압도적인 공포.

어느새 다가온 의료인들이 발작을 일으키는 그의 몸을 제압하고 진정제를 투여했다.

“아··· 아아···.”

서서히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최호식은 차라리 계속 잠들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처벌은 기본적으로 저주로 트라우마로 심는 것이었다.

효과는 단순했는데, 나와 마주했을 때의 공포를 반복 재생하는 것이었다.

발동 조건은 나쁜 마음을 먹는 것.

이게 악랄한 게, 실행에 옮기지 않고 속으로만 생각해도 발동된다는 것이다.

자기최면을 통한 우회도 불가능하다.

비뚤어진 관념을 가진 이를 대비해서 저주에 내 사념을 섞었으니까.

본인이 악행이라 여기지 않더라도 내 기준에 따라 저주는 발동한다.

‘그래도 생각만 했을 때는 경고 삼아 약하게 발현되게 했으니, 알아서 좋은 마음먹도록 노력하겠지.’

그렇게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생존본능에 따라 나쁜 생각은 자동으로 배제하게 될 것이다.

제대로 발동된 저주는 자아가 붕괴할 수 있을 정도니까.

그건 그렇고···.

“흐음, 이거 너무 비효율적인데.”

푹 자고 일어난 나는 상황을 파악하고 작게 읊조렸다.

물론 밤새 도시를 돌아다닌 한스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무리 이동속도도 빠르고 감지 범위도 넓다지만, 이렇게 무작정 돌아다니는 건 효율적이지 못해.’

지난밤에 많은 일을 해결한 것은 맞다.

학교폭력 양아치들부터 시작해서 도둑과 깡패, 강간범까지.

저주를 기본으로 깡패는 생명력을 빨아들여 약골로 만들고, 강간범을 거세시키는 등 많은 활약을 했지만···.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시간이 너무 많아.’

자원봉사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한스는 최고급 인력이었다.

‘그렇다고 도시에 언데드들을 뿌릴 수도 없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고심하고 있을 때였다.

한 무리의 새들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가만? 굳이 언데드로 만들 필요가 없잖아.’

하수인을 만드는 데에 굳이 언데드까지 필요 없었다.

패밀리어(Familiar), 사역마로 만들 수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마법은 「금단의 지식」을 통해 알고 있었다.

나는 한스를 메인으로 사고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도시에 널린 비둘기를 비롯한 새들과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들.

‘그 전부를 사역마로 삼을 수는 없어. 마법을 좀 변형시켜야겠는데.’

평소에는 평범하게 돌아다니다가 특정 조건에서 정보를 송신할 수 있도록.

‘술식을 간소화해서 필요한 부분만 취하자. 그리고 최적화를 통해 발동 마력도 최소화하는 거야.’

거기에 다른 귀환자들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은밀성도 중요하다.

‘은밀성 하면 저주가 최고지. 그걸 베이스로 할까. 거기에 발동 마력도 줄어들면 더 숨기기 좋을 거야.’

일일이 마법을 걸 수 없으니, 접촉에 따라 다른 동물들에게 효과가 전염되도록 하는 것도 좋겠지.

‘저주에 역병 술식을 섞으면 가능할 것 같은데.’

한스는 「금단의 지식」과 「사악한 지혜」의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마법을 조합시켜 나갔다.

나는 「페르소나」를 얻으며 하나 더 소환할 수 있게 된 아바타까지 동원해, 모든 리소스를 한스에게 집중했다.

[이 몸이 아우테리카에 있었으면 시간이라는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을 것을···. 안타깝도다.]

하지만 아쉬움은 잠시였다.

이제 몇 시간 후면 다시 이계전송진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하인즈도 순조롭게 여행 중이고, 이번 전송은 한스의 마법 연구에 사용하자.’

그리고 전송진의 쿨타임이 돌아왔을 때, 한스는 아우테리카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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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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