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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0

인간은 무엇인가 (4)

잠시 나와 그녀의 시선이 부딪혔다.

다음 순간.

치지지지직!

허공에서 번개가 튀기는 듯하더니, 나와 그녀 사이에서 의식이 충돌했다.

“갑자기 후학에게 의식 공격이라니… 무섭습니다.”

“흥… 어린놈이 사축기 정상의 의식 공격을 정면으로 막아 내면서 엄살은….”

나는 연위가 갑자기 내게 걸어오는 의식 공격에 저항하며 빙긋 웃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의식만 남아 있는 수준의 그녀는 지금 내 수준이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멸신겁천 덕택에 뇌도공법의 속성이 전부 사라졌다지만, 뇌도공법의 속성이 무속성이 된 것뿐이지, 정작 다른 힘들은 멀쩡했다.

그녀 역시 방금 전의 기습으로 그를 눈치챘는지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않고 다소곳이 자리에 앉아 차를 들이켰다.

“그래서, 연약하신 후배님께서, 문파의 배신자인 나를 어째서, 어떻게 찾아내어 부르신 것일까? 그것도 태상장문인 금벽호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말이지.”

지금까지는 뇌전화의 저주를 푸는 방법을 찾는 것.

그리고 전명훈을 관찰하는 것 때문에 제대로 그녀와 대화를 나누거나 궁금한 걸 물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일단 최우선 과제가 해결되었으므로, 이 정도를 물어볼 여유는 생긴 상태였다.

“궁금한 것이 있어 여쭤보려 모셨습니다. 태상장문께는 절대 함구할 터이니 염려 놓으소서.”

“나와 연진의 안위를 보장해 줄 게냐?”

“그러지요. 제 원영에 대고 두 분의 정체에 대해서는 함구하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

내 선선한 답에, 연위는 살짝 의심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난 천천히 질문들을 꺼냈다.

“우선 첫 번째. 선배님께선 금신천뢰문 문주의 자격을 지니셨을 뿐, 문주의 위에는 오르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하나, 그래도 문주의 위에 올랐던 분들과 친분이 깊었다고 하니… 혹여 ‘멸신겁천’이란 구결에 대해 아는 바가 있으신지요?”

그리고, 바로 반응이 왔다.

“…뭐?”

연위의 동공이 졸아든다.

“뭐라고? 그 웃기지도 않은 전설을 왜 묻는 거지?”

‘알고 있군.’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아시는군요. 선배님께 후학의 성취를 알려 드리자면… 후학은 ‘멸신겁천’의 구결을 얻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그 결과….”

나는 무색의 법력을 뿜어내며 말했다.

“이렇게, 뇌도공법의 힘을 전부 잃어버렸지요.”

“…!”

연위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 그걸 정말로 익혔다고…?”

“예. 후학이 궁금한 것은, 선배님의 대에서는 이 멸신겁천에 대한 소문이나 전승이 제대로 전승되었는지입니다. 4만 년 이전에는, 이 멸신겁천이 어떻게 전승되어 왔습니까?”

얼마간 그녀는 멍청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의념은 마치, ‘설마 정말로 가능하다고?’ 라는 의문이 가득한 의념이었다.

“…그걸 익히는 게 가능한… 아니, 뭐 일단 그렇다 치고… 흐음….”

그녀는 당황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정신을 차렸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일단 알겠다. 그래, 내 대에는 ‘멸신겁천’에 대하여 전승이 꽤 있었지. 문파 내에서 ‘멸신겁천’에 대한 내규도 전승이 되고 있었고.”

“…! 부디 후학에게 전승과 내규를 일러 주시기 바랍니다.”

연위는 잠시 나를 이해되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멸신겁천은, 기본적으로 역천(逆天)의 비술이다. 말 그대로, 하늘을 겁박하는(劫天) 신통이지.”

‘그래서 겁천인가….’

“우리가 전승받은 내용으론, 멸신겁천은 문파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면 그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그리고, 멸신겁천을 대성(大成)하는 법은 굉장히 특이해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지.”

“어떻게 대성하는 겁니까?”

그리고 이어진 말에, 나는 굉장히 아이러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금신천뢰문에는 시조령이라는 것이 있지. 말 그대로 장문인이 시조의 명령을 대리하여 집행하는 일을 시조령이라 한다. 이 시조령으로 명해진 것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며, 시조령 자체가 굉장히 신성한 것으로 전승되기에 잘 사용되지도 않는다. 주로 문파가 비상 시국에 왔거나, 혹은 문파에 대역죄를 저지른 죄인을 파문(破門)시킬 때에 쓰인다.”

연위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바로 시조령으로 파문되었지. 시조령으로 파문된 제자는 복권될 수 없으며, 그는 절대적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바로 멸신겁천의 대성은, 바로 이러한 시조령으로 ‘파문받음으로써’ 대성할 수 있다.”

“…??”

“시조령으로 파문받아 금신천뢰문의 제자로서 폐(廢)하여지면, 일종의 의식인 멸신겁천이 완성되며 멸신겁천을 익힌 이가 자유자재로 멸신겁천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군.”

“…그렇군요.”

나는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그리고 양수진이 들려준 진실들을 떠올리며 금신천뢰문에 대한 씁쓸한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처음부터 양수진에게 금신천뢰문은 완전히 장기 말이었을 뿐이었다.

‘적뢰천겁공을 익히다, 멸신겁천을 익혀 자신의 힘을 무화시키고, 금신천뢰문으로 하여금 시조인 자신을 파문시키게 하여 운명을 폐(廢)하게 한 다음 금신천뢰결을 얻어 다른 운명을 얻으려 한 것인가.’

오로지 한 종명자의 비술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문파.

그것이 금신천뢰문이었다.

“대략 이 정도가 멸신겁천에 대해 전승받은 정보다. 그리고 멸신겁천에 관한 문파 내규는 대략 4가지 정도가 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멸신겁천의 내규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멸신겁천을 익힌 이는 절대로 천뢰번에게 구결을 알려 주면 안 된다.

둘째, 멸신겁천을 사용할 때 천뢰번을 들고 사용하면 아니 된다.

셋째, 함부로 고위급 존재의 앞에서 대놓고 멸신겁천을 사용하면 오히려 진노를 살 수 있으니 조심하라.

넷째, 멸신겁천은 결코 상서로운 제의가 아니며, 액(厄)을 불러일으키는 제의이니 명심하라.

이상이 금신천뢰문에 전승되는 멸신겁천에 관한 내규라고 하였다.

‘천뢰번에 대한 건… 이해할 수 있겠군.’

천벌의 주인이 천뢰번을 통해 멸신겁천을 알게 되면 곤란할 수 있으리라.

세 번째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양수진의 입장에서 ‘고위급 존재’는 진선 급 이상일 테니, 괜히 진선이 보는 앞에서 그 진선을 대상으로 이런 비술을 쓰면 오히려 상대를 화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마지막 내규.

‘멸신겁천은 재액을 불러온다’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재액을 불러오는 제의라는 게 무슨 의미지? 말 그대로의 의미인가?’

나는 멸신겁천의 구결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멸신겁천을 사용하면 반동이 뒤따르게 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그 반동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단순히 멸신겁천의 반작용을 조심하라는 것일 확률이 높겠군.’

나는 머릿속으로 정보를 정리했다.

“…일단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뭐, 문파의 후학이 부탁하는데 말해 줘야지.”

“하하, 기왕이면 몇 가지 더 여쭈고 싶은 게 있는데 말입니다.”

“뭐지?”

“천뢰번에 대해서입니다.”

내가 천뢰번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연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천뢰번은, 일단 신물(神物) 같은 게 아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흉물이라고 불러야 할 상서롭지 못한 것이며, 계속 그렇게 봉양하다간 분명… 으응?”

그녀는 내가 선선히 천뢰번의 불길함을 인정하자 당황했는지 눈을 껌뻑였다.

“저도 천뢰번의 흉험함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누구도 모르게 천뢰번을 훔쳐, 다시 수계에 천뢰번을 봉인할 예정입니다.”

“…!”

내 말에, 연위의 안색이 밝아졌다.

“좋군! 바로 그거다! 하하하, 문파에 흉물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으로 가는 게 맞겠지! 그 년도 마땅히 봉인되는 것이 옳다!”

“흐음?”

나는 천뢰번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천뢰번에 대해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잘 알지. 나 때만 해도 매해, 천뢰번에 담긴 의식을 초혼(招魂)하여 천뢰번의 음성을 문파에 전하는 의식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참 말을 예쁘게 하는 녀석이었다. 정말, 초혼되자마자 한숨도 쉬지 않고 금신천뢰문과 시조님에 대한 악담과 저주를 미친 듯이 퍼부어 대는 미친 것…. 그게 천뢰번일진대, 어찌 흉물이라고 안 부르겠느냐? 그리고 어찌 그런 것을 신물이라며 감히 봉양하겠느냐?”

“…그런 일이 있었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언젠가 천뢰번을 훔쳐 수계에 봉인하는 것이 제 목적입니다. 만약 차후에 선배님께서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뭐… 돕고 싶어도 지금은 연진의 몸에 빌붙어서 목숨만 겨우겨우 부지하는 중인지라 힘들 것 같구나.”

“직접 도와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내게 필요한 건 다른 것.

“수계에 봉인해야 하는 참이니, ‘수계’로 내려갈 수 있는 법을 알려 주십시오.”

어떻게 해야 정확히 우리가 비승한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별일 아니란 듯이 말했다.

“우리가 비승했던 그 세계로 가는 건 쉽다. 네가 천인기에 오르기만 하면 되지.”

“예?”

“천인기에 이르면 바로 알 수 있을 게다. 어떻게 가야 하는지. 뭐, 천인기 이전에 가고 싶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긴 하다만…. 수계와 이곳에서 너와 같은 행동을 하는 존재… 혹은 너와 같은 의지를 가진 존재가 동시에 같은 것을 시도하고 있다면, 서로 간의 동질성에 의해 서로가 이끌려서 만나게 된다.”

“그러니까, 운명의 인력이 있다면 다시 수계로 내려갈 수 있단 겁니까?”

“맞아. 그런 류의 운명의 인력이 있다면 굳이 천인기가 아니어도 아무 공령지, 비선대로만 진입해도 수계로 내려갈 수 있겠지.”

“…흐음, 참고하겠습니다.”

‘하루빨리 천인기에 올라야겠어.’

나는 마음을 다지며, 마지막으로 가장 궁금했던 걸 궁금했다.

“혹, 4만 년 전에 금신천뢰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씀해 주실 수….”

“없다.”

“…?”

이렇게 단호하게 거부할 줄은 몰랐기에 나는 흠칫 놀랐다.

그러나 나는 연위의 의념이 미친 듯이 격동하고 있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그녀에게 물으면 안 되는 역린인가 보군.’

그에 대한 건 천천히 알아보자.

“뭐, 그러시다면 일단 오늘로써 궁금한 것은 대강 알았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흠… 정말로 나와 진이를 금벽호에게 넘기진 않겠지?”

“원영에 대고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수도자가 자신의 원영에 대고 한 맹세는 상당한 강제력을 지니기에, 수사들이 서로 약속할 때에 간혹 쓰고는 하는 방식이었다.

“원영에 대고 맹세해도 그걸 어기는 기상천외한 놈들을 살아오면서 심심찮게 봐 와서 말이지.”

“어찌 후학이 선학께 맹세한 것을 어기겠습니까.”

“큭큭… 나는 엄밀히 말하면 선학이 아니다. 시조령으로 폐해진 제자이니. 솔직히 네가 당장 나를 잡아다 금벽호에게 넘겨도 내규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렇군요….”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나, 그리되면 선배님의 후손인 연진은 괜스레 연좌제로 끌려가지 않겠습니까? 단순히 선배님을 위한 게 아닌, 신입 제자 연진을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치지요.”

“…고맙다.”

연위는 내 말에 내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런 후, 그녀는 나와의 대화가 끝났다 생각한 것인지 연진의 의식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얼마 후, 연진이 퍼뜩 정신을 차리며 자신의 몸을 되찾았다.

“핫! 장로님, 혹시 저희 선조님이랑 대화를 하신 건가요?”

“그래. 네 안전은 내가 보장해 줄 테니 금벽호에게 들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 감사합니다, 장로님!”

나는 감사 인사를 올리는 연진을 보며 축객령을 내렸다.

연진은 내게 인사를 한 후, 천천히 내 동부를 빠져나갔다.

‘천인기, 천인기에 올라야 한다.’

천인기에 오른다면, 금벽호가 천뢰번을 들고 있어도 해볼 만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천뢰번을 들고 당당히 수계로 내려가서 천뢰번을 봉인할 수 있다.

‘문파에 파문당하는 게 멸신겁천의 대성 조건이라고?’

나는 문득, 일전 허곽이 내게 준 육극음뢰신의 공법 구결이 적힌 두개골로 시선이 갔다.

‘…흑색귀골곡.’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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