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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0

229화.

베일리 하우스만은 나에게 말했다.

“카로스 지분 10퍼센트와 교환하고 싶습니다.”

비율로는 3대1인가?

아이버의 기업가치를 800억 달러라 하면, 카로스의 가치는 2400억 달러인 셈이다. 이는 서성전자와의 교환비율과 비교해도 10퍼센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서성전자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우리는 카로스 지분 71.5퍼센트를 쥐고 있다. 따라서 지분이 10퍼센트 줄어들어도 별 문제는 없다.

반면 아이버의 지분 30퍼센트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건 꽤나 매력적이다.

이런 제안을 받으니, 우리가 이 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택규는 날 보았다. 이 정도면 괜찮은 제안이 아니냐고 묻는 듯했다.

난 냉정하게 생각해보았다.

내가 서성전자와 지분교환에 합의한 이유는 자율주행차 양산에 있어서 서성전자가 생산하는 전자장비들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버는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아이버는 이미 수많은 운전자와 승객을 확보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각종 데이터를 쌓았다.

그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시간대의 혼잡도, 수요 등을 예측해 운전자와 승객을 적절하게 매칭시킬 수 있다.

이는 후발주자들에 비해 대단한 강점이다.

공유경제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성장성 역시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후발주자인 레프트가 치고 올라오고 있고,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각각 토종기업인 다다추싱과 크랩에 밀려 철수했다.

시장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적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사건사고와 각국의 제제도 골치다.

얼마 전, 미국에서 아이버 운전자가 여성승객을 살해하는 일이 발생해 크게 이슈가 되었고, 하우스만 CEO가 직접 나서서 사과해야 했다.(사실 비슷한 범죄는 택시에서도 자주 발생하지만) 그리고 일부 국가에서는 승객 유상운송의 불법성을 놓고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무인차다.

아이버의 지출 중 운전자에게 지급하는 대금이 가장 크다. 무인차를 직접 운용하면 운전자에게 돈을 줄 필요가 없으니,그만큼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때문에 아이버는 3년 안에 무인차로 승객 운송하는 것을 목표로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매진해왔고, 한때는 구블과 테슬라와 함께 실리콘밸리 자율주행 3대 선두주자로 불렸다.(재밌게도 하나는 IT업체, 하나는 자동차업체, 하나는 승차공유 서비스업체다)

하지만 현재는 카로스가 양산차를 성공시키며 가장 앞서 나가는 중이다. 당장 기술격차를 좁히기는 힘드니, 제휴를 맺는 게 낮다고 판단한 건가?

“생각하실 시간이 필요하실 테니, 나중에 대답해주시면 됩니다.”

“힘들게 여기까지 오셨는데, 지금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난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는지 하우스만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조건이 마음에 안 드시는 건가요?”

“조건은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요.”

만약 6개월 전에 찾아와 비슷한 제안을 했다면,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우리는 이미 자율주행차를 만들어 시중에 내놓았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카로스의 AD1과 AD2는 생산하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물량을 구하지 못한 딜러사들은 발을 동동 굴렀고, 일부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차를 받기 위해 아예 출고일에 맞춰 직접 공장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카로스는 수십만 대의 운행 데이터를 수집해 자율주행시 생기는 각종 오류들을 수정해 나가고 있다.

목표는 완벽한 자율주행…… 즉, 무인차 개발이다.

승차공유 서비스는 차량을 가진 운전자와 승객을 적절하게 매칭시켜주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무인차가 상용화되면, 굳이 운전자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 그저 자동차를 도로에 내보내기만 하면 그만이다.

아이버가 10년 가까이 쌓아온 데이터는 큰 강점이지만, 우리는 이미 도로에 깔린 수십만 대의 자율주행차들을 통해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는 중이다.

초기투자를 제외하면 비용이라고 해봐야 연료비가 전부니, 요금을 지금의 절반 이하로 낮출 수도 있다.

가격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아이버를 제치고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혼자서 다 해먹을 수 있는 상황인데, 굳이 우리 지분까지 내주며 손을 잡을 필요가 없다.

하우스만은 설득하듯 말했다.

“무인차를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가장 먼저 보험이 문제일 테구요.”

자동차가 사고를 내면, 그에 대한 책임은 운전자의 몫이다. 그래서 운전자는 필수적으로 보험을 들어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도 현재로서는 운전자가 책임을 진다.

그렇다면 운전자가 타지 않는 무인차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보험주체가 사람에서 차로 바뀌게 된다.

“보험은 이미 내셔널 인피니티와 협의 중에 있습니다.”

내 말에 그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내셔널 인피니티는 미국 3대 보험사 중 하나이자, 워렌 보트가 운영하는 버크셔캐셔의 종속기업이다.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해 우려가 크긴 하지만, 실제 자율주행은 사람이 운전하는 것에 비해 사고율이 훨씬 적다.

만약 도로를 달리는 모든 차가 자율주행차로 바뀐다고 가정하면, 자동차끼리의 사고는 거의 제로에 가깝게 떨어질 것이다.

사고율이 낮아지면 보험료는 내려가고, 결국 보험업계의 수익성은 악화된다.

그 때문인지 워렌 보트는 원래 자율주행과 무인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좀 달라졌다.

서성전자와 서성SB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입했고, 이제는 자율주행차의 보험출시도 준비했다.

변화를 피할 수 없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판단이다.

누군가는 말을 바꾼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시장의 변화에 따라 말도 바꾸는 게 당연하다.

나이가 들어도 생각이 유연하다는 건 워렌 보트의 큰 장점이다. 그러니 50년 넘게 세계 최고의 투자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겠지.

현재 문제가 되는 건 보험보다도 법과 규정이다.

다행히 이 부분도 조만간 해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IT업체들은 자율주행과 무인차 합법화를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정치권에 로비를 해왔다.

미국이 가장 먼저 자율주행의 운행허가를 내주고 관련 규제를 푼 것도 그 덕분이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만든 시장에서 카로스가 최대 수혜자가 됐다. 다른 업체들 입장에서는 죽 쒀서 개 준 꼴이 된 셈이지만.

하우스만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렇게 만나 얘기를 나눈 것으로 만족해야겠군요.”

“저도 만나 뵙게 되서 기뻤습니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악수를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카로스가 무인차를 이용해 직접 시장에 진출하면 그때는 서로 경쟁자가 될 것이다.

뭐, 이런 게 비즈니스니 어쩔 수 없겠지.

* * *

아이버 CEO 베일리 하우스만이 떠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택시노조는 OTK빌딩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노조위원장은 승차공유 서비스 합법화 반대에 이어서 무인차 출시 반대를 외쳤다.

택시업계 입장에서 아이버는 같은 풀을 두고 경쟁하는 소나 양이다. 그러나 무인차는 포식자인 늑대다.

아이버를 허용한다고 택시업계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인차가 나오면 택시기사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나마 무인차가 택시를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무인트럭은 이제 코앞까지 다가왔다.

미국의 트럭기사 수는 약 200만 명.

무인트럭이 출시되면 이들 전부는 실업자가 될 판이다.

카로스는 미국 각 주에서 무인차 운행허가를 받고 트럭 군집주행을 실험했다. 며칠 전 실험에서도 열 대의 트럭은 한 치의오차도 없는 군집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이게 가능한 것은 트럭끼리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동시에 가속과 감속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물류의 상당부분을 트럭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무인트럭은 세계 물류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놓게 될 것이다.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에는 중국에 텐웨이라는 물류트럭중계 서비스업체가 있다. 샤오민과 야오가 세운 회사로 현재 중국시장에서 윈만방에 이어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초기에 투자한 OTK컴퍼니가 최대주주고, 2대 주주는 위챈트다. 최근 SFT뱅크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19억 달러로 평가 받았다.

샤오민은 협업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데릴과 만났다. 과연 중국정부가 관련 규제를 풀어줄지 의문이지만.

이러저런 일로 바쁜 와중에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문객을 맞이했다.

현관문 앞에는 군복을 입은 20대 초반의 청년이 서있었다.

그는 내 얼굴을 보더니 긴장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강진후 선배님.”

“무슨 일인가요?”

내 물음에 그는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예비군훈련 통지서입니다. 이쪽에 사인해주시면 됩니다.”

“……응?”

“보통은 이메일이나 핸드폰으로 연락을 드리는데, 양쪽 다 연락이 안 돼서 이렇게 직접 찾아왔습니다. 2차도 불참하면 고발당하니, 이번에는 꼭 참석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예전에 등록한 이메일은 안 쓴 지 오래다. 연락처도 몇 번 바뀌었고.

그나저나 예비군훈련? 이거 가야하는 거야?

택규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국가와 국민이 제군을 필요로 하는데 당연히 가야지. 사회지도층일수록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거 몰라?”

내가 언제부터 사회지도층이었어? 그냥 벌금 내고 빠지면 안 되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상근 일병은 종이 한 장을 더 내밀었다.

“동거인 중 오택규 선배님 앞으로도 통지서가 나왔습니다.”

그러자 택규는 깜짝 놀랐다.

“뭐야? 내 것도 있어?”

난 녀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국가가 너도 필요로하네. 사회지도층일수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어서 사인해.”

* * *

결론부터 말하면 벌금을 내더라도 훈련시간은 채워야 했다.

정권의 표적이 되어 시달릴 때도 국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안 했다. 하지만 예비군훈련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로날드에게 전화해 특별귀화를 문의하고 싶어진다.

2박3일 동안 예비군훈련을 받는 것보다 그게 낫지 않을까?

택규가 말했다.

“안 돼. 너 예비군 간다고 벌써 기사 떴어.”

“응? 어째서?”

그게 무슨 기사거리가 된다고?

“요즘 기레기들이 할 일이 없나보지.”

포털사이트를 열어보니, 정말로 기사가 떠있었다.

[OTK컴퍼니 CEO 예비군 훈련소 입소 예정]

[강진후 대표, 1차는 불참했으나 2차는 참석]

[예비군훈련장, 안전사고에 철저하게 대비]

[세계최고의 부자도 예비군훈련은 피할 수 없어……]

댓글반응은 쓸데없이 열광적이었다.

-ㅋㅋ예비군훈련장 뒤집어짐.

-만약 강진후가 훈련 받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미국도 난리 날듯.

-조교들은 무슨 죄냐?

-강진후 미필 아니었어? 당연히 군대 뺀 줄 알았는데.

-뭔 소리야? 걔 육군 만기전역임.

-돈도 많은데 군대 안 빼고 뭐했냐?

-그땐 돈 없던 때라서 현역 다녀온 거. 만약 지금 가라고 하면, 임진용처럼 돈 써서 면제받겠지.

-동원이야 동미참이야?

-1차 불참이었으니. 동미참이겠지.

-재산이 100조가 넘는데 예비군훈련이라니!

-ㅋㅋ하루에 100억은 벌 텐데,

-어이없네. 아무리 강진후라도 하루 100억이 말이 됨?

-응. 말이 됨. 강진후 재산이 못해도 1년에 10조씩은 늘어남. 계산해 보면 하루에 300억씩 버는 셈.

-부럽다ㅜㅜ

-그래도 예비군훈련은 가야겠지.

-대리 안 구하나? 나한테 100만 원 주면 대신 가줄 수 있는데.

-강진후 대표님. 전 50만 원만 받고 대신 가겠습니다.

-전 45만 원.

-그럼 난 40만 원.

-3년째 대리예비군 뛰고 있는 전문가로서 말씀드리는데, 30만 원이 시세입니다. 아래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그만해, 이 미친놈들아!

-니네가 훈련장 가서 강진후라고 하면 잘도 믿어주겠다.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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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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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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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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