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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1

229. 소꿉친구 – 이상한 사람

앨제어 드 로그넘 제2 왕자가 공작위에 오른다는 발표가 전격적으로 있던 날, 레브는 네비스를 떠났다.

백십여 명에 달하는 그의 검대도 함께였는데, 검대를 지휘하는 자는 세사르였다. 세사르는 숙소 주인장에게 그간 밀린 숙박비를 넉넉히 챙겨주었고, 레브는 그런 그의 행동을 만류하지 않았다.

숙소 주인장은 고마워했다.

이 칼 든 날강도들이 단돈 한 푼을 내지 않고 떠날 줄 알았는지, 주인장은 세사르에게 악수를 청했다. 세사르는 빙그레 웃으며 다시 오겠노라 약속했다.

“세사르. 용병단 등록은 마쳤나?”

“네, 일감도 따왔습니다.”

세사르가 계약서 몇 장을 꺼내며 답했다. 대체로 우편물을 운송하는 간단한 일이었는데, 작은 상단을 호위하는 계약서가 하나 섞여 있어서 레브가 칭찬했다.

“신생 용병단이 상단과 계약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애썼군.”

“하하. 이 우편물들이 아니었으면 설득하지 못했을 겁니다. 운이 좋았네요.”

세사르가 수레에 실린 우편물을 툭툭 두드리며 웃었다. 그의 말마따나 운이 좋았다.

일주일 전에 애톤 드 로그넘 왕자의 아키네가 있었다.

그가 후계자가 되었다는 사실이야 진작에 교회의 통신으로 전국에 알려졌지만, 그건 구두로 정보를 전달한 것에 불과해서 로그넘 왕실은 전국 사방팔방으로 공문을 날렸다.

하지만 공문이 전달돼야 할 사람과 보관돼야 할 장소는 – 각 도시의 관공서들, 각 지역의 영주(또는 총관)와 주둔군 장수들, 국경 초소, 항구와 함대들, 그리고 자잘한 마을들 – 수만 개에 달했다.

이걸 로그넘 왕실이 직접 처리하기란 가당찮은 일이다.

해서 왕실은 이 일을 왕국의 관료들에게 떠넘겼고, 깃털 펜과 손가락이 부러지도록 일한 관료들은 배송을 민간에 위탁했다.

개중 일부를 세사르가 따낸 것이다. 갓 창단한 ‘세사르 용병단’의 신용도에 첫 줄을 그을 일이었는데, 세사르는 한발 더 나아가 한 상단을 구워삶았다.

상단은 아무리 값이 싸다 할지라도 신용이 없는 용병단과는 계약하지 않는다. 놈들이 도적 떼로 돌변하면 속수무책이니까.

그러나 세사르는

“왕실의 공문을 운반하다가 도적질하면 삼족이 몰살당할 것이오.”

로그넘 왕가의 지엄함을 팔았다.

댁들이 구천을 떠도는 망령이 되어 우리를 저주할 것도 없이 로그넘 왕가가 우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목숨이 여섯 개쯤 있지 않은 이상 무슨 배짱으로 그런 짓을 하겠느냐 ─ 역설해 싼값으로 계약했다.

용병단은 실적을 쌓고 상단은 돈을 아끼는, 누이와 매부가 화목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확실히 일은 잘해.’

레브는 빙긋 미소 지었다. 들뜬 세사르의 재치를 아낌없이 칭찬하곤 준비되면 알아서 출발하라 말했다.

동행한 상단이 중간중간 장사하고, 우편물을 실은 수레가 점차 가벼워지는 동안 레브는 제자들에게 검술을 가르치기에 박차를 가했다.

그가 만든 검대의 평균적인 검술 실력은 아직 형편없었다.

우락부락한 야만인 청년들.

남들이 보기엔 “휘유~ 대단한데?” 느낄 만도 했지만, 적어도 레브가 보기엔 그랬다.

기껏해야 잘 훈련된 병사 수준일까? 이 정도론 전장에서 눈에 띄게 활약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준기사 정도는 돼야 한다고 레브는 생각하였으나, 준기사가 뉘 집 애 이름이냐.

약혼관계 시나리오 초반, 레나 아이나르가 준기사가 될까 말까 하다. 몇 달 가르쳤다고, 나름의 재능이 있고 하나하나가 각 부족에서 촉망받던 전사였다 해서 쉽게 올라설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레브는 제자들을 조금 더 솎아내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뛰어난 애들 열 명을 추려내 일대일로 지도해 주었고, 나머지 제자들에겐 방어와 반격 위주의 검술을 숙달시켰다.

아생 연 후살타(我生然後殺他).

우선 본인이 살아야 공격할 수 있다. 레브가 아는 검술 중에서 노엘 덱스터의 한 합의 여유를 숨기는 검술이 이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었다.

제롬 신성 왕국을 향하는 길. 그의 검대는 조금씩 구색을 갖춰가고 있었다. 그리고 남부의 불볕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상단과 결별한 세사르 용병단이 국경 접경 지역에 당도하였고, 레브는 세사르에게 약탈을 명했다.

그 목표는…

“아이고~ 이게 뭔 개고생이람. 우리 청춘 일 년을 길바닥에 버린 거 아세요, 대장님?”

“그 입 닥쳐라.”

“그냥 벨리타 왕국 근처에서 팔자니깐 굳이 제롬 신성 왕국에 가서 파시겠다고… 진짜 수당 넉넉하게 안 챙겨주시면 저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 못해도 세 배는 더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수당은… 잠깐, 저것들 뭐야?”

테오빅 패밀리의 무기 상단이었다.

사백여 명의 깡패들이 각종 무구로 가득 찬 마차를 끌며 느릿느릿 다가오고 있었다.

세사르가 명령을 하달하는 사이, 레브가 먼저 “이럇!” 달려들었다. 오러블레이드는 사용하지 않았다.

“대장님을 따르라!”

루벤 비자인이 호탕하게 외쳤다.

성질 급한 전사들이 우르르 말을 몰았고, 반느 비자인은 쯧쯧쯧, 혀를 차며 크게 원을 돌았다. 포위망을 구축한 뒤에 달려들었는데,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리며 경탄했다.

“우리 대장님 좀 봐. 소드마스터는 진짜… 초인이구나.”

[ 업적 : 첫 살인 – 레오가 살인의 죄책감을 덜 받습니다. ]

[ 업적 : 깡패 ‘302’명 – 깡패를 상대할 때 더 강해집니다. min(10) ]

[ 업적 : 마수 사냥 – ‘1’, 몸에 미약하게 마나가 깃듭니다.]

[ 업적 : 엑스퍼트 – 레오의 육체가 강인해집니다. ]

[ 업적 : 소드마스터 ]

학살. 레브는 깡패들을 말 그대로 학살하고 있었다.

그의 부러지지 않는 검이 신들린 듯이 휘둘렸고, 손속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한 합, 단 한 합을 견뎌낼 수 있는 깡패가 없어서 머릿수가 무용지물이었다.

깡패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작고, 새파랗게 어린 청년이 이럴진대 주위에서 말을 몰아 다가오는 우락부락한 검사들은 어떠하겠는가, 지레짐작해 사방으로 달아나버렸다.

“쫓아! 한 놈도 살려두지 마!”

“아니! 달아나게 내버려 둬!”

세사르가 피를 보고 흥분한 루벤을 가로막았다. 발언권이 센 전사와 덜컥 대장으로 임명된 세사르의 의견이 충돌한 것이었으나, 레브가 루벤에게 이리 오라, 손을 흔들면서 일단락됐다. 어림잡아 백 명이 넘는 깡패가 도주했다.

루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이었으나, 레브는 세사르를 향해 고갯짓했다. 세사르는 끄덕, 감사와 이해를 담은 동작을 취하곤 검사들에게 명했다.

“전리품을 챙겨라. 무기는 얼마든지 있으니 각자 손에 맞는 것으로 바꾸고, 갑옷을 입어라. 다 됐나? 그럼 일부는 이 마차들을 가이단 후작의 영지로 옮긴다. 나머지는 다시 네비스로 돌아간다!”

세사르 용병단이 세 패로 갈라졌다.

하나는 사십여 대에 달하는 대형 마차를 몰고 가는 무리였다. 이것은 향후 훈련을 마치고 병사가 되어 올 각 부락 야만인 전사들을 무장시키는 데 쓰일 것이어서 마차들은 느릿하게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다른 하나는 세사르가 이끄는 용병단이었다.

첫 임무, 공문서 배송과 상단 호위를 성공리에 마친 그들은 빠르게 말을 몰아 남쪽으로 내달렸다. 번쩍번쩍, 완전무장해 잘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마치 기사단처럼 보였다.

마지막 패거리는 북쪽을 향했다.

레브가 골라낸 열 명의 제자들.

그들은 딱히 갑옷을 입지 않았다. 날이 상한 검을 교환하였을 뿐, 단출한 검사의 차림으로 레브와 함께 국경을 넘었다.

제롬 신성 왕국의 관문을 통과하면서, 레브는 많은 것이 변했음을 느꼈다.

이 관문을 멀쩡히 통과하기는 처음이다.

처음 이 국경을 넘을 때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무기 상단과 동행했었는데, 무기 밀매를 막는 성전사를 만나 신성의 표식이 머리 위에 찍혔고, 앞다리가 짧은 암말, 우디를 타고 국경을 억지로 돌파했었다.

이 국경을 두 번째로 통과할 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바르바토스의 사도로서 눈에 보이는 모든 인간을 죽였다. 지나치는 대지를 붉게 물들여 바르바토스의 영토로 선언하였고, 국경이란 그에게 의미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아마 마지막일 것이다.

열 제자가 그를 든든하게 호위하였고, 무기 상단이 이곳에 여름에 도착함을 알고 있었듯이 앞으로 오른 왕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레브는 쉬이 예측하였다. 남은 건 시간.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레브가 고개를 숙이며 다짐했다.

‘레아. 내가 간다. 곧 가겠다.’

너를 친구로 만나게 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내년의 나는 왕이 되어, 레브 드 비자인이 되어 네게 청혼할 테니까.

너는 틀림없이 기뻐하겠지.

비로소 우리는 행복하겠지.

레브가 고개를 들었다. 진한 웃음으로 그간의 상처를 덜어내었다. 그러면서도 감정에 매몰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경계를 늦추지 않을 생각이었다.

절정에 달한 여름 햇살, 이를 반사한 숲의 푸르름이 싱그러웠다. 저 멀리 바다에서 불어오는 들넋바람이 레브의 뺨을 간지럽혔다.

* * *

레오 덱스터는 아직 루테티아에 도착하지 않았다. 전장에서 쌓은 공훈으로 전역한 그는 지금쯤 레나 아이나르와 함께 신성 왕국으로 오는 중일 터였고, 따라서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레브는 그동안 못 한 일을 하기로 했다. 가슴에 박힌 날카로운 가시를 뽑아낼 날이 왔다.

에넨을 구해야 한다.

‘오안타후’라는 로밍형 마수에게 붙잡혀 끔찍하게 살해당한 우에나 부족의 그 소녀를 잊지 않았다. 잊어버린 적이 없었다.

그 자그마한 소녀의 최후가 너무 끔찍해서, 신이 오직 나를 괴롭히기 위해 갈가리 찢어버린 것만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걸 이제야 씻어내러 가는 것이다.

마수는 한 번 잡히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 정말 옛날부터.

단 한 번이라도 우에나 부족 마을에 들러 오안타후를 잡으면 될 일이었는데, 매 회차마다 에넨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리란 걸 알면서도 짬을 내지 못했다.

거리와 시간 때문이었다.

제롬 신성 왕국은 각 시나리오 시작점과 동떨어져 있어서…… 그래, 나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변명하지 않겠다. 우리는 레나가 더 소중했다.

아니다. 거짓말했다.

우린 각 시나리오의 레나를 지키면서도 제롬 신성 왕국에 들를 힘과 여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러하지 못했던 까닭은 단지

[ 19/23 ]

시야 하단에 붉게 박힌 저 회차 제한 때문이었다. 한 회차를 생으로 날려버릴 것이 두려워 거리와 시간, 효율을 핑계 삼았던 거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그랬다는 게 변명이 되어주진 못하겠지만.

레브는 묵묵히 산길을 올랐다.

은은한 버섯 향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거의 도착했다는 뜻이다.

제자들은 그들의 대장이 왜 이런 숲을 목적지로 삼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으나, 우에나 부족 마을에 들어섰을 때

“아, 대장님은 이곳의 토착민들도 해방하려 하시는 건가 보다.”

제롬 신성 왕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 오해를 가졌다. 제롬 신성 왕국은 야만인들을 차별하거나 괴롭히지 않았다. 그냥 알아서 살아라, 자치를 허용했다. 노예제가 금지된 이 땅의 토착민들은 만족하고 있었다.

제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촌장을 찾아간 레브는 “우린 여행객이다. 이곳의 경치가 좋아 한동안 머무르려 하는데, 음식만 제공해달라.”라고 청했다. 돈은 얼마든지 있었다.

여차저차 이야기가 끝났다. 검을 든 외지인이 마을에 머물면 원주민들이 불안해할 것이라 레브는 마을 밖에 통나무집을 지었다.

레브가 지은 건 아니고, 제자들이 지었다. 집을 지을 위치를 정해준 그는 옷차림을 가볍게 했다. 검도 제자들에게 맡겨 놓고는 어슬렁어슬렁, 에우타가 자주 가던 산기슭을 향했다.

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냥을 하고 싶어하는 소년이 나무에 과녁을 달아 놓고 활쏘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이 녀석과도 추억이 많아 반갑지만…

레브의 눈이 주변을 훑었다. 저기 덤불에서 꼼지락꼼지락 곤충을 잡는 에우타의 동생, 에넨이 보였다.

참 해맑다.

저러다 숲에 들어갔겠지.

“누구세요?”

에우타가 물었다. 레브는

“여행객이란다.”

자신을 여행객이라 소개했다. 정말 오랜만에 이곳에 돌아온.

경계하는 소년과 아무 생각이 없는 소녀.

레브는 도로 덤불을 뒤지기 시작한 에넨을 바라보다 주저앉았다. “활 솜씨가 제법인데? 사냥이라도 할 참이냐?” 하릴없는 놈팡이처럼 에우타에게 말을 걸었다. 에우타는 나무에 달린 과녁을 떼어내더니 동생을 데리고 마을로 돌아가 버렸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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