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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1

인간은 무엇인가 (5)

전명훈은 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전에는 안 보였던 것이 보였다.

자신에게 남은 수명, 천기라고 하는 대략적인 것들….

‘저게 천기….’

금진찬은 앞으로 수행을 쌓아 갈수록 저 천기와 운명이란 것이 더더욱 또렷하게 보일 것이라고 하였다.

‘이게 연기기 7성인가.’

그는 희망으로 가슴이 잔뜩 부풀어 올라 있었다.

10년을 걸쳐 칠성제만 지내다가, 비로소 연기기 7성에 도달했다.

이제부터 쌍수 상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요, 앞으로 있을 수련은 이런 식으로 제의를 지내는 수련은 결단기 승급 전까지는 없다고 했다.

‘이제부터는 탄탄대로나 다름없다!’

희망에 부풀어 있는 전명훈의 앞으로 거대한 지네가 지나쳤다.

“아, 홍범!”

홍범이었다.

그러나 홍범은 전명훈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여 준 후, 어딘가로 날아갈 뿐이었다.

“흠, 바쁜가?”

어쩐지 바빠 보이는 홍범의 모습에 전명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얼마 후.

“히야아아아아악! 사, 살려 주세요, 전 맛이 없어요!”

홍범이 축기기 녹뢰 제자로 보이는, 반백반흑의 머리를 가진 소녀를 물고 어딘가로 다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아니, 잠깐. 남자인가.’

전명훈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는 연진을 보며 남자인지 여자인지 순간 헷갈렸다.

‘재밌는 녀석이군.’

전명훈은 홍범의 외모만 보고 비명을 지르는 연진이 재밌다고 생각하며 혀를 찼다.

“뭐, 홍범은 바쁜 것 같으니… 나중에 만나는 것도 좋겠지.”

그가 뒤로 돌았을 때였다.

“전명훈.”

“음?”

금소해가 비둔술로 날아와 전명훈을 불렀다.

“이제 네 쌍수 상대가 정해질 거야.”

“아, 그런가.”

전명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금소해는 전명훈의 태도를 보고 조금 의아해졌다.

‘예전에는 얼굴에 쌍수를 원한다고 써 놓고 다니던 녀석이, 왜 저렇게 담담하지?’

그리고 그 답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소해, 혹시… 네가 내 쌍수가 돼 줄 수 없어?”

“음?”

금소해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전명훈은 남동생 정도로만 생각해 왔고, 이성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녀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운 제안이었다.

그러나 전명훈의 표정은 진지했다.

“지난 10년간, 솔직히 모두가 나를 따돌리는 줄 알았어. 그동안 나한테 말을 걸어 준 건 홍범하고 너, 그리고 몇몇 정도였고.”

그의 말이 이어졌다.

“솔직히 10년간 조금 힘들긴 했고, 아마 네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도 모르겠어.”

“그게 나랑 쌍수가 되고 싶은 이유야?”

“그게 끝은 아니야.”

전명훈의 눈빛에 진중함이 깃들었다.

금소해는 눈을 빛냈다.

‘조금… 사람이 바뀌었네.’

“지난 10년간, 내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동안 문파의 모든 사람이 나를 위해 일을 해 주고 있었다는 걸 또 깨달았어. 그러니까… 문파가 가족 같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아. 아마 쌍수 상대와 도려를 맺으면 정말로 더 가족 같아지겠지. 하지만 소해, 나는….”

전명훈은 조심스럽게 그의 진심을 말했다.

“이왕 진짜로 이곳의 가족이 된다면, 너를 통해 진짜 가족이 되고 싶다.”

“흐음….”

금소해는 전명훈을 바라보았다.

10년간 겪었던 고통과 울분 때문일까.

그리고 그 울분이 한 번에 씻겨 나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일까.

묘하게 달라진 모습이 그녀의 흥미를 끌었다.

‘사람이, 바뀐 건가.’

어쩐지, 금소해는 의문이 들었다.

‘만약 사람이 바뀔 수 있다면, 전명훈은 어디까지 바뀔 수 있을까.’

예절조차도 배우지 않아, 첫날부터 문파의 어른들에게 헛소리를 하다가 얻어맞고, 그녀에게 예절을 교육받았던 천방지축 전명훈이었다.

그런 그가 저렇게 진중해지다니,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궁금했다.

전명훈이 바뀐다면, 어디까지 바뀔 수 있을지.

“흠….”

결국 고민하던 금소해는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러면 쌍수는 맺어 줄게.”

“…!”

“대신, 도려는 아니야. 도려는, 네가 정말 괜찮아졌다 싶을 때, 그때 맺기로 할게.”

“…기회를 줘서 고마워.”

전명훈은 금소해를 마주 보며 웃었다.

그날, 전명훈은 금소해와 맺어질 수 있었다.

금벽호는 어쩐지 마뜩잖은 듯했으나, 어쨌든 금소해의 의견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다.

* * *

“후우우….”

전명훈은 자신의 동부에서 숨을 들이쉬었다.

우우우웅!

전명훈의 단전 어림에서 새하얀 빛이 빛났다.

연기기 13성, 일원일응의 단계.

그리고 마지막!

쿠우웅!

전명훈의 단전에 맺힌 영기 덩어리가 폭발하며, 전명훈은 연기기 14성, 무극영운의 단계에 도달하였다.

쿠릉, 쿠르르릉!

은은한 뇌운(雷雲)을 주위에 두르며, 전명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연기기 극성이다.”

금소해와 쌍수를 시작한 덕일까.

그도 아니면 나머지 구간에서는 억지스럽게 전명훈을 막아 내는 억지력이 없기 때문일까.

전명훈은 한 달 만에 연기기 7성에서 14성까지를 천상금뢰지체의 선통후각으로 빠르게 뚫어버렸다.

아예 수도구결의 용어를 몰라서 허둥거리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흐음, 전명훈? 드디어 도달한 거야?”

전명훈의 동부 밖.

금소해가 걸어 들어오며 물었다.

전명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그래, 이제 축기기도 들어설 수 있어!”

“어머, 그럼 축기기도 들어갈 거야?”

“아니, 축기기는 내일 들어가도록 해야겠어. 오늘은 14성을 뚫느라 조금 피곤해서….”

“그래, 그래. 수고했어.”

금소해는 자연스럽게 전명훈을 넘어뜨렸다.

“그런데, 내 수련도 안 도와줄 거야?”

“당연히 도와줘야지.”

얼마간 두 사람은 쌍수를 시작했고, 몇 시진 후 전명훈은 조금 퀭해진 얼굴로 동부에서 나왔다.

“축기기에 이르면 조금 나아지려나… 젠장.”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일이면, 그도 축기기에 들 터였다.

실패하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전명훈은 서은현을 떠올렸다.

‘기다려라, 서은현. 곧 따라잡아 주마!’

경쟁심을 불태운 전명훈은 이내 금신천뢰문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난 10년간 자신을 돌봐 준 친구들을 찾아다녔다.

아마 축기기에 이르게 되면, 금소해와 홍범 정도를 제외하면 더 이상 전명훈과 그들은 단순한 친구 관계로 남을 수는 없을 터였다.

전명훈은 그랬기에 마지막으로 그들을 찾아가 담소를 나누었다.

10년간 그들뿐이 아닌, 문파 전체가 그를 위해 나서 줬다는 것이야 알고 있었으나, 어쨌든 심정적으로 고마운 친구들이었다.

전명훈은 10년간 그의 옆에 있어 줬던 이들을 둘러보고 동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음? 홍범!”

전명훈은 저 멀리서 금신천뢰문의 봉우리 사이를 유영하는 홍범을 보며 소리쳤다.

홍범의 시선이 전명훈에게 향했다.

[아, 잘 지내셨습니까? 벌써 축기기에 이르려 하시다니, 역시 명훈 님의 자질은 저따위보다 훨씬 위대하십니다.]

“됐다, 띄워 줄 거 없어. 네 자질도 어마어마하니까. 그나저나 말이다.”

전명훈은 홍범에게 말했다.

“네 주인이라는 장로분, 축기기에 든 후에 한번 찾아뵙고 싶은데, 혹시 가능한가?”

[축기기에는 내일 들어가실 예정이십니까?]

“그렇다만?”

[하면 조금 기다려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이라면, 저희 주인님께서도 경지를 넘으시는 단계이시니 말입니다.]

“네 주인이신 장로분이 원영 초기셨던가? 그럼 이번에 원영 중기로 넘어가시는 것이겠군.”

그러나 홍범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희 주인님께서는 내일 원영 대원만으로 넘어가십니다.]

“으음? 아, 그렇군. 원영 후기셨나 보군.”

[음….]

전명훈은 빠르게 납득하며, 동시에 홍범의 주인에 대하여 속으로 경외심을 품었다.

‘내일 대원만에 이르시면, 천인기도 코앞이신 게 아닌가. 조금 있으면 원로 직도 꿈이 아니시겠어.’

“축기기에 이르고 나서, 그분이 원영 대원만에 이른 후 찾아뵈면 되겠지.”

[예, 그렇게 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내일 찾아가마.”

[예, 찾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전명훈은 홍범에게 약속을 잡은 후 동부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서은현 녀석이면 지금쯤 원영 초기 최고봉은 찍었으려나? 나도 더 빨리 속도를 내야겠어.’

그리고, 전명훈이 그의 동부로 갔을 때 그를 반겨 준 건 금소해였다.

“내일 축기기에 이르니까, 오늘 미리 기(氣)를 모아 두자.”

“잠깐, 소해. 그런 것보다 난 피로를 풀어야 할 거 같은….”

“조용히 해. 빨리 들어와!”

전명훈은 안색이 창백해져서 그녀에게 잡혀 동부 안쪽으로 끌려 들어갔다.

* * *

다음 날이 되었다.

쿠구구구구구!

전명훈은 가부좌를 틀고, 동부 위쪽 봉우리 위에서 주변으로 몰아치는 적뢰공의 뇌운을 빨아들였다.

후우우우우―

뇌운이 그의 주변으로 회전하며, 그의 몸 안쪽으로 스며들었다.

그와 동시에, 전명훈의 단전 중심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진정한 영성(靈星)!

축기 1수, 각(角)의 단계였다.

‘이제, 축기에…!’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전명훈은 하늘에서도 뇌운이 몰아치는 것을 보았다.

‘저건…?’

그리고, 푸른 낙뢰가 전명훈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콰르르릉!

빛의 기둥이 전명훈에게 내리꽂혔다.

하지만 전명훈은 빛의 기둥 안에서 웃었다.

‘천겁인가?’

콰지지지직!

천겁에게조차 사랑받는 자질, 천상금뢰지체.

전명훈의 몸 안쪽으로, 청뢰가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전명훈은 그제야 [어떻게] 자신의 천상금뢰지체의 재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알았다.

‘그렇군, 굳이 법력화해서 수행을 늘리지 않아도, 천겁은 내 체내에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바로 방출해서 유사시 공격용으로도 쓰는 게 가능하다…!’

전명훈에게 천겁은 단약이자, 동시에 법보였다.

그는 청뢰를 자신의 몸 속 깊은 곳에 갈무리했다.

이 청뢰는 유사시 전명훈을 보호해 줄 무기가 될 터였다.

쿠구구구구!

그와 동시에, 전명훈은 그의 전신에 미세하나마 정순지력이 흐르는 것을 확인했다.

“후우….”

이제 그는 삼단전 중 하나가 완전히 파괴되지 않는 이상, 결코 쉽게 죽지 않을 터였다.

혈맥 안에 노도처럼 흐르는 생명력을 느끼며, 전명훈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됐다! 드디어 소해에게 지지 않을 수 있어!’

물론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홍범의 주인분께서 경지 상승을 마치면 찾아가 볼….”

그리고.

쿠르르르릉!!!

전명훈은 황급히, 어마어마한 천겁의 기운이 몰아치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저건…!”

말 그대로, 그것은 천겁의 폭격이었다.

전명훈이 맞은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뇌겁의 비가, 저 멀리서 뇌운 아래로 내리치고 있었다.

* * *

쿠릉, 쿠르르릉!

원영 후기, 여오악지수(如五岳之壽)는 오행(五行)을 하나로 엮어야 한다.

이 단계부터는 천영근자라 할지라도 체내에 다른 속성의 법보를 받아들여 오행을 다루는 게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오행지력을 받아들여 혼탁한 기운을 쌓아 생명력과 이어 요력으로 전환하는 요족의 경우, 일반적인 천족 수도자보다 여오악지수의 단계에 오르기 쉬운가?

아니었다.

오히려 요족 수도자의 경우, 기운이 혼탁하기 때문에 오행을 완벽하게 분할해야 원영 후기에 이를 수 있었다.

천족 수도자가 원영 후기에 이르는 경우는 천영근자인 경우가 절대 다수였으니, 오행법보를 갖추고 연화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면, 지족 수도자는 이미 가지고 있는 오행을 분할하는 데에 시간을 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천족 수도자 중에서 오영근을 가지고 태어난 이가, 오행 속성의 천족 공법을 익혀 원영 중기에 도달하면 그것은 어찌 되는가?

쿠구구구구구―

나는 체내에서 회전하는 오행의 힘을 보며 미소지었다.

‘역시….’

연기기 시절, 축기기에 이르기 위해 오행을 전부 익혀 경지를 뚫기를 염원하였다.

그리고, 나는 연기기 기초공법서인 오월입도경을 모조리 익혀 축기경을 뚫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우우웅!

나는 체내에 있는 오월입도경의 법력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오행의 변화를 갖추는 것을 관조하였다.

오월입도경을 기반으로, 요수공법화된 창령성광오채대법의 오행장원전이 오행으로 분할된다.

오행의 비율은 오기조원으로 맞춘 균형이 완벽하게 잡아 준다.

그리고 어느 순간.

꽈아앙!

음양신으로 나뉜 원영의 주변으로 오행이 회전하다가, 마침내 원영의 안쪽으로 회전하는 오행의 기운이 흘러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나는 하늘에서 꿈틀거리는 기운을 느꼈다.

‘원영 후기 천겁인가.’

자, 와라.

이제 네놈 따위는 두렵지 않다!

결단기에서 원영기로 갈 때는 금색 천뢰 한 줄기가.

원영 초기에서 중기로 갈 때는 금색 천뢰 두 줄기가.

중기에서 후기로 갈 때는 금색 천뢰 세 줄기가 내리친다.

물론 나는 거기에 푸른 벼락도 하나씩 더 추가되니, 총 여섯 줄기의 천뢰를 맞아야 했다.

콰르르릉!

쌍색의 천뢰가 나를 때렸다.

하지만 지족과 천족의 방식으로 동시에 경지에 오르는 내게는, 이 정도 천겁이야 충분히 견딜만 했다.

쌍색의 천뢰가 나를 때리기를 세 번.

쿠구구구!

나는 마침내, 원영 중기를 탈피하여 원영 후기.

여오악지수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후우….”

하지만, 끝이 아니다.

‘바로 대원만에 도달한다.’

나는 눈을 감고, 원영을 상단전으로 올려 백회를 통해 바깥으로 내보냈다.

내 원영의 모습은 음양신이 미간의 중심축을 기준으로 나뉘고, 체내에는 오행(五行)이 오방(五方)으로 표시되어 자리를 잡은 양태였다.

그 모습은 기이한 상서로움이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어딘가 작위적이고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저 부자연스러움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우상월음도(右上月陰圖).”

나는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원영에서 음신이 분리되어 내 뒤쪽 오른편에 뭉쳐 달이 되었다.

“좌상일양도(左上日陽圖).”

나는 오른손을 내리고, 왼손을 들어 올렸다.

양신이 분리되어 내 뒤쪽 왼편에 뭉쳐 해가 되었다.

나는 음양의 일월에서 먼 옛날의 그리움을 느꼈다.

어머니… 아버지….

엄마, 아빠….

음양은 존재의 근원이다.

결코 잊지 않으리.

“제좌오악도(帝座五岳圖).”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오행오방의 도식이 다섯 개의 빛무리로 변해, 내 뒤쪽에 다섯 개의 오악(五岳)을 형성했다.

오악은 제좌(帝座)가 되어 주인이 앉을 자리를 마련하였다.

그렇게, 내 뒤편에는 완벽한 일월오악도(日月五岳圖)가 자리를 잡았다.

창령성광오채대법이 일월오악도의 완벽한 균형을 잡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기까지는 원영 후기에 도달한 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원영 대원만에 이르는 건 지금부터다.

내 등 뒤에 펼쳐 놓은 일월오악도는, 내 원영을 풀어헤쳐 놓은 상태.

저 원영을 유지한 상태에서, 내 정신을 다시 한번 분리한다.

우우웅!

나는 정신을 풀어헤쳤다.

이 과정은 기묘성심전이 도움을 주었다.

내 정신은 완전히 사방으로 흩어져 몽롱하게 주변을 침잠했다.

이제 이 상태에서 하나의 표상에 의지해 의식을 내 앞에 집결시켜야 한다.

이 과정은 무형검이 도움을 주었다.

나는 검(劍)이 되어 의식을 합일하였다.

잠시 몽롱해졌던 의식을 차리니, 나는 어느새 ‘나’와 ‘일월오악도’를 앞에 두고 있었다.

나는 검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서은현이었다.

저벅.

한 걸음을 딛자, 나는 점차 검에서 인간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저벅.

두 걸음을 딛자, 나는 음양이 이지러지는 풍경과 함께 거의 인간의 형태로 돌아왔다.

세 걸음을 딛자, 나는 무수한 법칙과 세상의 흐름이 휘몰아치는 광경을 보며, 인간의 형태로 돌아온 내 몸에 은은한 빛살이 맴도는 것을 보았다.

네 걸음을 딛자, 나는 28개에 달하는 무수한 별자리들이 주변에서 휘몰아치는 것을 보았다.

다섯 걸음을 딛자, 나는 별들이 뭉치며 백성들의 시전, 관리들의 궁전, 왕의 어전과도 같은 형태로 장엄한 광경을 드러내는 것을 보았다.

이내 별들은 완연한 성천도를 드러내며 무량한 우주를 그려 내었다.

그리고 나는 우주의 끝에서, 어느새 내 몸이 별빛을 받아 성대히 빛나는 것을 보았다.

저 멀리, 내 육(肉)과 그 뒤쪽에 있는 일월오악도가 보였다.

이제 일월오악도의 제좌에 앉기만 하면 된다.

저벅, 저벅, 저벅….

나는 계속해서 제좌를 향해 걸어갔다.

아무리 걸어가도 제좌는 가까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미친 듯이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제좌는 가까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의 별들은 점차 뒤쪽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보아서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점차 별들이 나를 스쳐 지나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츠츠츠츠츳!

별들은 기억이 되었다.

마치 원영기에 처음 올랐던 그때처럼, 나는 삶을 역순으로 되짚어 가며 기억의 바다를 건너갔다.

기억을 되짚어 볼수록 점차 일월오악도가 가까워지기 시작하였다.

2천5백 년 어치의 기억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16회차의 5백 년을 엿보려 했으나, 어째서인지 16회차의 기억은 전부 까맣게 덧칠되어 있어 볼 수가 없었다.

언젠가, 다시 저 기억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익숙한 광경에 이르렀다.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낳는 그 광경.

이전과 똑같다.

하지만 나는 그 광경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보았다.

어머니 아버지의 형상이 점차 거대해진다.

그리고, 두 분의 형상은 거대해지고 거대해지다 못해, 하나의 ‘개념’으로 화하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하늘과 땅이었다.

‘아아, 그렇구나….’

나는 어째서 기(氣)가, 생명(生命)이 태극(太極)의 형상을 취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나는 단순히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었다.

부모님은 천지(天地)의 개념이라 하였다.

화과산에 사는 돌원숭이는 낳은 자가 없었지만 스스로의 어버이를 하늘과 땅이라 칭하였다.

모든 생명의 어버이는 결국 천지로 대표되는 세계(世界) 그 자체이기에, 생명은 곧 음양이자 태극.

나는 그 개념을 이해하며, 마침내 일월오악도에 도달하였다.

일월오악도는 그 자체로 완성된 것이 아니다.

제좌의 주인이 자리에 앉아야지만 일월오악도가 완성되는 것.

일월오악도는 곧 원영(元靈)이었다.

그렇다면 원영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그 자리에 앉으며 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삶이다.

서은현의 삶 그 자체를 영성으로 형상화한 것이, 지금의 ‘나’였다.

내가 제좌에 앉음과 동시에, 일월오악도는 완성되었고, 풀어헤쳐졌던 원영은 다시 본래의 형상으로 돌아가, 그렇게 ‘완성’되었다.

* * *

우우웅―

원영이 육신의 백회를 통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천겁이 날뛴다.

쿠르르르릉―

이번에 맞아야 할 천뢰는 총 여덟 줄기.

쌍색의 천뢰 네 차례였다.

꽈앙!

첫 번째 쌍색 뇌겁에 눈을 떴다.

꽈앙!

두 번째 쌍색 뇌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꽈앙!

세 번째 쌍색 뇌겁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뇌겁은 나를 해치지 못한다.

진정한 원영신(元靈神)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천겁.

번쩍!

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완성된 원영에서부터 비롯된 막대한 ‘힘’이 손에서부터 뿜어져 나와 천겁을 밀어 올렸다.

쩌어엉!

무형검이 아니었다.

그저, 순수한 힘 그 자체.

손에서 뿜어져 나간 힘은 그대로 천겁을 갈라 올리며 하늘로 뿜어져 나가 천겁을 내리는 먹구름에 손바닥 형상의 구멍을 뚫어 버리고 천공을 사른다!

쿠구구구!

“드디어….”

2천5백 년의 세월을 걸쳐.

나는 마침내, 천인기를 코앞에 두는 데에 성공하였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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