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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2

230. 소꿉친구 – 나비

“읏차.”

소년이 버섯으로 가득 찬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수레에 와르르 쏟아버리곤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는 잠시 팔을 쉬이는 동생과 할머니 곁에 바구니를 내려놓고는 다시금 톡, 톡, 버섯 머리를 원목에서 떼어냈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서늘한 이곳은 우에나 부족의 버섯 재배지였다. 울창한 숲 한가운데에 사람 가슴께 높이로 잘린 원목들 수천 개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고, 다섯 걸음에 하나씩 선 나무들이 이에 초록빛 그늘을 드리웠다.

몽실몽실 피어난 버섯들.

원목에는 제각기 다른 크기로 자라난 버섯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우에나 부족 사람들은 튼실하게 자란 버섯을 먼저 떼어내었다. 에우타와 에넨, 그리고 남매의 할머니도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무척 풍요로운 광경이다. 주먹만 한, 향과 질이 좋은 버섯을 집히는 대로 떼어낼 수 있는.

보기 드문 버섯 재배 기술을 가진 우에나 부족이 누릴 수 있는 사치였다. 그러나 에우타는 손을 놀리던 것도 잠시

“아함~”

하품했다.

반복적인 작업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고 지겨워하는 것이었다. 그의 동생, 에넨은 ‘오빠가 그럼 그렇지’하는 눈으로 오라비를 흘겨보았다.

할머니는 손주를 나무라지 않았다. 늙수그레한 손으로 부지런히 버섯을 따기만 할 뿐이라, 손녀가 나섰다.

“웬일로 도와주러 왔어? 오늘은 활쏘기 안 해?”

팔짱을 척! 끼고 콧구멍이 보이도록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하지만 쬐끄만 게 그래봤자 무섭지 않다. 에우타는 “으하아함…” 마저 하품하고는 따콩! 동생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이유 없이.

에넨은 제 머리를 부여잡고 낑낑대다가 할머니께 일러바쳤다.

할머니는 “싸우지들 말렴.” 버섯 따기를 멈추지 않았다. 에넨의 볼이 빵빵하게 부풀었다.

어떻게 골려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그녀는 다시금 느릿느릿 버섯을 따기 시작한 오빠의 머리에 사슴벌레 한 마리를 던져넣는 것으로 복수를 마쳤다.

한차례의 소란이 가시고, 에넨과 에우타, 남매의 할머니는 손수레를 몰아 마을로 돌아갔다. 숲이라 해가 뉘엿뉘엿 일찍 저물고 있었는데, 가는 길 중간에 왁자지껄한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이야- 대장님 사냥 솜씨가 제법이신데요? 부락 밖에서 자란 분이라 사냥을 못하실 줄 알았습니다.”

여행객들이었다.

눈썹이 짙은 거구의 사내가 갓 익은 사슴 뒷다리를 큼지막하게 뜯어내었다. 모락모락 연기가 오르는 화톳불, 이를 둘러싼 모양을 보아하니 그 십여 명의 청년 중에는 상급자가 있어 보였다.

연한 갈색 머리를 한 청년이다.

피부가 건강하게 그을린 그는 누가 봐도 대장인 것처럼 중앙에 앉아 있었고, 훨씬 덩치가 큰 사내가 뒷다리를 바쳤다.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사냥은 그냥 저희한테 맡기시지 그랬습니까. 저랑 반느가 사냥을 좀 합니다. 하하하. 말씀만 하시면 언제든지…”

“루벤, 조용히 해. 마을 사람들 지나가잖아.”

그들 중에는 여자가 세 명 끼어있었다. 개중 호리호리한 여인이 덩치 큰 사내를 타박하듯 말했고, 그녀의 턱짓에 여행객들의 고개가 손수레를 몰아가던 남매와 할머니를 향했다.

외지인들과 괜한 충돌이 있을까 걱정한 에우타는 수레를 더 빠르게 몰았다. 그때, 예의 그 연한 갈색 머리 청년이 일어나 다가왔다.

“무슨 일이오?”

“인사가 늦었습니다, 할머니. 다름이 아니라 이것 가져가서 드시지요. 남의 숲에서 사냥하고는 들킨 것 같아 부끄럽군요.”

청년이 큼지막한 사슴 뒷다리를 내밀었다. 에넨은 김이 오르는 그 고깃덩이를 보곤 꼴깍 침을 삼켰다. 냄새도 아주 기가 막혔다.

“숲에 무슨 주인이 있다고… 고맙구랴. 버섯이라도 좀 드릴까?”

“그럼 감사하지요.”

인심 좋은 교환이 이루어졌다.

에우타는 이젠 버섯을 굽기 시작한 청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수레를 몰았다. 고기를 보고 흥분한 동생이 괜히 얄미워 따콩! 머리를 쥐어박았다.

“이잉! 왜 또.”

“이놈의 지지배는 먹을 거 생겼다고 헬렐레 거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아 왜에~ 나 고기 처음 먹어본단 말이야. 맛있겠지? 맛있겠지?”

“요 맹추가…”

집으로 돌아와 먹은 고기는 맛이 있었다. 버섯에 얹은 고기에서 기름이 자르르 흘렀고, 동생은 와구와구 작은 입을 바쁘게 놀렸다. 오빠는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고기반찬… 쳇.

내가 해주려 했는데.

다음 날, 에우타는 버섯을 따러 가지 않았다. 활쏘기도 좀 연습했겠다, 사냥을 나갔다.

사냥을 나와보기는 이번이 두 번째였다. 우에나 부족이 사냥을 하지 않는지라 숲에는 사냥감이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전에도 그랬듯이 사냥에 성공하지 못했다. 접근할라치면 사냥감은 귀신같이 눈치를 챘다. 화살을 맞히기도 쉽지 않았다.

한 번은 맞췄다.

그러나 녀석은 화살을 달고서 달아나버렸다. 그걸 한참 쫓던 에우타는 결국 허탕을 쳤다. 화살 한 방 맞았다고 사냥감이 꼴까닥 절명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소년의 장난감 같은 활과 화살이라면 더더욱.

‘더 잘 맞춰야 하는 건가?’

얼마나 더? 저만하면 정말 잘 맞춘 거라고 생각하는데… 에우타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숲을 빠져나왔다. 어제 만난 그 외지인은 어떻게 사냥한 걸까? 고민하면서.

‘물어볼까?’

자신과 동생 주변을 수상쩍게 맴돌던 형이다. 처음엔 되게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멀리했는데, 어제 보니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닌 듯했다. 인사성도 밝고… 하지만,

‘좀 무서운데.’

무기를 가진 외지인들이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쩌면 기사일 지도 몰라.”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그것도 숲에 숨어든.

공연히 접근해서 좋은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우타는 어린 소년답게 ‘물어보는 정도는 아무 상관 없겠지.’ 생각했다. 때마침 마을이 보이는 산기슭에 연한 갈색 머리 청년이 나와 있었다.

산책을 나온 건지, 아니면 그냥 할 일이 없는 건지, 어슬렁거리는 그에게 에우타가 접근했다.

“저기…”

“무슨 일이야?”

몇 살 차이 나지 않는데, 대하기 어렵다. 그가 무척 어른처럼 느껴져서 에우타는 존댓말을 했다.

“그… 어제 그거 어떻게 잡은 거예요?”

“사슴? 덫으로 잡았지.”

“덫이요?”

“그래, 덫.”

덫이 뭐야?

용어조차 모르는 소년에게 레브가 ‘하늘코’를 만들어 보여주었다. 무척 오래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는데… 감회가 묘하다.

“자, 이게 하늘코라는 덫이야. 이쪽으로 동물이 지나가다가 여길 건드리면… 이렇게 올가미에 걸리면서 공중에 매달리게 돼.”

“우와! 나무가 어떻게 이렇게 튀어 오르죠?”

“한번 만들어볼래? 나무의 탄성을 이용하는 건데, 나뭇가지 아래쪽에 이렇게 흠집을 내면…”

[ 레오, 당신은 훌륭한 사냥꾼이 되어 레나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업적으로 레오의 {사냥} 능력이 일부 계승됩니다. ]

레브는 에우타에게 사냥을 가르쳐줬다.

덫의 종류와 용도에 맞게 설치하는 법, 산세를 읽어 사냥감이 어디에 있을지 추측하는 방법, 추격하는 방법 등 그가 아는 모든 걸 함께 숲을 쏘다니며 가르쳤다.

에넨은 이 소년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겠지. 이게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해 더욱 정성을 들였다. 반느와 루벤도 가끔 불러서 한 수 가르쳐주라 일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에나 부족에 상단이 도착했다. 상인들은 우에나 부족이 산더미같이 쌓아둔 버섯을 마차에 그득그득 실어 돌아갔다.

가을이었고, 에넨의 죽음이 머지않았음을 뜻했다.

레브는 그때부터 항시 검을 패용하고 다녔다. 가능하면 언제나 남매 곁에 머물렀는데…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날이었다.

에우타가 레브가 가르쳐준 덫을 복습하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나비 한 마리가 하늘하늘 날아들었다. 꽃가루 같은 것을 자취처럼 흩뿌리는 하얀 나비였다.

“우와아…”

에넨은 홀린 것처럼 그 나비를 쫓았고, 레브는 이를 으득! 깨물었다.

[ 업적 : 성녀의 세례(洗禮) – 레오에게 {신력 간파} 능력이 부여됩니다. ]

나비에게 주신의 신력이 담겨 있었다. 에넨의 죽음은 우연이나 사고가 아니었던 거다.

나지막이 욕지거리한 레브가 숲 깊숙이 들어서는 에넨을 뒤따랐다. 열댓 발자국 뒤에서 쫓아가던 그는 가면 갈수록 장소가 낯이 익음을 알아차렸다. 에넨이 모질게 살해당한 장소였다.

나비가 나무 둥치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리고 나비에게 살금살금 다가가는 에넨을 흥미롭게 관찰하는 놈이 있었다.

로밍형 마수, ‘오안타후’였다.

초록색 긴 털이 자라난 녀석은 원숭이를 닮았다. 팔이 다리보다 길고, 피부는 붉었다. 전체적으로 날렵해 보이는 외형이었는데, 마수답게 체구가 거대했다. 놈이 매달린 나무가 부러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헤에…”

쪼그려 앉은 에넨이 숨을 참으며 나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오안타후 또한 에넨을 향해 긴 팔을 뻗었고, 레브는 조용히 돌아가 녀석의 뒤를 잡았다. 막 검을 출수하려는 그때,

“에넨!!”

에우타의 새된 비명이 들렸다.

오안타후의 고개가 확! 돌아갔다. 녀석과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레브는 더 생각할 것 없이 뜀박질했다. 나무에 매달린 녀석의 목을 쳐버릴 생각이었으나 놈이 위로 올라가 버리면서, 에넨을 잡으려던 팔을 조금 베는 데에 그쳤다.

– 끽끽끽끽끽끽끽!

레브는 에넨의 눈을 가리며 감싸 안았다. 돌아보니 에우타와 반느, 루벤이 달려오고 있었다.

“반느, 애들을 데려가! 루벤! 같이 녀석을 친…!”

– 부웅!

말을 끝맺기도 전에 오안타후가 달려들었다. 땅을 박찼다는 뜻이 아니다. 레브 근처의 나무로 펄쩍 뛰며 팔을 높은 곳에서 휘둘렀는데, 자글자글한 손금이 아로새겨진 손바닥이 레브의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시야를 뒤덮을 정도로 크다.

하지만 레브는 제자리를 고수했다. 반느와 루벤, 에우타와 에넨을 물려 세우며 고함을 내질렀다.

“하아아압!!”

눈부신 섬광. 레브의 검에 오러가 맺혔다. 날카롭게 빛나는 검이 사선으로 그어졌고, 손바닥이 네 사람을 덮쳤다. 그러나 그것에 얻어맞은 이는 없었다.

– 끼악끽!

“꺄악!”

피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네 손가락이 달린 살덩이가 뒹굴며, 오안타후의 손에는 엄지밖에 남지 않았다. 손바닥이 사선으로 갈려 남은 부위보다 없어진 부위가 더 많았다.

“반느, 얼른 애들을 데려가라. 저놈은 우리가 잡겠다.”

휙- 검을 털어낸 레브가 고개를 들었다. 나무에 매달린 채, 우물쭈물하는 저 녀석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궁리했다.

놈이 저렇게 나무에 매달려 있어선 어찌할 방도가 없다. 펄쩍펄쩍 높이 뛰는 것도 한두 번이지.

반느가 애들을 데리고 멀어지는 사이 레브는 궁리를 마쳤다. 녀석이 위에 있어서 문제라면, 떨어뜨리면 그만이다.

– 쩌걱!

오러블레이드를 아껴서 국 끓여 먹을까. 레브는 오안타후가 매달린 나무를 냅다 잘라버렸다. 오안타후가 다른 나무로 뛰어넘기가 무섭게 레브는 그 나무까지 베어버렸다.

허공에서 우스꽝스럽게 허우적거리던 녀석은 철퍼덕! 땅에 떨어졌다. 잔뜩 겁먹은 오안타후는 끽끽! 끽끽끽! 입술을 뒤집어 까며 위협을 시도했으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상대가 자기보다 훨씬 강한 수컷임을 인정한다는 듯이 뚜벅뚜벅 걸어오는 레브를 향해…… 똥구멍을 내밀었다.

“우웩.”

체구가 큰 만큼 똥구멍도 크다.

제 딴에는 복종의 태도를 보인 것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루벤이나 레브에게는 혐오스러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사실 무릎 꿇고 싹싹 빌었어도 살려주지는 않았을 터였다.

레브는 약간의 당혹감을 느끼며 드리워진 엉덩이를 피해 검을 꽂아 넣을 부위를 찾았는데…

– 팔랑.

하얀 나비가 날아들었다.

눈을 질끈 감고 엉덩이를 들어 올린 채, 머리를 땅에 박은 오안타후 근처를 나풀거리던 나비는 녀석의 코로 쏙! 빨려 들어갔다.

오안타후의 눈이 번쩍 떠졌다.

– 끽끽끼익끽…! 끼이욱악악!

“뭐, 뭐야?”

오안타후의 긴 팔이 터질 듯이 부풀었다. 짧고, 얇던 다리가 폭발적으로 굵어진 녀석은 원숭이보단 오랑우탄에 더 가까워졌다.

초록색이었던 털이 붉게 변했고, 붉었던 피부는 새카맣게 그을리며 보기에도 징그러운 돌기가 무수히 돋아났다.

– 오호호후학악! 욱학학!

아주 예전에 미가스를 기반으로 한 마수, ‘아지누갑’만큼이나 거대해진 오안타후가 제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양 팔꿈치로 땅을 내리찍었다.

대지가 덜컹 흔들리는 걸 느끼며 레브가 입을 열었다.

“루벤, 가서… 애들 불러와라.”

그러곤 덧붙였다.

“저거 둘이선 못 나르겠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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