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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3

만능 슈퍼로봇인 내가 열등한 유기체 미소녀가 된 건(2)

라크샤르가 평양을 점령한 건 약 반년 전 일이다.

이는 즉 평양이라는 대도시가 어떠한 물류이동 없이 반년을 넘겼다는 뜻이며 어지간한 식재와 인프라는 죄 망가졌다는 소리였다.

도시는 외부의 식량, 자재의 유입 없이는 한 달도 버티지 못하는 기형적인 생활 시스템이다.

평양으로 진입한 국군은 곧장 남한에서 대규모 물자를 발주해야 했다.

「평양 물자 대규모 모집」

군인들을 위한 물자야 짬밥으로 해결한다지만, 헌터들은 달랐다.

고소득자인 헌터들은 군대 짬밥 따위에 만족할 사람들이 아니었고, 저마다 길드 본사의 전문 셰프와 필요물자들을 대량으로 올려보냈다.

덕분에 그들이 하나씩 점거한 류경호텔 주변은 음식점들은 호화 셰프들의 총본산이 된 것이다.

“아, 한하리 신녀님. 천소연 기사단장님. 식사하시려구요?”

만신전 간부들이 들어오자 사장이 직접 나와 인사한다.

“옙~ 장사 잘 되시나요?”

“흐흐, 매일 수천 명씩 먹이려니 쉴 틈이 없습니다.”

만신전도 나주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량으로 고용해 평양으로 데려왔다.

만신전 덕에 나주의 지역상권이 활성화되었다지만, 전쟁으로 주춤하던 차에 지역 음식점 사장과 직원들에게 넉넉한 출방비를 지원하니 다들 신나서 평양으로 달려왔다.

“옆집 치킨집 사장은 하루에 닭을 천 마리씩 튀긴다지 뭡니까.”

“맞다, 치킨!”

하리가 치킨집이라는 말에 번뜩이며 외쳤다.

“소연아, 난 가서 치킨도 사올게.”

“저 간장이요.”

하리가 슥 엄지손가락을 추어올리곤 문밖으로 나간다. 자리에는 소연과 야피만이 남았다.

“뭐 드실래요?”

“영양분만 충분하면 상관없음.”

“방금 그 충분한 영양분을 토해내셨으면서?”

“······.”

야피가 말이 없자 소연은 메뉴판에서 대충 음식을 골랐다.

“돈까스 정식으로 할게요.”

“알겠습니다. 어유~ 세 분 다 엄청 미인이시네~”

진심이 섞인 칭찬이었지만, 야피는 입을 삐죽이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유기물의 미(美)의 기준은 그녀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었으니까.

“본기의 동체는 어디 있음?”

“그거 완전히 박살난 데다 악마 군주의 마력에 오염됐다더라고요.”

소연은 신들이 전한 이야기를 야피에게 들려주었다.

“건질 수 있었던 건 원자로하고 메모리 데이터뿐이래요. 새로운 동체는 야피 경이 직접 만들어야 해요.”

“서둘러야겠음. 본기는 이 미개한 유기물의 육신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것임.”

“보기에는 좋은데요?”

“이게?”

야피는 싱긋 웃으며 제 머리카락을 꼼지락거리는 소연에게 썩은 표정을 보였다.

“눈이 두 개밖에 없음.”

“그야 당연하죠.”

“눈이 두 개뿐이면 후방은 어떻게 살핌? 그리고 정찰드론 카메라와의 연계는 왜 안 됨? 이러면 외부지역 감시는 어떻게 함?”

야피의 불만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팔도 두 개뿐임. 이거 고장나면 어떻게 고침? 멀티 작업은 어케 함? 일단 팔부터 몇 개 더 달아야 함.”

“아수라도 아니고 뭔······.”

“무장도 빈약함. 외부무장의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음.”

그렇게 야피가 인간의 한계점에 대해 불만을 떠들고 있을 무렵, 음식을 담은 그릇들이 속속 도착했다.

“음식 나왔습니다.”

한국식 돈까스와 함박 스테이크 그리고 생선까스와 샐러드가 얹어져 있는 돈까스 정식.

“이게 제일 문제임.”

“돈까스 정식이요?”

“미각에 의존해 음식을 취사선택해야 하는 유기체의 열등함을 단적으로 상징함.”

야피는 기계라면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값싼 전기만으로 수백, 수천일이고 활동할 수 있는 효율성을 설파했다.

“하여 모든 유기물들은 사이버웨어 개조를 통해 기계화되는 것이 가장 완벽한 진화의 길임. 본기의 세계에서도 미각세포는 날리지 않은 게 의문임.”

“네네, 일단 드시기나 하세요. 나중에 개조를 하든 말든 지금은 먹고 살아야죠.”

“끼룩.”

야피는 자신의 합당한 논리적 사고를 대충 흘려듣는 소연에게 불만스러운 시선을 보냈지만, 에너지 보충이 우선인 듯 돈까스를 맨손으로 집어 들었다.

“그걸 왜 맨손으로 집어요?”

“무엇이 문제임?”

“더럽잖아요.”

“다 먹고 닦으면 됨.”

“손에 묻으면··· 에휴, 썰어줄 테니까 이리 줘봐요.”

보다 못한 소연이 돈까스를 썰어주었다. 먹기 좋게 자른 돈까스를 포크에 집어 권하는 소연.

“자요. 아~”

“기름으로 튀긴 고기는 하루 권장 열량을 초과하는 칼로리가──끼룩?!”

또 기나긴 이야기를 하는 하리의 입안에 쑤셔 넣어지는 돈까스. 저도 모르게 그것을 씹은 야피의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

씹힐 때마다 터져 나오는 육즙과 기름진 튀김과 소스의 배합. 과다한 탄소배출로 인한 에너지 낭비와 인체의 흡수효율이 나쁜 기름의──

“끼룩?”

환경오염의 주범인 탄소배출의 결정판, 3D로 프린팅 된 고기가 아니라 살아있는 가축을 도축해 만든 진짜 고기.

거기에 고온의 기름에서 튀긴 튀김옷은 바삭바삭하고 양껏 뿌려진 데미글라스 소스는 달콤하다.

그것은 쇼크였다.

천년의 세월, 식사라는 행위를 해본 적이 없는 기계가 유기체의 몸을 얻고서 처음으로 먹은 돈까스는 야피의 생체 뇌에 크나큰 전기적 자극을 일으켰다.

-부들부들

“야피 경?”

소연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야피는 허겁지겁 돈까스를 섭취했다. 함께 나온 양송이 스프와 콜라를 벌컥벌컥 마시면서.

“······.”

순식간에 돈까스 정식을 흡입한 야피는 문득 저를 바라보는 소연의 시선을 눈치챘다.

맛있지? 하는 시선을 야피는 애써 피하며 변명한다.

“에너지를 채우기 위한 긴급피난행위였음.”

“네네~ 그러시겠죠.”

인간의 어법은 잘 모르지만, 야피는 저것이 자신을 놀리는 것임을 짐작했다. 팩트만을 중시하는 기계에겐 있을 수 없는 사고방식임도 모르고.

“치킨 왔어요! 어라, 야피 경 벌써 다 드셨어요?”

“그것은 또 뭐임?”

하리가 가져온 치킨 박스에 시선을 주는 야피.

“흐흐, 한국인의 전통음식이라 하면 역시 양념치킨 아니겠어요?”

“조금 전 기름진 고칼로리 음식을 먹었음. 또다시 기름진 음식을 먹는 건──”

“자자~ 일단 먹어보고 결정하시라!”

하리가 내민 시뻘건 양념치킨은 야피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왔다.

“이것이··· 대체 무엇임?”

“아아~ 이것은 ‘맛있다’라는 것이다.”

“맛있다?”

기계가 맛있다는 개념을 알게 된 날이었다.

* * * *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이 향한 곳은 류경호텔의 꼭대기였다.

남한의 63빌딩을 뛰어넘는 마천루를 짓겠다는 일념 아래 ’50년’ 째 건축 중인 이 황량한 호텔은 악마군주 라크샤르가 세계수의 묘대로 삼은 뒤로 완전히 세계수의 뿌리에 장악됐다.

하지만 구대성에 의해 세계수로서 기능하게 된 지금은 레온이 옆에서 지켜보며 숙박하게 된 것이다.

외장공사만 완료되고 내장공사는 20년째 중단된 상태이기에 내부는 황량하기 그지없지만, 세계수가 묘대로 삼았다는 상징성이 있어 만신전 차원에서 내부수리가 이루어질 거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스피너 경, 왔는가.”

그 꼭대기층. 야피는 본래라면 스위트룸으로 개장되었을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레온과 마주쳤다.

“폐하.”

“하하, 평소 보던 동체가 아니어서 꽤나 어색하군.”

레온은 신들의 섬세한 작업 끝에 탄생한 야피를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새 몸은 어떤가?”

“불편함······.”

“그래, 그렇겠지. 그대가 원한다면 그 몸에 계속 있어도 괜찮겠지만──”

야피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야피가 이 몸을 계속 유지하려면 적어도 지금보다 팔이 여섯 개는 더 있어야 한다.

“그래, 그대 선택이 그렇다면 존중해야겠지. 하지만······.”

레온은 여느 고귀한 레이디에게 그러하듯 야피의 손등에 입 맞추며 씨익 웃었다.

“이리 아름다운 레이디에게 봉사할 기회를 잃게 되니 기사로서 아쉬울 따름이야.”

“끼룩······.”

손등이 간지럽다. 야피는 레온의 일상적인 예법을 몇 번이고 봐왔으면서도 정작 자신이 그것을 받자 기묘한 간질거림을 느꼈다.

‘맞닿은 건 손등인데 왜 체온이 올라감? 역시 유기물의 육체는 이상함.’

야피는 하루빨리 새 동체를 제작해야겠다 생각했다.

“필요한 시설은 아랫것들 시켜 준비해놨네. 별철도 충분하니 경의 뜻대로 제작하시게.”

레온은 야피의 어깨를 두드리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지원하겠다 약속했다.

그렇게 준비된 공방에 들어서자 어색한 인간의 팔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망설이는 야피에게 헤토가 말을 걸어왔다.

[인간의 몸이 익숙지 않아 보이는구나.]

“끼룩.”

헤토의 음성이 제 귓가를 통해 들리자 야피는 어색하게 반응했다.

“본기의 원자로가 장착되지 않음. 그런데도 의사소통이 가능함?”

[네가 성배기사인 것은 고결한 영혼을 가졌기 때문이지 네 육신의 강함 때문이 아니다.]

“본기에게 영혼이라 불리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음.”

[그야 그렇겠지. 영혼은 물질이 아니니.]

야피는 망치를 들었다.

묵직한 별철은 어지간한 화력으로는 녹지도 않는다.

이것을 가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막대한 화력의 고열이 아니라 별의 심장조차 형태를 구부러뜨릴 신의 기적.

살아있는 성자인 성배기사에게 있어 별철은 의미만으로도 형태를 구부리고 모양을 갖춰간다.

그렇게 구부러진 별철을 연마하기 위해 망치질을 내리친 야피는 무언가 제 의지대로 되지 않았음에 불만을 표했다.

“손이 너무 부족함. 추가 보조 팔이 필요.”

야피의 공방에서는 수많은 기계팔들이 있었다. 네트워크에 의해 조립되는 기계식 컨테이너가 즐비했고, 설계도를 3D로 비추고 예상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첨단시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있는 건 불합리한 유기물의 육체. 그것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았지만, 헤토는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의 육신이 무엇이든 너는 나의 대장장이이며 라이온하트의 성배기사다. 너의 망치질은 기적을 일으키는 신의 권능임을 명시하거라.]

야피는 그때의 망치질을 떠올렸다.

성배기사 안토크의 말을 떠올리며, 레온에게 인정받았던 순간을 되새기며.

[지금보다도 훨씬 열악한 상황에서 너는 사자심왕의 갑주를 완성했다. 네가 완전하던 시절에도 그것을 만들어냈느냐?]

수천, 수만 벌의 갑옷과 무구를 생산하면서도 야피는 이에 실패했다.

완벽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생산되는 별철무구들은 기껏해야 병사들에게 지급하는 수준이었고, 오직 야피의 손을 거친 신성한 갑주만이 진정한 별철의 힘을 발휘했다.

별철무구는 신의 기적을, 축복을 담는 그릇. 그것이 단지 별철의 함양 비율에 결정되는 건 결코 아니었음을 데이터로 쌓아 알고 있다.

불카누스의 갑주를 보며 얼마나 많은 부족함을 느꼈는가.

레온의 성검을 보며 이것이 제 완벽한 계산으로도 빚어지지 않을 기적임을 체감했다.

[네가 완성한 그 갑주는 과거 영광의 대장장이들이 만들어낸 별철갑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너는 이미 완성된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필요한 건 오직 망치를 들 굳건한 팔뿐이다.]

기나긴 경험, 뛰어난 기술력, 값비싼 재료.

그런 것은 99%의 완성도를 갖추는 데 필요한 것.

진정한 1%의 방점은 기적을 일으키는 망치질에서 나온다.

“본기는 완전무결한 존재임.”

그 오연한 선언과 함께 망치질이 내리친다.

완벽히 각성한 신의 대장장이는 그 의지대로 기적을 일으켰다.

* * * *

결과만 말하자면 야피는 금방 기계의 몸으로 돌아왔다.

사흘밤낮 하리와 소연이 가져다주는 음식만을 먹으며 망치질을 계속한 야피는 금방 자신의 동체를 완성했고, 추가로 나흘 정도가 지나고선 익숙한 디자인의 동체로 돌아왔다.

“별철로 만들어진 덕에 번쩍번쩍하네요. 그런데 왜 크기는 그대로 하셨어요?”

-다른 전용장비와의 커넥트에 유리함.

이미 완성된 다른 플랫폼 무장과의 호환성을 굳이 뜯어고칠 필요가 있으랴.

게다가 이제 완전한 철의 성배기사로 각성한 야피는 오랜 완성도에 대한 고뇌로 미뤄왔던 ‘공작급’ 플랜을 진행할 수 있으리라.

“그나저나 신기하네요. 인간의 ‘육신’과 로봇의 ‘동체’를 오갈 수 있게 되시다니.”

하리는 야피의 공방 한켠에 놓인 캡슐을 슬쩍 흘겨보았다.

신들이 직접 세계수를 통해 탄생시킨 야피의 육신은 야피가 직접 제조한 메디컬 머신 속에서 눈을 감고 잠들어 있다.

-신들이 주신 것임. 그냥 버릴 수도 없어서 보관만 할 것임.

“아쉽다~”

-뭐가 아쉬움, 열등한 유기체.

하리의 머리에 올라타 기계팔로 찰싹 때리는 야피. 하리는 익숙한 인성질에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뭐, 그래도 야피 경은 이래야 야피 경이죠. 가끔 육신으로 옮겨서 밥이나 같이 먹으러 가요!”

-본기가 비효율적인 섭식행위에 동참할 일은 없을 것임.

호언장담하는 야피.

그리고 다음 날.

“······.”

“······.”

나주 만신전 치킨 출장소.

기사단의 단체 회식으로 선정된 치킨집에서 마주친 회색머리 소녀는 뻘쭘한 표정으로 입안의 닭다리를 우물거렸다.

“열등하다면서요?”

“만신전··· 치킨 프랜차이즈를 위한 시장조사임.”

“구라 치시네!”

그 후로도 회색머리 은안의 미소녀가 발견되는 일이 잦았으니 이 모든 게 야피 프랜차이즈를 위한 깊은 뜻의 시장조사인 것이리라.

“끼룩!”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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