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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4

신참들(1)

시공간조차 뒤틀리는 무형의 기운. 그 어마어마한 힘의 집속이 포악스럽게 공기를 집어삼킨다.

그 망치질이 내리친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

망치질에 지형이 바뀐다.

-와··· 미친.

-존나 말도 안 되네.

전세계의 통신위성이 추락하고서 긴급히 띄운 위성들은 다시금 세계를 하나로 이었다.

정확히는 자체적인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할 힘이 있는 선진국들이 반쪽짜리 글로벌 네트워크를 회복한 것이지만, 그들이 인터넷이 회복되고 가장 먼저 검색한 건 다름 아닌 2차 한국전쟁이다.

전시 기록수집을 위해 촬영된 영상기록을 남한은 인터넷이 회복됨과 동시에 공표했다.

악마군주라는 거악에 맞서 남한이 승리했음을, 한반도가 80년의 분단 끝에 비로소 통일되었음을 과시하기 위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한 정부가 가장 부각하고 싶은 건 다름 아닌 구대성이다.

-와~ 진짜 성배기사 말도 안 되게 강한 건 알았는데······.

-레온 폐하도 그렇고 불카누스, 야피, 베아트리체 여왕님 다들 말도 안 되는 괴물들이지.

-그 사람들 죄 이계의 생존자들이잖아. 그 세계에서 끝판왕 찍고 온 양반들이라고. 그런데──

-‘지구인 성배기사’라니······.

그렇다.

그간 성배기사들이 S급조차 가뿐히 넘어서는 초력의 강자들임은 수많은 전투 영상으로 증명되었다.

살육대공 아캬사와의 전투에서 보여준 레온의 경천동지의 성검개방은 숱한 S급 헌터들조차 참살해온 아캬사를 압도했고,

마술사 여왕 베아트리체는 지구 30년의 마술의 역사 따윈 어린아이의 색칠공부 따위로 취급하는 대마도사.

야피의 기상천외한 첨단병기와 기술력은 지구 레벨로는 어떻게 하지 못할 레벨이었으며,

불카누스와 카리나는 성배기사라는 시점에서 말도 안 되는 괴물들이었다.

그런 와중에 지구에서 성배기사가 탄생하다니?

지구의 절반이 그 빛기둥을 보았다.

데메라 여신의 선택을 받고 하늘을 관통하고 세계에 탄생을 알리는 승화의 과정을.

-어이, 말은 똑바로 해라. ‘지구인’ 성배기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배기사’다.

-아니, 지구인 맞잖아······.

-어어, 느그 코쟁이들하고 비교하지 말.아.주.실.까? 우리 대한의 자랑스러운 구대성 경을 어딜 스리슬쩍 지구인 포괄제에 집어넣어?

구대성.

그간 한하리나 천소연 등 만신전의 주요전력은 대부분이 한국인들이었다.

최연소 S급 헌터인 한하리나 천소연 모두 만신전에서 주목받는 인재들이었지만, 아무리 그녀들도 ‘성배기사’와 같은 등급에 두기엔 성배기사란 이름이 가지는 의미가 너무 크다.

지구에는 성배기사란 존재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신들이 한 세대에서··· 어쩌면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아 수백 년이고 자리를 존속하는 시대를 넘어선 초인들.

신을 대리하는 존재이며 신의 힘을 휘두르는 살아있는 성자.

그 이름은 지구에서조차 경외의 대상이며 너무나 무거운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그런 성배기사가, 지구 최초의 성배기사가 한국에서 탄생한 것이다.

-와, 저거 뭐냐? 저게 성법임?

-나주의 데메라 여신님 성직자들이 쓰는 것하곤 차원이 다른데?

-성배기사하고 단순 신관하고 급이 같겠냐.

-캬~ 저게 우리 대한의 성배기사입니다.

-주모! 썃다내려!

한국인들은 영상을 보자 전국에서 주모를 외쳤다.

이렇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도 구대성을 밀어주며 국격을 과시하려 안달이었는데,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남한에서 수많은 기자들이 구대성에게 몰려들었다.

“구대성 기사님! 어떻게 성배기사가 되셨습니까?”

“성배기사가 된 소감이 어떠십니까?”

“나주 만신전의 망치 관광코스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세례. 평민 기자들이 함부로 나대는 걸 질색하는 레온에게는 다가가질 못하니 다들 구대성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구대성은 자신이 무슨 대답을 한지도 모른 채 어버버 지나갔고.

[생명과 풍요의 성배기사 구대성 경. 만년 D급이라 불리던 최하위 헌터의 인생역경!]

[성배기사 구대성 경이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

[성배기사 구대성 경. 어렸을 때, 이것 먹고 자랐다!]

[K-성배기사의 압도적인 대활약! 일본이 부러워하고 러시아가 벌벌 떨며 미국이 기절초풍! 사자심왕도 K-기사는 인정이지 따봉!]

‘내, 내가 언제······.’

구대성이 하지도 않은 말도 퍼지긴 했지만, 한국 내에서 구대성에 대한 호감도는 끝을 모르고 상승하고 있다.

-캬~ 구대성 성법 기가 막히고요.

-대악마 뚝배기 깨는 거 봐라.

-구대성이야말로 헌터계의 G.O.A.T.

“흐흐······.”

“무얼 그리 보느냐?”

“으헉!”

자신의 전투영상에 달린 댓글창을 보며 실실 웃던 구대성은 대뜸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드, 드라고니아 대공각하!”

“카리나 대공이라 부르게. 만신전의 새로운 신과 혼용될 여지가 있으니.”

카리나는 스마트폰을 쥔 구대성을 바라보며 묘한 시선을 보냈다.

“그나저나 단련이 부족하군. 정신이 팔려 등 뒤를 잡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아··· 죄송, 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경은 데메라 여신께서 대리인으로 삼은 살아있는 성자다. 본작과 비교해도 그 신분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아.”

그러니 어깨 펴라며 한 소리 하는 카리나. 구대성은 레온의 친딸이자 어둠과 죽음의 신 벤타시스 그리고 황금과 계약의 신 드라고니아의 성배기사인 카리나를 영 쉽게 대할 수 없었다.

현대사회인이라면 보스의 친딸인데다 직장 상사이기까지 하니 대하는 게 쉬울 리가.

“그나저나 조금 전까지 보던 게 무엇인가? 하리 경도 그렇고 이 땅의 아해들은 죄 그 얇은 상자를 들고 다니더군.”

“아··· 스마트폰 말입니까?”

“그래, 그거 말이야. 원거리 통신을 수월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대단한 물건이지만, 이 땅의 젊은 기사들이 그것을 보느라 단련을 게을리 하더군.”

“······.”

구대성은 문득 레온도 비슷한 말을 하지 않았던가 했다.

「쯧쯧. 젊은것들이 어찌 저런 손바닥만 한 것을 종일 보고 사는고. 짐 때는 그럴 시간에 검 한 번이라도 더 휘둘렀다.」

“어찌 그리 침묵하는가?”

“아, 죄송합니다. 폐하께서도 비슷한 소리를 하셨던지라.”

“흠··· 과연, 폐하께서도 본작과 같은 문제점을 찾으신 모양이야.”

요즘 말로 하면 꼰대, 라고 구대성은 말하지 못했다. 이런 점에선 두 사람이 역시 부녀지간이라는 걸까.

‘불카누스 경이나 베아트리체 전하는 바로 적응했는데 말이지.’

오히려 그 두 사람은 SNS에서 잘나가는 인플루언서다. 듣기로는 글 하나의 가치가 수십 만 달러에 육박한다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도 들었더랬다.

“그나저나 구대성 경. 자넨 게오브릭 경의 망치를 물려받았다지.”

“아, 예.”

“한 번 보여주겠나.”

카리나의 요구에 구대성은 허리춤의 망치를 들었다.

묵직한 한손망치는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고 구대성의 힘의 근원이기도 했다.

“폐하께 들었네. 게오브릭 경이 이 망치를 드는 자에게 자신의 모든 힘을 계승하겠다고.”

“덕분에··· 다른 분들보다 부족한 제가 성배기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구대성의 자조적인 목소리에 카리나는 피식 웃으면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게오브릭 경은 성배기사였네. 그는 데메라 여신의 의지를 대리하시는 분이고, 그의 의지가 곧 여신의 의지지. 자넨 그런 전설의 선택을 받은 거야. 누가 자네의 자격을 의심할 수 있지?”

“아······.”

구대성은 데메라 여신에게도 들었던 말을 라이온하트의 성배기사에게도 들으니 제 자격에 쐐기를 박은 것 같아 싱숭생숭했다.

여신께서도, 이토록 위대한 기사도 자신의 자격을 의심하지 않으시는데, 오직 저만이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노라고.

“잠깐 겨뤄보지.”

“예?”

기다림의 미학은 없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쏜살같이 쇄도하는 점의 일격. 구대성은 반사적으로 대지의 방패를 들어 막았다.

‘빠르다!’

성배기사로 각성하며 초인의 영역에 들어선 반사신경이 아니었다면 찌르는 것조차 보지 못했을 것이다.

카리나는 펜싱선수처럼 한쪽 팔을 뒷짐 지고 한 팔로만 검을 매섭게 찔러왔다.

초고속의 연속 찌르기. 구대성은 대지의 방패로 그것을 막아내었으나 곧 막아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았다.

-쿵!

“크읍···!”

대지의 방패에서 전달되는 충격이 팔을 저릿하게 하며 온몸을 밀어낸다.

성배기사가 아무리 초력을 지녔다지만, 저 속도로 이런 묵직함이라니.

‘폐하와도 대련을 해본 적 있지만, 정말 많이 봐주셨군!’

“······!?”

맹공을 받아내던 대지의 방패가 순식간에 자라나더니 뿌리로 카리나를 옭아맨다. 카리나는 곧장 옭아매진 검을 버리고 뒤로 물러난다.

“검! 돌려주지 않을 겁니다!”

구대성은 대지의 방패로 카리나의 검을 완전히 옭아맸다. 무장을 읽은 카리나는 맨몸으로 자신과 싸워야 할 것이다.

“어둠의 신의 힘을 잘 알지 못하는군.”

“······?!”

<마검의 휘황(輝煌))>

대지의 방패에 잡혀있던 카리나의 마검이 어둠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단순한 안개인가 싶었을 때, 방패에서 무언가 갉아먹히는 듯한 소리가 났다.

“바, 방패가!”

카리나의 마검을 집어삼켰던 대지의 방패가 마검이 뿜어내는 어둠에 절단되더니 순식간에 무너져내린 것이다.

“오라.”

그리고 옭아맨 대상이 사라지자 카리나의 손짓 한 번으로 되돌아오는 마검.

카리나는 되돌아온 마검으로 구대성에게 맹공을 다시 시작했다.

이전과 다른 게 있다면 그녀가 휘두르는 일격일격이 구대성의 별철갑주마저 절삭하며 몰아붙인다는 것.

“빛의 성검이 악을 집어삼키는 분류라면, 어둠의 마검은 모든 걸 절삭시키는 칼날이지. 그대의 방패와 갑주는 이 절대절삭의 힘에 대항하기엔 별철의 함량이 떨어지는군.”

점점 잘려나가는 갑주에 기겁한 구대성이 무리하게 망치를 휘두르며 달려들자 그녀의 매서운 발차기가 다리를 후려치며 자빠뜨린다.

-콱!

자빠진 구대성의 가슴팍을 밟고 검을 겨누는 카리나. 완벽한 패배였다.

“역시 경험부족인가.”

“크윽······.”

스펙에서 밀리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카리나가 전력을 다한 것도 아니지만, 구대성 자신도 전력을 다한 건 아니니까.

하지만 기본기에서 이토록 압도적인 차이가 날 줄이야.

“뭐, 그렇게 아쉬워하지 마라. 설마 본작을 이길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끄응······.”

카리나는 구대성의 분한 표정에 그가 꽤나 진심으로 자신을 이겨볼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연, 폐하께서 그리 마음에 들어하실 만 하군. 근성이 있어.”

그것이 가히 여신의 선택을 받고 성배기사의 힘을 계승 받을 정도라는 점에서 구대성은 충분한 자격이 있으리라.

“좋아, 그럼 방금 공방에서 뭘 배웠지?”

“그··· 조급했습니까?”

“그 원인은?”

“방패도 잃고··· 갑옷도 잘려나가서··· 같습니다.”

대지의 방패는 내구도에서 절대적일 정도로 강력한 방패는 아니다. 하지만 구대성이 생명력을 불어넣는 한 무한히 재생하는 재생력과 특수능력이 말도 안 되는 이점을 가져온다.

그런 방패가 마검의 휘황 앞에 순식간에 잘려나간 데다 믿었던 데메라 여신의 축복을 받은 갑옷도 종잇장처럼 찢겨지니 조급해질 수밖에.

“그것도 있군. 제대로 된 무장을 갖추고 성력을 깃들일 그릇을 만드는 건 중요하니까. 지금 베이스는 왕국기사용의 갑주이니 스피너 경에게 제대로 된 갑주를 주문하도록.”

축복을 다시 받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구대성 자신이 데메라 여신의 의지를 대리하는 자. 완성된 갑주를 축복하는 것쯤은 숨 쉬듯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경의 문제점은 갑옷이나 방패의 사용법이 아니야. 게오브릭 경의 망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데 있지.”

“망치를··· 요?”

그야 익숙하지 않긴 하다. 본래 구대성은 검을 쓰던 자였다. 한손 검과 한손 방패의 공방 밸런스 중심.

방패는 여전했지만, 돌연 망치를 쥐게 되었으니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무기술 차원의 문제가 아니야. 성력의 외부발산은 진짜 강자들 싸움에서는 의미가 없어. 성배기사 클래스의 대인전투에서라면 요란하기만 한 힘보다 내강외유의 밸런스가 중요하지.”

기사란 거인 같은 괴물도 조막만 한 고블린도. 같은 인간조차도 대적하는 만능의 전사.

성배기사는 그중에서도 정점에 위치한 전쟁꾼들이다. 그들은 서로의 특기분야가 있을지언정 ‘만능’에는 부족함이 없다.

“악마가 등장하기 전, 우리의 진짜 적은 악마 같은 게 아니었지. 수천 년 전쟁의 역사, 그 투쟁의 대척점에는 그 짐승들이 있었어.”

-콰아아아아아아아!!

그때였다. 평양의 외곽. 그곳에서도 선명하게 솟구치는 거대한 불꽃.

“부, 불카누스 경?!”

대체 불카누스가 저토록 강대한 불꽃을 일으킬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설마 잔존 악마들이라도?

-크롸라라라라라라라!!

불꽃이 치솟기 무섭게 전혀 다른 방향에서 용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세계수에서 탄생한 드라고니아의 첫 번째 자손인 흑룡의 포효는 이전과 달리 어딘가 기세가 꺾인 듯 들렸다.

용조차 짓누를 만한 기운이라니? 구대성이 알기론 이 세계에서 그런 이는 단 한 명뿐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구대성이 당황하며 두리번거리는 것과 별개로 카리나는 어깨에 검을 메며 입을 열었다.

“성배기사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후계자들을 찾지. 용력을 발휘한 기사들을 가르치며 기대한다.”

그가 새로운 세대교체를 해낼 것을 기대하며.

“카리나··· 대공님.”

“자, 망치를 들어라. 신참. 이전과 달리 성배기사들의 숫자도 줄어들어서 말이지. 자네 다음에는 새어머니 후보에게도 시댁살이를 예습시켜야 하거든.”

카리나가 경쾌한 미소와 함께 살벌한 맹공을 재개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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