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235

신참들(2)

제2차 한국전쟁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낸 건 생명의 성배기사로 각성한 구대성임은 틀림없지만, 그만 주목받은 것은 아니다.

레온을 비롯한 성배기사들 그리고 불타는 검 기사단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활약하긴 했지만, 혼돈의 군주 라크샤르의 대마법에 의해 성력이 봉인된 이후에는 구대성과 만신전 기사들이 주력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주목받은 건 네 사람.

한하리, 한수호, 천소연, 김재혁. 성물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린 그들의 활약은 과연, S급 헌터 이상의 가치를 보였다.

“우선적으로 육성해야 할 건 그 네 사람인가.”

레온과 베아트리체 그리고 불카누스와 카리나.

본래 몸을 되찾고 한창 도시 인프라 건설에 열중하고 있는 야피와 평양 근처에서 논밭 형성에 일조 중인 구대성을 제외하곤 모든 성배기사가 회의에 참여했다.

그 주제는 의외로 심플했다.

“한동안 우리들이 할 일은 많지 않다. 점령된 도시를 안정화하는 것은 아랫것들이 하면 될 일이지.”

성배기사들은 무의 상징. 물론 그 강대한 성력으로 신의 기적을 일으키며 민생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자, 성녀급 되는 이들이 직접 돌아다닐 정도는 아니다.

“하여 일단 기사들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방향으로 갈까 한다. 앞으로는 새로운 주민들이 늘어날 테니까 말이지.”

“그래서 그 네 명을 교육하자는 것이외까?”

불카누스의 물음에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바 고급 인재의 집중양성이란 말이다.

“기사들도 기사들이지만··· 둘 정도 추가하고 싶군요.”

“누구를 말이냐, 카리나.”

“구대성 경 그리고 새로운 흑룡입니다.”

“용이라······.”

레온은 구대성이 언급되었을 때는 나름 이해했다.

구대성은 고결한 의지를 가진 굳건한 기사이지만, 그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으니까.

“구대성 경에게 대인전을 가르칠 셈인가?”

“예. 하지만 폐하보단 제가 더 나을 성 싶습니다.”

“그건 어째서지?”

“폐하께선 구대성 경이 아닌 흑룡을 맡아주셨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흐음······.”

세계수가 피어난 이후 최초로 태어난 생명은 카리나의 용의 심장에 잠재된 인자로 태어난 흑룡이었다.

용신 드라고니아의 첫 번째 자손.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아 흑룡이라 불리는 그것은 평양 재건 사업단의 은근한 골치였다.

“듣자하니 태양궁을 통째로 점거해 레어로 삼았다지.”

“그 안의 보석과 황금이 마음에 든 모양입니다만.”

황금과 보석을 탐내는 건 용의 종족적 특성이다. 그들은 탐욕스러우면서도 오만했기에 종종 난쟁이들의 보물고를 털었다는 전설이 자주 남았다.

“용을 상대해본 자는 짐 정도이긴 하군. 짐의 치세가 날개 달린 화룡의 몇 안 되는 활동기였으니.”

시조룡 드라고니아가 스러진 이후 수천 년이 지난 레온의 시대에선 용들의 자취가 영 보이질 않았다.

레온도 난쟁이들의 보물고를 점거한 용을 토벌하는 임무에 지원차 갔었을 때 정도가 다였으니.

“용은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하지. 카리나 네가 용의 심장을 가지고 드라고니아의 대리인이라곤 해도, 그 기질을 억누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흑룡은 폐하께서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성배기사들은 라이온하트의 전성기를 이끈 초월자들이다. 하지만 그들 또한 언젠가는 별처럼 지고 신들의 만찬장으로 향할 날이 오겠지.

성배기사들의 의무는 비단 왕국을 수호하는 것 뿐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가르치고 이끌어주는 것도 있었다.

* * * *

“하여 너희들은 내가 가르치기로 했다!”

불카누스의 호기로운 외침에 하리, 수호, 재혁은 말없이 서로를 번갈아 봤다.

“가르쳐주신다면야 저희야 감사하죠.”

하리를 비롯한 만신전 기사들은 이전부터 레온에게서 교육을 받았더랬다

검술, 창술, 기마술, 신학교육.

기본적으로 수십 명, 이론교육과 반복연습뿐 아니라 게이트에서의 실전도 여럿 치러본 것이다.

“그동안 폐하에게서 직접 교육을 받았겠지. 뭐, 인정한다. 폐하는 여러모로 모범이 되는 기사지. 정석적이고 정량에 가까운 교육을 받았을 것이야.”

‘그, 그런가?’

‘방패 들고 기마돌격 막기가 라이온하트에선 정석?’

살짝 의아함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레온의 교육은 꽤나 체계적이었다.

하드한 실전 탓에 다들 여기 다치고 저기 다쳤지만, 실력만큼은 확장되었다.

무엇보다 성배의 치유를 받아가며 사실상 무한 훈련이 가능하다 보니 훈련량도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내 교육은 다를 것이야.”

불카누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붉은 갑주를 입은 기사들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발탄 불타는 검 기사단 다섯 명. 그들은 세 사람을 널찍하게 포위하듯 둘러싸며 자리를 잡았다.

“훈련에··· 성배기사단도 참가하는 검까?”

재혁의 물음에 불카누스가 웃을 때, 특유의 화염숨결을 내뱉었다.

“아니, 녀석들은 ‘도망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이다.”

다음 순간, 불타는 검 기사단에게서 뿜어져 나온 불이 순식간에 벽을 형성했다. 갑작스레 불을 뿜어대는 기사단에게 세 사람이 기겁했지만, 불카누스는 예정대로란 느낌이다.

“피아구분 없는 순수한 불꽃이다. 불에 내성이 있는 하리 경 말고는 ‘못 튈’거다.”

물론 하리는 자신이 전담마크해서 도망치지 ‘못하게’ 할 거라며 호언장담하는 불카누스.

“저, 부, 불카누스 경? 도망 안 친다고··· 말하고 싶긴 한데요오······.”

하리는 끝없는 불안감에 말을 얼버무렸다. 보통 찐 라이온하트의 인간들은 뭔가를 한다고 하면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내 교육법은 간단하다! 강자는 끝없는 사지를 돌파하면서 탄생하는 법! 즉···!”

불카누스에게서 뿜어지는 불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신성강림을 쓰지 않아도 그의 불길은 이미 라이온하트 역사상 최강.

“죽을 위기를 반복하면 사람은 강해진다!”

GRARARARARARA────!!

단순무식하지만, 의외로 효과가 있는 정석적인 훈련법이긴 했다.

사람은 뭐든 피로 배워야 빠르니까.

* * * *

드라고니아의 첫 번째 자손.

세계수를 통해 탄생한 이 시대의 흑룡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유전자에 새겨진 불구대천의 원수. 하지만 자신의 위대한 시조가 그들 편에 섰다.

[지금은 힘을 기르고 동족을 늘릴 때다. 네가 앞으로 탄생할 나의 자손들을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신성인 황금과 계약의 대리인이 되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그 인간 계집에게 목을 숙일 순 없습니다.]

흑룡의 말에 드라고니아는 과연, 제 자손이다 싶었지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허나, 협력은 해야겠지. 부아가 치밀지만, 카리나를 포함해 성배기사들의 용력은 너로선 대적할 수 없으니.]

지극히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충고. 하지만 흑룡은 발끈했다.

[위대한 드라고니아의 자손인 제가! 한낱 벌레 같은 인간들과 비교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용족 특유의 오만함.

신들에게조차 굴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싸워온 그들의 자존감은 보통이 아니다.

하물며 흑룡은 세계수에서 탄생하면서 추후 태어날 용들을 이끌기 위해 모든 지식과 능력을 물려받은 특수체.

그는 자신에게 인자를 제공한 카리나에게조차 불경한 모습을 보였다.

[네가 시조의 대리인인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시조와 같은 대우를 받을 거라 착각하지 마라. 너를 내 등에 태운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다.]

흑룡은 악마 군주와의 전투에서 잠시나마 인간을 제 등 위에 태운 것을 불쾌해하며 자신의 임시 레어를 찾았다.

둥지를 파고 보물을 모으는 것은 용의 본능. 그는 북한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큰 건물을 찾아 그곳에 자신의 둥지를 만들었다.

웬 이상한 인간 시체가 박제되었긴 하지만, 그런 건 불태워 소각시켰고.

그렇게 흑룡이 자리 잡은 평양 태양궁은 그 누구도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 용의 둥지가 되었고.

“흠~ 뭐, 나름 잘 꾸며놓긴 했구나.”

그런 흑룡의 레어에 찾아온 불청객. 그가 입구를 거니는 발소리가 들리자 흑룡은 스르륵 눈을 떴다.

[감히 인간 따위가 내 허락도 없이···!]

흑의 찢어진 동공이 사납게 침입자를 노려봤다.

황금빛의 머리카락은 용이 탐낼 정도로 화려했고, 그 오연한 기운은 용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곳은 세계수의 성지가 될 것이다. 그곳에 허락도 없이 둥지를 튼 건 네놈이야.”

레온은 용의 사나운 시선을 마주하고도 조금도 밀리는 구석이 없었다.

“짐과 신들의 관대한 윤허 아래 네 녀석이 이 땅에 둥지를 튼 것이다. 감사를 하진 못할지언정 어디 눈깔을 치켜뜨느냐.”

[네놈···!]

흑룡은 고개를 들어 레온을 내려다봤다.

“짐은 사자심왕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만신의 대리인이며 성배의 수호자이다. 예를 갖춰라, 도마뱀.”

[협력관계라 하여 도가 지나치는구나, 난쟁이!]

흑룡도 눈앞의 인간이 얼마나 강대한 존재인지는 알았다.

그 또한 악마군주 라크샤르를 절단낸 순간을 목격했으니.

하지만 그렇다 하여 용의 프라이드가 인간에게 굴하는 걸 용납지는 않았다. 하물며 눈앞의 인간은 용살자.

위대한 시조룡 드라고니아를 살해한 자의 후손이지 않은가.

[용은 인간에게 굴종하지 않는다!]

흑룡은 조금의 주저도 없이 육중한 꼬리를 휘둘러 레온을 후려쳤다. 고작 이 정도에 그가 죽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그 나름의 태도의 관철이다.

-쿵!

아찔한 충격음. 하지만 흑룡은 자신의 꼬리가 어느 지점에서 멈춰 선 것을 느꼈다. 그것도 레온의 코앞에서.

[······!?]

“뭐, 힘은 덩치에 비해 나쁘지 않구나.”

조금도 미동하지 않는다. 못해도 수톤에 달하는 용의 꼬리가 휘둘러졌음에도 레온은 그것을 한 팔로 막아선 것이다.

인간의 몸에서는 믿기지 않는 괴력. 흑룡은 그대로 꼬리를 붙잡혀 자신의 몸이 붕 뜨는 걸 느꼈다.

“이곳은 좁겠지. 넓은 곳으로 가자꾸나.”

용의 육중한 몸이 휘둘러지며 태양궁을 박살냈다. 그리고 머잖아 놓아버린 꼬리와 함께 공중으로 치솟는 흑룡.

[크르···!]

흑룡은 치욕감에 이빨을 으스러뜨리며 날개를 펼쳤다. 공중에서 멈춘 그는 광풍을 일으키는 날갯짓과 함께 레온을 내려다본다.

레온은 신수 스탈리온을 소환해 하늘로 날아올랐고 같은 하늘에서 두 존재가 서로를 응시했다.

“여기서 한바탕 벌이기엔 도시가 망가지겠지. 좀 넓은 곳으로 가지.”

[내게 명령하지 마라! 건방지다!]

흑룡의 반박에 레온은 오연한 미소를 지으며 성창을 겨눴다.

“싫다 해도 강제할 것이다. 짐은 여신 앞에서 투닥일 정도로 예의범절을 모르지 않거든.”

다음 순간, 성창에서 빛의 분류가 쏟아졌다. 그 빛은 삽시간에 흑룡을 집어삼키더니 흑룡을 평양 상공에서 밀어버렸다.

마치 쓰나미에 휩쓸린 덤프트럭처럼 하염없이 밀려간 흑룡이 추락한 곳은 웬 호수 한가운데다.

평양 인근의 태성호. 평양 고위층을 위한 골프장이 있는 이곳은 평양이 몰살된 이후 누구도 찾지 않는 곳이다.

-크롸라라라라라!

호수에 처박힌 흑룡이 분노와 함께 숨결을 토해냈다.

파멸적인 검은 화염이 솟구치고 하늘에 구멍이 뚫린다. 그것을 내려다보며 레온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사자심왕의 대관식을 치르기 전, 불 뿜는 화룡과 싸워본 적이 있지. 뭐, 그 용보다도 낫구나.”

레온은 이 용이 고작 막 태어난 신생아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주목했다.

비록 지식과 마력을 잔뜩 욱여넣은 걸작이지만, 어리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가령──

[······?!]

레온을 쫓아 날아오르던 흑룡은 제 날갯짓으로 몸이 띄워지지 않음을 느꼈다.

그가 태어난 순간부터 숨 쉬듯 자연스럽게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었던 특권이 박탈당한 것이다.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

분노하는 흑룡에게 레온은 저공비행으로 다가가 말했다.

“이론적인 부분은 모른다. 짐은 일종의 회초리 역할이라서 말이지.”

흑룡은 자신의 날갯짓을 봉쇄한 게 레온이 아님을 깨달았다. 호수의 근처, 골프장의 잔디밭 위에 자리를 깔아놓고 차를 마시고 있는 마술사 여왕.

“당신도 아시나요? 당신의 날개만으로는 그 무게를 지탱할 수 없다는 걸.”

흑룡은 푸드덕거리며 날갯짓을 연신 했지만, 호수만 요동칠 뿐, 여전히 물먹은 솜처럼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렇다면 결론은 단순하지요. 용의 날갯짓은 단순히 물리적인 작용이 아니라 마술적인 힘이 추가로 든다는 걸요.”

[네 녀석이······.]

베아트리체는 자신을 노려보는 용의 찢어진 동공에도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부터 폐하와 저를 상대하면서 육체와 마력을 다루는 방법 동시에 배우도록 하지요. 이 정도 방해마술 정도는 가볍게 튕겨내셔야 하지 않겠어요?”

레온과 베아트리체. 두 강자를 앞에 두고도 흑룡은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용의 프라이드가 그것을 허락지 않았기에.

하지만.

“폐하, 그래도 선생 노릇을 하는데, 학비는 받아야 하지 않으려나요?”

“뭔가 바라는 것이라도 있소?”

“용이라는 생물을 처음 보는 것이라서 알아보고 싶은 게 참 많답니다. 그래서 그런데······.”

학비는 하루당 용의 부산물 하나. 이를 테면 발톱이라던지 비늘이라던지.

“조금만 받아가도 될까요?”

“암! 예로부터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아서 마땅히 제자가 보답해야하는 법이오.”

“후후후훗···!”

순수한 학자로서의 호기심과 노골적으로 번들거리는 시선에는 흑룡도 섬뜩할 수밖에 없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