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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8

고민

“나는 천년만년 부귀영화 누릴 것이외만?”

“???”

[안돼!]

불카누스의 폭탄발언에 페토스는 물론이고 레온까지 귀를 의심했다.

페토스는 이 불속성 효자를 천년만년 자신의 대리인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에 따른 경악이었다.

“아니, 페토스 님. 어찌 그리 놀라십니까?”

[처, 천년만년 누리다니··· 설마 네놈, 천년만년 내 성배기사로 지낼 것이냐!]

“그야 젊고 오래 살려면 살아있는 성자로 지내는 게 당연하지 않겠소이까.”

[이놈! 성배기사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인 줄 아느냐!]

페토스의 역정에도 불카누스는 귀를 파는 무엄함을 보이며 말대답했다.

“페토스 님. 나만 한 전쟁의 성배기사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 것 같소이까?”

[······.]

사실이었다.

불카누스는 레온의 존재만 아니었다면 역대 최강의 성배기사로 손꼽힌다.

레온이 괜히 자신의 후계로 불카누스를 생각해본 게 아니었을 정도로 그의 강함은 독보적이다.

사자심장까지 이식받는다면, 악마 군주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성배 수호자가 탄생하겠지.

[네, 네놈이 그리 성력을 낭비하는 게 문제다! 곳간 비어있는 것도 모르고 꾸역꾸역 성력을 사방에 퍼뜨리니까!]

“페토스 님. 제가 군권을 잡으면 세계정복할 거외다.”

[······!?]

불카누스의 폭탄발언에 페토스는 침묵했다.

“제가 이 지구를 정복하면 페토스 님의 신앙이야 온 사방에 넘치지 않겠소이까. 당장 혼란한 중국만 따악! 차지해도 응? 안 들리십니까? 전쟁 신도들 떠억상!”

페토스는 불카누스의 말이 그럴듯하네? 라고 생각했다.

“하아··· 페토스 님. 설득되지 마십시오.”

[설득··· 안 당했다.]

불카누스에게 설득됐다는 사실이 못마땅한지 애써 부정하는 페토스.

[하지만 정복은 필요한 과정 아니더냐. 이 땅에 라이온하트를 다시 건국하고 마땅한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선. 제국의 전철을 밟는 국가는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소이다! 라이온하트 제국 세우고 폐하는 사자심황! 나는 성배왕 시켜주시오! 여기 평양하고 저 대만 땅 괜찮더이다! 별장으로 주시오!”

[불카누스 네놈은 좀 닥치고 있어라!]

페토스의 호통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물러나는 불카누스. 레온은 은연중에 만신전의 신들이 동조하고 있음을 알았다.

“다른 분들도 같은 의견이십니까?”

[뭐, 제국은 둘째치고 왕국은 재건해야 하지 않겠느냐. 본 여신은 다시금 라이온하트의 재건을 바라노라.]

그것이야 레온도 생각한 바가 있었다. 불카누스가 언급했듯이 지금의 중화대륙 땅은 빈 땅이나 마찬가지.

그곳을 차지하는 것쯤이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

“하지만 불카누스 경. 천년만년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것은 어인 뜻인가. 경은 승천할 생각이 없나?”

“GRARARA. 살아있는 성자로서 강대한 용력과 젊음이 있는데 굳이 서둘러 만찬장으로 갈 이유가 무엇이오. 나는 이승에서 향락이란 향락은 다 누리고 가리리다.”

“흐음······.”

레온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성배기사 중에서 승천을 미루면서까지 이승의 부귀영화를 누리겠다 선언하는 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불카누스 경이 여타 기사들과 기질이 다른 건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다를 줄은 몰랐군.”

“허허, 그렇소이까? 지극히 인간적이라고 보오만.”

“경은 좀 더 신들과 낙원에 대한 존중을 보일 필요가 있다. 간만에 신학 교육을 하는 건 어떠한가?”

“······?!”

레온의 말에 불카누스는 파르르 떨며 소스라쳤다.

불카누스가 막 항복하여 레온의 종자 노릇을 하던 시절, 그는 많은 것을 레온에게 배웠다.

그중에서도 신학 교육은 거의 세뇌 레벨이라서 불카누스는 악신의 사상에서 크게 벗어나게 된 것이다.

“크, 크흠··· 신학 교육이라니. 내가 종자 노릇하던 시절도 아니고.”

“배움에는 끝이 없음이야. 오히려 성자인 그대가 그 신분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타의 모범이 되지 않겠는가?”

“끄응······.”

불카누스는 질색팔색하며 싫어하는 티를 팍팍 냈다. 하지만 레온은 거침이 없다.

“그럼 내일부터 기사들을 모아놓고 하는 신학교육에 경도 참여하는 걸로 알지.”

“아, 폐하!”

불카누스가 볼멘소리를 내자 레온이 쿡쿡 웃으며 술잔을 건넸다.

“정 싫다면 신학 교육을 면제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

“그것이 무엇이오?!”

“짐의 고민상담에 어울려 주거라.”

“호오······.”

불카누스는 레온이 내린 어사주를 단숨에 들이키곤 입가를 닦으며 되물었다.

“그래서. 우리 사자심왕 폐하께서 고민하시는 바가 무엇이오?”

“짐은 오랫동안 낙원으로 향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사자심왕의 자리를 한 사람이 오래 차지하면 좋지 못한 일이라 여겼지.”

당장 레온의 후계를 찾을 여유가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악마들을 멸하고 라이온하트 재건의 초석을 세울 때까진 자리를 보전하려 했으니까.

“허나, 신들께서도, 또한 많은 이들이 짐의 승천을 반기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

불카누스는 레온의 말을 십분 이해했다. 차기 사자심왕을 내심 욕심내고 있는 그도 레온이 떠나간 뒤의 일을 상상하기 어려웠으니.

하지만 그것은 욕심이다. 레온이 안식을 원한다면 그는 그래도 된다. 그에겐 마땅한 자격이 있으니까.

신들조차도 그것을 거부할 순 없겠지. 하지만 신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배 수호자를 잃기 싫어하는 게 아니다.

“폐하, 낙원으로 가고 싶은 이유는 혹. 카스티야 왕비마마 때문이오?”

“······.”

레온은 쓴웃음으로 말을 대신하고 잔을 따랐다. 대답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벌주였다.

“뭐, 이해는 가오. 달에 신전을 세울 정도로 지고지순한 사랑 아니었나.”

“그이뿐일까. 길두스, 안토크, 군라르··· 짐의 친구들은 모두 그곳에 있거늘.”

이곳에서 레온은 그저 왕이다. 강대한 사자심왕. 신들의 대리인이자 성배의 수호자.

불카누스는 레온이 저 낙원에서라면 모든 굴레를 벗고 한 사람의 남편, 친구로 있을 수 있음을 알았다.

“좋겠소이다. 낙원으로 가면 마누라도, 친구들도 있으니.”

“훗. 경은 친구 사귀기를 대강하여 그런가.”

“뭐, 하나 있는 친구 놈 팔 한 짝을 날린 게 나요. 그 뒤로 친구는 안 사귀기로 했소이다.”

“아아~ 그때, 그······.”

레온은 한 사내를 떠올렸다. 불카누스를 굴복시키던 그때, 그의 옆에는 늘 한 사내가 있었다.

충직하면서도 ‘사악한’ 존재가.

“뭐, 내 이야기는 그만하고 폐하 말이오. 그냥 이 세계에 정 좀 붙여보시오.”

“충분히 정을 주고 있다 생각한다만?”

“폐하 정도 되는 이가 아무나 친구로 삼을 순 없겠지. 나나 야피 경 정도 아니겠나. 아니면 그 안동길 대통령도 괜찮은 양반이고.”

불카누스가 잔을 내민다. 짠! 하는 카랑카랑한 소리가 울렸다.

“여인도 좀 안고 그러시오. 아리아나 여신께서도 늘 말씀하시지 않소이까. 200년 순정을 지켰으면 카스티야 형수님도 이해하실 거요.”

당장 딸내미도 새엄마 후보들을 눈여겨보고 있지 않은가. 그치야 라이온하트의 후손을 최대한 많이 만들자는 주의였지만.

“경은 참 단순해서 좋아.”

“GRARARA. 폐하께서 너무 복잡하게 사시는 것이오. 그거 까딱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것이외다.”

두 사람의 잔소리는 저녁 늦게까지 울려 퍼졌다.

* * * *

평양시내 당 간부의 자택.

만신전이 평양을 점령한 뒤, 복지차원에서 몇몇 자택을 징발해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곳은 그런 징발된 자택 중 하나다.

“후우······.”

베아트리체는 지금은 주인이 없어 사라진 당 간부의 자택에서 대충 끄집어온 와인을 홀짝였다.

세계최빈국이라 들었는데, 생각보다 사치품의 질이 높다. 필시 백성의 고혈을 쥐어짜 누리던 사치겠지.

“씁쓸한 맛······.”

베아트리체는 제 마음을 반영한 것처럼 쌉싸름한 와인 맛에 취기가 올랐다.

그녀가 처음 레온을 따르기 시작한 것은 보은을 위해서였다.

과거를 반복하며 타락의 길에 접어든 자신을 보필하고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의 기사가 된 자들.

그 충성스러운 기사들의 영혼을 정화하여 윤회의 길에 접어들도록.

이 지구에 신앙을 퍼뜨려 죽은 자들의 세상을 관리하는 플르가 다시금 윤회의 순환을 시작하기 위해.

그녀는 기꺼이 꿈과 죽음의 신관장이 되기로 하였고, 마땅히 레온을 보필하게 되었다.

그는 오만하고 편협하며 권위적인 인물이지만, 고결하고 정의로우며 명예를 아는 이다.

범인들도 그리 느낄진대, 타고나기를 고귀한 베아트리체에겐 그 어떤 장해도 없는 눈부신 사람이었으리라.

“욕심이었을까요?”

내심 기대를 한 것도 있었다. 자신이라면, 미모도, 무력도, 혈통도 뛰어난 자신이라면··· 그에게는 꽤 어울리는 동반자가 되리라는.

“솔직히 저 정도면··· 괜찮지 않아요?”

[그럼그럼. 본녀와 여신들이 보기에도 부족함이 없도다.]

“그렇지요?”

누군가가 보았다면 허공에 말을 걸며 자문자답하는 취객이었으나 신과 가장 가까운 성녀에겐 일상적인 신과의 소통이다.

[이리 곱고 능력 있는 아이인데 그 벽창호 놈은······.]

“우으··· 돌아가신 왕비님이 그렇게나 대단하신 분인가요? 이백 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로?”

플르는 한껏 취한 제 신관장을 애써 위로하려 했지만, 달의 여신 디나가 키득거렸다.

[순결의 신관을 납치해서 냉큼 식을 올렸을 정도니 그 정도 지조는 있어야지.]

[달은 이럴 때는 조용히 좀 하거라.]

플르가 디나의 입을 틀어막았다.

[본녀의 신관장이 어디가 부족하겠느냐. 레온 그놈이 불카누스의 반만 닮았어도.]

이에 발끈한 아리아나가 한마디 했다.

[꿈은 어찌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하는가. 내 기사의 지고지순함은 그 고결한 심성과도 맞닿아있느니.]

제 기사를 싸돌기 바쁜 빛의 여신에게 숲과 나무의 여신 이르민이 혀를 차며 말했다.

[이게 다 우리 숲의 하이엘프를 시집 보낸다고 했을 때, 빛이 완강히 거절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야.]

[숲은 왜 이제 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당황하는 아리아나에게 신들의 불만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르보니아 신전의 내 아가도 레온을 흠모했었는데··· 마음을 전할 기회도 빛이 앗아갔지.]

[생명, 너마저!]

[빛은 만신전의 권위를 독차지하기 위해 일부다처제를 용납지 않은 것이야? 본녀는 예전부터 그것이 궁금했노라.]

[내 기사의 순애를 어찌 내 탓으로 돌리는가? 내 기사는 지구의 일부일처제의 관념을 그대로 유지했을 뿐이야.]

여신들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베아트리체는 훌쩍거리며 궁상맞게 와인을 자작했다.

신들은 레온의 새 장가에 열띤 토의를 하던 그때, 문이 열리며 이 사태의 주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폐하?”

레온이었다.

“비체, 어찌 술을 혼자 마시고 계시오.”

“······그냥요. 적적하기도 하여.”

[꿈의 신관장이 서운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구나. 취한 것이야.]

[쓰읍! 빛은 조용히 하라!]

레온은 여신들의 주책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베아트리체의 옆자리에 앉았다.

“짐이 그대를 서운하게 했구려.”

레온은 베아트리체를 달래는가 싶으면서도 그녀가 따르려던 와인병을 거두었다. 이런 행동에 베아트리체가 의아한 시선을 보내자 레온은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서 잔을 따를 때가 아니오. 어서 나갑시다.”

“폐하?”

레온의 재촉에 베아트리체는 얼떨떨해하며 레온을 뒤따랐다. 바깥에는 스탈리온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고, 레온의 손에 이끌려 안장 위에 오르는 베아트리체.

“가자, 스탈리온.”

레온이 신수의 목덜미를 쓰다듬자 스탈리온은 날개를 펄럭이며 비행하기 시작했다.

“꽉 잡으시게.”

차가운 밤바람이 몰아치자 술기운이 가셨지만, 베아트리체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는 눈치였다.

“폐하, 어쩐 일이신가요?”

“먼저 용서하시오. 비체.”

“네?”

의아해하는 베아트리체에게 레온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짐은 오랫동안 의무 속에서 살아왔네. 나의 왕국을 멸망시킨 악마들들을 모두 격멸하는 것만을 바라보며 200년을 싸웠지.”

레온은 그다음의 일을 생각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지구와의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다면, 짐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을지도 몰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게이트가 열려 지구로 귀환했고, 그곳에서도 악마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안 레온은 안도했다. 자신이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아있음에.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싸움이 끝나고 나서 짐은 마땅히 낙원으로 승천해야 한다 생각했소. 물은 고일수록 썩기 마련이니.”

“폐하께서···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무려 이백 년을 싸워오면서도 고결함과 명예를 지켜낸 기사가 아니던가.

베아트리체는 레온이 변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후후, 그럴지도. 다른 이유도 있었소.”

“다른 이유라 하면······.”

“내 친구들. 나와 마지막까지 영광을 함께해준 고마운 신하와 병사들. 그리고 내가 평생을 사랑했던 카스티야.”

“······.”

그 이름이 언급되자 베아트리체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녀가 결코 이길 수 없는, 경쟁의 대상조차 될까 싶은 여인의 이름이었기에.

“내 의무가 끝나고 나면 마땅히 그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 여정의 끝이라 여기네. 짐은 언젠가 그들과 만찬장에서 웃고 떠들 날을 고대하고 있어.”

결국··· 당신은 홀로 그렇게 떠나실 작정인가.

베아트리체는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못해 레온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꾸욱 이마로 누르면서 소심한 책망을 한다.

“슬슬 열리는군. 저것을 보시오.”

“???”

이에 그녀의 시선이 레온의 손끝을 향한다. 그곳에는 거대한 세계수가 있었고, 그 가지마다 수많은 빛이 모여들고 있었다.

“저것은?”

“숲의 종족일세. 엘프와 트리맨들이지. 구대성 경을 닥달해 서둘러달라 요청했어.”

구름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세계수였다.

그 뻗은 가지 하나하나가 도시를 반절은 가로지를 정도로 길었고, 그 가지마다 맺힌 열매들에 빛이 모여들자 그 광경이 대단했다.

수백 년 전, 최후까지 사자심왕과 함께하며 끝내 멸종되었던 숲의 현자들.

그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레온에게 안배를 맡겼다.

방주 계획과 최후의 성배 계획.

무엇이든 레온을 전적으로 신뢰했기에 그들은 모든 것을 걸 수 있었다.

레온이 경험한 역사와 게이트에서 베아트리체가 획득해온 달의 성배. 그들의 헌신이 시공을 초월해 레온의 손에 의해 맺혔으니 이 또한 기적의 하나겠지.

“트리맨들은 인간보다 몇십 배는 수명이 길지. 그들은 평생을 자연의 조화를 수호하다 마지막엔 숲에 모든 것을 돌려주곤 새로운 나무를 심는다오.”

그것이 현자의 모종. 군라르가 남긴 모종은 곧 세계수가 되어 지금 눈앞에 그 과실을 맺고 있다.

멈춰진 생명의 순환이 몇 번의 기적이 겹쳐 이 지구에서 다시금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폐하는···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말씀하고 싶으신 건가요?”

베아트리체는 이런 말을 하는 레온조차 원망스러웠다. 결국 자신이 승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조화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렇겠지. 그건 분명 자연스러운 일일세.”

“······.”

베아트리체는 꾸욱 얼굴을 파묻었다. 하지만 그때──

“하여, 시간이 필요하네.”

“네?”

“내가 그 마땅한 순환을 거슬러야 할지.”

그것이 무엇을 거스르는 것인지 떠오른 베아트리체는 눈을 껌뻑였다. 레온은 뒤돌아보지 않고 어색하게, 죄를 짓는 것처럼 조심스레 말한다.

“조금만 시간을 주게. 나는 평생을 그리 믿고 살아왔어. 생각을 고쳐먹는 건 한순간에 이루기가 쉽지 않아.”

“폐하······.”

“기다려줄 수 있겠소?”

베아트리체는 레온의 허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꼬옥 파묻었다. 그 의미는 이전과는 분명 달랐다.

-█▀▀▀▀███▄▄▄▄!!

가지 여기저기서 생명의 빛을 품은 종의 부활이 이어진다.

기사와 병사들.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동원된 모든 이들이 잠시간 그 모습을 넋 놓고 지켜봤다.

모두에게 잊혀지지 않을 밤이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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