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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9

237. 소꿉친구 – 재회

“그, 그것이…”

“왕자님, 물러서십시오.”

로이드 아그낙이 곧장 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왕자를 호위하는 성전사, ‘마농 경’이 눈치도 없이 끼어들었다. 왕자의 앞을 가리며 나서서는 왕자를 그의 근위기사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었다.

왕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십자교회의 온갖 규율에 묶인 왕자에게 별도리가 있나, 그는 자신을 감시하듯 붙어있는 나이 든 성전사의 무례를 감내하며 말했다.

“괜찮소. 가능하면 로이드 경과 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구려.”

“저들은 범죄자입니다! 왕자께서 대화를 섞을 이유가 없습니다. 또 저들이 왕자님이 여기에 계신 줄을 어찌 알고 찾아왔겠습니까? 로이드 경도 한패임이 분명하니 여긴 제게 맡기시고 속히 물러나시어 옥체를 보중하소서.”

“하지만 저들은 검조차 뽑지 않았잖습니까. 과민반응할 일이 아닌 듯하니 성전사께서는 상황을 살펴주십시오. 그리고 로이드 경.”

“…네.”

“전 당신을 저의 호위 기사이자 검술 스승으로 깊이 믿고 따라왔습니다. 당신이 저들과 어떤 관계인지 밝히십시오.”

“…저는 모르는 사람입니다.”

“로이드 님! 사이먼 백작의 보복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 이분이 소드마스터이시고, 저희를 도와주겠다 하셨습니다.”

브라이언의 말에 왕자와 성전사, 로이드의 시선이 레브에게 쏠렸다. 레브는 “크흠.” 헛기침하곤 왕자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 업적 : 왕자와의 첫 만남 – 모든 왕자로부터 미약한 호감을 얻음. ]

[ 업적 : 클레오 드 프레데릭을 만남 – 프레데릭 왕가를 섬기는 모든 귀족에게 미약한 호감을 얻음. 클레오 드 프레데릭에게 미약한 호감을 얻음. ]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로이드 경이 자신이 아그낙 남작가의 마지막 후계자임을 밝히면서, 그리고 브라이언이 아그낙 남작령을 둘러싼 과거사와 십자교회의 의심쩍음 움직임을 고하면서 적갈색의 풍성한 머릿결, 초록 눈동자에 체념이 가득하던 클레오 드 프레데릭 왕자의 얼굴에 환희가 감돌았다.

레브가 미하에르 추기경의 이야기까지 슬쩍 흘렸을 때에는 미소를 감추기 어려워했다.

“왕자님! 왕자님께서는 저 범죄자들의 말을 믿으십니까? 교회와 왕가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속셈이니 왕자께서는 거짓된 말에 현혹당하지 마시고 현명하게 행동하소서.”

그때, 마농 경이 끼어들었다. 그는 언제나 군소리 없이 교회의 규칙을 따르던 왕자가 태도를 달리하리라 믿었지만, 프레데릭 왕자는

“그 입 닥치시오.”

성전사의 말을 깔아뭉갰다.

“교회가 우리 왕가를 어찌 생각하는지 잘 알겠소. 난 이 일을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니 마농 경께서는 이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아니, 돌아가십시오.”

“어, 어찌 왕자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제롬 신성 왕국을 건국하신 크란차르 드 프레데릭 1세의 칙령에 따르면 왕자는 성전사의 호위를 받아야…”

“칙령 13조 1항! 십자교회는 프레데릭 왕가의 권위를 손상하지 않아야 한다.”

클레오 드 프레데릭은 이런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했다는 듯이 빠르게 말했다.

“칙령 13조 1항 붙임 1. 만일 십자교회의 대외적, 국내적 활동으로 프레데릭 왕가의 권위가 실추되는 일이 발생했을 시 프레데릭 왕가의 구성원은 위 12개 조항에 대한 거부권을 갖는다. 이에 근거해 6조 왕실 의전에 관한 십자교회의 도움을 거부하는 바입니다.”

“하, 하오나 아직 증명되지도 않은 사실이 아닙니까. 어찌 저런 자들의 말만을 듣고 왕가의 권위가 실추되었다 단정하십니까.”

“저런 자들? 지금 날 두고 하는 말이오?”

레브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남부의 느릿한 억양으로 자신이 타국인임을 강조하면서 감히 소드마스터의 증언을 무시하느냐 위압하는 것이었다.

레브의 열 제자까지 눈을 희번뜩거리자, 힘에서도 명분에서도 밀린 마농 경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돌아가고, 레브와 왕자는 악수를 나눴다.

“고맙습니다. 전 이제 궁으로 돌아갈 것인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왕께 이 일을 고하려 합니다.”

“왕을 알현할 기회를 주시니 무척 감사합니다만,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저희를 내성까지만 들여주시면 일을 마치고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그러면 아예 저택을 빌려드리죠. 집사를 붙여드릴 테니 그에게 말씀하시면 입궐하실 수 있을 겁니다. 표식을 지울 방법도 찾아보지요.”

왕자가 주도면밀하게 말했다.

행여라도 그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선수를 치는 것이었는데, 사양할 이유가 없는지라 레브는 빙긋 미소 지으며 승낙했다.

어쩜 진행이 이렇게 순탄할 수가 있나.

레브는 제가 주신이 바라는 흐름에 올라타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생각했는데…

“이 개새끼. 너 잘 만났다.”

왕자와 함께 산에서 내려와 루테티아에 입성한 레브가 한 숙소를 찾아갔다. 그곳에 있던 거구의 청년이 달려와 다짜고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었다.

[ 강제 종료 : 레나 살해 2/3 ]

레나 아이나르가 살해당한 것을 이전 회차의 기억으로 가지고 있는 레오 덱스터였다.

* * *

“우리 집에는 언제 돌아가?”

“며칠만 더 구경하다 가자. 여기 멋있지 않아?”

“그렇긴 한데…”

레나 아이나르가 새초롬히 답했다.

그녀는 빨리 에이브릴 성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레오를 재촉하진 못했다. 말꼬리를 흐리는 게 당당했던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왜냐면 그녀의 약혼자는 위대하신 소드마스터님이시니까. 나 따위는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잡을 가망이 없는…

미어지는 듯한 실망감이 가슴에 들이찼으나 레나 아이나르는 밝은 표정을 만들어냈다.

웃어.

웃으면 기분이 나아져.

그녀 나름의 요령이었다.

입꼬리를 바싹 들어 올리면 절로 기분이 나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 까짓거 며칠 더 있지 뭐. 이 숙소도 마음에 드는걸.”

억지로 미소 지으며 한 말이지만, 거짓말은 아니다. 제법 비싼 숙소라 시설도 좋고, 밥도 맛있다. 특히 침대가 마음에 든다.

이제 내가 레오와 함께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밖에 안 남았다. 요리를 배워볼까 싶긴 하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다.

그때, 레오가 그녀를 뜬금없이 잡아끌었다. “엥? 왜 그래?” 물어보았으나 레오의 답변은 조금 늦게 돌아왔다.

“산책하자.”

“갑자기? 산책 좋지. 그런데 너 가끔가다 한 번씩 대답이 엄청 느린 거 알아? 멍해가지곤… 옛날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 찰싹!

레나가 소드마스터의 등을 당차게 때렸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레오는 반응이 없었다.

이럴 때마다 가슴이 오그라든다.

다행히 레오가 “아야! 나 아파.” 늦게나마 너스레를 떨어줬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숨 막힌 산책길이 될 뻔했다.

그러던 그때, 레오가 우뚝 멈췄다. 저 멀리 입구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휙 돌아서서 그녀를 와락 끌어안는 것이었다.

“엥? 또 왜 이래?”

레오가 하는 행동에 가끔 맥락이 없는 건 익숙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그녀를 끌어안은 팔이 떨렸다. 숨이 거칠어져서는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고, 뒷목에 닿은 그의 턱이 으드득, 힘을 주고 있었다.

우나?

보이지 않았지만 레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잔뜩 나빠져서 레오를 밀쳐내곤 한마디 하려는데…

맑은 눈동자. 또렷한 눈빛이 그녀를 직시했다. 무척 많은 감정이 담긴 얼굴로 그녀의 뺨을 쓰다듬는 것이었다.

“사랑해.”

“뭐, 뭐야 뜬금없이.”

“…”

레오의 눈빛이 뜨겁다. 뜨겁다 못해 낯부끄럽다. 낯부끄럽다 못해 웃음이 새어 나갔다.

사랑한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왠지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고백을 들은 것만 같았다. 레나 아이나르는 배시시 눈을 흘기며 레오의 목을 잡아끌었다.

“들어갈래?”

“…그래. 그런데 잠깐만, 먼저 가 있어. 금방 올라갈게.”

산책을 나온 지 채 오 분도 안 되어 레나가 숙소로 돌아갔고, 레오 덱스터는 살랑살랑 기분이 좋아져 걸어가는 레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깊게 심호흡했다.

감정을 다스리려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지난 회차와 이번 회차의 일들을 되새김질하자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다른 시나리오의 기억들도 천천히 떠올라 앞뒤 사정을 알게 되었으나, 돌아선 레오는 분풀이 상대를 찾았다.

“이 개새끼. 너 잘 만났다.”

– 부웅!

레오 덱스터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그의 주먹을 잽싸게 피해낸 레브가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미안해.”

– 부웅!

“미안하다니까. 내가 그때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 너도 알…”

– 부웅!

“미안하다고!”

– 퍽!

결국 레브의 명치에 주먹이 꽂혔다. 레브도 소드마스터이고 일대일로는 세상에 적수가 거의 없지만 레오 덱스터는 그보다 훨씬 강했다.

먼저 체격 차이가 엄청나다.

레브가 까치발을 들어야 레오의 턱에 닿을까 하고, 레오의 어깨가 워낙 넓어서 레브는 레오에게 딱 껴안아 보기 좋은 여자 덩치 정도나 될까… 레브로서는 자존심이 엄청나게 상할 일이지만 사실이 그랬다.

게다가 레브는 사실 그냥 외진 산골짜기 소년이다.

업적이 쌓이고 쌓여서 이렇게 됐다 뿐이지 오래도록 검술을 훈련한 레오 덱스터의 재능과 검술 센스에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마수 사냥’ 업적 카운터의 숫자도 달랐다.

레오 덱스터는 그때 가지고 있던 그대로 3, 레브는 거지남매 회차에서 2개 사용하고 오안타후를 잡아 하나가 늘어난 2였으니 차이가 더 벌어진 것이다.

그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검을 들고 싸웠으면 상황이 좀 달랐을지는 모르겠지만, 레브는 번개처럼 내려친 주먹을 피하지 못했다.

명치를 맞은 그는 꼴사납게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져 가슴을 움켜쥐었고, 레오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씨근덕거렸다.

레오 덱스터가 이러는 이유는…

“감히 레나를 죽여? 내가 복수한다고 했지.”

“…그랬지.”

– “크르륵… 이, 이 자식. 주, 죽여버릴 테다. 반드시, 반드시 복수하겠…”

13번째, 소꿉친구 회차에서였다.

바르바토스의 사도가 된 레브는 레나 아이나르와 레오 덱스터를 차례로 죽였고, 그 때문에 파혼을 진행했던 11번째 약혼관계 시나리오가 변경되었다. 그다음 약혼관계 시나리오였던 14번째 회차는 민서가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바람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중간이 빠진 거다.

해서 처음으로 소드마스터가 된 이 17번째 회차의 레오 덱스터가 기억하는 ‘자신의 지난번 회차’는 바르바토스의 사도에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변경된 11번째 회차였다.

그러니 울화통이 터지는 것이다.

과거의 행동을 기계적으로 따라 하다가 레브를 만나 이제 막 정신을 차렸으니 지난 회차의 기억이 생생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거의 끝나가는 이번 (자신의 약혼관계) 회차가 잘 됐냐면, 그것도 아니다.

소드마스터는 됐지만, 레나가 꿈을 포기해버렸고, 우울해하는 그녀와 함께 이곳까지 왔다. 슬퍼하는 그녀를 기계적으로 다독이면서.

레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미안하다면 다야? 사람 죽여놓고 미안하다 그러면 살아 돌아오디?”

“…살아 돌아왔잖아.”

“진짜 뒈지고 싶냐?”

그래서 나더러 뭐 어쩌라고. 내가 잘못한 건 맞지만, 나만 잘못했냐? 그리고 그게 언제적 일인데, 이 새끼는 자기 회차만 생각하네.

레브도 순간 욱 치밀어 오른 게 있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성질이 나 있는 녀석의 화를 돋우지 않으려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삼키곤 다시 사과했다.

한 방 때려준 덕분인지, 아니면 다른 회차들이 서서히 기억나면서 레브가 얼마나 미안해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인지 레오는 숨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아직은 화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아서 축객령을 내렸다.

“네가 왜 예까지 왔는지 알고, 나도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아니까 지금은 돌아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내일 다시 오던가.”

“…그래. 내일 올게.”

레브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하지만 경고해둘 게 있어서 막 돌아선 레오를 불렀다.

“그런데 너 조심해라. 그… 지난 회차에서 레나가 임신했어. 에이브릴 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뭐?”

“이미 임신했을지도 몰라. 좀 지켜보자고. 시기상으로 볼 때 임신한 게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으니까 지금부터라도 피임에 신경 쓰는 게…”

“그 입 닥쳐라.”

레오 덱스터가 무시무시한 눈으로 뒤돌아서며 말했다.

“네가 알 거 다 아는 거 아는데, 기분 뭣같으니까 입조심해. 레나랑 사귀는 건 나지, 너나 민서가 아니야.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나도 레아랑 결혼해봤어.”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잖아.”

“알아. 네가 무슨 말 하는 건지는 나도 아는데… 씨발.”

레오 덱스터가 이를 악물고 돌아갔다. 레브는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시나리오가 시작된 직후의 ‘레오들’은 대체로 저렇다. 울분과 원망에 휩싸여 감정적이고, 피해 의식이 가득하다.

특히 레오 덱스터가 심한 편이었다. 그의 성격도 한몫했겠지만, 다른 시나리오들과 다르게 레나와 약혼한 관계라는 게 크게 작용했다.

그나마 매 회차가 시작될 때마다 ‘레나들’이 말을 걸어주는 게 다행이라고 할까… 방금도 레나 아이나르가 없을 때 레오 덱스터가 깨어났더라면 주먹질 정도론 끝나지 않았을 터였다.

레브는 쓰라린 명치를 움켜쥐곤 클레오 드 프레데릭 왕자가 빌려준 저택으로 걸음을 돌렸다. 저 녀석은 확실히 레안 드 예리엘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하기야, 그 녀석이야 동생이니까.

정말 예쁘고 사심 없이 아껴줘도 될 우리의 동생…

문득 떠올린 동생은 동남쪽에 있었다. 레안 드 예리엘은 무슨 일인지 굉장히 느리게 여행을 나섰고, 최근에야 루티나에 도착해 있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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