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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

미래를 보는 투자자 023

23화.

한바탕 눈물이 휩쓸고 지나고 간 후.

난 그동안의 일에 대해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반트코인 판 돈으로 택규와 함께 투자를 했고, 돈을 벌었다는 얘기였다.

“얼마나 벌었는데?”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뒷목 잡고 쓰러지실지도 모른다. 그래서 100분의 1 이하로 줄여서 말씀드렸다.

“한 30억 정도.”

그것만으로도 어머니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 삼십억? 그, 그게 정말이니?”

하긴 중산층 가정에서도 30억이면 경악할 만한 금액이다.

으음, 좀 더 줄일 걸 그랬나?

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

“복학은 좀 미루고 택규와 함께 살며, 투자사업을 좀 해보려구요.”

어머니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투자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남의 돈 노리는 사람도 많을 테고. 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자기만 아는 정보가 있다고 하는 놈들은 다 사기꾼이라고 했어.”

“······.”

그 자기만 아는 정보가 있다고 하는 놈이 바로 어머니 아들입니다.

자식이 큰돈을 벌기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원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아직 20대 초반인 아들이 친구와 함께 투자사업을 하겠다고 하니, 걱정되는 게 당연하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빚 얻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있는 돈으로만 할 거예요. 안 된다 싶으면 바로 그만둘 생각이구요.”

얘기를 들은 어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택규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택규 네가 같이 있어서 다행이다.”

택규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머님. 진후는 제가 책임지고 챙기겠습니다.”

“······.”

누가 누굴 챙긴다는 거냐? 

어머니는 계속 집안을 둘러보며 이곳저곳 손으로 만져보았다. 여전히 실감이 안 나는 듯했다.

“여기저기 많이 낡았네.”

20년이 넘은 주택인 만큼 손봐야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마룻바닥과 도배도 새로 하고, 옥상에 방수칠도 해야 한다. 그 외에 보일러와 수도관 점검도.

“안 그래도 업체 예약했어요. 내일 오전에 와서 견적 뽑고 공사 들어갈 거예요. 연락처 알려드릴 테니까, 필요한 건 다 말씀하시면 돼요.”

“한두 푼이 아닐 텐데.”

제대로 하려면 수천만 원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전에 살던 사람도 수리할 엄두를 못 내고 그냥 살다가 사겠다는 사람 나타나니 잽싸게 팔고 나간 거고.

어차피 돈은 충분하니, 이번 기회에 새 집 만드는 수준으로 완벽하게 수리해놓을 생각이다.

“돈 걱정은 마세요. 공사 끝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테니, 지금 집에 계시다가 나중에 이사하시면 돼요.”

어머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아들.”

* * *

다시 서울 전셋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케이크도 사서 촛불도 키고, 샴페인도 나눠 마셨다. 평소 거의 술을 안 드시는 어머니지만, 오늘 만큼은 사양하지 않았다.

몇 년 만에 맞이하는 즐거운 크리스마스였다. 

택규는 내 방에서 같이 재웠다. 다음날 늦게 일어난 우리는 어머니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나왔다.

난 택규와 함께 내 짐들을 차에 실었다. 경차임에도 뒷좌석을 눕히고 밀어 넣으니, 의외로 많이 실렸다.

1층까지 따라 나온 어머니는 내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항상 몸 조심하고, 사람 조심하고.”

“걱정 마세요.”

“전화도 자주하고. 바쁘면 엄마가 찾아갈 테니까.”

“알았어요.”

택규는 차를 출발시켰다. 

어머니는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계셨다.

난 택규에게 물었다.

“이삿날 오늘 맞지?”

“응. 방금 전화 받았는데, 이제 올 거래.”

내가 옛날 집을 다시 사들이는 사이, 택규 역시 단독주택 한 채를 구입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려면 아지트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아지트가 아니라 본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집이 둘이 지내기에 좁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얼마주고 샀다고 했지?

“소박하게 42억.”

“······.”

애가 소박해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100억짜리 대저택을 샀을 테니.

아직 나는 가보지 못했지만, 위치는 삼릉공원 앞이라고 하니 지금 집에서 대략 몇 킬로 안 떨어져 있다.

잠시 후, 이삿짐센터가 택규네 집으로 도착했다. 직원들은 박스를 꺼내 만화책들부터 포장했다.

“피규어랑 프라모델은 조심해서 옮겨주세요. 부서지면 안 돼요.”

원룸에서 나온 짐은 그야말로 한가득이었다. 이 좁은 집에서 이렇게 많은 짐이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래서 집이 항상 개판이었던 건가?

낡은 가재도구들은 버리고 가는데도 이삿짐트럭 안이 꽉 찼다.

역삼동에서 삼성동으로 이사하는 건지라 차는 금방 새 집에 도착했다. 

택규가 지시를 하고 직원들이 짐을 옮기는 사이, 난 새 집을 둘러보았다. 작은 마당과 차고가 딸려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이었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 화장실, 그리고 작은방과 화장실이 딸린 큰방이 있고, 2층에는 작은 거실과 간이주방, 화장실 그리고 큰방과 작은방이 따로 있었다. 여기에 지하실도 있고, 다락방도 있다.

이 정도면 대가족이 살기에도 충분한 크기다. 

“1층은 니가 쓰고, 2층은 내가 쓸게. 지하실은 서재로 꾸미는 게 어때?”

“서재가 아니라, 만화방 아니야?”

“그게 그거지.”

한동안 비어 있었는지 내부에는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집주인이 몇 달 전 해외로 이민을 가며 내놓았다는데, 이제야 팔린 것이다.

다행히 포장이사에는 청소서비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난 방으로 들어가 내 짐들을 풀고 정리했다. 1학년 때 쓰던 경영학 전공서적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배운 건 거의 없다만. 

대충 정리가 끝나자 택규가 말했다.

“쇼핑하러 가자.”

* * *

역삼동에 위치한 서성디지털프라자.

이곳은 서성전자에서 출시한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과거 전자제품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TV나 컴퓨터 같은 가전제품이었다.

그러나 현재 매출 부동의 1위는 다름 아닌 스마트폰. 대당 가격이 100만 원에 이르는 데다가 한 사람이 한 대씩 구매하고, 심지어는 2년에 한 번씩은 새 제품으로 교체한다.

처음 L6가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매장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예약 물량만 60만 대가 넘었던 터라 매장에 들어오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일부 색상은 없어서 대기를 해야 할 정도였다.

리콜 때문에 한동안 주춤하긴 했지만, 리콜 이후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단종이라는 비극적 운명을 맞았다.

직원들은 L6가 진열되어 있던 매대를 치우고, 그 자리에 전세대 모델인 L5와 NT5를 진열했다. 외벽을 장식하고 있던 L6광고 역시 전부 걷어내고, 대신 교환과 환불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영업이 시작되기 전, 매장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말했다.

“지금 회사 분위기가 어떤지는 다들 잘 알 겁니다. 고객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응대해주시고, 혹시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보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단종 발표 이후 열흘 가까이 지났지만, 매장은 아직도 L6 교환과 환불로 정신이 없었다.

오전에는 좀 뜸했지만, 점심시간이 되자 근처 직장인들이 L6를 반납하기 위해 몰렸다. 반납된 제품이 색상별로 차곡차곡 쌓였다. 

신입사원인 정해준은 그것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저걸 다 합치면 금액이 얼마일까?

회사 내에서는 IM부문은 이번 분기 적자를 면하기 힘들 거라는 얘기가 들려왔다. 임원들은 알아서 연봉의 10퍼센트를 반납하기로 했다.

‘연말 보너스는 기대하기 힘들겠구나.’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환불보다는 교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서성전자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점심시간 끝나고 나자 매장은 다시 한가해졌다.

잠시 한숨 돌리려는데, 차 한 대가 매장 앞에 멈춰 섰다. 미소녀 캐릭터가 그려진 빨간색 경차였다.

‘뭐지? 게임 홍보차량인가?’

설마 취미로 저런 걸 붙이고 다닐 리는 없겠지?

경차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청년이 내렸다.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안경을 쓴 통통한 청년과 청바지에 패딩을 입은 청년이었다.

둘은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청년의 손에 L6가 들려있었다.

‘또 L6 반납인가?’

정해준은 둘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교환과 환불은 이쪽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안경을 쓴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이거 반납 안 할 건데. 기념으로 간직하려구요.”

“그래도 고객님의 안전을 위해 교환이나 환불을 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혹시 모를 폭발을 막기 위해 충전제한 조치를 해서 충전율을 20퍼센트로 떨어트렸고, 다음 달쯤 통신사와 협의해 아예 사용중단을 시킬 예정이었다.

청년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이거 덕분에 좋은 일이 있어서요.”

제조사 입장에서는 빨리 전량회수하고 싶지만, 고객이 반납을 안 하겠다고 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번에 이사를 해서 가전제품을 좀 사려는데요.”

“그럼 위층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2층 매장에는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의 가전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마침 신혼부부 한 쌍이 혼수품을 고르고 있었다.

“혹시 어떤 제품을 찾고 계신가요?”

“그냥 이거저거요.”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딱히 뭘 사러 온 게 아니라 한 번 둘러보러 온 듯했다.

두 청년은 TV매장 한쪽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우와! 이 TV는 뭐예요?”

벽 한쪽을 장식한 거대한 TV는 화면이 바뀔 때마다 화려한 색감을 뽐냈다. 앞에는 3460만 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정해준은 설명을 해주었다.

“얼마 전 출시된 서성전자 OLED TV입니다. 이 모델의 경우 95인치에 4K가 지원됩니다. 저희 매장에는 진열용으로 한 대 들어왔습니다. 고객님들은 보통 저쪽에 있는 500만 원대 65인치 제품들을 가장 많이 찾으십니다.”

“그래요?”

설명을 들은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일단 이거 하나 주세요.”

“예?”

순간, 잘못들은 줄 알았다.

“진열품이라서 판매가 안 되나요?”

“아,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만······.”

이걸 사겠다고? 3460만 원짜리 TV를?

‘혹시 346만 원으로 잘못 봤나?’

당황하는 그에게 청년은 매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있는 것들 중에 제일 비싼 걸로 하나씩 주세요. 아! 배달은 되죠?”

“······.”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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