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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

⊹ 24화 ⊹

얀이 음미하며 롤빵 하나를 끝냈을 때, S급들은 이미 롤빵을 인당 열 개씩 끝내고 새 요리로 넘어가 있었다.

원래 마나를 쓰는 족속들이 많이 먹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산처럼 쌓인 롤빵이 술술 줄어드는 건 경이롭기까지 했다.

얀도 새 고기를 하나 골랐다.

슬쩍 나이프로 밀어 보니 뼈에서 녹아서 떨어지듯이 새 고기가 떨어져 나갔다.

입에 넣자 감칠맛과 함께 폭발하는 육즙이 느껴졌다.

기름기도 적당했다.

지나치게 뚝뚝 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기름기를 이렇게 쏙 빼내면서도 육즙은 살린 걸까?

껍질이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바삭거릴까?

소금간과 향신료가 이렇게 절묘할 수 있나?

의문투성이였다.

도무지 포크와 나이프를 멈출 수가 없었다.

포도주를 마시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 그가 선물로 가져온 포도주를 쿠낙이 열었다.

서로서로 손으로 포도주 병이 넘어가고 잔에 붉은 액체가 가득 찼다.

다행히 그가 가져온 포도주는 요리와 무척 잘 맞았다.

포도주가 입 안에 남은 육즙과 기름기를 씻어내고 마지막 향미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포도주가 술술 넘어가는 맛이었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얀, 포도주 맛있네요. 선물 고마워요.”

“아닙니다. 저야말로 도아 양의 요리를 먹을 수 있어 영광입니다.”

얀이 즐겁게 말했다.

정말로 맛있는 걸 먹어서 행복해지는 건 무척 원초적이고 단순한 즐거움이었다.

그렇기에 순수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쿠낙이 집을 산 건 들었는데……. 도아 양이 요리를 하고 계시다니.”

그가 질문을 던져서 도아는 식사를 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가 파티를 짜려고 하는 것부터 S급을 노린다는 것까지.

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게도 ‘비추는 샘’을 공략한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포도주에 찐 소고기 요리의 맛을 해치지 못했다.

입 안에서 녹듯이 사라지는 고기의 풍미를 음미하며 얀이 말했다.

“도아 양께 감사해야겠군요.”

“뭘 말이에요?”

“쿠낙에게 집이 생겼으니 말입니다.”

쿠낙이 그 말에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뭐라고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정도 선물을 받으셔도 괜찮습니다. 쿠낙은 돈이 많거든요. 아주.”

도아가 픽 웃었다.

“그래도 과해요. 그리고 뭐랄까. 언젠가 남대륙으로 돌아갈 텐데, 가벼운 게 좋아요.”

도아의 말에 얀은 “그렇군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요리와 요리 사이에 롤빵을 먹어서 입 안을 씻는 걸 잊지 않았다.

배가 다 찼다 싶을 때쯤, 도아가 마지막으로 커스터드 푸딩을 가져왔다.

그녀가 쿠낙에게 말했다.

“내가 설탕 있으면 요리해 주겠다고 했죠? 설탕은 비싸서 딱 요만큼밖에 못 했지만.”

도아가 그러며 인당 푸딩을 하나씩 내밀었다.

베리는 제 몫의 푸딩을 바라보다가 자그마한 스푼으로 살짝 툭 쳐 보았다.

푸딩이 탄력적으로 좌우로 흔들렸다.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났다.

베리는 조금 푸딩을 떠서 입 안에 넣었다.

“!!”

그야말로 충격적인 맛이었다.

베리가 설탕을 먹어보는 건 처음이다.

푸딩이라는 음식도 처음이었다.

우유과 계란이 설탕과 불을 통해서 전혀 다른 무언가로 화합되었다.

씹을 것도 없이 입 안에서 크림처럼 녹아서 사라진다.

비린 맛이나 거슬리는 맛은 조금도 없었다.

설탕의 순수한 단맛은 푸딩 속에서 전혀 다른 단맛으로 탈바꿈되었다.

열이 가해져서 적당히 쌉싸름한 맛이 나는 카라멜 소스와 어우러지는 푸딩의 순수하고 부드러운 맛.

“우냥, 우냥, 우냥.”

양이 적은 게 너무 아쉬웠다.

순식간에 호로록 꿈처럼 사라져 버렸다.

약간 멍하게, 맛에 도취되어 있는데 도아가 물었다.

“다들 맛은 어땠어요?”

그릇은 하나같이 텅 비어 있었다.

그 많은 양이 사라진 건 무엇보다도 정직한 칭찬이지만 그래도 직접 듣고 싶다.

“짐에게 어울리는 만찬이었다.”

로베른이 드물게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얀도 고개를 흔들었다.

“뇌가 흔들리는 것 같은 충격이었습니다. 도아 양이 전부 요리하신 건가요? 도아 양이 가게를 여시면 납치당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한 맛이었다.

도아가 뿌듯하게 웃고 말했다.

“그럼 요리 값을 치른다 치고 설거지 하실 분?”

네 사람이 전부 순순히 손을 들었다.

❖ ❖ ❖

다들 차와 커피를 즐기기 위해서 응접실로 향했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작은 응접실 안에서 커피 향과 차 향이 엉켜 피어오른다.

얀은 도아가 자신의 명성을 올리기 위해 세운 계획을 듣고 고개를 흔들었다.

“저라면 그 방법은 좀 더 있다가 사용할 겁니다. 다른 방법을 제시해도 될까요?”

도아가 그 말에 눈을 반짝였다.

“길드장님의 이야기라면 경청해야죠.”

얀이 도아를 보고 말했다.

“그런데 도아 양께서 정말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겠군요. 혹시 B급 던전을 단독 공략 가능하십니까?”

도아는 눈을 깜박였다.

B급 던전.

도아가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모르겠어요. 실력이 제법 될 것 같기는 한데, 던전 공략은 해 본 적이 없거든요.”

이번에는 얀이 놀랐다.

“한번도, 말입니까? 남대륙에는 던전이 없나요?”

“없는 건 아닌데, 스승님께 훈련만 받아서요.”

“뭐야? B급은 실전형이 아니었나?”

로베른이 의아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아니, 실전도 해 보기는 했지. 마수랑도 싸워 봤고. 그런데 던전은 아직 못 가 봤다는 이야기.”

도아가 그렇게 말하며 얀을 바라보았다.

얀이 천천히 몸을 기대며 말했다.

“그야 물론 다른 S급과 싸워서 얻는 명성도 나쁘지는 않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본업으로 쌓아 올리는 명성이 최고입니다.”

“!!”

도아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에 깊이 와 닿는 말이었다.

수많은 스캔들로 명성을 쌓아도, 본업 한 방은 못 이긴다.

본업존잘.

이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했다.

“맞네요. 맞아요. 길드장님이 맞으세요.”

도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모험가라면 던전 공략으로 승부를 보는 게 맞았다.

“하지만 도아 양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니…….”

“공략 도전은 해 볼 수 있는 거죠?”

도아의 말에 얀이 고개를 끄덕였다가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목숨이 위험할 겁니다. 단독 공략은 더욱.”

“괜찮아요. 그건 어떻게든 될 거예요.”

정 안되면 세계수 가지를 꺼내면 된다.

그러면 마수의 등급이 2단계 하락된다. B급 던전이라면 D급 던전 수준이 된다.

문제없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큰 걸 도전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차근차근 노력해서 올라온 이야기도 좋다.

미담이고, 미덕이다.

하지만 대중들이 환호하는 것은 늘 혜성처럼 나타난 천재.

별처럼 빛나는 루키.

그런 콘셉트에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도아가 싱긋 웃었다.

“A급 던전을 단독 공략하겠어요.”

❖ ❖ ❖

A급 던전.

던전 중에서는 최상위 던전이다.

이 위에 S급 던전이 있기는 하지만, S급 던전은 재해와 비슷했다.

나타날 확률도 적으며, 공략될 확률도 적었다.

B급 던전의 공략을 위해서는 A급 파티가 필요하고, A급 던전의 공략을 위해서는 A급 파티의 연합이 필요했다.

A급 던전을 단독 공략한다는 건, S급에게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B급으로 하시죠.”

얀이 권유했다.

그의 얼굴에 초조함이 엿보였다.

애초에 B급을 불렀던 것도, 그게 최대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B급 던전을 단독 공략할 수 있는 A급 모험가도 드물었다.

그럴 수 있는 A급 모험가는 하나같이 네임드다.

누구나 이름을 대면 들어본 적은 있는 모험가들이다.

그런데 A급 던전을 공략한 B급?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만약에 도아가 달성한다면, 그녀의 이름은 영원히 기록으로 남을 터였다.

“괜찮아요.”

“도아 양.”

이번에는 쿠낙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고 던전 공략을 준비하기 시작한 후로, 얀과 쿠낙은 어떻게든 그녀를 말리려 애썼다.

던전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 안이 얼마나 마굴인지.

던전을 한 번도 공략해 보지 않은 도아 양은 모른다.

그런 말들이었다.

도아에게 먹히지는 않았지만.

그에 비하면 로베른은 묘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짐은 아직 모르겠구나.”

“뭘 말이야?”

“미친 자인지, 아니면 규격 외인지.”

“음, 미치지는 않은 거니까 규격 외인 게 아닐까.”

게다가 규격 외인 S급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자기 자랑인 건가?

베리는 바싹 긴장해서,

“쩌, 쩌두 끄럼 딤꾼으로 가치 가는 거져?(저, 저도 그럼 짐꾼으로 함께 가는 거죠?)”

했다가 도아가 “아니, 이번에는 위험하니까 베리는 두고 갈게.”라고 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됴아 님, 듁그시먼 어쩍해여.(죽으시면 어떻게 해요.)”

“엥? 왜 죽어, 안 죽어. 베리야. 걱정하지 마. 나 강하다니까?”

“하, 하지마안…….”

으앙 하고 다시 우는 베리를 달래느라 도아는 진땀을 뺐다.

그사이에도 준비는 착착 이뤄졌다.

A급 던전은 일단 규모부터가 다르다.

다층형 던전.

그러니까 던전이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때도 있었다.

미궁형 던전이라면 공략은 더욱 어려워진다.

실을 풀어놓으면 길지만, 뭉쳐놓으면 무척 작다.

안에서 길을 잃는다면 시간은 더욱 소비되고는 했다.

그래서 A급 던전 공략은 최소 한 달의 시간이 걸리곤 했다.

이것도 최소 기한이고 보통 두세 달을 잡고 여유 있게 오고 가며 던전을 공략하고는 했다.

“식량도 챙겼고…….”

해왕이의 안장에도 식량을 꽉꽉 채웠다.

남은 돈을 다 털어서 재료를 사서 약초 세트로 엄청나게 많은 고형 포션을 만들어냈다.

베리는 훌쩍이면서 도아가 짐을 싸는 걸 도와주었다.

“됴아 님, 꼭 덜아오뎌야 해여?(꼭 돌아오셔야 해여?)”

“응, 물론이지. 그 사이에 베리는 글 연습 열심히 하는 거야? 갔다 와서 확인할 테니까.”

도아가 웃으며 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직 공략에 들어가지 않은 A급 던전은 모두 열 곳 정도 되었다.

생각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었다.

도아는 그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A급 던전으로 향했다.

그랑을 벗어나 해왕이 다리로 사흘거리.

던전 주변에는 던전 기운에 이끌린 마수들이 있어서 약간의 전투가 있었다.

던전 입구는 평범했다.

그냥 동굴 입구처럼 생겼다.

‘동굴형 던전. 기본이구만.’

그녀가 찬찬히 주변을 살피는데 따라온 쿠낙이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로 마음 돌리실 생각이 없습니까?”

“없어요.”

도아는 태평하게 답했다.

“와. 신기하네요.”

던전 입구 주변에 붉은색으로 빛나는 공이 떠 있었다.

모험가 길드는 24시간 전 대륙을 탐색한다.

탐색 중 새로운 코어 에너지가 잡히면 그 크기에 따라 등급을 구별하여 등록한다는데, 진짜였다.

등록된 증표로 던전 주변에 동그란 공이 생겼다.

허공에 둥실 빨간 공이 떠 있다.

크기는 테니스공만 하다.

도아는 제 카드를 꺼내서 공에 가져다 댔다.

공의 색이 노란빛으로 바뀌었다.

이건 ‘공략중’이라는 표시다.

누가 카드를 태그하고 들어갔는지 전부 모험가 길드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쿠낙은 돌아가요. 돌아가서 모험가 길드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기다리라고요. 그래야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죠.”

“도아 양.”

쿠낙이 낮게 말했다.

“한 달이 지나도 나오지 않으면 들어가겠습니다.”

“어…… 최소 공략일이 한 달 아니에요? 6주로 하죠.”

“…… 5주. 참겠습니다.”

도아는 “끙.” 하고 신음을 흘리고 공을 바라보았다.

A급 던전이라고 다 같은 A급 던전이 아니고, B급이라고 다 같은 B급 던전이 아니다.

코어의 크기에 따라서 던전의 등급이 정해지는데 그 기준선이 100이라고 하면 어떤 A급 던전은 딱 100이고, 어떤 B급 던전은 99다.

이 A급 던전은 105 정도.

A급 던전에서는 작은 축이었다.

“알겠어요.”

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35일로 해요. 36일째는 들어와도 좋아요.”

지금부터 첫 주로 계산할까 봐 정확한 시기를 못 박아 두고 도아는 해왕이 위에 올라탔다.

“그럼, 나중에 봐요.”

태연히 손을 흔드는 그녀를 쿠낙은 초조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도아는 그에게 손을 흔들고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모든 풍경이 바뀌었다.

“우와.”

들어서자마자 도아는 탄성을 내질렀다.

공기가 달랐다.

마나로 가득 찬 렌시아의 대기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마나가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굉장히 기묘한 기분이었다.

그녀가 숨 쉬고 움직이는 데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작은 불쾌감이 쌓이다 보면 문제가 생길 터였다.

“해왕이는 어때? 괜찮아?”

목덜미를 토닥이니 해왕이 “컹.” 하고 작게 소리쳤다.

“괜찮다니, 다행이네. 지금은 평범한 동굴로 보이네.”

A급이니 상당히 깊은 곳까지 내려가야겠지.

동굴은 해왕이를 타고 가도 될 만큼 크고 널찍했다.

등급이 높을수록 규모가 크다니 사실인 듯싶었다.

철퍽!

그때 위에서 커다란 뭔가가 떨어졌다.

식인 식물이 뿜어낸 점액 덩어리였다.

크기가 얼마나 큰지 도아는 물론이고 해왕이까지 덮어 썼다.

“으악, 아악, 으, 싫다, 진짜…… 방심했어, 김도아.”

만약에 리본 머리띠의 보호막이 발동하지 않았다면, 점액이 얼굴에 직격했을 테고 얼굴에 산을 뿌린 것 같았을 터였다.

‘보호막이 없었다면 나 시작하자마자 식물에게 죽은 거야?’

생각만 해도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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