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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0

238. 소꿉친구 – 연놈들

“대장님, 누가 찾아왔습니다.”

다음 날 정오, 레오가 레브를 찾아왔다.

혼자 온 것은 아니고 레나와 함께였는데, 레나 아이나르는 불퉁한 표정이었다. 레브는 그녀가 다소 짜증 나 있음을 금방 알아차렸다.

기사가 되길 포기한 레나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게 무한정 미뤄질 기미가 보이자 역정을 냈을 테고, 레오는 그녀를 밤새 설득했으리라.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방중술}이 도움이 됐을까. 레오 덱스터는 좀 피곤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레브가 레나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레나는 얼른 답하기보다는 레오의 귀를 잡아끌고는 귓속말했다. 딱히 소리를 줄여 말한 게 아니어서 레브의 귀에도 들렸다.

“이 마른 멸치같이 생긴 녀석이 네가 말한 사람이야? 그렇게 대단해 보이진 않은데… 사기꾼 아냐?”

“한 번 붙어봤어. 키가 작아서 그렇지 대단한 기사야. 그리고 사람을 그렇게 손가락질하면 못써. 쟨 남부 사람이라구.”

“그래봤자 내 남편만 하겠어? 한주먹거리도 안 되겠다.”

“그야 그렇지. 누가 날 이기겠어?”

…다 들린다 이 연놈들아.

[ 업적 : 레나와의 첫 만남 – 레나는 레오에게 높은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하지만 레브는 못 들은 체했다.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오히려 슬펐는데, 그녀의 자존감이 바닥을 쳤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평상시의 레나 아이나르라면 레오를 내세우지 않았을 터였다. 저렇게 귓속말하지도 않았을 테고, 첫 만남 업적 때문에 그에게 어떤 식으로든 호감을 표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레나는 이야기하는 내내 레오 덱스터의 그늘을 벗어나지 않았다. 거기가 제 자리라는 듯이 그 응달진 곳에 머물렀고, 레오는 레오대로 그녀의 기대에 맞춰 거들먹거려 주고 있었다.

멸치라느니 뭐라느니, 레오는 감히 대장님을 모욕했다며 막 화를 내려던 루벤에게 몰래 손짓했다. 루벤과 반느 등 그를 따르는 제자들은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어? 남자 믿고 까부네. 확 그냥…”

레나 아이나르를 험담하며 밖으로 나갔다.

잘 꾸며진 응접실, 값비싼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세 사람이 마주 앉았다. 레브와 레오는 주고받아야 할 이야기가 많았지만, 레나를 위해 딴소리를 늘어놓았다.

“도와만 주신다면 넉넉히 사례하겠습니다. 성이나 도시를 가지고 싶으시다면 그리해드리지요. 달리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음… 제가 바라는 건…”

“레오 잠깐. 그런데 이 사람의 어딜 믿고 그런 약속을 하는 거야? 오른 왕국에서 반란을 일으킨다는 게 말이나 돼?”

“이런, 이야기를 못 들으셨군요.”

레브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마치 당연한 것을 물었다는 태도로.

“하르베이 가이단이라는 오른 왕국의 대귀족이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오거튼 백작도 협력할 것이고, 드라진 후작 또한 참전할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콘라드 왕국도 저희를 돕겠다 나섰습니다. 여기에 소드마스터님께서 한 몫 거들어주신다면, 반란은 성공한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그, 그래요…?”

“그럼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릴까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 제롬 신성 왕국도 참전할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곳까지 온 이유인데, 잘 풀렸습니다. 이 저택이 프레데릭 왕자가 제게 내어준 것이라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렇군요.”

레브의 거침없는 말솜씨에 레나 아이나르가 눈알을 요리조리 굴렸다. 다소 단순한 그녀에겐 이런 거국적인 내용이 다른 세상 이야기로 들리는지라 “네, 네가 알아서 해.” 레오를 곁눈질했다.

레오가 입을 열었다.

“제가 바라는 건 별것이 아닙니다. 성도 좋고, 도시도 좋습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고향 근처에서 살고 싶어서… 방법이 있을까요?”

“맞춰드려야지요. 제롬 신성 왕국과 교환을 요청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른 왕국의 성 하나를 신성 왕국이 가져가고 신성 왕국은… 아, 북쪽에 있는 비도리닌 성을 아스틴 왕국에 넘겨주면 되겠군요. 그 성을 가지시지요.”

“…그 성은 주인이 있을 텐데요?”

“네. 아가타 남작의 소유인데, 내년쯤에는 어떤 보상을 받게 될 겁니다. 아직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레오 덱스터는 레브가 말하는 게 자기가 아는 비도리닌 성과 아가타 남작이 맞나, 머리를 갸우뚱했다.

아직 그가 모르는 정보여서 그렇다. 하지만 레브의 윙크를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러면 되겠군요. 그럼 이제 선수금 이야기를 해 볼까요?”

“……선수금이요?”

– ‘야! 뭔 선수금이야! 레나도 있는데, 그냥 도와주겠다고 해!’

눈빛을 문장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읽었을 것이다. 레오는 레브가 눈살을 찌푸리건, 눈으로 욕하건 말건 제가 원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저번에 말씀드렸지만, 이 사람이 제 약혼녀입니다. 고향으로 돌아가 결혼할 생각이었는데, 미뤄지게 되었으니 책임을 지셔야지요.”

“…어떻게 해드리길 바라십니까?”

레브는 ‘제발 적당히 해라.’라고 생각했으나, 레오라고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는 그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을 짚었다.

“수도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습니다. 가능한 한 성대하게… 그래, 성녀가 주례를 봐주면 좋겠군요.”

– ‘난 그 성녀란 사람을 꼭 만나야겠다.’

레브는 잠시 입을 오물거렸다. 레나가 “고맙긴 한데… 결혼은 고향에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묻고, 레오가 “난 못 기다려. 여기서 하고, 거기서도 하자.” 답하는 걸 들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성녀를 만나서 나쁠 것이야 없겠다만, 성녀가 과연 주례를 서줄까? 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 ─ 결론을 내린 레브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힘닿는 데까지 알아보지요. 마음에 둔 시기는 있으십니까?”

자잘한 이야기가 오갔다.

레나는 뺨이 발갛게 상기되어 수도교회에서의 결혼식에 관해 물어보았고, 레브는 {귀족 사회} 정보를 긁어 개략적으로 답해주었다. 레브와 레오, 두 사람이 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건 함께 점심을 먹은 다음이었다.

“반란을 일으키는 것과 관련해 더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레브의 눈짓을 포착한 레나는 배도 부르겠다,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차박차박, 검사답지 않은 편한 걸음으로 사라졌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아가타 남작한테 무슨 일이 있었나? 그리고 콘라드 왕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또 무슨 말이고. 혹시 왕자 레안이 왕자가 됐… 어라? 이름이 바뀌었네.”

“다시 앉아봐. 해줄 말이 많아.”

급하게 질문하는 레오에게 레브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풀었다.

우선 이 레오 덱스터가 모르는 그의 미래 이야기부터. 레브는 그가 이곳에서 겨울까지 기다리다 에이브릴 성으로 돌아갔다고 알려주었다.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가는 길에 레나의 배가 불렀어. 너는 검을 팔아서 여비를 충당했고, 고향에서 결혼식을 올렸어. 지난번이랑 똑같이 아이를 세 명 낳더라. 행복하게 살았대. 적어도 엔딩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어.”

“…다행이네. 어젠 미안했어.”

“…그리고 거지남매 회차가 시작됐어. 레안은 동생을 크세니아한테 맡겨놓고 카트리나를 찾아갔어. 너는 카트리나 누나가 마음에 안 들겠지만, 알다시피 레안은 안 그렇잖아? 그 누나가 잘못한 건 맞는데, 네가 또 죽이게 내버려 둘 순 없었어. 그래서 기사단을 그만두라고 했는…”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카트리나를 왜 죽여?”

“응?”

레브가 눈을 동그랗게 뜬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레오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왜, 뭐가?”

“어?”

“아 왜. 뭐가 어쨌다고.”

“너 카트리나 누나 죽이지 않았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 여름이 오기 전에 은퇴했잖아. 카트리나는 만나지도 못했어. 그리고 내가 걔를 뭐하러 죽여. 그냥 살려 보내면 되는 것을.”

“어?”

“아 쫌!”

레브는 답답해하는 레오를 신경 쓰기보다는 먼저 카트리나를 떠올렸다. 습관적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추적술}은 작동하지 않았다.

[ 업적 : ‘카트리나의 삶’ 퀘스트 완료 – 카트리나가 굴레에서 벗어납니다. ]

[ ‘카트리나의 삶’ 퀘스트가 소멸됩니다. ]

지난 거지남매 회차에서 레안과 레리아나가 루티나에 도착했을 무렵에 카트리나가 굴레에서 풀려났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때는 봄으로, 딱 카트리나와 레오 덱스터가 만났을 시기였다.

해서 레브는 카트리나가 또 레오의 손에 죽었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전장에 그렇게 빨리 나타났었는지 모르고, 어떻게 굴레에서 풀려났는지도 모르지만, 지난 회차에서 있었던 일이니 똑같이 진행됐을 거라 짐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못 만났다고? 그럼 카트리나 누나는 대체 어디로…

잠시 어안이 벙벙해져 궁리하던 레브는 이내 짚이는 것이 있었다. 현재 회차에 변화를 주고 있는 사람은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레안 드 예리엘이 깨어나 있다.

‘아아, 레안이 기어이 카트리나 누나가 전장에 못 가게 막았나 보네. 그래서 오르빌에서 그렇게 오래 머물렀던 거고.’

바르트 경이 팔라스를 습격하게 내버려 두라 했으니 레안으로선 일찍 출발할 이유가 없었을 터였다.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늦게 출발할 이유가 있었을까 싶지만, 대강 앞뒤가 맞아떨어지자 레브는 마음이 편해졌다. 반면 레오 덱스터는 기분이 나빠져 있었다.

“뭔데 그래. 나도 좀 알자.”

“아… 이거 설명하기 되게 복잡하네. 잘 들어봐. 왜냐면 내가 너였을 때는 카트리나 누나를 만났거든. 그 누나가 좀 열 받는 짓을 해서 죽였는데… 잠깐, 그럼 레나는 왜 검을 포기한 거야?”

“…내가 소드마스터가 되는 걸 봤거든. 내가 신경 못 쓴 것도 있고.”

“…그건 별 차이가 없구나. 미안해. 어쨌든 그래서 레안은 카트리나 누나를 살리려고…”

이야기가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다. 레브는 지난 거지남매 회차에서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설명하였고, 레오는 간간이

“카시아는 안 만났어?”

“쯧, 동생 좀 잘 챙기지. 큰일 날 뻔했잖아. 그럼 바르바토스는 완전히 없어진 거야?”

“바르트 경은 목걸이를 왜 가져갔데? 희한하네.”

“크세니아가 귀족이었어??”

“아이고… 산티안… 동생이 많이 슬퍼했겠네. 그래도 오리아스를 잡았다니 다행이다. 녀석은 없어진 게 아니지?”

“예쁜 목걸이는 씨발, 좀 자세하게 좀 적어 놓지. 그건 성녀한테 물어보자. 흠, 일단 귀속 아이템이 우리 진명이랑 관계된 건 분명하네. 손거울은 네 이름을 알고 있을 때 얻어서 카운터가 올라간 거고, 레안의 어머니 유품인 목걸이는 목걸이를 얻은 다음에 레안의 진명을 알게 돼서 카운터가 오른 거니까… 나만 남았네. 이것도 성녀한테 물어보자.”

“…레나를 공주로 만드는 게 진짜 클리어 조건이었구나… 고생했어.”

추임새를 넣었다. 그 추임새는 레브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도 계속되었다.

“뭐? 넌 과거의 기억이 난다고? 왜? 희한하네. 지난 소꿉친구 회차랑 달라진 게 있나? 가만있어보자. 지난 소꿉친구 회차 때 무슨 일이 있었지? 레나 살해… 그건 아니야. 네가 레나를 죽인 게 처음은 아니잖아. 갑자기 열 받네, 이 개색… 암튼 그거 말고. 설마 ‘사진 스무 장’ 업적이 너한테까지 영향을 미쳤을 리는 없고, ‘다른 레오를 만남’ 업적? 이게 그나마 좀 신빙성이 있지 않나? 아니야? 왜, 레안이 널 보게 된 거잖아. 그게 너한테 영향을 줬을 수도 있지. 아씨 모르겠다. 넘어가. 민서가 알아서 하겠지.”

“아하, 손거울이 연락하는 용도였구나. 근데 나한테는 왜 연락 안 했냐? 뒈질… 아, 일회용이었구나. 쯧, 그럼 어쩔 수 없… 잠깐. 그런데 지금 생각난 건데, 오리아스의 낙인 새로 찍힌 건 어쩐다냐. 다음 거지남매 회차 때 레안이 콘라드 왕국에 가면 큰일 나는 거 아니야? 레안한테는 미안하지만, 거지남매 회차는 그렇게 끝난 거로 두는 게 낫겠다. 왜, 뭐. 내가 틀린 말 했어? 눈을 왜 그렇게 뜨냐.”

그 이후로도 많았다.

그런데 한참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레오가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왜 저러나 했더니 레나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레오 덱스터는 부산스럽게 뛰쳐나갔고, 이윽고 두 사람은 정원 어귀를 어슬렁거리는 레나 아이나르를 발견했다.

정원에선 레브의 제자들이 검술을 훈련하고 있었다. 개중에서 레나가 멍하니 바라보는 건…

“받아라!”

“어쭈, 좀 나아졌는데?”

반느 비자인과 루벤 비자인이었다.

결혼을 약속한 두 야만인 전사는 제법 강맹해진 검격을 나누며 밝게 미소 지었고, 레나의 표정은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그럼에도 눈을 떼지 못하겠는지 엉거주춤한 자세로 못 박힌 듯이 서 있었다.

레오가 과장된 몸짓으로 레나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레브는 먹먹한 숨을 남모르는 곳에 뱉었다.

마침 낙엽 진 가을이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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