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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0

다면(多面) (3)

요족들의 원영기는, 인간의 모습으로 화형을 할 수 있다 하여 원영기 대신 화형기(化形期)라고 불리기도 했다.

“어느덧 네가 벌써 화형기라니….”

나는 홍범이 새끼 지네였던 당시 꼬물거리며 내 발에 달라붙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 작은 새끼 지네가 벌써 원영을 형성할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한 것이었다.

“전부 주인님께서 잘 가르쳐 주신 덕입니다.”

“아니다. 전부 네 재능이지. 네 재능이야말로 정말로 말이 안 되는 재능이다. 오히려 나보다도 뛰어나지.”

영훈 형님 같은 경우라면 종명자겠거니 하며 납득되겠으나, 간혹 이런 식으로 납득되지 않는 무지막지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있다.

괴군 조연과, 홍범이 바로 이런 이들이었다.

홍범은 내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쩌면, 주인님을 따라가려면 이 정도는 되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르지요. 제 명(命)은 주인님께 붙어 있는 것. 이 일천한 재능은 고작해야 주인님에게 따라붙기 위한 재능일지도 모릅니다. 주인님께서도 오히려 1년도 안 되셔서 원영기에 도달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흠흠. 뭐, 내 재능에 대한 얘기는 됐고…. 언제쯤 시작할 게냐? 슬슬 시운이 되어 간다.”

연기기 7성 때에 시운을 맞춰 칠성제를 지내야 했던 것과 같이, 그 이후로 경지를 오를 때에도 시운의 중요성이 필요했다.

다만 연기기 7성에서는 시운이 9할 9푼의 비중을 차지한다면, 이후로 갈수록 시운의 중요성이 점차 낮아지는 구조였다.

결단기에 오를 때는 시운의 중요성이 4할 정도라면, 원영기에 오를 때는 시운의 중요성이 2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정도였다.

물론 일반적인 지족 공법을 익히는 요족들에게는 시운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천족들에 비하면 시운의 중요성은 할 단위가 아니라 푼의 단위로 떨어져, 홍범에게 시운은 3, 4푼 정도의 비중만을 차지할 터였다.

하지만 홍범은 기본적인 자질만으로 원영기를 뚫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가능성도 놓치지 않으려 그에게 가장 잘 맞는 시운을 찾았다.

“주인님께서 조금 도와주십시오. 저는 직접적으로 천기를 볼 수 없어 헷갈립니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녀석에게 천기를 알려 주었다.

“두수성(斗宿星), 우수성(牛宿星), 위수성(危宿星), 실수성(室宿星), 벽수성(壁宿星)의 기운이 얽히며 네 운기(運氣)와 거의 일치했다. 한 일다경 후면 네 운기가 완벽히 맞아떨어지니, 그 시점에서는 네가 원영기에 오를 확률이 더 높아지겠지.”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몸이니, 지족일지라도 하늘의 시운을 빌려서 올라야 하는 이 미천한 몸을 용서하십시오.”

“…자꾸 일천하다느니 미천하다느니 하는 건 그냥 기만에 불과하다지 않았느냐.”

나는 겸손을 떠는 홍범을 보며 피식 웃었다.

홍범은 두(斗), 우(牛), 위(危), 실(室), 벽(壁)의 다섯 별자리의 기운이 가장 그와 잘 맞는 별자리였다.

그중에서도 두수성, 우수성, 위수성. 이 세 별자리가 홍범의 기운을 끌어올리는 데에 가장 잘 맞는 별자리였으니, 그 별들의 기운이 얽힐 때가 홍범의 시운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기다리기를 약 일다경 후. 홍범이 금신천뢰문에서 사귄 몇몇 친우들과 나, 전명훈, 금소해, 홍수령 등의 인사들이 홍범을 보며 호법을 서 주었다.

“그럼, 주인님…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이제.”

나는 천기를 읽으며 별들의 힘을 알려 주었다.

“두수, 우수, 위수의 기운이 가득 찼다. 지금 시작해라.”

[예.]

그의 목소리에 영력이 깃들며 영언이 된다.

그리고, 홍범의 기운이 끌어 올려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홍범의 요력이 치솟았다.

그리고 그의 의식이 머리 부분에서부터 변형되며 홍범 자신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하는 게 보였다.

척, 척, 척!

홍수령이 수결을 맺으며, 홍범을 중심으로 팔방에 뇌전 속성 깃발을 꽂았다.

“멸뢰, 외천!”

깃발들이 빛난다.

여덟 개의 깃발 위로 팔괘의 형상이 떠올랐고, 깃발들 각각이 또다시 팔괘의 힘을 뿜어내며 내괘와 외괘, 둘을 더해 16개의 괘상이 만들어진다.

16개의 괘상이 회전하며 64개의 변화를 만들었고, 그 변화 속에서 뇌전이 몰아쳤다.

홍수령이 진도를 깔아 공간을 장악하며 홍범을 둘러싼 결계를 만들었다.

이는 홍범이 외부로부터 다치지 않게 해 주는 장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의 호법을 서 주는 우리를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뭉글뭉글….

홍범으로부터 시커먼 독기(毒氣)가 뿜어져 나와 주변으로 퍼져 나가려 했으나, 홍수령이 친 진도에 갇혀 홍범을 중심으로 원통형을 그리며 허공에 고이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

녀석의 주변에 있던 돌과 바위들이, 그 독기에 녹아 가기 시작했다.

결단기 요수가 펼치는 어마어마한 독공에, 진도 안쪽은 순식간에 그야말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불모지로 변해 버렸다.

‘이제 시작된다.’

그와 동시에, 홍범의 의식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홍범과 같은 형태로 녀석의 몸을 뒤덮던 의식이 놈의 몸 안쪽으로 쭉 압축된다!

쿠구구구구!

그리고 홍범의 변화를 알아챈 것인지, 천기가 변화하며 먹장구름을 내뿜었다.

우우우웅!

홍범은 두수, 우수, 위수의 시운을 받으며, 마침내 녀석의 몸 가장 안쪽, 홍범의 요단 안쪽에 자신의 의식을 전부 압축하는 데에 성공했다!

파아앗!

그리고, 녀석의 수명이 변화하며 하늘이 힘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릉, 쿠르르릉!

금빛 천겁이 하늘에서 울린다.

이제 저것만 극복하면 녀석은 명실상부 원영기 요수가 될 터.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음…?”

나는 눈을 찌푸렸다.

이상했다.

이상하리만치,

“…홍 원로님. 원래 원영기에 이를 때 저런 게… 정상입니까?”

“…아니, 절대 아니다.”

금빛 뇌전의 양이, 너무나 많았다.

콰르르릉!

금빛의 기둥이 하늘에서부터 내리꽂혀, 홍범이 원영을 응결하고 있는 독기의 중심으로 떨어졌다.

말 그대로 금빛의 기둥이었다.

낙뢰 따위가 아니었다.

벼락이 모이고, 모이고, 모여서.

차라리 천인기 수사의 진심을 다항 일격이라고 착각해도 무방할 만큼 거대한 벼락의 군집이, 마치 기둥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미친…! 저게 뭐야!”

나는 화들짝 놀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 쌍색 천겁을 합친 위력의….’

최소 일곱 배는 될 정도로 거대한 힘이었다.

나나 전명훈처럼 쌍색 천겁이 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원영기 때에 맞는 순수한 금빛 뇌전인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힘이었다.

“홍범! 원영을 흩어라! 아직 준비가 부족했다, 이 정도 힘은 네가 감당할 수 없어!”

나는 홍범에게 내리꽂히는 정신 나간 규모의 천겁을 보며 기겁해서 홍범에게 외쳤다.

하늘이 원영의 응결을 감지하고 역천을 시도하는 수도자를 벌하기 위해 내리는 진노.

천겁.

하늘이 내리는 뇌겁이, 홍범에게 쏟아진다.

‘원영을 감지하고 내리치는 것이 뇌겁이기에, 원영을 흩으면 천뢰가 끊긴다!’

“홍범!!!”

내가 식겁하며 그를 향해 소리쳤을 때였다.

“헛…!”

그러나, 나는 빛의 기둥 안쪽에서 그림자를 보았다.

그것은 홍범의 그림자였다.

녀석은 춤을 추고 있었다.

내가 가르쳐준 투괴암기술을 이용하며 기다란 몸을 가지고,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빛의 기둥 안쪽에서 천뢰의 ‘가장 약한 부분’으로 몸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저건… 예뢰안?’

나는 순간 천족의 시야를 써서 뇌겁의 위치를 알아채는 예뢰안의 법술이 떠올랐다.

그게 아니고서야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는 움직임이었다.

‘아니, 아니야….’

홍범은 천족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뢰안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일까.

나는 너무나 간단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납득되지 않는 한 가지의 경우의 수를 떠올렸다.

‘설마… 천족의 시야를 통한 예뢰안이 아니라 그냥 본인의 감각으로만 뇌전의 틈을 모조리 때려 맞혀서 저 속에서 뇌전의 약점을 파고들어 버티는 거라고?’

도대체 무슨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그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 * *

전명훈은 멍한 눈으로 빛의 기둥을 바라보았다.

저 무시무시한 금빛의 천겁!

그 속에서 뱀처럼 움직이는 한 마리의 지네.

그는 그 천겁을 보며, 뇌리 속으로 어떠한 목소리가 울리는 것을 느꼈다.

―천벌의….

―정화를… 찾으러… 가라….

―대천벌의 정화….

문득, 전명훈은 천겁의 안쪽에서 어떤 여자의 형상이 스쳐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뇌전으로 이뤄진 궁장을 입고, 새하얀 머리칼을 늘어뜨린 채 새하얀 맨발로 하늘을 거니는,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는 선녀(仙女)의 형상이었다.

“아름다워….”

그는 거대한 천뢰 속에서 얼핏 비친 환영을 향해 무심코 손을 뻗었다.

어쩐지 피가 아래쪽으로 쏠리는 가분이었다.

하지만, 손을 뻗기가 무섭게 그 환영은 신기루라도 되었던 듯 이내 금세 스러져 버렸다.

“헛!”

전명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지? 잘못 본 건가?’

다른 이들은 그저 천겁 안쪽의 홍범만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집게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최근 번개의 목소리가 더 커진 거 같단 말이지. 더 또렷해진 것도 같고…. 방금 그 환영도 번개의 목소리 때문에 보인 건가?’

* * *

“강력한 선수의 혈통을 타고난 이들 중에서는 간혹 저렇게 무지막지한 천겁을 맞는 이들이 있다고 하던데….”

홍수령은 나지막이 감탄하며 말했다.

“선수 혈통이 저렇게 천겁을 강하게 맞는단 말입니까?”

정작 선수 진혈을 받아들였던 나는 금시초문인지라 의아해져서 물어보았다.

“음, 그래. 듣기로는 선수의 직계(直系)라면 끔찍하게 강한 힘과 권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대신, 천겁 역시 진선의 후손에 걸맞은 무지막지한 천겁을 맞아야 한다는군.”

“허….”

그 말은 홍범이 선수의 직계라도 된다는 건가?

‘그런데 충족에 선수가 있다는 말은 정말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나는 의아해져서 홍범을 바라보았다.

홍범에게도 어쩌면,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을지도 몰랐다.

“음?”

나는 홍범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와중, 문득 이상한 의념의 흐름이 보여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름다워….”

“….”

전명훈이었다.

‘저 미친놈, 뭘 하는 거지?’

녀석은 홍범의 천겁을 바라보며 황홀하다는 듯, 정욕의 의념을 드러내며 홍범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이제는 쌍수를 하다 하다 홍범 같은 벌레마저 노리는 건가….’

나는 혀를 차며 어떻게 해야 전명훈이 정신을 차릴까 고민하며 계속 홍범에게 주의를 집중했다.

쿠릉, 쿠르르릉!

홍범은 계속해서 빛의 기둥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내가 홍범에게 가르친 투괴암기술은, 단순히 암기를 던지는 법이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지네의 짧은 팔다리로 암기를 던질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홍범에게 가르친 투괴암기술은 암기술이라기보단, 홍범의 몸으로 은밀히 쏘아져 나가서 독을 흩뿌리는, 일종의 ‘육탄 돌격’ 같은 모양새로 변화했다.

거기에 나는 규백에게 가르쳤던 용형비호조에서, ‘규련의 움직임’의 묘리를 투괴암기술에 집어넣어, 홍범은 마치 황룡이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춤추는 것이었다.

이제 녀석이 사용하는 것은 투괴암기술이라기보단 완전히 다른 새로운 무공에 가까웠다.

‘뭐, 화형을 하면 이제 제대로 투괴암기술이나 기타 무공을 가르칠 수 있겠군.’

이제 영원할 것만 같았던 천뢰의 세례도 거의 끝나가는 중이었다.

과연 홍범은 어떤 모습으로 화형을 할까.

쿠르르릉….

천겁의 기운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음?”

그리고, 나는 문득 어느새 주변으로 몰린 수많은 금신천뢰문의 원로진들을 바라보았다.

“허허, 저게 금 장로가 키우는 요수라 하였지요?”

“과연 대단하외다.”

“역시 금 장로는 키우는 애완 요수조차 범상치 않군.”

홍범의 천겁이 하도 상식 외여서인지, 어느덧 종문의 원로들 역시 대다수가 이쪽으로 몰려서 녀석의 화형을 목도하고 있었다.

우르릉!

금벽호 역시 홍범의 천겁을 보러 와 혀를 내두르는 중이었다.

“어마어마한 천겁이로구나. 금은현 장로, 너의 요수는 혹여 어떤 선수의 혈통을 타고난 요수인 건가?”

“흠…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계 등선향에서 비승하기 직전에 제게 붙었던 녀석인지라….”

“등선향…. 하긴, 등선향에는 온갖 잠재력을 지닌 진기한 요수들이 상당히 많긴 하지.”

그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빛의 기둥 속에서 홍범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이제 한참 약해진 빛의 기둥은 일반적인 천겁 수준으로 약해졌고, 홍범은 그 정도는 딱히 뭘 안 해도 맨몸으로 버틸 수 있는지 춤을 추는 것을 멈추고 그 자리에 앉아, 머리를 꼿꼿이 세운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빛 속에서 거대한 지네의 그림자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 그 모습은, 마치 한 마리 이무기가 고개를 쳐든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음?”

갑자기, 홍범의 형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빛 속에서 보였던 그림자가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그 모습에 나는 순간 대경하여 달려 나갈까 했다.

그러나 아직 홍범의 의념과 기운이 멀쩡한 것을 보며 일단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얼마 후.

쿠르릉….

마침내, 기나긴 천겁의 시간이 끝났다.

쉬이이―

나는 천겁이 스러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홍범의 ‘껍질’들이 수북이 쌓여 무너져 있었다.

‘그렇군, 홍범의 형상이 무너진 건 녀석의 껍질이 무너졌던 건가?’

원영기에 오르면서 탈피를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홍범의 껍질 밑을 바라보았다.

홍범이, 완전히 화형에 성공한 것이었다.

들썩, 들썩!

껍질 중 한 곳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 안쪽에서 뭔가 작은 것이 나오기 시작했다.

“홍범…?”

나는 천천히 그것에게 다가갔다.

홍수령과 몇몇 원로들 역시 은근 홍범의 화형 모습이 궁금한지 이쪽으로 다가왔고, 금벽호 역시 이쪽으로 시선을 집중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들썩거리던 껍질 밑에서, 홍범이 완전히 나왔다.

“홍범…!”

“아… 주인님…?”

나는 홍범의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과연, 네게 어울리는 모습이구나.”

“으음… 이게, 제 화형 모습인 겁니까?”

홍범은 요족어가 아닌 ‘육성으로’ 말을 하는 중이었다.

그는 인간의 목소리가 어색하다는 듯이 목을 매만졌다.

홍범은 새하얀 머리칼을 지닌 노인의 모습이었다.

거의 백 살은 넘었을 듯한 쪼글쪼글한 노인의 모습을 한 그는, 새카만 흑의(黑衣)를 입은 채, 지네의 더듬이 같은 눈썹을 지녔고, 두 뼘 정도 되는 턱수염을 지녔다.

말 그대로 녀석의 노인네 같은 말투와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기에, 나는 상당히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흐흠… 너무 늙은 모습이 아닌지…. 주인님께오선 괜찮으십니까?”

그러나 홍범은 자글자글하게 늙은 모습으로 화형한 본인의 모습이 당황스러운지 내게 물었다.

“괜찮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생각한다.”

“주인님께서 괜찮다 하시면….”

홍범은 내가 괜찮다 하자 그것만으로 만족스러운지, 자연스럽게 품에서 요선죽을 꺼내 불을 붙이고 장죽을 물었다.

“후우….”

늙은 모습으로 요선죽을 빨고 담뱃불을 내뱉는 그의 모습은 굉장히 자연스러워 보였다.

“흐음, 신기하군.”

그런 홍범의 앞으로 홍수령이 나와 말했다.

“요수가 처음 화형을 하면, 개개의 외형에 차이는 있어도 대다수가 젊은 모습, 혹은 어린 모습이라고들 하는데 어찌 이 녀석은 스무 살밖에 안 되었을 창창한 놈이 이리 늙은 모습이지?”

그녀의 말에, 금벽호가 내려와 말했다.

“허곽 그 친구에게 예전에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군. 흑색귀골곡의 고서에서 본 내용인데, 요수가 화형을 하면 대다수가 젊은 모습이나… 아주 오래된 영혼을 지닌 경우 늙은 모습이라는 것이다.”

“오래된 영혼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난 의아함에 물었다.

“말 그대로다. 세상에는 육도윤회가 있고, 혼백은 사망하면 명계로 가 다음 생으로 윤회 환생한다. 그리고 그러한 영혼들이 환생을 할 때엔 이전 생의 기억을 잊고 다음 생으로 태어난다고 하지. 하나 간혹, 이전 생의 기억이 흐릿하게나마 영혼에 남아 있는 영혼이 있다. 이런 영혼들은 전생의 기억까지도 가지고 있는 ‘오래된 영혼’이라고 한다고 허곽이 설명해 주었었다.”

“흐음….”

‘전생이라….’

그렇다면, 홍범이 지닌 재능의 원천은 어쩌면 그의 전생(前生)에서 기이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뭐, 여하튼, 화형을 축하한다. 홍범.”

“감사합니다, 주인님….”

“혹 태상장문의 말씀대로 전생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게 있느냐?”

“음… 그런 건 잘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거짓말은 아닌 것이, 홍범은 전생의 기억보단 전생의 자질이나 무의식 등을 타고난 모양이었다.

“알겠다. 일단 축하 기념으로….”

나는 홍범과 함께 동부로 가려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그런데 태상장문님.”

“무슨 일이지?”

“혹시 여기 있던 전명훈 못 보셨습니까?”

나는 어느새 나와 함께 홍범의 화형을 구경하러 왔던 전명훈이 사라진 것을 보며 의아해했다.

‘어디로 간 건가?’

그 말에 금소해가 나서서 답해 주었다.

“뭘 찾을 게 있다면서 동부로 간 거 같습니다.“

‘동부로?’

나는 봉뢰당 옆쪽에 있는 전명훈의 동부를 바라보았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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