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241

239. 소꿉친구 – 주름

“별로지?”

레나 아이나르가 뒤돌아섰다. 단단한 질감의 초록색 드레스는 레나의 태가 나는 몸에 잘 어울렸다.

하지만 두껍고 곧은 눈썹. 드레스는 그녀의 강직한 인상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눈썹을 어설프게나마 깎아 정리했음에도 그랬다.

역시 레나는 갑옷이나 제복이 잘 어울린다.라고 레브는 생각하였지만, 레오 덱스터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누구세요?”

“장난치지 말고. 이런 색깔은 나랑 안 어울리지?”

그래. 넌 붉은 색이 어울려.

당당하게 타오르는 불꽃 같은…

“아니. 너무 잘 어울려.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네. 연지도 바른 거야?”

“응…”

레나가 쑥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옅게 걸린 미소에는 안도가 섞여 있었다.

반나절을 들여 치장한 것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꾸미는 데에 영 재주가 없었다. 꾸며본 적도 없고.

그렇지만 이젠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기사가 아닌 한 명의 평범한 여인으로 살아가려면. 레나는 분명 엉망일 텐데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레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불꽃은 꺼져서 재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헤집지 않아 줘서 고맙다.

레오가 레나의 입가에 번진 연지를 슬며시 닦아주었다. 레브는 그 모습을 먹먹하게 바라보다 마차 두 대를 부르고, 앞 마차에 탑승했다. 치장한 레나와 레오는 뒤따라오는 마차에 탔다.

두 마차는 루테티아의 깔끔한 대로를 가로질러 왕성을 향했다. 이내 도착한 루테티아 왕성은 귀족의 마차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다른 왕국에서는 제법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여기선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신성 왕국의 귀족들은 교회의 율법에 매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왕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각 가문의 가주들이 수도가 아닌 저들의 영지에 머무르고, 루테티아에선 젊은 후계자들이 저들끼리 사교활동을 나눌 뿐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이틀 전, 프레데릭 왕가가 왕가의 각종 의전(儀典)에 관여하던 예법관과 성전사들을 왕성에서 돌연 방출시켰다.

그러고선 클레오 드 프레데릭 왕자가 혼기(婚期)를 맞았음을 언급하며 조촐한 연회를 열었는데, 그건 명목일 뿐이고, 모두가 왕가가 어떤 성명을 발표하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도 명목은 명목이다.

프레데릭 왕가가 무슨 생각인지 정탐해 자신의 가문에 알리는 것이 목적이지만, 각 가문의 후계자들은 근사하게 치장해 연회장을 찾았다. 영애들의 연지 바른 뺨과 하늘하늘한 옷깃이 이보다 고았던 적이 없었다.

레브 일행은 왕자의 특별 초대를 받았다. 레나는 아름다운 영애들을 보곤 기가 죽었는지 레오의 팔짱을 놓지 않았다.

“들으셨나요? 콘라드 왕국에서 큰 사건이 터진 모양이에요.”

“어머나- 저도 들었어요. 레안 드 예리엘 왕자와 레리아나 드 예리엘 공주가 살아 있었다더군요. 그것도 신기하지만 들리는 이야기가 흥미로워요. 에릭 드 예리엘 왕자가 실은 무시무시한 괴물이었고, 레안 드 예리엘 왕자가 이를 물리쳤다고…”

“아마 허풍일 겁니다. 그 괴물이란 걸 믿기 어려워서 알아봤는데, 피해가 거의 전무하다더군요. 그래도 왕족인데, 에릭 왕자를 처형한 것에 대한 핑계로 지어낸 이야기 같습니다.”

“그럴까요? 그래도 무척 오랜만에 들은 재미있는 사건이었어요. 왕자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엔…”

장엄한 연회장. 기둥 하나 없는 거대한 홀 이곳저곳에서 젊은 귀족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왕자도 개중 하나였으나 홀에 막 입장한 레브를 알아본 그는 대화를 얼른 마무리 짓고 다가왔다.

“오셨군요. 하하, 오래 기다렸습니다. 먼저 아버님을 뵈러 가시지요.”

레브는 잠시 움찔, 답하지 않았다.

공연한 노파심에 혹시 이곳의 왕도 아신의 사도가 아닐까 걱정한 것이었는데, 설마 그럴 리가.

아무리 아신의 사도가 본인의 정체를 들킬 염려가 적다 하여도 여긴 제롬 신성 왕국이다.

십자교회의 본단인 수도교회 앞마당에서 아신과 아신의 사도가 활동하기란 가당찮은 일이어서 레브는 레오 덱스터를 데려가지 않았다.

레오와 레나는 불이 밝혀지기 시작한 연회장에 남았고, 레브는 왕자와 함께 알현실을 향했다. 왕궁에 있던 꼴 보기 싫은 성전사들을 죄다 내쫓았다는 왕자의 말에 레브는 더욱 불안해졌는데…

[ 업적 : 왕 5/7 ]

[ 업적 : 성녀의 세례(洗禮) – 레오에게 {신력 간파} 능력이 부여됩니다. ]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왕을 알현하는 방이자 왕이 연회장에 나가기 전에 대기하는, 값비싼 가구들이 빼곡한 방에서 만난 왕은 평범한 인간이었다. 감히 왕을 평범하다 칭할 수 있다면 말이다.

중년의 왕이 말했다.

“그대가 하늘이 내린다는 소드마스터인가. 직접 보기는 처음이군. 만나서 반갑소.”

“제롬 왕국의 지배자 크링톤 드 프레데릭을 뵙습니다. 저는 레브 비자인이라 합니다.”

“제롬 왕국이라…”

왕이 하하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다리를 꼬아 앉은 그는 무릎을 치며 무척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왕자는 물러가도 좋다. 로이드 경, 자네도 물러가시게.”

왕자와 근위기사가 퇴장했다.

하지만 왕자를 호위하는 기사가 퇴장한 것일 뿐, 왕을 호위하는 근위기사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레브는 이들 앞에서 입을 열어도 좋을지 몰라서 말을 삼갔다.

“걱정할 것 없소. 이들은 모두 내 친우나 다름없는 기사들이니까… 그래, 왕자에게 이야기는 들었소. 먼저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구려.”

“도움이 되셨다니 기쁩니다.”

“하지만,”

왕이 허리를 펴고 앉았다. 그는 레브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가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없구려. 젊은 소드마스터께서는 내 땅에 무슨 일로 오셨소?”

“…친우를 찾아왔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저도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말해 보시구려.”

깔끔한 성격이다. 크링톤 드 프레데릭의 직선적인 성향을 알아본 레브가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전 오른 왕국의 왕이 되고자 합니다. 제롬 왕국이 이에 도움을 줬으면 합니다. 물론, 제가 왕위에 오르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겠습니다.”

위험한 고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야 십자교회의 간섭에서 벗어날 명분을 얻은 왕이 설마 고자질할까.

예상대로 크링톤 드 프레데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왕이라… 어떤 도움을 바라오?”

“군사적으로 지원해주면 더 바랄 것이 없고, 군량을 싸게 팔아주셔도 좋습니다.”

“흐음!” 왕이 제 턱을 쓰다듬었다. 잠시 생각하는가 싶었지만, 왕은 손이 턱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답했다.

“둘 다 과하오.”

“…거절입니까?”

“그건 아니오. 단지 소드마스터께서 우리 왕가에 해준 일이 그렇게 가치 있는 일인지 모르겠소. 잔소리꾼들이 사라진 덕분에 내가 다리를 편히 꼴 수 있게 된 정도일까… 내게 일언반구도 없이 그런 짓을 한 건 괘씸하지만 십자교회가 그 손바닥만 한 땅을 얻으려고 사이먼 백작과 밀약한 게 그렇게 잘못한 일 같지 않구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그건 프레데릭 왕가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만?”

“백성들의 삶에는 변화가 없지 않소. 나아지면 나아졌지.”

뭐 이런…

레브는 이 왕의 성격이 깔끔하다고 판단했던 걸 철회했다. 능구렁이 수천 마리를 삼킨 것만 같다.

저 말이 진심이건 아니건 간에 왕은 그가 해준 일의 가치를 깎아내고 있었다.

교섭의 기본 소양이다.

그와 동시에 자신은 백성을 우선하는 선량한 왕이라 군사적 지원이라던가, 군량을 싸게 판다든가 하는 건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라고 못을 박는 것이었다.

한 나라의 주인으로서 마땅히 보여야 할 태도겠지만, 레브는 피로를 느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 왕자님께서는 무척 기뻐하시더군요.”

“그럴 거요. 왕자는 국정을 직접 도맡고 싶어 하니까. 교회의 도움을 받건, 왕이 오롯이 통치하건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어쨌든 미안하게 됐소이다. 다른 제안을 해 보시구려.”

어쨌거나 안 된다는 뜻이다. 뒷짐 진 채 잠시 고민하던 레브가 입을 열었다.

“저는 평민입니다. 그런 제가 왕이 될 수 있는 권위를 주십시오. 그리고 성녀를 만날 수 있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성녀를 만나게 해드리는 거야 어렵지 않소만, 권위라? 내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오?”

레브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왕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윽고 두 사람은 귀족들이 모여 있는 연회장에 나란히 발을 들였다.

“제롬 신성 왕국의 왕이자 신성의 수호자이신 크링톤 드 프레데릭 국왕 폐하와 위대한 소드마스터, 레브 경 납시오!”

온 귀족들의 시선이 레브에게로 쏠렸다. 제롬 신성 왕국의 왕과 어깨를 나란히 한 남자이자 대륙의 네 번째 소드마스터로 레브 비자인의 이름이 알려지는 순간이었으나,

딱히 감동적이진 않았다.

소드마스터가 된 이상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레브는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에 의한 파장을 더 걱정하였다.

그러나 이름만 알려졌다 뿐이지 출생지도, 성(姓)도 언급되지 않아서 손해될 것이 없어 보였다. 반면 평민이 왕이 될 자격이 없다며 반란에 동참하기를 거부한 에브니 드라진 후작은 나를 달리 보겠지.

레브는 클레오 왕자가 나서서 앞으론 교회의 지나친 간섭을 거부할 것이라 선언하는 걸 흘려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저 멀리 연회장 구석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레오와 레브를 번갈아 보는 레나가 있었다.

– “이 마른 멸치같이 생긴 녀석이 네가 말한 사람이야? 그렇게 대단해 보이진 않는데…”

레나는 사람 보는 안목조차 사라진 자신의 형편없는 눈을 꾸욱 감아버렸고, 어째서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를 잃는 걸까, 레브는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크링톤 드 프레데릭이 한 배부른 조언이 레브의 심경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째서 왕위에 오르려는 거요? 백성을 위해서가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는 자리인 것을.”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줬으면 좋았을 것을.

* * *

이름, 메리엘.

직업, 십자교회의 수장.

통칭, 여든일곱 번째 성녀.

며칠 뒤, 레브는 수도교회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성녀 메리엘의 이력을 살펴보고 있었다. 어떤 문서를 읽는 건 아니고 {귀족 사회} 정보를 떠올리는 중이었다.

성녀 메리엘은 아스란 왕국의 한 한미한 귀족가의 딸로 태어나 성녀가 되었다.

이 세계에서 성녀가 탄생하는 방식은 매우 직관적이다. 가시 면류관을 쓴 고결한 희생의 여신, ‘보아르’가 하늘을 열어 성녀가 될 사람에게 빛을 내리쬐는데, 성녀가 탄생하였음을 온 대륙의 사람이 느낄 수 있었다.

나이는 삼십 대 후반. 당연히 미혼. 좋아하는 것과 취미는 기도. 싫어하는 건…

전형적이다 못해 뻔하디뻔한 성녀의 인적사항을 숙지한 레브가 고개를 돌렸다. 옆에는 레오 덱스터가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레나가 요리를 배워보겠다고 했다면서? 내 제자 중에 반느라고, 요리 솜씨가 좋은 애가 있는데 소개해줄…”

“지금은 말 걸지 마라.”

“…”

레오 덱스터가 그에게 틱틱대는 것이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런 것이어서 레브는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실은 저것도 레오가 나름 화를 푸는 방법이었다.

레브에게 화풀이를 한다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는 레오 덱스터의 성격은 점잖고, 예의 발랐다. 단지 레브에게만큼은 제 기분을 숨기지 않는 것이었다.

숨길 이유가 없으니까.

레브는 그의 기분이 나쁜 이유를 짐작하며 입을 다물었다. 조용한 가운데, 마차가 수도교회에 닿았다.

“성녀님을 뵈러 왔습니다. 왕께서 약속을 잡아 놓으셨을 겁니다.”

“잠시만요. 성함이… 레브 경이시군요. 이쪽으로 오시지요.”

정문을 지키던 성전사가 레브와 레오를 안내했다.

레오는 여전히 입을 꾹 닫고 있어서 레브는 성녀에게 무엇을 물어볼 것이냐, 묻지 못하고 장엄한 수도교회를 가로질렀다.

이윽고 마주한 백색의 교회.

하늘을 갈구하듯 높이 세워진 첨탑들이 광장을 둘러싼 이곳은 수도교회의 본당(本堂,「카톨릭」신자의 영혼에 대한 지도와 전교를 맡은 주임 신부가 상주하는 성당)이었다.

외벽엔 거미줄처럼 복잡한 문양이 아로새겨져 엄숙함을 자아내었고, 중앙 저 높이에는 거대한 원형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초겨울의 따사로운 햇살을 반사하고 있었다.

곳곳에 세워진 동상들이 방문객들을 거룩히 내려다보았으나, 레브는 그런 것들에는 관심이 없었다. 행여라도 레아를 만날까 기대하는 동시에 불안해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추적술}은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쪽입니다.”

성녀의 방은 본당의 1층 깊숙한 곳에 있었다.

하지만 성녀의 사적인 공간을 찾아가는 건 아니어서 그들은 잡티 하나 없이 휘황찬란한 복도를 걸어가길 잠시 한 대문 앞에서 멈췄다.

성녀의 접견실이었다.

레오와 레브를 안내해준 성전사는 그곳에 있던 성전사에게 접견 약속을 재확인하고 돌아갔다. 대문이 열리며 드디어 두 사람은 성녀를 만날 수 있었다.

새하얗게 빛나지만 높이가 낮은 주교좌(主敎座)에 성녀가 도도하니 앉아 있었다. 그녀는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모를 미소로 방문객들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레브 비자인이라 하옵고, 여기 이 친구는 레오 덱스터입니다. 성녀님을 꼭 뵙고 싶다고 해서 동행했습니다.”

“네, 반가워요. 하지만…”

성녀가 레브를 향해 눈웃음치며 말했다.

“저는 당신을 뵙기는 두 번째인걸요. 그렇지 않나요? 바르바토스의 사도님.”

멍하다. 레브와 레오가 멍청해진 눈으로 성녀를 바라보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성녀는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미소 지을 뿐이었다.

성녀는 보통 오래 살지 못한다.

평균적으로 쉰 살 정도에 세상을 떠났는데, 성녀는 수십 년간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미모를 뽐내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 몇 년간에 빠르게 노화했다.

메리엘 성녀.

나이, 삼십 대 후반.

아직 신께서 내려주신 미모를 간직하고 있어야 할 그녀의 미간에는 옅은 주름이 패어 있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