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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1

평양시장 선거(2)

라이온하트의 제15대 사자심왕이자 인류역사 최고의 정점. 살아있는 반신이며 신들의 대리인.

현대 지구에선 국내 최대 대형길드 만신전의 길드장이자 교주.

그 외에도 만신전 캐피탈 및 만신전 농수산업 유통업, 만신전 건설, 만신전 종합무역상사, 만신전 신성 사모펀드 기타 이것저것.

여러 직함을 가진 레온이지만, 그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선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허구헌 날, 훈련 아니면 게이트 공략을 반복하니 언제나 반복적인 일상이 계속되는 것이다.

아무리 레온이 살아있는 반신에 300년을 산 노괴라도 반복적인 일상은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스트레스 해소에는 스포츠 활동이 적극 권장되었더랬다.

“후···.”

[‘농노로 거인을 잡는 법’이 농노병들에게 버프를 부여합니다.]

여느 때처럼 스포츠 생활을 즐기며 평양으로 돌아오는 길, 레온은 농노 인력거가 이끄는 귀부인을 마주쳤다.

“어머, 폐하. 운동 나갔다 오시나요?”

“비체.”

베아트리체는 레온을 만나 반가운 표정을 하며 농노 인력거에게 속도를 맞추라 명했다.

사람이 말이 걷는 속도에 맞춰야 하는 불합리는 둘째치고.

“어찌 천한 것들을 이동수단으로 삼으시오. 말은 어찌하고?”

“최근에 안 사실인데, 제 말이 새끼를 배었거든요. 당분간은 이렇게 다닐까 하고요.”

“저런. 내 아랫것들에게 명해 마차라도 만들라 하리다.”

그냥 자동차를 타··· 인력거 농노는 속으로 그리 생각했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뱉을 만큼 바보는 아니다.

“그런데 폐하. 이번 시장선거 말인데요.”

“비체도 관심이 있소?

“관료도 아니고 영주를 선거로 뽑는 것엔 관심이 없어서요.”

비체는 고귀한 왕족이다. 그런 그녀에게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직이나 마찬가지인 자리를 선출직으로 뽑는다는 것부터가 놀라운 발상이었다.

이 세계의 민주주의라는 체제를 지식으로는 이해해도 그녀가 받아들이긴 어려운 것이다.

스페로 왕국의 마술사 여왕이자 꿈과 죽음의 신관장인 자신이 길거리에 널린 자유민 한 명과 같은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다는 것부터가 모욕적이다.

“나름의 유흥이라네.”

“유흥이요?”

“도시의 관리직은 필요한 자리지. 무엇이든 재가를 내리고 책임을 지는 자가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은 응당 그런 것이다. 책임지고 책무를 완수하는 자들의 자리.

그런 자리를 능력도 모른 채 투표로 정한다는 것은 라이온하트의 국왕 자리를 역임했던 레온에겐 이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뭐, 두고 봅시다. 재밌는 볼거리가 될지도 모르오.”

레온은 이 선거에 나설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권력을 원하는 후보자들이 어떤 진탕 싸움을 벌일지 궁금하긴 했다.

본디 민주주의와 선거라는 건 진흙탕에서 서로를 끌어내리는 싸움이 아니던가.

* * * *

“GRARARA!! 거 이 친구 술을 못하는구만!”

“하, 하하······.”

구대성은 불카누스와 불타는 검 기사단들과 한창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스카치가 숙성된 오크통을 인당 하나씩 붙잡고 벌컥벌컥 마시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음주문제인가는 둘째치고.

‘최근 이상하게 다들 잘 대해준단 말이지.’

성배기사가 된 뒤로 라이온하트 출신 기사들은 기본적으로 구대성에게 우호적이다.

그들은 명예로운 게오브릭의 후계자에게 충분한 존중과 예의를 지켰고, 오히려 구대성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깎듯이 굴었다.

하지만 존중과 친애는 다른 법이다.

구대성이 어디 가서 모난 성격은 아니지만, 이 찐 중세 감성의 기사들과 쉽사리 어울리기란 쉽지 않았다.

불카누스야 그렇다 쳐도 발탄 불타는 검 성배기사단은 저들끼리 어울리기 바빴으니까.

“구대성 경! 술맛이 어떻나! 이건 꽤 비장의 약탈품이라고.”

“약탈품······.”

“GRARA! 주석인가 뭔가 하는 놈의 비밀창고였다는 모양이야.”

주석이라면··· 설마 김씨?

구대성이 놀란 눈을 하는 것관 별개로 불카누스는 호쾌하게 술을 건네며 안주를 씹었다.

“그나저나 구대성 경. 내 물어볼 것이 있는데 말이야.”

‘와, 왔다!’

최근 자신을 향한 어프로치. 정확히는 불카누스와 야피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바로 이것을 위한 것이었다.

“자네, 이번 선거. 누굴 찍을 생각인가?”

“그, 그것이······.”

구대성은 순간 술을 마시는 척하면서 귀를 쫑긋거리는 기사단원들에게 난처함을 숨기지 못했다.

평양시장 선거.

그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셋이다.

불카누스와 야피 그리고 흑룡.

일견 쟁쟁한 후보들처럼 보이지만, 일단 본인들부터가 사기를 잔뜩 치고 시작하는 후보들이다.

불카누스도 야피도 성배기사로서 저마다 백 표짜리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흑룡도 본인을 포함해 열 마리의 용족이 이백 표의 표를 나누어 가졌다.

이런 상황에서 출마자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지지세력 확보를 위해 바삐 움직였고 그중에서 백 표짜리 표를 가지고 있는 구대성은 1순위 포섭대상이다.

“그··· 일단 우리나라에서 투표는 비밀투표가 기본이라······.”

“응? 말 안 했던가? 폐하께선 비밀투표 따윈 없다고 하셨네.”

“예에?”

무슨 공산당 총선거회도 아니고 공개투표를 한단 말인가?

“듣기로는 카리나 대공과 베아트리체 여왕님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신다더군.”

백표짜리 투표권을 가진 성배기사들이 나서지 않는다. 그렇다면······.

“불카누스 경의 승리는 기정사실 아닙니까?”

불카누스에게는 베테랑 기사단인 불타는 검 기사단이 지지세력으로 있다.

이들이 저마다 열표씩 하여 총 50명이 500표.

현재의 명확한 지지세력은 다음과 같다.

불카누스.

본인의 100표와 불타는 검 기사단의 500표.

야피.

본인의 100표.

흑룡.

본인의 20표. 아홉 용족의 180표.

이렇듯 기본 지지세력의 기반부터가 다른 것이다. 하지만 구대성의 생각은 달랐다.

“평양에 투표권을 가진 자유민들이 엘프, 난쟁이, 트리맨 포함해 637명이지.”

이들이 각각 한 표씩 637표.

“생각보다 꽤 많군요.”

하지만 인구수에 비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637명의 이종족들이 기사단 50명과 성배기사 한 명과 엇비슷한 수준이란 소리니까.

“그럼 핵심은 나주 기사단이야. 우리 만신전은 그간 357명의 기사를 양성했고 나주 출신 기사단은 이제 다섯 개가 되었지.”

“제가 알기로 대부분은 외부에 배치되어 있는 걸로 압니다.”

“그래, 천소연 단장과 1기 기사단, 3기 기사단과 4기 기사단까지 해서 셋! 산하 기사단원까지 150명이 좀 넘지.”

이렇게 대략 750표.

이미 600표를 확보한 불카누스지만, 다른 후보의 행동여하에 따라선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수치란 것이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거야 불카누스 경이 선거운동을 잘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공약이라던가 하는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불카누스는 분통을 터뜨리듯 외쳤다.

“나도 그럴 생각이었네! 그 간악한 로봇이 비열한 짓거리만 하지 않았어도!”

“예? 야피 경 말입니까?”

“백문이불여일견이라지! 따라오게! 그 음흉한 로봇이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보여주겠네!”

불카누스는 구대성을 이끌고 류경호텔로 향했다.

* * * *

선거는 얼마나 많은 표를 끌어오느냐의 싸움이다.

그를 위해선 유권자들을 만나며 투표를 독려해야 하고 그들의 표가 자신에게 향하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 선거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인 개념이지만, 이번 평양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겐 익숙지 않은 개념이었다.

중세 왕국의 권위주의적인 계급사회에서 온 불카누스도 자신의 지지세력 결집이라는 개념은 이해하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갈 생각은 못하고 있다.

흑룡 또한 자신과 동족인 용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딱 거기서 그치고 있다.

기사··· 심지어 사자심왕보다도 더 권위적인 흑룡은 유권자를 끌어모은다는 개념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계산적인 제2번 후보 야크트 스피너는 비교적 민주주의와 가까운 세상에서 찾아온 생존자.

그는 표를 끌어모은다는 개념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끼룩!

주민들과 기사들의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류경호텔 앞. 사람들은 웬 대규모 퍼레이드에 시선이 집중됐다.

-끼룩! 끼끼룩!

-끼룩! 끼끼룩!

그들은 크라샤트리아족. 비록 이번 선거에서 평양시민이라기보단 목포와 남포 거주민으로 취급되어 투표권이 없는 이들이지만, 선거운동을 돕지 말란 법은 없다.

“야피 경하고 끼끼룩족들이 왜 저러는 거지?”

“우와~ 엄마! 저거 봐! 로봇이야!”

수백의 끼끼룩족 선거유세단과 남작급에서부터 백작급에 이르는 화려하고 멋들어진 기체들이 플랜카드와 디스플레이를 들고 다니며 선거를 유세한다.

[야피를 시장으로!]

[세계수를 더욱 위대하게!]

[첨단기술과 자연의 조화. 야피 손에 달렸다!]

대선이나 총선즈음에 익숙해질 플랜카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란 구대성에게 선거기간 중 유세는 별다를 게 없는 행동이었다.

“그···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만?”

크라샤트리아족과 첨단병기들로 눈길을 끌며 선거유세를 하고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후보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닌가?

오히려 공약 선포나 선거유세도 하지 않는 불카누스 쪽이 구대성 입장에선 사도였다.

“내 저뿐이면 말도 안 하지! 저것 보게! 저 플랜카드들에 있는 큐알링크 말이야!”

“어?”

구대성은 무인로봇들과 끼끼룩족들이 들고 다니는 플랜카드와 디스플레이에 박힌 큐알코드를 보았다.

뭔가 싶어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니 웬 커뮤니티가 뜬다.

그것은 분명 평양시장 선거가 발표된 직후 공개된 폐쇄 네트워크였을 것이다. 평양 시민들과 기사들만이 인증 후 접속할 수 있는.

대충 주민들과 기사들의 편의를 봐준다면서 소통창구로 사용되던 것인데──

[충격! 불타는 검 기사단의 도 넘은 약탈행위.]

[용들 ‘열등종’ 발언. 시민과 마주하지 않는 오만한 자세.]

[불카누스 경의 연이은 음주가무. 이대로 괜찮은가?]

커뮤니티마다 메인에 뜬 제목들은 적나라할 정도로 이번 출마 후보들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동시에 야피의 우월한 선거공약과 계획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이 커뮤니티의 관리자가 누구임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

“네, 네거티브 전략······.”

선거에선 흔히 있는 일이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온갖 음해를 가하며 투표를 포기시키거나 반사이익이 오도록 하는······.

“아니, 이미 뒈진 놈들 집 좀 뒤져가며 약탈 좀 할 수 있지! 그게 무엇이 문제라고!”

그리고 야피의 네거티브 전략은 분명 사실이긴 했다는 것이다.

평양을 점령하면서 북한의 모든 부가 쌓여있던 평양을 약탈하는 건 기사들과 맨앳암즈들의 자연스러운 특권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약탈의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불카누스와 불타는 검 기사단이 적극적으로 당 간부들의 집을 털며 재산을 축적한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레온까지 ‘젊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한몫씩 챙기도록 적당히 해먹게.’라며 자제를 요구했겠는가.

그 뒤론 당 간부 자택을 한 채씩만 차지하며 약탈을 자제하긴 했지만, 야피는 이러한 사건들을 강조하며 불카누스의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내리깎고 있었다.

“으음··· 생각보다 동조하는 이들이 많군요. 특히 나주 기사단은 제법 불만이 있는 모양입니다.”

커뮤니티 내에선 익명성이 보장됐지만, 부활한 신생종족들은 아직 스마트폰이 익숙지 않다.

대부분은 기사단과 맨앳암즈들이 댓글을 달며 이에 호응하고 있었다.

“끄응! 그래서 내 약탈의 정석도 전수하고 숨겨진 재산 뒤지는 법까지 알려주었거늘!”

“뭐··· 멀쩡한 시민국가 출신에게 약탈은 좀 낯선 행위긴 하죠.”

구대성 본인도 약탈행위에는 그리 적극적이진 않았다.

“용들 문제도··· 없는 사실은 아니군요. 불카누스 경보다는 좀 덜 공격하고 있지만, 이건 경쟁자로 보지 않기 때문인 것 같고······.”

“흥! 그 오만한 도마뱀들이 자기들끼리 말고 어디 지지나 받아보겠나?”

불카누스의 분통을 터뜨리는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날 약탈자라고 비난하는 건 좋아. 사실이니까. 하지만···!”

불카누스는 구대성을 데리고 한창 선거유세 중인 야피의 천막 뒤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선──

“헤헷, 야피 경. 동생하구 후배들 데려왔어요!”

-끼룩! 끼끼룩! 끼루끼룩!

(한하리 경. 투표 갯수 20표. 투표독려 찬스 한수호 및 기사 다섯 명. 35표. 총 55표 확인.)

하리가 데려온 기사들을 보며 무언가를 끄적이는 끼끼룩족 선거지원단.

그는 선거천막에 가득 쌓인 상자를 꺼내더니 하리에게 안겨주었다.

“와아~ 구X백! 루이X통 지갑! 상품권도 있네요? 별철무구 커스텀 추가장비 주문권? 이게 진짜 대박인데요?!”

-끼룩끼룩!

(우리 야피 후보님 잘 부탁드린다)

“그럼요~”

생글생글 웃으며 선물들을 가져가던 하리는 불카누스와 구대성과 눈이 마주쳤다.

“앗, 불카누스 경··· 구대성 경······.”

멈춰버린 소녀는 이마에서 주르륵 흐르는 식은땀을 훔치며 잽싸게 등을 돌렸다.

“······.”

“······.”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선거가 태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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