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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1

240화.

잠시 다른 일에 한눈을 파는 사이에도여러 가지 일들이 착착진행되고 있었다.

AD1과 AD2는 여전히 예약이 줄을 이었고, 카로스는 공장을 풀가동해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페이스잇은 댄싱레빗의 인수를 끝내고, 포르노부터 성인용품까지 전부 아우르는 거대 회사가 됐다.

서성SB는 생산라인을 일부 개조해 OTK배터리 생산에 들어갔다. 그리고 TS컴퍼니 역시 부분 가동을 시작했다.

배터리팩이 만들어지자, 임진용 회장은 전에 말한 대로 NT9 특별판을 출시했다.

스마트폰 사양이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된시점이어서 두 배로 늘어난 배터리용량이 확실히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

이 정도면 고용량 게임을 하루 종일 돌려도 되고, 밖에 나갈 때 충전기를 챙기거나, 콘센트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었다.

1천대를 제작하기로 한 NT9 특별판은 예약이 몰리며 순식간에 마감됐고, 서성전자는 부랴부랴 추가생산을 서둘렀다.

이 외에도 드론, 킥보드, 카메라, 노트북 등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든 회사들이 배터리팩 구매를 문의해왔다. 심지어 엔플조차도 우리에게 직접 연락을 해왔을 정도다.

아직 수율이 떨어져 서성전자가 필요한 물량을 생산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생산량이 늘어나는 대로 계속해서 서성전자의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 계속 탑재할 예정이다.

난 이 문제와 관련해 임진용 회장과 통화했다.

“그러고 보니 내일 베트남에 출장 가지 않나요?”

서성전자는 베트남 하노이에 디스플레이 공장을 추가로 건설한다. 기공식에는 베트남 총리도 오고, 임진용 회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출장은 취소되었습니다.]

“어째서요?”

[내일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해서요.]

* * *

새 정부는 출범초기에 강력한 추진력을 갖기 마련이다.

10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새정치당은 이전 정권에서 발생한 각종 비리를 파헤치는데 주력했다.

무슨 노다지도 아니고, 캐도캐도 비리가 끝없이 쏟아졌다. 조사과정에서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며 청문회를 열어야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자유국민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청문회를 열었다. 관련자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소환됐다.

댓글공작과 야당의원 사찰을 주도했던 기무사령관은 조사가 시작되기 전 재빨리 미국으로 출국해 연락을 끊었고, 전 검찰총장과 전 국정원장 역시 온갖 핑계를 대며 증인출석을 거부했다.

마지못해 끌려나오게 된 비서실장, 민정수석, 정무수석, 각 부처 장관들은 그저 잘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과정에서 불똥은 기업으로도 튀었다.

예전 군사정권 때처럼 대놓고 뇌물을 주는 관행은 사라졌지만, 정치권과 기업의 유착관계는 여전했다.

정치인들에 이어서 이번에는 기업인들이 줄줄이 국회로 소환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벌들은 증인석에 나란히 앉았고, 국회의원들은 각종 자료를 들이밀며 호통을 쳤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올 기업인이 어디 있겠냐만, 청문회에 나온 기업인들은 다들 털면 먼지가 풀풀 날리는 사람들이다.

전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한 것은 물론이고, 관점에 따라서는 뇌물의 성격으로 볼만한 것들도 여럿 있었다.

사실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없지 않았다. 최근의 정경유착은 기업이 아니라 권력자가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게 되니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기왕 돈을 뜯기는 마당에 뭐라도 하나 챙기려다 보면, 그게 청탁이 되는 거고.

어쨌거나 잘한 건 없는지라 회장들은 나이가 많든 적든 열심히 고개를 숙이며 최선을 다해 변명을 늘어놓았다.

서성그룹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기업규모가 제일 큰 만큼 정권과 연관된 일도 가장 많았다. 서성SB 경영권 문제로 박시형 전 대통령과의 사이가 틀어지기 전까지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고.

다행히 빠져나갈 구멍이 하나 있었다.

쏟아지는 의원들의 추궁에 임진용 회장은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회장으로 있었던 때의 일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임원들 역시 모든 것을 고 임일권 회장의 책임으로 떠넘겼다. 당연하지만, 이미 죽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른 회장들 역시 각자 빠져나갈 길을 찾기 위해 애썼다.

가장 모범적인 대답 중 하나는 바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경제발전을 위해 대기업이 앞장서겠다는 말에 여야의원들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증인심문이 끝나갈 때쯤 자유국민당에서 한 가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바로 강진후를 청문회에 소환하자는 것이다.

자유국민당, 그중에서도 친박계 좌장들은 강진후에 대해 이를 갈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자유국민당 지지율이 폭락한 것도, 박시형 전 대통령이 구속된 것도, 정권이 바뀐 것도…… 이 모든 게 다 강진후 때문이다!

때문에 자유국민당은 어떻게든 강진후를 국회에 증인으로 불러 망신을 줄 생각이었다.

* * *

자유국민당이 강진후를 싫어하듯, 보수층들은 대부분 강진후를 좌파, 또는 종북빨갱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정작 진보 쪽에서도 강진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전통적으로 산업이 강세인 반면 금융은 약세다. 그 때문인지 금융규제가 강한 편이고, 투기자본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다.

그런데 강진후야 말로 가장 대표적인 금융 투기자본이다.

L6 사태 때는 파생상품에, 브렉시트 사태 때는 외환시장에 극단적 포지션으로 베팅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

이후에는 러스트밸트에 수십조를 투자해 공화당 후보였던 로날드 스탬퍼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빅원을 막기 위해 전 재산을 거는 도박까지 벌였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OTK컴퍼니 법인의 소재지다.

CEO가 한국인이고 본사건물이 한국에 있어서 한국기업이라도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실체는 조세피난처인 델라아일랜드에 있다.

한국에 K컴퍼니라는 자회사를 세우고 한국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있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고, 대부분의 투자는 미국에서 이뤄졌다.

심지어는 금융거래 또한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가 아닌, 미국계 IB인 골든게이트를 통해서만 했다.

이쯤 되면 지나치게 친미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와 진보 정치인들은 ‘대체 강진후가 한국에 해준 게 뭐냐’라며 불만을 터트릴 정도였다.

한마디로 강진후는 박시형과 맞서 싸웠다는 사실만 빼고 보면, 진보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강진후는 한국 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가졌다. 기업으로 치면 아직은 서성전자의 규모가 더 크지만, 몇 년 안에 OTK컴퍼니가 넘어서게 될 거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애초에 서성전자 주가가 상승한 것도 반쯤은 OTK컴퍼니와의 협력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지분률이다.

임진용 회장 일가의 지분을 다 합쳐보야 서성그룹 전체 지분의 5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반면 강진후는 혼자서 OTK컴퍼니 지분 80퍼센트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한국을 넘어 세계 1위의 부자로 올라섰다.

막대한 부라는 것도 죽고 나면 아무런 소용없다. 물론 자식이 물려받게 되겠지만, 이때는 상속세가 발생하고 자식 수에 따라 부가 쪼개지기 된다.

그러나 강진후는 이제 겨우 20대.

못해도 앞으로 50년 이상 살 테고, 그때까지 자산이 얼마나 더 늘어나게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쩌면 그동안 계속해서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하게 되지 않을까?

그나마 서성그룹이야 모체가 한국법인이고, 한국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그리고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만큼 제재를 하거나 컨트롤할 있는 수단이 많다. 하지만 OTK컴퍼니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이유들로 진보진영에서 강진후의 존재는 뜨거운 감자나 다름없었다.

새정치당은 비공개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장현준 원내대표를 포함해 당내 중진들이 자리에 모였다. 현재 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수출주도로 성장해 왔다.

과거 수출을 견인한 대표 산업이 바로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정유다. 그러나 현재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들은 전부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그 자리를 화장품이나 제약 등이 대체했지만, 그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만약 반도체 슈퍼호황이 없었다면, 수출액은 진작 곤두박질쳤을 것이다.

그 증거로 반도체가 주력인 서성전자와 SSK닉스 주가는 계속 상승 중인 반면, 자동차, 조선, 철강기업의 주가는 속절없이 하락 중이다.

문제는 반도체의 고용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수출액이 늘어나고 세금이 잘 걷히는 것과는 별개로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줄고 있었다.

이중 가장 상황이 심각한 것은 조선이다.

조선업 노동자들이 몰려있는 울산과 거제 등은 한때 한국에서 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야성을 이루던 도시는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떠나며, 밤이 되면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부동산값은 폭락했다.

조선만큼은 아니지만, 자동차 역시 상황이 좋지 못했다.

해외공장이 늘어난 것과는 달리 한국에는 20년 넘게 새로운 공장이 단 한 곳도 들어서지 않았다. 그나마도 최근 GM대후가 공장 한 곳을 폐쇄하는 바람에 수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제까지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전통사업은 저물고 있는데, 신산업은 기득권과 각종 규제로 인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드니,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업으로 내몰렸다.

자영업의 경쟁이 심해지며, 소득은 낮아지고 대출은 늘어나는데, 임대료만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게 몇 달 전 출범한 현 정부의 잘못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일자리와 소득을 늘려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홍현우 의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운동권 출신으로 군사정권에 반대해 몇 차례 투옥된 전력이 있고, 그동안 재벌개혁에 앞장서 왔다.

“언제까지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두고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강진후를 청문회에 소환해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장현준 원내대표가 말했다.

“과연 강진후 대표가 말을 따르겠나?”

홍현우 의원은 강하게 주장했다.

“그 역시 새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당장 법인을 한국으로 옮기지 못한다면, 적어도 한국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등의 행동은 보일 겁니다.”

“흐음.”

“카로스는 판매량 폭증으로 계속해서 공장을 증설해야할 상황입니다. 향후 한국시장 진출을 고려한다면, 한국에 공장을 세울 요인은 충분합니다. 의원님들도 아시다시피, 자동차공장 하나만 생겨도 국내에는 일자리 수만 개가 늘어나지 않습니까?”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다들 눈을 빛냈다.

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은 침체된 도시가 한둘이 아니다. 자동차공장을 유치하면 지역경제는 단번에 되살아난다.

완성차공장이야 힘들더라도 협력업체 몇 곳만 끌어와도 지역구 주민들은 두 팔을 벌려 환영할 것이다.

몇몇 의원들은 지역구에 투자를 호소하기 위해 OTK컴퍼니를 찾아갔었지만, 전부 만남을 거절당했다. 따라서 청문회는 좋은 기회였다.

박창수 의원은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국에서 가만히 있을까요?”

그러자 홍현우 의원은 당당하게 말했다.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 아닙니다. 만약 이에 대해 뭐라고 한다면, 그건 내정간섭에 해당됩니다.”

생각해보면, 청문회에 증인으로 부르냐 마느냐를 가지고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강진후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지금이 강진후를 컨트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지 않을까?

장현준 원내대표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걸고넘어지면 문제가 될 만한 게 없는 것도 아닐 테고…….’

* * *

난 청문회 출석요구서를 받아 들었다.

이걸 받은 이상,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처벌받게 된다.

택규가 물었다.

“누나 말이 맞았네. 어떻게 할 거야?”

난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오라는데 가야지. 별 수 있나?”

내가 또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인이지.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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