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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3

평양시장 선거(4)

서민을 위한 정치.

흑룡의 발언에 모두가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지금까지의 네거티브 전략과 금권 선거에 비교해 원론적이기까지 한 이야기에 신선함마저 느꼈지만, 그 발언의 주체가 다름 아닌 흑룡이라는 것에 기인했다.

오만하고 오연한 종족.

사자심왕에게조차 그것을 숨기지 않는 이들이, 자신 외 다른 종족들 모두를 하등한 열등종족으로 취급하는 그가 그런 말을 했으니까.

누군가가 뭔 소리야, 라며 소곤거리기 전에 흑룡은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정치란 무엇인가. 자신의 정책이 무엇을 위해서인가 하는 원론적이고 정석적인 발언을 이어 나갔다.

거기에 다른 후보에 대한 비난, 말뿐인 약속 따윈 없었다.

그저 정책의 효용성, 자신의 진솔함을 드러내며 솔직하게 말을 잇는다.

그것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설득시켰을지는 모른다.

성배기사 간의 노골적인 정치공세에 정치는 사람을 다 이렇게 만드는구나~ 라며 자조하던 이들 중엔 흑룡의 연설도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한 사람은 그것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

성배기사 구대성.

그는 불카누스와 야피의 지속적인 러브콜에도 입장을 보류하며 이 선거를 지켜본 남자다.

그에게 있어 불카누스와 야피의 행보는 썩 보기 좋은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다른 라이온하트의 기사들에 비하면 세속적인 면이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렇기에 네거티브도, 뇌물도 없이 그저 정책만을 말하는 흑룡의 모습은 굉장한 신선함을 가져왔다.

그렇게 대망의 투표일.

북한이 무너지기 전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던 만수대의사당.

투표권을 가진 모두가 참여한 이곳에서 구대성의 차례가 왔다.

“저는 기호 3번. 흑룡 님께 투표하겠습니다.”

그 말에 의사당의 장내가 웅성거렸다.

성배기사인 불카누스와 야피가 스스로에게 투표하고 다음 차례인 카리나가 기권. 성배기사 중 가장 마지막 차례였던 그가 모두의 주목 아래 흑룡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런···!”

-끼룩!?

두 사람이 당황한다. 구대성의 표는 일견 백 표짜리 투표였지만, 그 내막을 살피면 결코 그렇지 않다.

“어머, 구대성 경이 흑룡 님께 투표했네요.”

“흠··· 구대성 경은 우리 종의 부활에 큰 도움을 주신 은인. 폐하와 이르민 여신님, 데메라 여신님 다음의 공로자시다.”

“그렇다면······.”

이번 평양시장 선거에서 자유민들의 표는 기사층에 비해 그 숫자가 현저히 적다.

불타는 검 기사단 오십 명만으로 500표. 3개 나주 기사단이 750표.

자유민들의 표는 박박 긁어모아도 637표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구대성의 투표와 그로 인해 이어진 기류는 크나큰 변화를 가져왔다.

“뭐··· 저도 흑룡한테 투표할게요.”

-끼룩!?

나주 제1기사단장 천소연을 시작으로 몇몇 기사들이 구대성을 따라 흑룡에게 투표했다.

불카누스의 강성 지지층인 불타는 검 기사단에서 배신자는 없었지만, 불카누스가 애써 설득한 기사단원 쪽에서도 흑룡에게 투표하는 이가 생겼다.

내심 두 후보의 추잡한 선거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들도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사자심왕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의 이름으로 선포한다. 초대 평양 특별자치시장은 황금과 계약의 신 드라고니아의 첫 번째 자손이다!”

명예로운 초대 평양시장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흑룡이 당선되었다.

* * * *

[······.]

흑룡은 덩치가 큰 용족을 위해 신설된 사무소를 살피며 감회에 잠겼다.

“축하드립니다, 흑룡 님. 아니, 시장님.”

흑룡은 자신을 지지해주며 전세를 역전시켜준 구대성을 바라봤다.

[어째서··· 나를 지지했지?]

같은 성배기사인 불카누스나 야피를 제외하고, 하물며 종족조차 다른 자신을 구대성이 지지한 것이 의외인 흑룡이었다.

그의 물음에 구대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진솔함이 느껴졌거든요.”

[진솔함?]

“예. 다른 후보들과 달리··· 시장님의 연설은 진솔함이 느껴졌습니다. 끙··· 이런 이유만으로 투표를 한 건 좀 그런가요?”

흑룡은 그저 솔직하게 자신의 포부를 밝혔을 뿐이다. 그것이 이처럼 크나큰 반전을 가져오리라 생각지 못하고.

[그런가······.]

그리고 그것이 썩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시장님. 앞으로의 임기 동안 무엇부터 하시렵니까?”

구대성은 흑룡의 앞으로의 정책이 궁금했다. 그가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는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지 못했기에.

[그렇군. 일단 내각부터 구성해야겠지.]

드라고니아는 준비되었던 내각 구성안을 펼쳤다. 앞으로 평양 특별자치시의 운명을 결정지을 내각 멤버.

온갖 종족들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곳인 만큼, 그 밸런스 조절에도 난항을──

“엑?”

용.

용.

용용.

용용용.

처음부터 끝까지 용들 뿐. 세상에 이렇게까지 노골적인 종족 편애가 있는가 싶을 정도로.

[좋아, 좋아. 내각은 이만하면 되겠지! 그럼 평양시장으로서 제1호 특별법을 개정해야겠어!]

“저, 시장님? 흑룡님?”

[먼저 첫째! 평양의 시장직은 영구직으로 한다! 내가 죽을 때까지 다음 선거 따윈 필요 없어!]

취임하자마자 영구 독재 선언.

민주시민인 구대성의 표정이 볼만했다.

[그롸라라라라라라라···! 황금과 계약의 신 드라고니아와 드래곤족에 영광 있으라!]

온갖 모략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만신전.

어설픈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 * * *

중국이 50개가 넘는 국가로 찢어질 때, 지방정부를 차지하며 군웅할거를 논하며 칭왕을 하기 시작한 건 각 지역의 군벌들이었다.

그들에겐 군대가 있었고, 혼란의 시대엔 그것이 곧 권력이다.

서로가 공화국의 종신 총통, 주석, 대통령을 자처하는 와중 스스로를 ‘천마’라 칭하는 존재가 있었다.

“본좌는 만겁마존(萬怯魔尊). 입신의 경지에 오른 본좌야말로 고금제일인이다.”

생존자.

멸망한 이세계에서 게이트를 통해 넘어온 그 남자는 스스로를 ‘천마’라 칭했다.

중원무림의 세계에서 온 이 무림인은 중국이 쪼개지고 있던 혼란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혼란기 중국에 넘쳐나는 몬스터들을 일소했고, 그 강함에 매료된 중국 헌터들은 스스로 그의 산하에 들기를 자처했다.

그렇게 제자들이 모여 교를 형성하고 무능한 정부를 대신해 보호를 바라는 주민들이 모여 세금을 바치니 이들을 ‘천마신교’라 불렀다.

그렇게 천마신교는 찢겨진 오십여 중국 중 하나가 되었고, 딱히 세력확장에 관심이 없었던 천마의 성정에 의해 주변 공화국들의 두려움을 받으며 명실상부 최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대륙의 절대자에게도 먼 동쪽 작은 반도국가의 소식은 들렸는데, 은연히 그와 천마를 비교하는 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천마하고 사자심왕하고 붙으면 누가 이길까?

한국의 생존자 사자심왕과 중국의 생존자 천마. 그 절대강자 중 누가 더 강한가에 대한 논의는 어디에서나 흔한 일이었지만, 그것이 두 지존의 대결로 이어지진 않았다.

십수 년의 세월, 극마에 이른 제자들을 양성한 천마가 레온이 지구로 귀환하기 전 폐관수련에 들어간 탓이다.

그가 십년여의 면벽수련을 계획하고 동굴을 폐한지도 어느덧 삼년여.

고금제일인의 귀환을 기다리며 수련을 계속하던 천마신교에 이변이 발생했다.

-총공겨어어억···!

-콰앙! 콰쾅!

쏟아지는 총폭탄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돌진해오는 전사들.

그들을 단칼에 베어버리며 방어선을 지키던 신교의 호법 류인친은 끝도 없이 몰려드는 주변국의 군대에 혀를 찼다.

“이 버러지 놈들이! 본교를 올려다 보지도 못하던 것들이 감히!”

류인친은 사방에서 침공해오는 군대를 보며 분노했다.

중국이 사방팔방으로 찢어진 뒤, 천마신교가 자리 잡은 이곳은 유일하게 게이트와 던전 브레이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철옹성이었다.

주변 공화국 또한 천마신교의 전투력을 알기에 몸을 사리며 오히려 신교의 무인들을 파견받았던 것이다.

이미 수십 개로 찢어진 대륙에서 모두가 후계자를 자처하지만, 지긋지긋한 내전을 감수할 각오 있는 자는 없었기에 자신들만의 왕국을 누리며 천마신교와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필사적이었다.

그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천마가 직접 천하일통을 외치면 자신들은 언제든지 쓸려갈 것이라는 걸.

찢어진 대륙이 다시금 봉합되지 않은 이유는 순수했다.

악마들에게 자신의 세계를 멸망 당한 천마가 스스로 생사경의 경지에 올라 마를 섬멸할 힘을 얻을 때까진 인간의 세력 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

탈마의 경지를 넘어서 생사경의 고수가 된다면 악마라 할지라도 상대가 되지 않으리라.

천마는 이를 목표로 폐관수련을 자처하며 은둔한 것이다.

“이놈들···! 감히 본교를 침범하다니! 그 사지를 찢어발길──”

“으아아아아아악!”

그때, 류인친을 향해 달려드는 헌터들. 그는 단숨에 다섯을 베었지만, 남은 한 명이 겨우 그의 옷자락을 베었다.

“이놈이?!”

그자를 절단내려던 류인친은 헌터에게서 알 수 없는 시선을 느꼈다.

극도로 두려움에 빠진, 공포에 잠식된 시선. 동시에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광기에 빠진 것처럼.

정상이 아니다.

류인친은 눈앞의 헌터뿐 아니라 신교를 침공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비슷한 눈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중국 군벌 중에서 강력한 군 세력이 있던 자리를 흡수한 데다, 천마의 강함에 매료되어 몰려든 헌터들은 갖가지 무공을 전수 받으며 주변국과 비교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지니고 있었다.

주변 세 개국이 연합해도 상대조차 안 될 전력인데도 이렇게까지 밀리는 건 그들이 자신의 목숨조차 내던질 정도로 광기어린 돌격을 감행하고 있기 때문.

‘어떤 사술을 쓴 거냐!’

류인친은 배후에 누군가가 있을 것임을 직감하며 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천마께서 돌아오신다면! 천마께서 계신다면 이깟 놈들 따위!’

그러나 천마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천마의 절대적 위용을 바탕으로 성장한 신교는 결코 약하다 할 수 없지만, 저들의 기세가 기이할 정도 거세다.

-꽈아아앙!!

거대한 굉음. 산중에서 들린 그 굉음은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아, 아아······.”

류인친을 포함해 신교의 모든 신도들이 이를 우러러보았다.

공기마저 쩌릿쩌릿하게 만드는 존재감. 머나먼 곳에 있음에도 그 존재는 공간을 짓누른다.

“그분이 오셨다.”

급박한 전투 속에서도 저마다 무릎을 꿇으며 경외를 바친다. 무방비한 적을 두고도 연합군은 겁에 질렸다.

“와, 왔다.”

“그자가 왔어······.”

대륙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혼돈의 시기. 홀로 일천 태공전사들과 십만 장병들을 찢어발긴 노괴.

“천마재림! 만마앙복!”

“”천마재림! 만마앙복!!””

천마 이휘진.

그가 어느 순간, 전장의 한복판에 있었다.

“번잡하군.”

작은 혼잣말. 그저 노인의 시답잖은 불만이었으나 그것이 내포된 분노가 모두를 떨게 만들었다.

“본좌가 폐관하여 수련하기를 삼 년. 아직 칠 년이나 남았거늘 사바세계의 버러지들이 본좌의 수행조차 방해하는구나.”

그것은 모두를 향한 노기였다.

폐관수련을 방해한 연합군에 대한 분노.

끝내 자신을 면벽에서 끄집어낸 무능한 신도들을 향한 질책.

그는 분노의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는 존재였고, 그 벌로 검을 들었다.

“저, 저건!”

예사롭지 않은 검의 예기에 경악한다. 동시에

파천검(破天劍).

세계 최강의 아이템 에픽급의 하나.

저 검이 무언가를 벤 지도 벌써 3년이 흘렀다.

3년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기 충분한 기간. 하지만 누구도 그 기억을 잃은 자는 없다.

“피, 피해······.”

그 말을 한 연합군의 헌터는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말을 했는지 알았다.

누구도 천마가 여는 파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음 순간, 하늘이 깨지고 하늘이 잘렸다.

끔찍한 절삭이 대지를 으깨고 지나가 하늘과 땅을 둘로 갈랐다.

“······.”

“······”

눈앞에서 겪고도, 동료가 수백 명이 일격에 생을 달리했음에도 누구도 분노하고나 절망하는 자가 없다.

그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지 못하고 아연실색한다.

저것이 천마 이휘진.

저자가 천상천하 유아독존.

한 세계의 정점에 도달한 탈마의 괴인.

“나와라. 진득한 살기가 번잡하여 본좌의 심기를 거스르는구나.”

천마의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잔가시가 있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방금 그가 하늘과 땅을 절단낸 중심지.

그 어떤 것도 살아남지 못했을 파천의 중심에서 기어 나오는 무언가.

“오싹오싹하구먼.”

새하얀 은발의 사내였다.

얼핏 보면 귀공자로 여길 만큼 말끔한 얼굴. 하지만 이휘진은 그가 제대로 된 명가의 자손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전신에 가득한 문신. 사내에게서 흘러넘치는 야성. 그것은 결코 명가의 품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저것은 야생에서 자라 야성으로 제패한 야인. ‘짐승의 화신’과도 같은 존재.

남자의 사나운 목소리가 귀기를 흘리며 넘쳤다.

“불카누스와 좋은 승부를 할 정도는 되겠군. 역시 내가 오길 잘했어.”

“네놈은 누구냐.”

자신을 색목인과 비교하자 이휘진의 시선이 사납게 번들거렸다.

그러나 천마의 시선을 마주하고도 사내는 두려움이 아니라 진득한 투쟁심을 드러낸다.

이름을 물었다면 대답하는 것은 어느 세계의 전사든 매한가지.

“마저(魔猪)의 어금니, 백랑(白狼)의 준족, 철웅(鐵熊)의 털가죽, 흑수리의 발톱.”

그는 세계의 정점’이었던’ 천마를 향해 전사로서 최대한의 예우를 갖췄다.

“짐승신들의 대전사 리가르도.”

스스로를 리가르도라 밝힌 전사의 육신이 점점 변해간다. 인간의 것이었던 그의 몸은 어느새 새하얗고 강건한 짐승의 형상으로 변했다.

“네놈··· 인간이 아니구나!”

그것은 세간에서 마교라 경외시 당하던 신교의 정점조차 눈을 돌리게 만들 짐승화였다. 새하얀 늑대는 오연한 시선으로 천마를 내려다보았다.

“약해빠진 악마 놈들 대신, 이 행성을 박살내주마. 이건 그런 거래였거든.”

위성들이 추락하고 국가 간 소통에 딜레이가 걸린 짧은 시간. 천마신교의 멸망은 조용히, 빠르게 이루어졌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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